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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책 읽는 부모] 아이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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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1-12 19:05 조회 5,5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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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사랑한다는 부모들의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마음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자녀들이 얼마나 그 사랑을 느끼는지 곰곰이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나친 관심과 개입으로 아이가 힘겨워할 수도 있다. 부모로서 무엇이든 해 주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살피고 존중하는 것도 사랑이다.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즐거움을 맛보고 그에 따라오는 힘든 일을 기꺼이 감당하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육용희 어린이책시민연대
 
『장수탕 선녀님』백희나 지음|책읽는곰|2012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조프루아 드 페나르 지음|이정주 옮김ㅣ베틀북|2002
『지옥탕』손지희 지음|책읽는곰|2011
 

놀며 상상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덕지는 길 건너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뒤로 하고 엄마와 자주 가는 장수탕 목욕탕으로 간다. 얼핏 봐도 스파랜드보다 값이 싼 장수탕을 고집하는 엄마에 이끌려 가는 듯하지만 덕지는 덕지대로 장수탕에 가는 이유가 분명하다.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고, 냉탕에서 실컷 놀 수 있다는 기대감. 덕지는 냉탕에서 실컷 논다. 자신을 선녀라고 하는 할머니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장수탕을 나오며 덕지는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는다. 덕지는 냉탕에서 놀아 감기에 걸렸을 때도 냉탕에서 같이 즐겁게 놀았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아픔을 견딘다.
다시 덕지는 엄마와 장수탕을 찾았을 때, 엄마는 냉탕으로 향하는 덕지에게 “감기 걸려도 엄만 모른다!”라고만 하고, 억지로 말리지 않는다. 엄마는 덕지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이후 감기에 걸려도 그것을 잘 이겨내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고,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것은 아이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부모의 지혜로움이 아닐까.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결국 엄마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실컷 놀면서 느끼고 알아가는 경험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하는 게 아닐까?
 
아이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걸까
『지옥탕』의 아이는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목욕탕에 갈 때부터 때를 밀고 나올 때까지 엄마의 강제에 의해 끌려다니기만 한다. 목욕탕에서 어떤 즐거움도 맛보지 못한 아이는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 그곳에서 만난 같은 반의 철수 역시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여탕에 온 걸 보니 엄마한테 붙들려 온 듯하다.목욕탕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 억지로 때를 밀고, 뜨거운 물을 뜨겁다고 하면 엄살이라며 그게 시원한 거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우유를 하나 손에 쥐고는 목욕이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고 하며 목욕탕을 나선다.
일상에서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지 못한 아이는 어디서 뭘 하든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한다. 자기 느낌을 통째로 부정당한 채 엄마가 하라는 대로 싫어도 꾹 참고 견뎌서 바나나맛 우유 하나 얻으며 ‘목욕도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도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아이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고, 아이가 감기 등 힘든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강제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든 참고 견디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우연에 길들여지게 한다면 아이는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스스로 선택한 독립된 삶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늑대 루카스는 부모님께 제 힘으로 혼자 살아도 될 거 같다고 말하고 집을 떠나기로 한다. 아빠는 루카스에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적은 종이를 준다. 루카스는 길에서 많은 동물들을 만난다. 아빠가 준 종이에 적힌 염소, 돼지들을 만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약해져서 잡아먹지 않고 지나친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가 된 것이다. 때문에 루카스는 무척 배가 고팠지만 기꺼이 견디며 길을 걷는다. 마음 약한 루카스가 누구를 만나든 늘 연민을 느껴서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살짝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기우일 뿐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을 만났을 땐 그 거인의 무례에 분노를 느끼고 그 거인을 한 입에 삼켜 버린다. 루카스는 거인에게 잡혀 있던 엄지 동자들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며 ‘뿌듯하게’ 웃는다.
자기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 때 뿌듯함과 즐거움은 쌓이며 그에 따른 수고로움이나 힘듦은 기꺼이 견디게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쌓아온 경험을 알려 줄 수 있을 뿐이다. 그 경험으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행동을 강제하지 않았을 때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된 인생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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