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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잠자는 아이들을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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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2-31 10:07 조회 5,1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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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가끔 고3 때 수업이 생각난다. 실제로 교사와 수업을 하는 아이는 5명 내외였고, 대부분 잠을 자거나 멍을 때렸다. 교사로서는 수업은 이끌어 나가야겠고, 학생으로선 재미도 없고 학원보다 못 가르치는(?) 수업을 들을 수 없으니, 서로 ‘방해는 말자’라는 최소한의 합의가 암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참으로 애매한 이 광경은 15년이 훌쩍 흘렀건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굳이 찾자면 수업 중 대놓고 화장과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오늘 내가 진행한 수업 중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정작 나는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졸 수 없는 수업 만들기
‘나는 학생이고 졸업은 해야겠으니 자리에는 앉아 있어 주겠다.’, ‘나는 교사이고 수업은 해야겠으니 대놓고 방해만 하지 말아라. 그러면 못 본 척해 주겠다.’ 이 어처구니없는 교사와 학생의 합의점은 무엇이 문제일까. 능력 없는 교사? 예의 없는 학생? 입시제도? 아니다. 더 이상 밖으로 탓을 돌리지는 말자. 적어도 우리가 교사이고 어른이라면 어둠을 탓하지 말고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글에서 생각해 볼 부분은 강의식 수업이다. 강의도 강의 나름이지, TED, 100도씨 이런 강의들이 얼마나 귀에 쏙쏙 들어오고 유용한데 그런 말을 하느냐 물으신다면, 그 감동적인 강의를 하루에 최소 7시간, 9시간씩 매일 들을 수 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강의 자체의 완성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소통이 빠졌기에 어떤 감동도 배움도 가져오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권위를 가진 교사의 일방통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방통행은 입시와 맞물려 괴물로 변해 버린다.
 
『최고의 영어 교사 초등편』『최고의 영어 교사 중고등편』
EBS 최고의 영어 교사 제작팀 지음|블루앤트리|2013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그래서 수업이라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교사는 대안을 고민하게 된다. 목표점은 소박하다. 아이들이 자지 않는 수업,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을 원할 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전국 초중고 영어선생님 30여 명이 모여 EBS와 함께 방송을 만들고 책까지 엮었다. 특히나 영어교과의 경우 외국어이기에 교과의 성격상 기능적 측면만을 교육 대상으로 삼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럴 경우 강의식 수업이 일반적일 텐데,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일단 초등편과 중고등편 두 권에 소개된 모든 수업에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모둠 수업. 짝꿍과 역할을 나누어 새로운 표현을 연습하는 단순한 단계에서, Lore chain / Whisper game과 같이 협력하는 게임(초등편 14장, 중등편 15장), 릴레이 만화 그리기(초등편 15장), 힙합 만들기(중등편 8장) 등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특히 Jigsaw listening(중등편 3장)에서 엿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인상적이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빈칸의 활동지를 배부받기 때문에 짝끼리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선생님과의 소통보다 친구들 사이에서 더 많은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 밖에도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 새로 익힌 영어표현(I’m running.)을 입으로만 따라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뛰면서 따라하고(초등편 1장), 과감히 스마트폰(초등편 5장)・게임 캐릭터(초등편 8장)를 수업에 도입하고, 연예인 수지에게 구애 UCC를 만들기도 한다.(중등편 5장) 엉뚱하게 텃밭에서 수업을하고(초등편 6장), 교사가 기타를 메고 등장(중등편 16장)하지를 않나, 난데없이 유재석이 “짱이야”를 외치니(중등편 5장) 한눈을 팔 수가 없다. 거기에 활동지를 본인 수준에 맞게 선택함(초등편 7장)은 물론, 평가까지 수준별로 이루어지고(중등편 4장), 학생들 사이에 상호평가가 실시된다. 이쯤 되니 어떻게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이 나오겠는가. 감히 ‘최고의’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의 고민은 시작이 달랐다.
 
“선생은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편, 198쪽)

 
참여하는 수업, 도서관 활용수업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가르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수업을 만나러 가자. 이번 수업의 주인공은 바로, 전 교과 대비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의 꽃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절대적인 머릿수 부족(?)으로 비정규직과 담당교사에게 가려 잊혀 가는 그들이, ‘슬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말이다.
사서교사가 수업을? 아직도 어색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사서교사도 수업이 어색하다. 학교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을 안 하는 이들이 더 많고, 하더라도 절대적 시수와 경험 부족으로 타 교과에 비해 수업의 질이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승부수를 건 것은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이다. 게다가 “교사와 아이를 함께 살리는”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제까지 붙였다.
도대체 이들이 어떤 수업을 하길래? 궁금하지 않으신지. 먼저 중・고등편을 살펴보자. 독자가 사서교사와 도서관 활용수업에 어색하다는 전제 아래, 여는 글을 건너뛰고 1장과 2장도 건너뛰고 바로 142쪽으로 직진하시길 권한다. 우리가 이리 서둘러 만나볼 수업의 주인공은 경기여자고등학교의 전보라 사서교사. 초중등편을 통틀어 전 교사가 말하는 수업은, 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수업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만하다.
학생들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게 아니라, 도서관을 종횡무진하며 자료를 찾고 모둠원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4차시로 이루어진 생물수업,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생물 종 다양성’을 공부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찾고 정보를 분석하며 발표를 준비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써야 과제가 해결되니 어떻게 졸수 있겠는가.
물론 학생들을 도서관에 던져놓고 조사하라고 하면 다시 잠자는 풍경이 나올 것이다. 이들을 깨우는 핵심은, 각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적절한 개입에 있다. 생물교사가 프로젝트의 성격과 주제에 따른 배경지식 등 교과의 내용적인 부분을 브리핑하면, 사서교사는 자료 다루는 법, 즉 학생들이 어떤 자료를 찾아서 어떻게 분석하고 정리하는지 등 방법적인 측면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도 학생들에게 그냥 던져주지 않는다. 모든 자료는 “정보길잡이(패스파인더)”와 함께 제공된다. 이는 평범한 목록이 아니다. ‘생물 다양성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자연은 알고 있다』라는 책의 67쪽을 보면 좋은데, 그 까닭은 “생물 다양성이 인류 문명에 끼치는 영향을 읽을 수 있다.”라는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알려 준다. 그 밖에도 검색키워드 추출법, 정보 분석법, 발표법 등 단계별 교육이 부지불식간에 슬그머니 이루어져,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조사학습을 성공할 수밖에 없도록 이끈다. 이런 적절하면서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지는 개입을 통해, 학생은 바로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그리고 알기 때문에 움직인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모두 말이다. 이것이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의 힘이다.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초등』 김강선 외 지음|학교도서관저널|2014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강봉숙 외 지음|학교도서관저널|2014

수업을 넘어선 진짜 공부
『고등학생 소논문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소병문 외 지음|씨앤톡|2014

앞에서 소개한 도서관 활용수업의 연장이다. 사실 수업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공부, ‘소논문쓰기’를 다루었다. 논문이라니? 고등학생에게 논문이 웬 말인가 싶겠다. 학술 논문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 성격을 가진, 보고서보다 약간 진화된 모습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쉽게 말해 한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료를 수없이 읽어 보고 난 후 얻게 된 나름의 답을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역시 주체가 교사가 아닌 학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학생에게 적절한 도움을 준다. 어떤 주제가 좋은 주제이고 논문쓰기에 알맞은지, 해당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 어떤 책과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지, 논문의 형식은 어떠한지 등 단계별로 안내해 주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도서관 협력수업에서의 사서교사의 역할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마 눈치챘을 듯싶다. 이 책의 저자 4명도 모두 사서교사이다.
본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장 큰 특징은 ‘주제의 구체화’와 ‘자료검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 기존의 논문쓰기 관련 책들이 ‘논문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예시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가 논문에 적합하다고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주제를 잡아가기 위해서 검색활용・브레인스토밍・마인드맵 등 어떤 과정을 거쳐나가야 하는지를 안내하고 있다. 자료검색에 대해서 담은 3장 “어떻게 찾을까?”도 같은 맥락이다. 간단하게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방법에서부터, 키워드 검색・구문 검색・불리언 검색 등 검색 방법은 물론, 어느 도서관과 어느 데이터베이스에서 어떤 분야의 자료를 찾을 수 있는지 각 DB들의 성격과 이용 방법을 총망라해 담아냈다. 주요 주제별로 기본이 되는 단행본・사전・연속간행물・관련단체의 정보를 담은 것도 논문을 처음 써 보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요즘은 논문이 입시를 위한 스펙으로 관리되다보니 이 거창한 표현에서 불편한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부가 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진짜 모습이 아닐까. 한 주제에 대해 학습자가 탐구하고 배운 것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그 자체 말이다. 교사는 교탁 앞에서 참고서를 읽고 학생은 기계처럼 그것을 받아 적다가 엎드려자는 교실이 아니라,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정하고 자료를 발로 찾아다니며 읽어 내고 정리해 발표하는, 살아있는 교실을 꿈꿔 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전국의 사서교사가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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