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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책 읽는 부모]무서운 중2병,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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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28 23:37 조회 6,3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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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따르지 않는 것, 불만이 많고 화를 내는 것, 방문을 잠그는 것, 말을 하지 않는 것, 행동이 거칠어지는 것 따위 증세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사춘기라서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부모나 교사들은 이런 증세가 주로 중학교2학년 때 많이 나타난다고 진단해서 ‘중2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춘기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적으로 이차성징이 나타나며,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사춘기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기를 찾아가는 시기인 것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존재로서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그런데 어른들은 사춘기 청소년을 골치 아픈 아이들, 힘든 아이들이라고 병명을 붙여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춘기병이라고 하는 증세는 아이가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부모와 마주하거나, 자신이 고민하는 것들이 존중받지 못할 때 나타내는 몸부림이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춘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세 권을 만났다.
 
존중받지 못하여 날마다 죽어가는 아이, 질문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춘기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지음|김난주 옮김|비룡소|2002
 
『100만 번 산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백만 번 죽고 백만 번 살았다. 백만 명의 사람한테 사랑을 받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유물로 살다가 죽었다. 임금님의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뱃사공의 고양이는 바다에 빠져 죽고,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는 마술 상자에서 반으로 갈라져 죽고, 할머니의 고양이는 온종일 무릎에 앉아 꼬박꼬박 졸다 늙어 죽었다.
고양이는 자신의 생각을 묻지 않는 사람에게 저항하거나, 스스로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고, 날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자존감 없이 살다 죽었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펼치지 못하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다.
고양이는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이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얀 고양이가 고양이의 자랑을 그냥 들어주기만 할 뿐 고양이의 소유물이 되려고 하지 않았을 때, 고양이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고양이는 자기를 소유했던 사람들의 권위나 힘에 눌려 당연하게 살았던 삶과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마침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옆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하얀 고양이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된다. 고양이는 또래 친구를 만나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다.
사춘기에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거나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다. 고양이가 독립을 하고 나서 하얀 고양이를 만나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을 갖게 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한 것처럼 사춘기 청소년들도 부모의 아이로만 살아가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서 자존감도 갖고 스스로에 대해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사춘기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어긋난 사랑
 
『조커와 나』
김중미 지음|창비|2013
 
중학교 2학년 청소년들이 나오는 『조커와 나』에서 선규 엄마는 선규의 일상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한다. 엄마는 선규가 방학 때 영어, 수학, 과학, 논술 학원을 순례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엄마가 선규를 위해서 정한 계획이니까 선규는 따라야 한다. 선규의 욕구, 계획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엄마의 선규’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느라 현재의 자기 시간을 맘대로 쓰지 못 한다.
선규는 단순히 짝이라서 휠체어를 탄 정우의 도우미를 자처했다가 정우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우에 대해 알게 된다. 서로익숙해지면서 친구가 되어 가는 중에 갈등하고 마음이 이끌린다. 정우도 선규의 무뚝뚝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전혀 불편하지 않은 관계가 된다. 하루하루 친구와 갈등하고 함께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선규를 엄마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선규가 교육감상을 받게 되었을 때, 선규는 정우와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봉사상을 받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선규 엄마는 정우가 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대학 갈 때 도움 될 거라고 무척 기뻐한다. 선규가 아무리 정우는 자기 친구라고 말해도 엄마는 선규의 생각이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엄마에게 선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소유물일 뿐이다.
선규는 엄마 말을 수긍할 수 없는데 시키는 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숨이 막힌다. 친구를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만들어 버리고, 소소한 고민이나 기쁨을 의미 없게 만드는 엄마가 이해가 안 된다. 선규는 대학 진학을 잘할 자신도 없고, 대학에 안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신의 삶을 왜 엄마가 맘대로 하냐고 저항할 자신도 없어서 괴롭다.
엄마들은 소리 지르거나 침묵으로 최소한의 저항을 하는 아이한테 사춘기가 무슨 벼슬인 줄 알고 이유 없이 반항하고 화내고 예민하게 행동한다고 한탄하곤 한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고민하는 사춘기인데 하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로 생각의 싹을 잘라 버리는 엄마 앞에서 사춘기 아이들은 얼마나 절망스럽겠는가?
 
자아의식이 높아지는 시기에 자존감을 짓밟는 부모
 
『지독한 장난』
이경화 지음|대교출판|2010

『지독한 장난』에서 중2인 강민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부모는 폭력으로 협박하고 강요하며 강민의 자존감을 짓밟는다. 강민은 학교나 학원에서 힘이 있어야 관심 받는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 앞에서 과시하기 위해 학원에서 선생님 말에 딴지를 걸고 거들먹거린다. 학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아빠는 강민을 걱정하거나 말을 들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체면이 깎인 것에 분개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강민이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건 아들을 사내답게 키워야 한다는 아빠의 교육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폭력을 무서워하면 폭력에 굴복하고 만다는 것이다. 강민은 여전히 폭력이 두렵다. 하지만 엄마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미워서 때리시겠니?’ 하면서 아빠의 폭력을 두둔한다. 엄마 아빠는 자신들의 체면과 생각만 중요하고 강민은 감정도 없는 것처럼 무시한다.
강민은 폭력이 고통스러운데, 그의 부모는 폭력을 당할 때 강민의 마음이 어떨지, 강민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강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 고통, 두려움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 이런 감정을 누르고 있는 것이 극에 달하니 폭력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강민은 폭력이 두렵기도 하지만 부모의 삶의 방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하지 못한다. 학교생활도 자기가 아는 방식으로 한다. 강민의 패거리에 속한 아이들은 대체로 강민에게 기는 아이들이다. 강민은 아빠의 방식으로 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자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권력자 아빠에게 자기의 폭력 행위가 알려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패거리를 만들어 그들이 폭력을 행사하게 한다. 강민은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간다. 이런 행동을 사춘기병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부모에 의해서 자신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강민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 욕구를 들여다보고 고민을 나눌 통로가 없다. 삶의 의미를 생각하거나 자존감을 가질 기회도 없다. 그나마 또래 친구들과 관계가 좋다면 그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 강민은 친구를 사귀는 방식도 부모에 의해 익숙해진 폭력적인 방식밖에 모른다.
사춘기 청소년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 경험 속에서 고통과 기쁨을 느끼며 자신감을 쌓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살기만을 강요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알아갈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되고, 또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고 비참하게 느껴질 것인가? 그런 아이가 무슨 힘으로 신명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 아이는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덜 만나고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부모는 청소년 아이와 어떻게 사랑하며 살고 싶은가? 어른도 아이도 누구나 각자 유일한 존재이다.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누구도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사춘기 청소년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만들어 가느라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에 저항하고, 일상에 대해 갈등, 고민하는 것을 병으로 치부해서 자존감을 떨어뜨려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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