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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지은이가 독자에게] 왜 ‘삐딱한 글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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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1-16 23:13 조회 5,14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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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모 월간 <작은책> 대표, 『삐딱한 글쓰기』 저자
 
 
     『삐딱한 글쓰기』안건모 지음|보리|324쪽|2014.07.01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1996년 무렵 버스 노동자로 일할 때 시내버스 현장의 열악한 사정을 글로 써서 꼭 고발하고 싶었다. 해마다 파업을 하는데 정부와 회사, 어용 노동조합과 짜고 하는 파업이었다. 언젠가 그걸 꼭 글로 써서 고발하리라 생각했다. 그건 필연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을 때 ‘일하는 사람들의 글 모음’ 월간 <작은책>을 봤고, 이오덕 선생님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은 나한테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부터 글을 썼다. 그리고 2006년에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보리)라는 책을 냈다. 바로 그 전 해부터 나는 버스운전을 그만두고 월간 <작은책> 편집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작은책>을 만들면서 다른 이가 쓴 글을 편집하고, 글을 쓰고 글쓰기 강연을 다니면서 글을 더욱 잘 쓰고, 잘 가르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나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나오는 글쓰기 책마다 샀다.그러다 보니 사들인 글쓰기 책이 7백 권이나 됐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많지 않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짓는 글’을 가르치는 책이 많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한 글 잘 쓰는 비법도 없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는 게 글 잘 쓰는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나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러던 중 월간 <작은책>에 ‘안건모의 삐딱한 글쓰기’라는 꼭지를 만들어 연재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초보자로서 어려웠던 경험과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작은책>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글을 쓰는 비결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단번에 글 잘 쓰는 비결은 모른다. 다만 나만이 겪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다. 글을 전혀 못 쓰던 사람이 단번에 글을 쓰게 된 경험. 살아 있는 글이 어떤 글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글이 나오기 시작한 그 경험이 있다.
『삐딱한 글쓰기』는 그런 내용을 묶어 펴낸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것도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글을 쓴 지 18년, 글쓰기 강연을 한 지 10여 년, <작은책>에 글쓰기를 연재한 지 3년째 되는 해에 이 책이 나왔다. 나처럼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글쓰기 수강생들이 쓴 글을 고친 예문들이 있다. 독자들은 초보자들의 글이 왜 어색한지, 어떻게 고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 제목이 왜 ‘삐딱한 글쓰기’인지.
“안쌤 글은 무지 용감하고 진실한데 책 제목을 우째 삐딱하게 정했나요?”
나하고 친한 이가 『삐딱한 글쓰기』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페이스북 메시지에 남긴 글이다. 사실 제목을 이렇게 삐딱하게 쓰면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성공하는 글쓰기’, ‘단숨에 배우는 글쓰기’, ‘누구나 쓰는 글쓰기’ 등 이런 반듯하고 독자들을 유혹하는 제목을 지어야 글쓰기 책이 많이 팔린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나는 ‘삐딱한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오기를 바랐다. 이 제목이 내가 쓴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삐딱한 글쓰기’를 강조한 건 세상이 삐딱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되돌아보자. 우리나라가 해방된 뒤 처벌을 받아야 할 친일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아 역사를 왜곡했다. 이승만은 전쟁광 미국이 ‘한국의 자유를 지켜 준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기가 막히는 억지 신화를 세뇌시켰고, 박정희는 이북을 ‘뿔달린 돼지가 사는 나라’라는 반공 논리로 독재 정권을 이어나갔고, 전두환은 광주 시민을 빨갱이로 몰고 학살하면서 정권을 잡았고, 이명박은 BBK 사기로 부정축재하면서, 사대강 사업으로 자연을 다 망쳐 버렸다. 박근혜는 국정원을 앞세워 여론 조작으로 당선된 뒤, 천진난만한 아이들 300여 명을 살해한 ‘세월호 학살’을 ‘교통사고’로 왜곡할 정도로 기본 소양이 없다. 그런 자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 기본 인권을 무시당하는 비정규직이 900만 명이나 된다. 우리가 사는 이런 세상에서는 국가를 찬양하고 인생을 찬미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글을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삐딱한 글쓰기』의 제목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그런데 이 책 내용이 그렇게 삐딱하기만 할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인 정연순 변호사는 내 책을 읽고 쓴 서평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이 책은 삐딱한 글쓰기라고 되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 누구나(사람이라면) 글을 써야 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를 본인의 삶과 보기글을 들어가며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우연과 필연으로 나온 이 『삐딱한 글쓰기』를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서 조금이라도 정의로운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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