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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⑥담당교사 업무 인수인계하기 사서와 어깨를 겯고 도움 주고받으며_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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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2:04 조회 10,856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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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당교사 업무 인수인계, 왜 그리도 어렵냐…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5년 동안 재직해오던 학교를 떠난다. 집에서 하천을 따라 둑방길로 걸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물색하다가 선택한 곳이다. 학교를 생각하면 출근하던 첫날부터 걸어서 오가던 그 길이 떠오른다. 봄에는 강가의 포실해진 땅에서 하얀 꽃잎을 조그맣게 펼치고 있는 봄맞이꽃을 뿌리째 떠다가 녹찻잔에 띄워 놓고 바라본다든가 한두 송이 피어난 매화를 가지째 꺾어다가 말갛게 씻은 주스 병에 꽂아 놓고 줄줄이 매달린 꽃봉오리가 벙글어지는 모습을 기다리는 등의 만행을 저지른 길이다. 여름 들머리부터 피기 시작하던 나팔꽃이 여름방학이 끝난 한참 뒤까지 부드러운 비로드처럼 갖가지 빛깔로 피어나 높낮이도 셈여림도 노랫말도 각각 다른 노래를 들려주던 그 길이다. 이미 오래 전에 이사해서 출근길이 달라졌지만 학교를 생각하면 언제나 그 길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도서관. 지난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5년 내내 내 업무는 도서관이었다. 지난 학교와 다른 점은 첫해부터 비정규직 사서가 있다는 것이다. 사서가 있는 학교에 오니 한결 마음이 여유로웠는데 첫해는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그해 도서관 업무를 맡은 선생님이 계속 업무 내용을 문의하는 바람에 마음이 몹시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전 학교를 떠나오며 인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유는 누구도 도서관 업무를 맡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도서관을 즐겨 찾고,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도서관 업무를 맡을 사람을 찾지 못했던 이유는 담당교사의 과중한 업무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도서관 운영에 학부모도우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담임을 하면서 도서반까지 관리하고 아예 출퇴근을 도서관에서 하던 모습에 질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전 근무 학교에서 나는 5년 내내 도서관 업무를 맡았다. 사서교사는 물론 사서도 없었고 도서관 업무를 맡았다고 담임을 제외시켜주거나 수업시수를 줄여주지 않았다. 업무담당인 나도 요구하지 않았고 인사위에서 고려하지도 않았기에 담임과 도서관 업무를 함께 하는 일이 몹시 버거웠다. 매년 사서채용을 건의하고 예산을 올렸지만 학년당 7,8 학급 정도로 규모가 작은 학교다 보니 예산 나올 곳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곤 했다.

담당교사 최우선 업무는 정규직 사서(교사) 채용 요구?!
도서관 업무를 맡으면 우선 도서관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독서지도나 도서관 활용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정규직 사서 채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스스로 좋아서 20여 년 동안 도서관 업무를 맡아온 나의 결론은 학교에 도서관 업무를 담당하는 교과교사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이상적인 독서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한 학교에 최소한 사서교사 한 명, 사서 한 명이 함께 근무하면서 사서교사는 도서관 활용수업 연구나 자기주도적 학습방법 연구 등 도서관 활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독서교육과 독서치료 등에 힘쓰며 사서는 도서관 관리와 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몇 년 전 방문했던 프랑스의 성 마리학교는 유치원부터 대학 준비 과정까지 모두 6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데 학교도서관에는 직접 학습지도가 가능한 사서교사가 둘, 대출과 반납 등을 담당하는 전문사서가 둘, 모두 네 명의 사서가 근무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급 단위로 도서관에 와서 사서교사로부터 도서관을 체험하는 수업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책을 자연스럽게 만남으로써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독서를 취미로 삼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는 것이다. 프랑스의 교육은 학생들 개인이 제각기 자유롭게 자기의 능력과 적성을 키워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스스로 탐구하는 공부를 유도한다. 그러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학생이 혼자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교과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고 이때 사서교사는 교과교사와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겨울에 돌아본 북미 학교도 다르지 않아서 우리 일행이 방문한 학교마다 담당교사가 아닌 한두 명의 정규직 사서교사가 도서관을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 토론토의 조이스 초등학교처럼 적극적인 담당교사가 열정적으로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학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문적인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수업을 협력하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도서반 운영은 학급 운영 뺨치는 정성과 관심 기울여야
사서가 없는 학교도서관에서는 좀 더 효율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학부모도우미나 도서반을 운영하는데, 나는 학부모도우미가 사서교사의 채용을 미루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운영하지 않았다. 학부모도우미를 교육하고 관리하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감정의 소비도 만만찮다. 학부모는 오히려 학부모독서회나 학부모강좌,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에서 도서관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도서관 운영에 더욱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도서반은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여 학생들 스스로 계획하고 꾸려나가게 해야 한다. 서가를 정리하고 도서 대출과 반납 등을 맡는 도서반에게 봉사시간을 주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독서나 독서토론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서반 운영은 학급 담임으로서 한 학급을 운영하는 일만큼이나 정성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사서가 ‘보조’ 역할에 머물면 담당교사는 또 어쩌나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전념을 위한 교원 업무 정상화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교사가 ‘교육활동’과 ‘교무행정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던 업무분장 체제에서 교무행정업무를 제외시킴으로서 본연의 교육활동인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한다. 2012년부터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침을 보면 사서는 과학조교나 교무보조, 전산담당과 함께 교무행정 전담팀에 소속되어 있는 ‘보조’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서가 보조의 역할에 머문다면 담당교사와 어떻게 업무를 나누어야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크게 ‘교육 지원부’와 ‘교육 운영부’로 업무를 나누었다. 담임교사는 모두 교육 운영부 소속으로 두어 행정업무를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지도에 힘쓰고 담임이 아닌 교사들이 교육 지원부에서 행정업무를 맡는 형태로 운영했다. 그리고 ‘행정전담요원’을 채용하여 각 부서의 일부 행정 업무를 맡게 했는데 이 와중에 도서관은 아무 부서에도 속하지 않고 비정규직 사서가 전담하게 되었다. 도서관 운영은 예산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많아 학교장의 학교경영방침과 차이를 보일 경우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일이다. 비정규직 사서가 소속된 부서도 없이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다른 업무를 맡고 있던 나는 다시 아무도 맡지 않던 도서관 업무도 함께 담당하게 되었다.

학교구성원들 이해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도서관 업무
올해 근무한 사서 선생님은 다른 학교에서 사서로 계시다가 자녀가 그 학교에 입학하는 바람에 우리 학교로 오신 분이다. 선생님은 사서 업무와 교육에 대한 기본을 갖춘 사명감 강한 분이셨기에 지난 1년 동안 도서관 운영이 매우 순조로웠다. 나는 그 선생님과 협의하여 1년 동안의 도서관 운영 계획을 짰다. 담당교사인 나는 함께 세운 계획에 대해 각종 행정적인 결재를 받고 사서 선생님은 도서반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는 때때로 사서 선생님의 요청을 받아 도서관을 ‘지나치게 편안히’ 이용하는 학생들을 제재하는 등 선생님 선에서 해결하기힘든 일들을 감당하는 역할을 했다.

도서관 업무는 특히 학교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정규직 사서가 도서관을 맡을 경우 특히 담당교사는 사서 선생님이 도서관 운영 이외의 업무에 노출되거나 교무보조와 같은 일에 시간과 감정을 허비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2011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서울시교육청은 모든 중학교에 사서를 배치했다.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할 사서가 근무하니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정규직 사서가 아니라 근무 일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사서는 도서관 이용교육부터 독서교육 프로그램 개발, 각종 도서관 행사까지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은데 수고에 대한 정당한 보수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면 어느 누가 열성적으로 일할 마음이 생길까 싶었다. 전교생이 제각각 다른 이유로 드나드는 학교도서관에서 사명감과 열정으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서교사들이 좀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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