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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십대들의 연애와 성 <키싱 마이 라이프> VS <제니, 주노> -조수진 서울 관악중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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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6-16 17:25 조회 6,2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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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연애와 성性

『키싱 마이 라이프』 vs <제니, 주노>
 
조수진 서울 관악중 사서
 
5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다는 건 알아도, 입양의 날이 있다는 건 잘 모를 것입니다. 11일은 바로 입양의 날입니다. 지금도 많은 아기들이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입양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입양의 날을 보내면서 십대 미혼모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옥수 작가의『 키싱 마이 라이프』는 도서관에서 인기 많은 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십대들이 한창 관심을 가진‘ 성’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십대의 연애와 성이라니! 그러나 결코 재미로만 볼 책은 아닙니다.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십대의 임신 문제, 미혼모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제니, 주노>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이 영화를 봤는데 꽤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현실성은 좀 떨어지지만요.

 
『키싱 마이 라이프』나 <제니, 주노> 모두 십대의 임신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그러나 현실에 분명 존재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모두가 쉬쉬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한순간의 호기심이나 감정으로,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이를 갖기도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십대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쉬쉬할 것만 아니라 언젠가는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수면 위로 올려야 합니다. 두 작품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키싱마이라이프.jpg
『키싱 마이 라이프』
이옥수 지음|비룡소|2008
 
 
제니주노.jpg
<제니, 주노>
김호준 감독|박민지, 김혜성 외 출연|2005
 
 
 
사랑일까 호기심일까
『키싱 마이 라이프』의 하연이와 채강이 그리고 <제니, 주노>의 제인과 준호 두 커플은 모두 십대입니다. 두 여자친구 모두 임신을 하게 됩니다. 하연이는 열일곱, 제니는 열다섯 살입니다. 두 친구 모두 이런 사실을 알자마자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합니다. 두 남자친구의 반응은 어떨까요? 몹시 당황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며칠 동안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책임지기 싫어서라기보다 무섭고 당황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입니다. 결국 이 네 친구들 모두 자신들의 아이를 책임지기로 합니다.

그런데 두 작품은 표면으로 보이는 행동은 같지만 그 관계는 조금 다릅니다. 제니와 주노는 서로 죽고 못 살 만큼 아주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부모님들이 반대를 하거나 말거나 둘은 서로를 살뜰히 챙기고 보살핍니다. 주노는 여자친구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니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새벽에라도 한걸음에 달려옵니다. 이에 양가 부모님은 두 사람이 십년 후 스물다섯 살이 되어서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면 결혼시키기로 합니다. 두 사람은 그때까지 마음이 변하지 않고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키싱 마이 라이프』의 하연과 채강은 제니, 주노의 관계와는 조금 다릅니다. 채강이는 하연이를 좋아했지만 사실 하연이는 채강이보다 친구 진아의 남자친구인 현규에게 좀 더 마음이 있었습니다. 채강은 현규의 단짝 친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진아와 현규가 사귀게 되죠. 하연은 진아에게 지기도 싫고, 또 진아가 ‘넷이 놀면 좋잖아~’라며 꼬드기는 말에 ‘한번 사귀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채강과 사귀기 시작합니다. 물론 한결같은 채강의 모습에 하연이는 채강이를 점점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두 친구는 제니, 주노와는 좀 다릅니다. 하연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채강이는 가끔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물론 두 친구 모두 아빠로서 책임지겠다고 결심하지만 말이죠. 하연과 채강의 관계는 제니와 주노보다는 조금 위태로워 보입니다.

사실 이쪽이 더 현실적입니다. 십대들의 이성교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십대 때에는 결혼할 상대를 만난다기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다른 친구를 만나기도 하니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만남과 이별을 통해 성숙해집니다. 또 나에게 잘 맞는 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혼은 평생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과정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과정 없이 일찍 부모가 된 이 아이들은 정말 서로만을 평생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라도 만일 나에게 더 잘 맞는 이성친구를 만나게 되기라도 하면 어쩌죠? 두 사람은 정말 사랑일까요?
 
 
만약에 내 친구가 주인공이라면?!
제니와 주노, 하연과 채강에게는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제니와 주노에서는 반 친구들이 집에 갇힌 제니를 구해(?) 체육관 강당에서 조졸한 결혼식을 열어주기도 하고 제니가 아기를 낳자 함께 아기에게 줄 선물을 사서 병원에 가기도 합니다. 사실 십대들의 임신이 이렇게 친구들에게 축하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실은 하연과
채강을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하연과 채강의 단짝 친구들인 진아와 현규는 엄마를 피해 집을 나온 하연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오갈 데 없어 모텔에서 지내는 하연이가 먹고 자는 데 드는 비용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현규는 학원도 가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의리를 지키느라 해야할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친구들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실 부모님께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십대들의 처지는 대부분 이와 비슷합니다. 집을 나와 어딘가에 숨어 지내고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사 온 인스턴트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고…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죠.

만약 내가 제니와 주노, 하연과 채강의 친구들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내 친구들이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친구들을 위해 돈을 벌어다 주고 숨겨 주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나을까요? 어떤 것이 친구를 위해 더 좋은 것일까요?
 
 
낳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두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만일 십대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에 아기를 낳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낳지 않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일까요? 아니 이건 과연 선택의 문제일까요, 옳고 그름의 문제일까요?

제니와 주노는 함께 임신 중절과 관련된 교육용 영상자료를 찾아봅니다. 그리고 아기나 너무 불쌍해 울먹이며 꼭 낳기로 결심합니다. 한편 하연이는 처음에는 아기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원망하며 배를 두들기기도 하고 소주를 마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채강이와 함께 초음파로 아기 사진을 보자 자신이 그런 마음을 먹었던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낍니다. 소설과 영화 둘 다 두 친구가 아기를 낳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아기를 낳긴 했는데, 과연 그 아기를 누가 키울까요? 이 아이들은 과연 다른 친구들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다니고 자신들이 되고자 하고, 꿈꾸었던 것들을 이룰 수 있을까요?

사실 『키싱 마이 라이프』가 열린 결말로 끝나는 반면 <제니, 주노>에서는 그 뒷이야기가 조금 더 나옵니다. 주노는 아기와 미래를 위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된 제니의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키즈카페에 들어섭니다. 결국 아기에 대한 책임은 제니와 주노의 부모님들이 지는 셈입니다. 물론 이렇게라도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천만다행이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는 『키싱 마이 라이프』 속 미혼모 시설의 모습에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고운세상 미혼모 시설의 소녀들은 임신한 몸으로 오갈 데 없이 방황하다가 이 시설에 들어왔습니다. 고운세상은 아기를 낳기로 한 소녀들이 출산을 하고 자립을 하거나 아기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시설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입양하는 과정은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아파 키우기로 맘먹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아주 가혹합니다. 아기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을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데 그 동안 아기를 봐 줄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렇게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어 자라게 되는 아이들은 과연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요? 반대로 아빠 없이 어린 엄마가 혼자 키우게 되는 경우는 행복할까요?

우리가 책임져 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과연 최선의 대책일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반대로 아기의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한 생명이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마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입양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입양국가입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전쟁고아들이 많았으니 이런 오명을 쓸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 성장에 성공한 지금도 여전히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한 경우도 있지만 부모의 폭력이나 차별로 인해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낳지 말아야 할까요? 중절 수술은 아주 커다란 윤리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산모의 몸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태아에 대한 살인 행위이다, 아니다에 대한 찬반 논란에 중심에 서 있습니다. 중절 수술은 십대 미혼 부모를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제니와 주노는 십대 미혼모의 문제를 비교적 밝게, 『키싱 마이 라이프』는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물론 <제니, 주노>가 보기에는 좀 부담이 덜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 있어야 할 임신 문제를 너무 쉽게 그려 내어 십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끼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작품 모두 ‘생명에 대한존중’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키싱 마이 라이프』를 지은 작가 또한 이 마음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 것입니다. 이른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된 어린 부모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더불어 생각해 볼 문제들
  •‘ 베이비 박스’에 대한 찬반
  (아기 버리는 것을 조장한다/ 생명을 구하는 대안이 된다.)
  •‘ 입양 특례법’은 존속되어야 한다/ 폐지되어야 한다.
  • 국내 입양을 장려하는 방법은?

함께 볼 만한 영화
<드롭 박스>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 이종락 외 출연, 2016
미국 대학생들이 한국의 한 교회에서 만든‘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현재 국제적인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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