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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각국이 문화예술교육에 공들이는 빤한 이유 - 창의력이 나라의 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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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9:03 조회 8,8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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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은 이른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이었다. 질리언의 엄마는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뿐더러 주위가 산만하여 가만히 있지 못하는 질리언을 데리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갔다. 의사는 질리언을 라디오가 켜져 있는 방에 혼자 놔 둔 뒤 질리언의 엄마와 함께 지켜보았다. 질리언은 가만있지 못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세요. 이 아이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춤을 잘 추는 겁니다.” 의사의 발견으로 그녀는 로열 발레단의 수석발레리나를 거쳐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안무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영국의 교육학자 캔 로빈슨은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School Kills Creativity’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위 일화에 대해 언급하며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 비판한다. 19세기 산업화 사회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알맞게 숙지하고 있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제도화된 학교 시스템은, 사물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과 같은 세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낙오자로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창의력을 말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 강연은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창의성’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예산 편성에 가장 직격탄을 맞는 것은 여전히 창의성 함양과 직결되는 문화예술 분야다. 창의성 함양이 21세기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해 내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정작 입시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현재의 학교 시스템 내에서는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예술교육에 투자하는 선택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학, 과학과 같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과목의 학업 성취도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와, 이제는 위 과목들에 예술Arts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여 STEAM을 핵심 과목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든 작든 세계 곳곳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입시 성과 위주로 평가되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과 양질의 예술교육이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흔들리지 않고 사이좋게 공존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미국,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통해 그들 주요 국가의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문화예술 접한 아이들 학업성취도 올라가 영국
영국은 ‘창의산업’이 미래의 국가적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라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창의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영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로 하여금 창의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문맹비율이 높은 영국에서, 특히 부유한 아이들에 비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소외지역의저소득계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영국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기관인 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에서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으로, 200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 영국 문화부는 전폭적인 지지를 해 왔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은 학교와 창의분야 전문가가 협력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학교에서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의 내용과 학교가 처한 현실 등을 상세히 기입하여 CCE에 신청하면 건축가, 문화예술분야 전문가가 해당 학교에 배정되어 학교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준다. 기획 프로그램에 따라 건축가, 과학자, 디자이너, 음악가 등이 직접 학교에 방문하여 교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업을 하는데, 예술분야의 수업을 별도로 하기도 하고,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주요 과목들과 연계하여 수업하기도 한다. CCE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영국 전역의 2,700여 개 학교, 1백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8천여 개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CCE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같은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받지 않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프로그램 시작-진행-종료의 각 단계에서 교사와 강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행하여 6년 동안 3천 명의 학생들을 장기연구한 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등졸업입학시험(GCSE)에서 2.5그레이드 차이가 났다. 또한 저소득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저조한 것이 문제인데,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프로그램 시행 이후 결석률이 25퍼센트 낮아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졸업하는 청소년들은 창의산업 종사자가 됨으로써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창출한다. 영국 정부는 특히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과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문화예술을 접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 저소득층 아동에게 창의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모든 과목의 수업에 문화예술 녹아들어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지방의 교육부 내 문화예술교육 담당부서(DAAC)와 문화부의 지역문화사업국(DRAC)이 협력하여 해당 지역의 학교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역사나 불어 등의 과목과 접목된 문화예술교육 수업을 받게 된다.

프랑스 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특징은 문화예술이 학교수업 전반에 녹아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체 수업시간 중 문화예술 관련 과목의 시수는 많지 않지만, 예를 들어 불어 선생님이 아이들을 극장에 데려가 영화관에서 수업을 한다거나,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는 등 예술을 다른 과목 수업과 연계시켜 체험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은 다른 과목의 수업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보충적인 역할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문화예술에 있어서 고르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며, 문화예술교육을 학교교육 내에서 중요하게 다루도록 하고 있다. 지원은 학교의 각 교사들이 DRAC에 신청서를 내면, 심사를 거쳐 해당 예산을 지원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술교육으로 창조적·혁신적 시민양성 꾀해 미국
미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최근까지 정부 주도의 문화예술교육정책이 뚜렷이 없었다. 그 대신 각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후원하거나, 예술단체에서 기업의 후원을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예술교육 후원기업의 대표주자로 들 수 있는 포드 재단에서는 미국의 9개 지역(발티모어, 버클리, 달라스, 워싱턴 DC 등)에서 학교와 협력하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문화예술교육 단체들에게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에서도 미래고객 확보차원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은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뉴욕의 공립학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직접 학교로 찾아간다. 뉴욕필에서 연주자로 활동하는 이들 중 일부는 예술강사Teaching Artist로 활동하며, 특히 예술교육분야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형편이 어려운 공립학교의 학생들에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뉴욕필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은 ‘꼬마 작곡가Very Young Composers’로, 1999년에 시작된 방과 후 수업이다. 아이들은 방과 후 정기적으로 뉴욕필하모닉의 예술강사를 만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이 작곡한 곡은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서 뉴욕필 단원들이 직접 연주한다.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교육이 주를 이루던 미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뉴욕시에서는 2007년 작성된 문화예술교육 청사진Blue Print for teaching and learning the Arts을 바탕으로 매 학년도 뉴욕시 내의 학교 관계자들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해마다 예술교육 이행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진다.

2010~2011년 매뉴얼에서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에게 주간 수업의 약 20퍼센트, 연간 186시간을 예술의 각 분야(무용, 음악, 연극, 시각예술)에 고루 할애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학년이 높아지면서부터는 권고 시수가 점차 낮아지도록 되어 있다. 뉴욕시는 이러한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각 학교의 시행 현황을 조사하여, 교장의 실적점수를 매기는 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로 대통령예술인문학위원회(PCAH President’s Committe on the Arts and the Humanities)가 구성되어 예술교육 전문가들이 국가 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PCAH는 작년 10월, 전국의 우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시상식을 열었다. 이시상식에 참여한 미셸 오바마는 방과 후와 학교 밖에서의 예술 및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치하했다. 또한 PCAH는 올해 5월, ‘예술교육에 대한 재투자: 창조적 학교를 통해 미국의 미래를 이끌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어릴 적 예술수업을 받은 사람들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며, 시험 성적도 우수하고 졸업률도 높다고 언급하는 한편, 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참여를 유도하며,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국내정책위원회와 교육부는 이 권고에 따라 다른 정부기관 및 민간기관 등과 협력하여 미국 내 모든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2년, 예술교육 ‘대대적’ 의무화 예정 호주
호주는 2012년부터 바뀔 교과과정에 예술교육 시수를 대대적으로 의무화하고자 하고 있다. 호주의 학교교육 커리큘럼을 평가하는 ‘호주 커리큘럼 평가 및 보고 위원회(ACARA Australian Curriculum Assesment)’는 5개 장르(무용, 연극, 미디어아트, 음악, 시각예술)의 예술과목을 1학년에서 8학년까지의 학생들이 각 과목별로 총 140시간씩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는 최종 국가자문을 거쳐 2012년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 대해 교육계의 비판도 있다. 일관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며 ‘연주’, ‘그리기’ 대신 ‘파악하기’, ‘깨닫기’와 같은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방법 대신에 느낌이나 실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그 자체로 배울 가치가 있는, 지식에 있어서의 독창적인 일부분이라는 인식 대신에 단지 다른 것들을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의 도구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고, 무용이나 연극과 같은 독창적인 예술과목의 복잡한 특징들이 간과된 채 너무 단순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ACARA는 이와 같은 의견들을 수용하여 올해 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상의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저소득층 청소년의 경우 더욱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각국 정부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와 연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확대를 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들에 발맞춰 각 학교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학과수업에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학교교육이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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