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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책 읽는 부모]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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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2-30 00:41 조회 6,00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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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평생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소질이 있는지 찾게 해 주려고 어려서부터 피아노, 그림, 발레, 바둑, 축구, 수학 등 각종 학원을 보내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일상의 소소한 일을 아이와 함께할 때, 아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은 뭔가를 하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책을 만나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하려면 집안일부터 함께하자
『돼지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보여 준다. 표지를 보면 엄마가 아빠랑 두 아들을 등에 업고 힘겹게 버티고 있고, 등에 업힌 사람들은 독자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책장을 펼치니 쉴 틈 없이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하느라 지쳐 보이는 엄마와 돼지처럼 먹을 것을 달라고 소리 지르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빠와 두 아들이 나온다. 끝내 엄마는 “너희는 돼지야!”라고 쓴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다. 집안은 온통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해지고 아빠와 아들은 짜증을 내며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 한다. 엄마의 희생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삶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가출했다가 돌아온 후에 아빠랑 두 아들은 엄마를 도와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 다림질, 침대정리 등 집안일을 함께한다.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식구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 외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도 발견한다.
좋아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하고 싶고, 그렇게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두 아들은 이제 요리를 하면서 재료나 요리법에 따라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도 하고 음식들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새로운 요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는 재료나 요리법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식구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세상에 있는 많은 직업은 일상생활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반복하다 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일은 좀 더 전문적으로 직업으로 하고 싶어진다.
온 식구가 집안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일을 함께하면서 그 과정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거나 함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집안일부터 아이와 함께하면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가 요구하는 것 말고 아이가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다면 아이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지음|허은미 옮김|웅진주니어ㅣ 2001
『니가 어때서 그 카노』
남찬숙 지음|이혜란 그림|사계절출판사ㅣ2006

뭐가 될지 상상이 안 가는 아이, 좋아하는 것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니가 어때서 그 카노』에서 송연이는 부모나 세상이 정해준 틀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씩씩하게 산다. 어른들은 송연이가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이 많으니 잘하는 것도 많아서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척척 해내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부당하게 시키는 일은 하지 않지만 엄마가 아프면 부엌일도 맡아서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엄마랑 고모랑 같이 잔치 음식을 하며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 관심 갖고 스스로 판단해 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기도 한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른들 일이라고 외면하거나 아이들 일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겪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에 반해 중학생인 언니 서연이는 공부밖에 모른다.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 그것도 부모를 위해서 하는 공부란다. 판검사나 의사가 되서 부모님 해외여행도 시켜주고 집도 사주고 딸만 낳았다고 할머니한테 구박받은 엄마의 한도 풀어 준다고 한다. 실제로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떨 때 기분 좋은지 들여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연이가 부모를 바라보는 관점은 맹목적이고 일방적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온 큰아버지처럼 되서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엄마 아빠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서연이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해야 할 일을 부모와 함께 하면서 기쁨을 느끼거나 필요한 일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면 뭐든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언니는 성적이 좋을 때 외에 즐거운 일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송연이는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산도, 강도, 학교 다니는 길도 좋아 언제까지나 그곳에 살고 싶어 한다. 엄마가 하는 말과 모습을 좋아하고 아빠랑 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많으니 앞으로 송연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이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고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 맞추어 살려고 할 때, 아이들은 삶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과 환희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려고 기를 쓰게 된다. 부모가 아이와 무엇이든 함께할 때 아이는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아이와 부모는 더욱 신뢰가 쌓일 것이다. 자신감과 신뢰 속에서 사는 아이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며 뜻밖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넉 점 반』
윤석중 지음|이영경 그림|창비|2004

『넉 점 반』에서 어린아이가 가겟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가겟집 영감님한테 시간을 물어보고 집으로 가려다가 세숫대야 위에서 물 먹고 있는 닭을 본다. 신기한 눈길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옆으로 개미 떼가 몰려와서 닭장 옆에 떨어진 모이를 들고 가는 것을 본다. 아이는 개미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내려다보며 따라가다가 개미들이 멈춰 서자 무슨 일인가 하고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갖다 댄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잠자리가 모이를 낚아채 가는 모습을 보고 잠자리를 따라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잠자리가 분꽃 위에 앉으니 분꽃이 눈에 들어와 분꽃에 온 마음을 빼앗긴다.
아이는 신기한 것들에 몰입하고, 그 관심사는 계속 새로운 것으로 이어졌다. 닭을 보고 있던 아이가 분꽃 동산에서 노래를 부르며 실컷 놀게 될 것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누군가 이렇게 긴 여정을 다녀오라고 시켰으면 아이는 신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에 나타난 대로 네 시반에 시간을 물어보고 가게를 나선 아이가 해가 질 때까지 신 나는 모험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심부름을 가지 않고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참으며 지낸다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닭, 개미, 잠자리, 분꽃과의 만남은 모두 우연한 경험이고, 그 기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는 내일 다시 이들을 보러 밖으로 나갈 것이고, 이들은 아이에게 평생 함께할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이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자주 보고 알려고 하게 될 것이고, 이러면서 잘하는 것도 생기게 될 것이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을 기다린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날마다 즐겁게 내일을 기다린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적성에 맞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다. 우리 아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집안에서부터 뭐든 함께해 보자.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면 아이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때, 아이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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