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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내 수업에‘삶’을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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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0-31 14:24 조회 5,7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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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내일 당장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정규 사서교사가 100% 배치된다면? 사서교사의 일상이 많이 바뀌겠지. 더 이상 방학 근무와 야간 자율학습 감독 문제로 관리자와 언쟁을 높이지 않아도 되고,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일도 없겠지 싶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아닐까? 설사 사서교사 전면 배치와 더불어 교육부 주관으로 독서교육정책까지 실시된다 하더라도 왠지 예감은 슬프다.
도서관이 활성화되고, 수업 중 자료 활용 비중이 높아지고, 협력수업이 일상화되면 무엇이 바뀔까?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할까?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의 자료를 찾을 수 있고,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훌륭하고, 논리적으로 글까지 쓸 수 있다면 세월호 사건 같은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까? 교과서 자체를 없애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난 자신이 없다. 도서관조차 철저히 입시를 위한 도구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그토록 책을 많이 읽는 지인들은, 왜 집회에 함께하지 않는가? 전교조 가입은 제쳐 두고라도 왜 늘 침묵하는가? 독서활동기록으로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른 아이들이 과연 자본에 미쳐버린 이 세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까? 아니, 질문을 바꾸겠다. 사서교사인 우리는 도서관을 통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본에서 벗어나 가난하게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되었나? 아이러니하게도 나조차 이 질문에 떳떳하지 못하다.
 
교사의 의무, 현실을 가르치기
 이렇게 책과 도서관을 통해 사람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공교육을 내려놓고 밀양 시민으로 돌아간 저자 이계삼은, 이 고민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그리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맥락은 본질에 선행한다.”(67쪽) 아! 도대체 우리에게 놓인 맥락이 무엇이기에 본질보다 앞선다는 걸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슬프게도 “책읽기와 글쓰기가 교환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화(轉化)”(28쪽)된 모습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나는 독후감·수행평가·서술형 답안지 혹은 백일장 심사를 위해 응모된 작품들을 읽는 것이 갈수록 고통스럽다. 대체 이런 글들이 아이들의 삶에서 무슨 의미를 가질까. (중략) 내밀한 자기 성찰, 극히 개인적인 사색의 공간은 위축될 것이다. 교환가능하지 않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가치들, 이를테면 ‘가난·진리·희생·우정’과 같은 가치를 위해 제 몸과 마음을 쓰는 일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참여’보다는 ‘관조’가 몸에 밴 ‘세상의 평론가’로 빚어질 것이다.”(87쪽)
 
『삶을 위한 국어교육』
이계삼 지음|교육공동체벗|2013
 
순간, 도로변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의 진행 대열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둘러싸고 ‘웃으며’ 구경했다던 신랑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바로 눈앞에 사람이 울고 있는데, 공감은커녕 자신은 저이와 다르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끼다니……. 도대체 우리는 교사라는 이름으로 어떤 아이들을 길러 내고 있는 것일까? 내 손으로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순간 두렵다.
“삶을 위한 국어교육”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저자는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을 교육에 “삶”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나의 삶을 바로 보면, 고민이 있고 성찰이 있고 현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게 될 현실은 지독히도 아프다. 산업사회가 가져온 “언어의 타락”이 있고, 난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의 허상이 있다. 이것을 교사부터 보고,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자는 것이다.

“민감한 교사라면 자신이 서 있는 곳이 학교라는 교육 공간이면서 또한 세상의 한가운데임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교육의 영역이라면서 금 그어 놓고 그 안에서만 가르쳐야 한다고 강변하는 일은 실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33쪽)

이런 저자의 수업이 궁금하지 않은지? 책의 2부에는 150여 쪽에 걸쳐 실제 그가 아이들과 나눈 수업을 담았다. 2009년 <함께 여는 국어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모은 것인데, 무엇보다 수업에 실제로 사용한 단행본·신문·영상자료 등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그 어마어마한 양과는 대조적으로 별다른 수업 기술이 없어 좀 의아하기도 하지만, 다소 밋밋한 그의 수업은 만나기 힘든 진정성을 가진다. 아마도 선정된 글들의 방향성 때문일 것이다. 인간에 대한 성찰과 연민, 생태적 고민이 함께하는 수업은, 저자의 일상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택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쉬지 않기란 어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다음의 고백은 결코 추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교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이 잇닿아 있는 ‘현실’이며, 나는 이를 중심으로 수업과 학교 안팎에서 내가 벌이는 활동들을 재구성하게 되었다.”(30쪽)

하지만 내가 가르친 아이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갈 거란 현실을 직시하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그리고 우울하다. 처음에 저자가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던 기존 국어교육 진영으로부터 아무 반향도 없었다는 까닭을 알 것만 같다. 그래도 절판되지 않고 개정판이 이리 나와서 다행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구성하는 ‘현실’을 알아야”(99쪽) 하고,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현실’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246쪽)는 따끔한 충고는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좋은 수업은 아이의 삶을 잘 드러내는 수업
그렇다면 현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사회모순을 고발하는 일? 중간 단계가 빠진 그런 거창한 게 현실이라면, 아이들에게 자본주의라는 한 가지 길만을 강요하는 기득권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사소해서 잊고 살지만, 나와 가족과 이웃의 일상을 함께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실이란 놈을 마주하게 되지는 않을까. 나를 알고 남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모여 소통과 연대와 사회운동이 일어나야 진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7인 7색 우리말과 글을 담은 국어수업 이야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지음l 에듀니티|2013
 
비슷한 맥락에서 ‘삶’을 직시하자는 이들을 만났다. 그네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교사가 수업의 중심에 “아이들의 삶이 잘 드러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바로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회장 박진환 교사와 남한산초 김영주 교장을 비롯해 활발히 활동하는 교사 7명이 모여 갈래별로 국어수업 사례를엮었다. 이 책은 단순한 수업 우수사례 모음집이 아니다. 책에 그 수업에 이르기까지 어떤 고민을 왜 했는지가 함께 담겨 있어서 반갑다.
기존 국어교과서의 기능주의적 문제를 지적한 점도, 문학작품은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고, 글쓰기에 앞서 내 이야기를 하고 들어줄 관계 맺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소소한 지적들은 기존 지도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귀한 이야기들이다. ‘삶’이란 방향성이 뚜렷한 탓일까, 담겨진 수업들이 살아 있어 읽는 이를 설레게 한다. 사서교사 입장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전체적으로 기존 교과서를 벗어난 수업을 추구하기에 읽다보면 도서관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수업을 지원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는 것이다. 동시집은 어떤 것을 구비해 놓아야 할지, 과학과와 사회과를 연결해 도서관수업을 할 때 옛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미리 제시해 줄지, 교과서의 비문학 수업의 준비를 위해 어떤 주제를 미리 조사시켜야할지 등 구체적인 수업계획이 머리에 그려진다.
이 책에서 분량의 한계로 수업사례가 다소 간략히 소개되어 아쉽다고 여기는 분은 『이야기 꽃이 활짝! 갈래별로 만나는 초등국어수업』(박지희, 에듀니티, 2013)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앞의 책에서 비문학 코너를 집필한 교사의 책으로, 군더더기 없이 좀 더 수업 자체에 집중하여 다루었다. 실제 사용한 활동지, 수업 결과물, 활동사진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당장 내일 수업 준비에 도움을 줄 것이다.
 
동화를 선택한 이유
『동화로 여는 국어 수업, 동화로 크는 아이들』
최은경 지음|상상의힘|2014

세상에는 귀한 게 참 많다. 분명 이야기 들려주기도 그 중 하나이다. 굳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글을 읽어 주는 사람과 공간을 함께 나누는 체험을 뜻한다.”라는 마쓰이 다다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냥 나를 아끼는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따뜻하다.
계간지 <창비어린이>의 기획위원인 최은경 교사는 아이들과 책과 함께한 시간을 책에 담았다. 본문을 총 네 가지 영역, 초·중·고학년과 독서모임으로 나누어 십여 년 동안 어떤 책을 어떻게 함께 읽었는지를 정리하였는데, 선정된 책의 수준도 높고 비교적 근래 나온 책들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 활동 내용이 담겨 있어 현장의 교사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학급에서 독서교육을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동화를 읽어 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조용히 듣는 것도 아니고 중간 중간 끼어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불편하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수준의 감상은 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고, 내용도 확인해야 할 것 같은 현실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왜 하필 동화를 선택했느냐?’라는 질문을 저자에게 던지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에 대해서 책에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그대로 차근히 전해줄 뿐이다. 때론 너무도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나가 독자가 중간에 지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저자의 교실에 함께 있다고 상상해 보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데, 아이들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반응을 한다. “나도 저거 알아!”,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등등 수많은 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런데 신기하다. 웅성거림과 시끄러움 속에 말이 묻혀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또렷이 들린다. 이건 한 아이가 말을 하면, 모든 다른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삼사십 명의 아이들이 아무 때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수업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 말을 다른 아이들은 집중해서 듣고, 들은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또 말한다. 어떻게 수십 명과 이런 소통이 가능할까.
그래, 저자는 이것 때문에 책 읽어 주기를 택한 듯싶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힘은 강하다. 들음으로서 소통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작은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는 이 사회와 현실을 바로 보고 바꾸어나갈 힘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이 작은 운동에 함께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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