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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부모] 편견을 걷어내고 아이의 모습 그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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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8:32 조회 4,9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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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지음|시공주니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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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엄마
“어제 밤에 엄마가 일찍 자라고 했지. 거 봐, 아침에 못 일어나잖아.”
“준비물은 저녁에 챙기라니까 왜 말을 안 듣니”
“거울 앞에만 도대체 얼마나 서 있는 거야! 그럴 시간에 밥 한 숟가 락 더 먹겠다.”
“밥도 안 먹고 학교 가면 공부가 제대로 되겠니”
“말 좀 들어!”
달래고 으르고 재촉하고 다그치다가 결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아침을 시작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숙제와 학원까지 챙기려 면 온종일 아이와 끊임없이 작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야단맞고 혼나는 아이의 일상을 그린 그 림책이다. 말 안 듣고 말대꾸하고 따지는 아이와 눈을 치켜뜨고 목소 리 높여 아이를 혼내는 엄마가 나온다. 아이보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치켜뜨고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에 눈이 간다. 나도 야단칠 때 저 런 모습일까 싶다. 아무리 목소리를 낮춰도 혼나는 아이 눈에는 엄마 가 저렇게 보일 것 같아 공감을 하고 만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다 정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왜 망태 할아버지까지 끌어와서 아이를 겁주는 걸까?
“망태 할아버지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다.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혼 을 내주고,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 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 속에 가둬 버리고 밤늦도록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단다. 우 리 어머니는 말 안 들으면 ‘꼼쥐’가 물어간다고 했고 나도 아이에게 꼼 쥐 이야기를 했다. 꼼쥐는 ‘작은 쥐’를 뜻하는 경상도 말인데 본래의
뜻과 상관없이 나는 꼼쥐가 무시무시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망태 할아버지나 꼼쥐가 아니더라도 공부 안 하면 갖고 싶은 것도 못 갖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게 된다며 애꿎은 청소부나 노숙자를 들먹이며 아이들을 겁주기도 한다. 우리도 어릴 때 부모가 하는 겁주는 말들이 두려웠는데 왜 아이에게 반복하고 있을까? 부모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이 너무나 익숙하고 절실하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겁주면서 까지 절실하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하고 착한 아이가 되길 바란 다. 이 마음 때문에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이 야기를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얼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또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정해진 시간 에 학교를 가고 정해진 시간에 공부를 하는 말 잘 듣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이 마음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할 일을 안 하면 불만스럽고 아 이를 나무라게 된다. 있는 그대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아이가 우리 눈앞에 있다. 그러니 늘 아이가 그렇게 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고 닦달하게 된다.
그림책에서 “어서 들어가 자!”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아이는 “엄마 도 안 자잖아.”로 되받아친다. “친구 때리는 건 나빠.”라고 하니까 “다 른 애들도 걔 때렸어요.”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 엄마가 잠을 자라고 하면 자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엄마의 지시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이는 알고 있다. 이유와 상관없 이 엄마는 일찍 자는 건 좋은 일이고 늦게 자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 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명 대신 엄마를 끌어들인다. 게다가 엄마들이 망태 할아버지가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잡아다가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내길 바라는 것과 같은 방식으 로 아이도 망태 할아버지가 자기를 못 살게 구는 엄마를 잡아다 얌전 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엄마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엄마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고스란히 배우는 아이의 모습에 섬뜩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더니 꼭 그렇다.
 


『내 동생』
주동민 지음|조은수 그림|창비|2003
 

구구단을 넘어 아이의 예쁜 모습 마주하기
『내 동생』은 6학년 어린이가 쓴 시로 만든 그림책이다. 동생 선생님에 게 불려가서 2학년 아이들이 다 보는데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하 라”는 말을 듣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한다. 집에 가니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밖에서 놀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런데 동생 은 집에 와서 밥 먹고 잠이 든다. 이를 어쩌나, 하며 안타깝기도 하고 얼 른 깨워서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싶다. 하루 저녁 숙제만 안 하고 잠이 들어도 아침 일찍 깨울 준비를 하고, 혹여나 학교에서 뒤처질까봐 선행 학습에 매달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본다면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밥 먹고 자길래/이불을 덮어 주었다/나는 구구단이 밉다” 라고 한다. 잠든 동생에게 이불을 덮어 주며 “구구단이 밉다”고 하는 이 마음은 뭘까? 아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찬찬히 들여다보자. 선생님이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하라” 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동생은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존재가 된다. 밖 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노는 순간에도 밥을 먹고 있는 순간에도 잠이 든 순간에도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니 구구단을 안 외우고 노는 아이가 밉고 구구단도 못 외우면서 태평하 게 밥을 먹고 있는 아이가 한심해 보이고 잠까지 자는 아이를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구구단이 밉다”라고 말하는 오빠 때문에 생각을 다 르게 해 본다. 아이는 학교도 가고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수 많은 것을 하는 존재이다. 그중 무언가는 하기도 하고 다른 무언가는 안 하기도 하고 어떤 무언가는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구구단을 못 외 운다는 한 가지 사실이 아이의 전부인 양 생각하고 온종일 그 생각으 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생글생글 웃 으며 노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도 예쁘다. 온종 일 얼마나 열심히 다녔는지 밥을 먹자마자 잠들어 버리는 아이의 모 습도 참 예쁘다. 이렇게 예쁜 아이의 모습이 모조리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데 안 외우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못나 보였던 거다.
 

아이들과 치르는 전쟁에서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상처를 받는다. 잘 못했다고 아이를 나무라고 채근하는 부모의 마음도 피폐해져 간다.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 면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충실 하게 살아가고 싶다. 오래 전 아이들과 함께 읽던 그림책을 다시 읽어 보면 내용을 새롭게 이해하는 게 많다. 아이들에게 읽어 줄 때는 어린 이를 위한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교훈이나 주제를 먼저 떠올리게 되 지만, 혼자서 그림책을 다시 펼치면 그림책 속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 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나의 편견을 걷어내고 그림책 속의 낯 선 세상을 마주하다 보면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지피지 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전쟁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나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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