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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리는 책과 독서 - 아이들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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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2:54 조회 8,3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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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깨진 거울 하나씩을 갖고 있다.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쉽게 말해 자아가 불안정한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사랑하던 사람의 배신, 고부간 갈등, 어린 시절에 학대받은 경험 등 감당하기 힘들었던 사연들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내 자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렇게 일단 자아가 손상되면 그 사건이 끝나더라도 이후 다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란 한두 가지 명백한 이유로 흔들리는 게 아니다. 마음에 받은 깊은 상처는 그것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불쑥불쑥 튀어 올라 행동을 제약하고 심리를 불안정하게 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일수록 더 그렇다. 아직 인격과 자기정체성이 정립되기 이전에 받은 상처는 ‘영혼에 박힌 가시’라고 할 만큼 그 사람의 무의식에까지 스며든다. 이런 상처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행동과 사고체계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의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이 때문이다. 나이와 경험이 적은 어린아이일수록 작은 일에도 큰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오래오래 간직한다. 간직이라는 말은 물론 역설이다. 그만큼 깊게 남고 오래간다는 말이다. 영혼에 박혀 버린다는 말이다. 그렇게 박힌 상처들은 파편이 되어 영과 혼과 육까지도 파괴한다. 무섭지 않은가. 더군다나 아이의 부모나 교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본의 아닌 무심함과 불쑥 내뱉는 언어폭력으로 그런 상처를 남긴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 마음을 읽어야
나는 독서치료와 상담치료를 하기 이전부터 논술지도를 하면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치료 차원에서 만난 게 아님에도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속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데, 그 나이에 벌써 마음에 병이 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가지 다행은 나이가 어릴수록 상처 치유가 쉽다는 점이다.
 
아직 진행 중이기때문이다. 곪아서 터지고 그 위에 딱지가 덮이고 나면 상처는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무의식이 되어 버린 상처는 커가는 동안 성격과 가치관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진행 중일 그때에 잡아 주어야 한다. 그러한 안타까움과 소명이 국문학을 전공한 나를 상담 심리학의 길로 인도해 주었다.

상담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내가 본격적으로 치료 상황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에게 마음치료는 상당히 중요하다. 청소년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까? 참 모호하다. 사춘기 연령이 초등 4, 5학년으로 내려온 것을 알면 더욱 난감한 경계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내가 느끼는 당혹감이 이러한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어떠할까? 그들은 자신의 아이가 사춘기인지, 청소년의 범주로 봐야하는지조차 기준을 두지 못한다.

이것이 그들의 양육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러니 죽어나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위로받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위로는 둘째 치고…”라며 한발 물러선다. 위로를 안 받아도 좋으니까 알아만 달라는 것이다.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향으로 청소년에 대한 독서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속에서 언어를 매체로 하여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말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은 심오하고 경이로운 일이 분명하지만 말이 지닌 한계가 많다.

언어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언어능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어린 내담자의 경우이다. 두 번째는 상담받을 의사가 약하거나 억지로 끌려온 경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상담가들은 매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고 놀이치료, 음악치료, 연극치료, 댄스치료, 미술치료 등등 매체중심의 상담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개인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상담자를 훈련시킨다. 이들을 함께 묶어서 ‘표현 중심의 예술치료’라는 상담 장르로 구별하기도 한다. 독서치료는 이러한 매체 중심의 맥락에 서 있으면서 여타 상담들과 다른 장점이 있다. 그것은 내담자에게 꼭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입력), 깊이 생각하도록 도우며(생각), 깨달은 바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출력) 도와서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즉 독서치료는 인간의 정보처리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그들은 사랑이 고프다
독서지도와 독서치료가 비슷해 보이지만 책의 이해를 돕는 단계에서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다.
독서지도에서는 독서의 목적이 지식 습득이나 기술의 습득, 어휘 습득과 같이 보다 교육적인데 초점이 있지만 독서치료는 책과 책을 읽는 자가 치료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치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개입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독서치료는 작품에 내재된 서사와 등장인물의 상황 등을 매개로 하여 내담자 자신이 처한 문제와 직면하여 스스로 이해하고, 통찰과 동일시, 카타르시스 등 독서치료의 심리적 기제들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씻고 삶을 꾸려나갈 정신적 힘을 기르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심리 치료법이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상담자와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책과의 관계를 맺음에 대하여 상담자가 개입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과 읽은 후에 독서치료의 네 가지 원리인 ‘동일시의 원리, 카타르시스의 원리, 통찰의 원리, 적용의 원리’가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무력감과 학업 스트레스, 가정이나 특정 사건으로부터 오는 불안, 우울 등의 심리 장애를 독서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독서치료는 외부로부터 오는 지시적 치료가 아니라 내담자 자신의 통찰을 통해 스스로 심리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다. 이때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자료들은 청소년들이 잘 읽는 소설이어도 좋고 시여도 좋고 때로는 영화여도 좋다.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무엇을 바꿔주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사고로 자료를 선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접근이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쉬운 책, 분량이 적은 책, 누구나 접하기 좋은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프로그램을 짜고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제발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이 듣고 싶은 얘기는 앞서 말했듯이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아팠구나” 하며 자신들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과욕이 그들을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아이들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공감하고 경청하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상담자의 세 가지 기본 자세다. 그러나 공감하고 경청하기 이전에 그들을 한 인격체로 사랑하고 받아주는 맘이 없으면 신뢰는 생기지 않는다. 요즘은 학교에 목적성 상담비가 배정된다. 나 또한 여러 학교의 목적 상담을 해보았다. 학교 부적응아, 좌절감으로 힘든 아이들, 무기력으로 아픈 아이들을 만나 독서를 통한 개입을 하면서 정작 그들은 사랑이 고팠음을 알았다. 그들의 고픈 사랑을 배부르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엄마도 자식을 모르니…
내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까지는 부모를 절대적인 존재로 보지만 중학생만 되어도 달라진다. 머리통이 커진 아이들은 이때부터 부모를 평가하게 된다. 자기 부모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인지 다 알게 되고, 부모의 행동이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이 시기에 넉넉하지 못한 자기 집 환경을 비관할 수도 있고, 부모의 무능력이나 가부장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의 존재를 올바르게 이해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사고나 강압적이고 지시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아이는 부모와 대결의식을 쌓아가게 된다.

내가 아이들과 읽은 책 중에 『내가 나인 것』,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 있다. 전자는 히데요시라는 아이의 가출사건을 다룬 것이고, 후자는 열세 살짜리 아이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가장으로서의 짐을 지게 되는 이야기다. 나는 이런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부모의 소중함, 부모들만의 어려움, 가족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의 내용과 내가 한 말을 다 인정하면서도 자기네 부모는 그런 것들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즉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수용은 가능한데 그것이 내 가족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 인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융Jung은 자기의 존재를 세 개로 나누어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나, 즉 내가 인식하고 내면을 바라봤을 때 느껴지는 나와 남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나, 그리고 내가 되고자 하는 나라는 영역이 그것이다. 영역이 나뉜다 해도 결국 그것은 나를 이루는 요소이므로 이 세 가지 나는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하는 것이 맞고, 그래야 자기 정체성이 건강하게 자리 잡는다. 만약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현실의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간극이 큰 것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체성 확립은 청소년기의 최대 발달과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의 안일한 삶의 태도는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그릇된 자아상을 형성하게 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자기 부모들이 내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가족의 중요성이나 부모의 고마움 등을 이야기해 주어도 집안에서 보는 부모가 책과 다르니 먹히지를 않는다.

무한경쟁 속 무기력증
정신의학에 스튜던트 에퍼시student apathy라는 용어가 있다. 흔히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데, 넓게는 공부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어느 시기에 빠져드는 지독히 무기력한 상태를 뜻한다. 우리말로 하면 ‘학생 무기력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논술지도를 하면서 나는 스튜던트 에퍼시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종종 만났다. 특히 특목고에 다니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그런 학생들이 더 많았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전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심리적 압박과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또 다른 병리를 가져올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외고 1학년 학생들 여섯 명을 논술지도하게 되었다. 나는 논술지도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독서치료를 병행한다. 당장 입시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에겐 독서치료적인 책읽기가 논술 공부에도 효과적이다. 논술은 논리와 기술로 되어 있는데, 논리라는 게 머리에서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에 연결된 문제들을 나 자신과 주변의 경험들을 종합하여 인지하고 좀 더 나은 방법으로 개선해 보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종합 사고하는 능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과 타인의 경험이 어떠한지를 조합하고 판단하는 인지기능은 건강한 인식의 틀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거나 비합리적 사고체계를 소유했을 경우에는 논리적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미리 그런 점을 밝혔다. 논술지도에 충실하겠지만, 독서치료사로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고 강의도 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치료적인 부분이 있으면 건드려도 되겠냐고 물었다. 특목고 학생들의 부모라면 아이들의 성적에만 신경을 쓸 것 같아 반응이 시들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그것을 환영했다. 1학년들이라 아직은 성적 부담이 크지 않고, 또 특목고에 들어온 아이들이라면 중학생 때부터 공부에만 매달렸을 것이므로 부모들도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첫날에 나는 아이들에게도 내 생각을 말했다. 시험에 나올 만한 것을 당장 지도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와 우리 삶에 밀접한 것들, 그리고 그 나이 또래라면 생각해 봤음직한 판단의 기준들, 때론 세상이 규정하고 있는 도덕 가치들의 재인식과 반전들, 이런 것들을 다루며 올라오는 내 안의 감정들… 이런 것들을 다루기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겠다고. 또 이런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와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서로의 정보가 중요함을 설명했다. 나는 먼저 털어놓았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의 모습을, 나의 진심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아이들로서는 뜻밖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이야기가 끝나자 분위기가 상당히 우호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반응만으로도 아이들이 그동안 인간적인 교감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우호적인 라포rapport가 형성된 바탕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여느 독서치료 때처럼 자기소개 글을 써보라고 했다. 아이들의 글을 보고 나는 적이 놀랐다. 글들은 한 아이의 것을 베끼기라도 한 듯 여섯 명이 모두 비슷했는데, 전반적으로 대단히 패배적이면서 무기력한 자화상들이었다. 전형적인 스튜던트 에퍼시. 한 아이의 글에는 자살이라는 말도 언급되어 있었다.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수시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그런 일을 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 알고, 그저 하라는 대로 하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는 것뿐이라고.

부모와 교사가 열쇠다
여섯 명이 하나같이 똑같다는 것에 놀라기는 했지만 금방 이해됐다. 아이들은 중학생, 아니 아마도 초등학생 때부터 늘 목표를 높게 잡고는 그 목표를 향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외고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바로 그때부터 긴장 완화에서 오는 허탈과 탈진이 온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한 노력을 해야만 된다는 것에 아이들은 미리부터 겁을 먹고 짓눌려 있다. 자기 능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채 무한경쟁의 학업에 몸과 마음이 혹사당하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무한경쟁을 위해 온갖 에너지를 소진했기에 그들은 충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충전을 하기도 전에, 다시 전쟁터로 내몰린 것이다. 그들이 갖게 된 공포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논술지도를 하면서 조금씩 치료적인 수업도 병행할 예정이었는데 이건 처음부터 심리치료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는 자아실현 요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을 꼭 성취해야만 된다고 목표에 너무 구속당하면 힘들다.
자신이 현재 이룬 것과 자기의 능력에 일단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어낸 자신을 충분히 칭찬하고 보상도 주어야 한다. 그런 뒤에 자신이 누리고 품었던 기쁨도 목표도 남과 같이 나눌 때에 진정한 기쁨이 된다. 남들과 자기 감정이나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이 편안해질 것이다…. 앞에서 끌어올린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논술 관련 책을 읽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진정한 자아실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첫 한 달이 끝났을 때 나는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그동안 내가 느낀 것들을 말했다. 아이들이 성적은 좋으면서도 자존감이 매우 낮고 무기력하다는 것,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어머니들은 공감했다. 아이들이 그런 스트레스를 겪고있는 걸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대세앞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어떻게든 스스로 잘 이겨 나가기만을 바라는 형편이랄까. 내 아이에게 설마 무슨 일이 있을라고… 다들 그런 생각인 것이다.

내 아이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고 장담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참 안타깝다. 내가 도서관이나 학교가 마련한 부모교육, 교사연수 등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이 양육의 가장 중요한 접점에 부모와 교사가 있고, 그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있어 그들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나는 십대들의 고민을 그들의 시각에서 풀어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이란 책을 낸다. 자신들을 힘들게 하는 엄마들을 향해 외치는 십대의 아픔, 부모세대와 소통이 단절된 그들의 답답함을 펼쳐 놓았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독서치료 방법을 소개했다. 책 제목을 고민하며 청소년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엄마가 뭘 알아?’, ‘엄마는 진짜 나빠!’ 같은 제목을 내놓았다. 그들의 마음이 단적으로 표현된 이 짧은 문장에서 엄마와 그들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느꼈다. 청소년들의 아픈 가슴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보자. 그들 가슴에 박힌 상처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자. 그래야 그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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