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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책 그리기]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아마추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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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11-25 11:36 조회 3,76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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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아니 야구의 계절입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고 TV에서는 연일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가장 흥미롭고 생동감 넘치는 가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플레이오프는 꽃피는 봄을 시작으로 땡볕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 낙엽 지는 가을까지, 7개월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프로야구의 우승팀을 결정짓는 초미의 관심사니까요.
여기, 그 프로의 세계에서 이제는 멀리 안개 속으로 자욱이 사라진 82년의 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가 있습니다(아니, ‘있었습니다.’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네요).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2년에 인천을 연고로 하여 결성된 프로야구팀입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 생소하지만 당시 인천은 프로야구의 도입과 함께 인천을 연고로 한 팀의 창단으로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인천의 어린이들도 리틀 미 슈퍼스타즈 회원으로 앞다투어 가입하며 꿈과 희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인천 시민과 어린이들의 이런 기대와 달리 삼미 슈퍼스타즈는 82년 프로야구 원년 첫 해, 15승 65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6개 구단 중 꼴찌를 하게 됩니다. 인천 사람들의 실망은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83년에 삼미는 잠시 2위로 원년의 부진을 극복하는 듯했으나 다시 꼴찌로 밀려나고 84년, 85년 연이어 최하위 성적을 유지하다 결국 팀이 해체되기에 이릅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과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은 이제는 프로의 세계에서 잊힌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로란 무엇인가
1982년은 우리나라의 프로야구가 시작된 해입니다. 6개의 프로야구단이 창단되었고, 3월 27일 개막 경기가 열렸습니다. 바야흐로 프로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사람들은 프로야구에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나도 프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야구의 종말>은 그러나 오직 인천의 사정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 여름엔―인천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도시가 프로야구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중략)… 그리고 그 열기는 ‘프로’라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열띤 토론과 찬사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각계각층, 남녀노소, 신사숙녀, 지휘고하를 막론한 모든 이들이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프로가 되어 있더라>라는 신앙 간증을 하게끔 만드는―거대한 부흥회와 같은 성격으로 세상을 회개시키기에 이르렀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76쪽)
 
여러분도 ‘프로’라는 말을 익히 들어보셨죠? 우리는 흔히 ‘프로답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요. 프로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을 줄인 말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지요.
그런데 사회적 의미가 함구하는 바는 이보다 훨씬 넓은 것 같습니다. “이젠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프로는 아름답다.” “프로주부 9단” 등. 또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골프 등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스포츠에는 ‘프로’ 라는 말이 붙습니다.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쿡방(Cook + 방송)도 예외는 아니어서 텔레비전을 틀면 채널 여기저기에 내로라하는 프로 쉐프들이 등장했습니다. 아무래도 프로라는 말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TV에서도 프로라는 말은 모두가 지향해야 마땅한 어떤 대명사가 된 것 같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앞서서 프로라는 말의 의미를 떠올려 본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프로란 과연 무엇인가요?
 
프로와 아마추어
여기, 프로야구의 세계에 뛰어든 아마추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입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실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였던 감사용 선수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감사용 선수는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직장인으로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를 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감사용은 삼미 슈퍼스타즈에
서 프로로 뛸 투수를 뽑는다는 모집 공고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회사까지 땡땡이치며 선수 테스트에 지원하게 됩니다. 구단은 감사용이 단지 왼손 투수라는 이유로 채용합니다. 구단에 좌완(왼손) 투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야구를 배우고 선수로 트레이닝 받아 키워진 프로는 아니지만 감사용 선수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열심히 훈련에 임합니다. 감사용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는 꿈이자 인생입니다. 비록 후보 선수에, 패전 처리 전문 투수로 다 진 경기에만 마운드에 서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어느 프로 못지않습니다.
그리던 어느 날, 감사용에게도 기회가 옵니다. 당시 20연승의 신화를 이룬 유명한 투수인 OB 베어스 박철순을 상대로 꿈에도 고대하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게 된 것이죠. 이제 이기고 지는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삼미 슈퍼스타즈는 당시 프로야구계에서 엄청난 연패 기록을 남기며 처참한 꼴찌로 비난당하고 조롱받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평범한 직장인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팀의 에이스가 됐다거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거나 하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기승전결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결
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영화는 경기에서는 패배자이지만 자신의 야구를 완성해 나가는 슈퍼스타 감사용의 삶을 통해 아마추어로서의 삶을 담담하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편 그런 삼미 슈퍼스타즈를 사랑했던 팬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속 주인공은 유년시절 자신의 꿈과 희망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몰락하는 것을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프로로 소속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원년의 종합 팀 순위로 그것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스: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아아, 실로 무서운 프로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고 16살의 나는 생각했다. 그럼 평범한 삶보다 조금 못하거나 더 떨어지는 삶은 몇 위를 기록할 것인가? …(중략)…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 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 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 이상한 일이긴 해도 원래 프로의 세계는 이런 것이라고 하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26~127쪽)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소위 누구나 꿈꾸는 일류대에 진학합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방황하던 청춘도 잠시. 주인공은 다시 출석하라는 대로 출석하고, 숙제하라는 대로 숙제하며 또 다시 프로로서 소속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대학을 졸업, 대기업에 입사하여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직장생활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지만 결국 그 신념 때문에 가정은 파탄이 나고 맙니다. 결혼생활은 무너지고 아내와 이혼한 주인공은 설상가상으로 IMF로 인한 구조조정을 맞아 직장에서마저 해고됩니다.
프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프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던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 주인공은 무력해집니다. 그때 바로 그를 일으킨 것은 잊고 살았던 삼미 슈퍼스타즈였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유년시절 삼미를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같은 아픔을 겪었던 친구와 함께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다시 한 번 창단하기
에 이릅니다.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재현하면서 그 안에서 그들의 야구철학을 깨우칩니다.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몸부림치는 야구가 아니라, 져도 상관없고 단지 자신들의 야구를 완성하기 위한 야구를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그리고 삼미 슈퍼 스타즈는 패배자가 아니라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아마추어일 뿐임을, 프로의 세계에서 패배자처럼
살 필요가 없음을 깨닫습니다. 오히려 아마추어의 세계에서 그동안 프로로 사느라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되지요.
여러분은 혹시 아마추어의 뜻을 아시나요? 우리는 프로의 개념에만 너무 익숙해서 아마추어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마 잘 모를 겁니다. 아래는 아마추어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아마추어(amateur)
[명사]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 비전문가’로 순화.
 
사전에서 아마추어는 비전문가이지만 예술이나 스포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프로만이 살 길이라 여기고 프로가 되기만을 고대하고 노력합니다. 사실 아마추어의 삶에는 이러한 뜻이 숨어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과 ‘즐겨 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이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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