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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금, 권정생 선생님이 더 그리운 시절_ 권정생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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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7-10 17:41 조회 9,3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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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 물레책방 대표, 독립영화감독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시던 날, 나는 지인들과 함께 승합차 한 대에 몸을 싣고 안동병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나는 그토록 뵙고 싶었던 선생님을 영정으로나마 처음 가까이 뵈었다.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렸던, 슬픈 2007년 5월 17일이었다.
그 후 2010년 선생님의 3주기에 맞춰 추모주간을 진행하면서 이지상 감독의 영화 <몽실 언니> 상영회와 함께 추모문집 『애국자가 없는 세상』(한티재)을 펴냈다. 동무들의 도움으로 물레책방을 열고 제대로 갖춰 꾸린 첫 번째 행사였다. 그때부터 매년, 꼭 5월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선생님을 뵈러 안동에 가곤 했다. 혼자 갈 때도 있고, 지인 몇 명과 갈 때도, 45인승 버스에 사람들을 가득 태워서 갈 때도 있었다. 그게 벌써 햇수로 5년째가 되어 간다.
그렇게나 자주 안동을 다녀오는 것도, 그것도 꼭 혼자보다는 가능하면 여럿이 가게 되는 것도 안동을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삶’을 살 거라는 어떤 튼튼한 믿음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알려진 작가들의 문학관 짓기가 여러 지자체들의 관심 사업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요즘, 다른 작가들에게선 볼 수 없는 선생님만이 가진 놀랍도록 소박하고 정겨운 장소들이 있다. 8주기에 즈음해 좀 더 깊이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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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정생 선생 살던 집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안길 53)
몇 해 전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넘겼다고 알려진 『몽실 언니』(창비)를 처음 펴내고 출판사에서 인세 60만 원을 받아 1983년 동네 청년들이 지어 준 여덟 평짜리 작은 흙집이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그리고 마음대로 외로울 수 있고, 아플 수 있고, 생각에 젖을 수 있어” 참 좋다고 이오덕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던 그 집이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용락 시인은 집을 지키는 쪽으로, 판화가 이철수는 집을 허무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만약 허무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권정생 선생님다운 곳’이라 여긴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아지똥』(길벗어린이)을 그린 정승각 작가가 직접 내려와 보고 그려 낸 민들레가 피어 있는 돌담길도 정겹다.
 
추천 활동 권정생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생활했던 곳인 만큼 선생님의 흔적들이 가장 그대로 남아 있다.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선생님이 앉아 계셨을 툇마루에 함께 앉아 추모의 글을 남기거나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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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빌뱅이 언덕(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안길 53)
권정생 선생님이 살던 집 뒤편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 바로 빌뱅이 언덕이다. 선생님의 5주기에 맞춰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산문집의 제목이 여기서 따온 것이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유골의 일부가 유언에 따라 이곳에 뿌려지기도 했다.
이곳을 소개하기에 안상학 시인이 2008년 10월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만한 게 없다.
“(…) 외로움에 사무치거든 집 뒤에 있는 빌뱅이 언덕에 올라보기 바란다. 거기, 아직 자연으로 다 못 돌아가고 남아 있는 뼛조각을 매만지지는 말고 그저 오래 바라봐 주면 좋겠다. 시간이 나면 언덕 아래 폭 꺼진 선생의 집 낮은 지붕과 수런거리는 외로움이 살고 있는 뒤란을 살펴보기 바란다. 비밀이지만, 이즈음 언덕에는 까만 범부채 씨앗이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한 두어 개만 받아서 가져가 심어 보길 바란다. 혹, 이곳이 그리우면 빌뱅이표 범부채를 보며 외로운 여기를 생각하고 외로움에 잠겨 보길 바란다. 여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낮고 외로운 곳이라고 여긴다면 당신의 외로움은 얼마간 위안을 얻을 것이다.”
 
추천 활동 이곳에서는 일직교회와 조탑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선생님이 교회 종지기로 계시던 시절의 모습을 생생히 엿볼 수 있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분도출판사)나 산문집 『빌뱅이 언덕』(문학동네)의 몇 대목들을 함께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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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직교회(경북 안동시 일직면 송리리 168)
(경북 안동시 일직면 송리리 168)
권정생 선생님이 1968년부터 1977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쓰고 아이들을 만났다고 알려진 일직교회에 가면 종탑 하나가 눈에 띈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느냐.”라며 서리가 내린 종 줄을 맨손으로 잡고 겨울 새벽을 깨웠다고 알려진 종탑은, 방문객들을 위해 최근에 새로 만든 것이다.
종탑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 국민일보가 ‘한국의 아름다운 교회길’로 선정한 교회 건물도 선생님이 있을 당시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창식 목사는 권 선생님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과 2012년 『별이 된 동화 할아버지』(대장간)과 『빌뱅이 언덕 꽂삼만데』(어드북스)를 각각 펴내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과 어떤 소통도 없었다고 하니 참 아쉬운 대목이다.
 
추천 활동 이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이창식 목사가 방문객들에게 나눠 주는 동화책 『동금동산』을 한 권 받아볼 수 있다. 원래의 모습은 없지만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종탑의 종을 당겨 소리를 들어 볼 수도 있다. 선생님 살던 집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벽화도 함께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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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권정생 동화나라(경북 안동시 일직면 성남길 119)
권정생 선생님 살던 집에서 승용차로 10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는 ‘권정생 동화나라’는 지난 2014년 10월 폐교였던 일직남부초등학교를 고쳐 개관했다. 『몽실 언니』의 주 무대인 노루실과 댓골이 학교가 있는 왼쪽과 오른쪽 마을이다. 1층에는 선생님의 유품을 모은 전시실과 체험관, 도서관이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실과 함께 있고, 2층은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과 작가의 창작 공간으로 제공된다고 하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큰 차량이 들어갈 수 없고(좌측에 있는 소호헌 앞에 주차해야 한다.), 바로 옆 국도와 역주행으로 진입하는 구조는 조금 위험해 보인다. 또 운영 인력이 부족해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4월~11월 월요일/12월~3월 일요일 휴관) 방문객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추천 활동 동화나라 바깥에 선생님의 대표적인 동화 캐릭터들(몽실 언니, 강아지 똥, 엄마 까투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전에 미리 연락(054-858-0808)을 해 두면 재단 소속 해설사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참고로 이 전화번호는 생전 선생님의 집 번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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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운산장터와 운산역(경북 안동시 일직면 중앙통길 90-4)
운산장터와 운산역은 『몽실 언니』의 배경이 된 곳이자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도 많이 겹치는 곳이다. 병들고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난남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몽실이가 구걸을 다니던 장터마을이 바로 운산장터이다. 운산장터에서 어른 걸음으로 10여 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운산역은 밀양댁이 어린 몽실을 데리고 시집갈 때, 다리병신이 된 몽실이가 고모 손에 이끌려 댓골에서 노루실로 올 때, 엄마 임종을 보기 위해 몽실이 달려갈 때, 엄마 잃은 의붓동생들을 돌보러 다닐 때, 몽실이가 아버지 다리를 고치기 위해 부산 자선병원으로 떠날 때, 아버지의 유골을 안고 혼자 돌아 올 때, 난남이와 부산에서 살기 위해 떠날 때, 난남이를 양녀로 보내고 혼자 돌아올 때 오갔던 곳이자 권 선생님이 객지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날 때, 객지에서 병이 들어 돌아올 때, 병든 몸으로 집을 나갈 때 드나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작고 쓸쓸한 간이역의 느낌을 간직한 운산역은 지난 1940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였지만, 2007년부터 승객이 타고 내리지 않는 통과역으로 남아 있다.
추천 활동 운산장터와 장터에서 운산역으로 향하는 길을 걸기 전에 미리 『몽실 언니』를 읽어 보고 몽실이 이 길을 걸어가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헤아려 보면 좋겠다.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하면 역사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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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운사(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길 415)
고운사는 의성에 있다곤 하지만 권정생 동화나라에서 승용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다. 젊은 시절 권정생 선생님이 자주 찾던 곳으로, 조계종 본사 가운데 하나로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에 신라의 승려인 의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최치원이 머물며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래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을 따라 절의 이름을 개칭했다. 본사로는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불두화가 아름답게 피었다. 이른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초여름에는 불두화,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다. 선생님은 생전에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서 인터뷰는 몇 안 되는데, 그 중 <한겨레신문> 인터뷰를 하며 기자와 걸었던 곳도 이곳 경내였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동화를 읽어 주던 집사이기도 했던 선생님이 사찰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것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추천 활동 이 정도 규모의 고찰로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고운사는 민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오염되지 않았다. 일주문에 이르는 솔밭 사이 비포장길은 포근하고 정감 넘친다. 특별한 무엇을 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경내를 산책하거나 툇마루에서 쉬다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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