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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독자에게] 내가 사랑한 것은 책을 사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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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9:06 조회 4,59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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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바탕이 된 독서 프로그램
교육이나 도서관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독서 관련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엉뚱하고 새로운 일을 꾸미 는 것을 좋아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출판 사 대표님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이제 출판사가 책만 내던 시 대는 지났다. 앞으로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가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귀가 얇은 나는 미래, 핵심, 개척 등의 단어에 끌려 책의 바다에 무작정 뛰어들게 되었다.
2005년, 파주출판도시에서 시작한 첫 사업이 독서캠프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교육의 효과 등을 고려할 생각도 없이, ‘무조건 재미있게 하자. 책의 재미를 제대로 알려 주자.’라는 목표만 갖고 덤벼들었다.
캠프 프로그램은 강제적인 요소 없이 만들었다. 글쓰기나 의무 적인 책 읽기 등은 모두 뺐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독서교실 정도 로 생각하고 왔다가 신나게 놀고 가니 무척이나 좋았나 보다. 아이 들이 달라졌다며 언제 또 할 것인지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 이 첫 사업의 성공이 나를 이 길로 가게 만들었다.
그 후로 서울국제도서전과 파주출판도시의 어린이책잔치 등 큰 축제를 맡으며 책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그동안 기획한 프로그램 중 반응이 좋았던 것을 살펴보니 두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어떤 목표로,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하 여 만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단순하게 ‘이거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점이다. 하나의 예가 있다. 20미터 벽에 책표지를 전시하려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포기하고 표지를 그냥 벽 옆에 쌓아놓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을 걱정했는데, 맙소사, 관람객들이 스스로 꾸미는 프로그램인 줄 알고 벽을 꾸미며 사진 찍 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로그램이 최고 로 뽑혔다.
학교나 도서관, 지자체 담당 선생님들 을 만나 보면 정말 열심히 한다. 예산을 포함한 여러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체로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의 프로그램이 작은 도서관 것보다 딱딱하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음에도 사정상 하지 못하는 것을 보 면 아쉬울 때가 많다. 좀 더 힘을 빼서 관(官)의 냄새를 많이 지 워야 한다.
 

도서관 현장의 요구를 책으로
전국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여러 관장님들과 교사, 운영자, 자원봉사자들을 만난 건 또 다른 기쁨이었다. 도서관 사정에 차 차 눈을 떠가며 아쉬운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한 번 특강하는 것보다는 도서관 자체적으로 장기적이고 꾸준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 이 많았다. 단지 예산이나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획의 방법과 요령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 모두는 기획에 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프로그램 의 기획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하게 되었 다. 도서관 관계자분들과 학교 선생님,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강연을 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유익해 하셨고 강연을 듣지 못한 분들과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 사례 위 주로 풀어 써 보았다. 입으로 전달하던 내용을 글로 쓰려니 부 족한 필력으로 남에게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부끄 럽기만 했다. 이왕 내친 김에 책 축제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오히려 이 부분이 정말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다.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에서 진행 하는 책 축제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축제 전문가가 아닌 사서 선생님들이 짧은 시간 에 준비하려다 보니 현장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축제 일자 와 이름 짓기부터 시설물, 인력 준비까지 알 고 있는 부분을 썼다. 글을 쓰면서 과연 나 는 이렇게 해 보았나 하는 자괴감도 여러 번 들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에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 이 나온다. 세상 도처에 쟁쟁한 실력을 가 진 고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독서 운동계 의 상수는 누구일까? 바로 여러분이다. 여러 분도 충분히 상수가 될 수 있다. 책이 좋아 서, 책이 재미있어서, 많이 다녔고 많은 분들 을 만났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사랑한 것은 ‘책’이 아니었다. 책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책하고 놀자』
박형섭 지음|서해문집|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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