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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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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28 23:16 조회 5,2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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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 효제초 사서교사
 
힘든 봄이 지나간다. 아니, 나는 힘들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비 맞으며 아이의 담요를 끌어안고 바다를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어미도, 사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부르짖는 부모도 나는 아니다.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을 아이만 바라보고 살아 온 그들의 힘듦을 어떻게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슬픔과 눈물, 이건 사치다. 그런데, 일상이 쉽지가 않다. 그 귀한 생명을 떠나보낸 책임은 선장과 정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생존율에 훨씬 못 미치는 학생과 교사의 생존율. 마음이 무너진다. 선내에서 안전히 기다리라는 방송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 모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그동안 얼마나 ‘네네’하는 착한 교사였던가. 아이들에게 순종을 아니 복종을, 교과서 속 정답만을 가르치지 않았던가. 장학사 전화 한 통에 벌벌 떨고, 교장 지시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내가 얼마나 바보였던가. 내가 그 아이들을 그리 만든 건 아니었을까.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인지 생각조차 못하게, 판단을 유보시킨 장본인은 또 한 명의 나이기도 하다. 손이 떨린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똑바로 보자
정신 차려야겠다. 제대로 살아야겠다. 그 아이들의 선생님들의 죽음이 그냥 잊히지 않도록, 헛되지 않도록. 좋은 것만 보지 말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이 세상을 학교를 내 주변을 나 자신을 똑바로 보아야겠다. 이 시대에 엄마 노릇, 교사 노릇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 그만하고, 중심 제대로 잡고 나아가야겠다. 해야 할 소리가 있으면 하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목소리 내며 살아야겠다. 그래야 아이가 커서 “세상이 그렇게 될 때까지 엄마 아빠는 도대체 뭐했어요?”라고 물었을 때, 조금은 대답할 것이 있지 않을까.
이제는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려한다. 이 슬픔 외면하지 말고 가만히 끌어안고, 냉정히 학교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려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그래서 책 한 권을 여러분의 손에 쥐어 드린다. 제목부터 참 세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의 현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외침. 귀가 아프다.
험악한 얼굴의 교사가 책상에 엎어진 아이를 일방적으로 끌고 있는 표지 그림. 그 위에는 “학교의 배반”이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다. 이쯤이면 대충 감을 잡으셨겠지만 마음을 좀 굳건히 먹고 책장을 넘겨야 한다. 책은 시종일관 우울하다. 덮는 그 순간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을 사랑하자.’ 이런 입 발린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단지 끊임없는 고발만 있을 뿐이다. 기간제 교사의 현실, 승진제도의 맹점, 교장천국의 현주소, 학생의 자체 검열까지, 그냥 꽉 막힌 기분만 남는다. 이렇게 우리가 늘 만나는 동료 교사 17명의 입을 통해, 학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곳인지를 다음과 같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일은 분명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지아 외 지음|교육공동체벗|2013
 
“학교는 원래 이런 곳이다. 학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교직 사회란, 어떻게 하면 수업을 적게 할지, 어려운 업무나 귀찮고 피곤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교권이라 부르는 자가 체신을 지킬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이들의 안일과 안락의 정서가 이끌어 가는 사회이다. 때로 아이들 보기 창피한 다툼까지 벌어지는 이 싸움에서 지는 쪽은 언제나 나이 어린 사람, 여교사,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 신경줄이 팽팽해지는 냉랭한 분위기를 잘 못 견디는 여린 성정의 사람, 그리고 기간제 교사들이다.”(95쪽)
불편하다. 불편해서 피하고 싶다. 고백컨대 한달 전만 해도 ‘꼭 이렇게 바라보아야 하나?’, ‘학교가 이렇게 엉터리임을 말해서 무얼 하나, 기분 참 꿀꿀해지네.’ 이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그런데 이렇게 터지고 말았다. 곪고 곪아 어처구니없게 아이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갔다.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학교도 학생도 교사도 모두 아프다
물론 현실을 있는 그 자체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안에는 우리의 고민과 노력뿐 아니라, 회피하고픈 부끄러운 일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탓하고, 그들의 부모를 탓하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탓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건 아닌데 하는 답답함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죄책감을 함께 안고 가는 것 또한 학교의 모습이다.
이렇게 우리의 현주소를 담아낸 또 한 권의 책을 만나 본다. 다행히 이번에는 따가운 질책과 다그침보다는, 학교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더 많이 담아냈다. 그러니 조금 기운 내시길. EBS에서 교육특집으로 기획한 <학교란 무엇인가>(2010)를 많은 이들이 보았을 것이다. 교육문제의 본질을 깊이 있게 건드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방송이다. 후속편이 2년 후 <학교의 고백>이란 제목을 달고 10부작으로 방영되었는데, 이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학교의 고백』
EBS <학교의 고백> 제작팀 지음 l 북하우스|2013
 
각 매체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TV에 방영된 내용을 본문에 모두 담지는 못했다. 대신 ‘학교의 고백’이란 주제에 집중하여 학생과 교사 모두 얼마나 힘든 일상을 버티고 있는지 그 목소리를 모으는 데 힘을 쏟았다. 한마디로, “‘학
교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안으로 돌려보자”(73쪽)는 것이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러다가 그냥 훅 가겠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92쪽), “답답해요, 삶이….”(124쪽) 선생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만 보면 멀리에서도 “다 도망가는”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무너지고, 늘 징계로 마무리되는 선도위원회는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도 상처가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소통과 배움이 있는 곳 아니었던가. 제작진이 만난 전국 13개 학교의 교사와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1등이 있으면 누군가는 꼴찌가 되는 법이니, “같이 1등 할 수 있다면 같이 1등 하는 법을 선택할 거라고 대답”(95쪽)하며, 선생님은 자신이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아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음”(157쪽)을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이렇게 우리의 고백은 조금씩 ‘소통’이라는 물꼬를 트고 있다. 선생님은 “기다림의 교육은 아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55쪽)이고, “내 우주에 들어온 아이를 위해, 어긋나는 아이를 기다려 주고, 들어주는 게 전부”(57쪽)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권위를 내려놓은 교사 앞에서 아이들 또한 마음을 연다.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이 담임이란 사실에 기절할 뻔했다고 웃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고, 담배 끊겠으니 사탕을 사 달라고 교무실을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그렇게 현장의 많은 이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끝내는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다. 책을 덮을 즈음 잔잔한 감동이 함께 온다.
물론 방송과 책에 담긴 내용이 우리의 학교 현장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책에 나온 학교 사례에 대해 현실에서의 평가는 엇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다른 개개인이 모여 사는 이곳에 어떻게 한 가지 답만 있겠는가. 단지, 방향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 다른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방향 말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함께 가야 한다는 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나 계시다면, 이 책과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만나게 되는 주인공은 저 남해에 자리 잡은 태봉고등학교의 여태전 교장이다. 평탄하다면 평탄했을 길인 간디학교의 교감 자리를 버리고 2010년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의 공모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를 비롯해 그와 함께한 교사들은 만나기 쉽지 않은 ‘선생님’이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없애고 공동체 회의를 도입하기가 어디 쉬운가. 학내 심각한 사안이 발생하면 전교생과 전교사가 모여 2~3일에 걸쳐 회의를 연다. 몇 시간에 걸친 난상토의는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고 지루한 도돌이표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간다. 태봉고의 이러한 선택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문제아, 부적응아 따위의 말들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
여태전 지음|여름언덕|2014
 
“모든 문제는 그것을 문제라고 규정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중략)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렇게 규정해버림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교묘히 비껴가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94쪽)
 
그래서 그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학교와 교육시스템 하에서 아이들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성찰하고 반성하려 하지는 않고 아이들 탓만”(95쪽)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서로를 탓하면서 흔들리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껴안아야 한다.”(156쪽)라고 말하며,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묵묵히 나아가자고 손 내미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교육의 목적은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데 있으며”(252쪽), “교육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도구”(304쪽)이니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공동체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책은 그 답을 일관되게 ‘사람’
에게서 찾는다.
 
“나쁜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구조를 뛰어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희망이다. 같은 이치로 교육에서는 교사가 희망이다. 교사 한 명이 바뀌고 교장 한 명이 바뀌면 교육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다.”(281쪽)
그래서 저자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 “안다는 것과 할 수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287쪽)라고 지적하며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리자의 눈치나 살피며 주변인처럼 생활해서는 안 된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야 한다. (중략) 철옹성 같은 관료주의의 벽에 갇혀서 편안한 노예의 삶을 선택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략) 아이들을 섬기는 교사는 관리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290쪽)
 
머리가 띵하다. 물론 우리에게는 교장의 직업만족도가 1위로 나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 말하는 교장도 없고, “한 아이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어주는 일밖에, 대안이 없었다.”(214쪽)라고 말하는 동료교사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반 누구 때문에 수업이 힘들다고 뒷담화 하는 대신, 그 아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질문할 수 있지 않을까. 교직원회의 시간에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답답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손을 들고 그 마음을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승진 대신 평교사로 퇴직하는 길이 얼마나 명예로운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용기내어 말할 수 있겠지. 적어도 우리가 교사라면,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해야 한다고. 세월호 사건의 책임은 선장 한 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이 세상 모든 어른에게 있다고. 그리고 그 어른 중 한 명이 바로 나라고 말이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춥고 외롭게 떠나보내 미안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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