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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교사의 하루 - 국어교사, 도서관을 붙들고 표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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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7 21:41 조회 6,4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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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붙들고 표류하다
응당. 도서관 업무라 하면 학교 내에 사서교사가 없는 경우 국어교사가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진다(물론 국어교사인 나로서는 ‘응당’이라는 이 상황이 썩 내키진 않지만). 이제 7년 차. 단지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서관을 왜 국어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거냐고. 용케도(?) 도서관 업무를 피해 다른 업무만 맡다가 올해 초 학교를 옮기면서 처음으로 도서관 업무라는 것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교육경력이 학교에서 아주 적은 편에 속해서 저지르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열 달을 이런저런 아량 속에서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사히’라는 이름이 학교도서관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점심밥을 밀어 넣다시피 먹고 나서 도서관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문을 연다. 급식지도라도 있는 날이면 옆 교실에 계신 보조 선생님께 도서관을 부탁드린다. 도서도우미는 대출, 반납, 반납된 도서 정리 등의 작업만 해도 두 팔이 모자랄 지경이다. 5교시 수업 시작 5분 전을 알리는 예비종이 치면 아이들은 각 교실로 뿔뿔이 흩어진다. 한숨 돌리고 5교시 수업을 위해 교과서를 집어들 때면 어김없이 ‘이게 맞는 걸까……’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을 허공에 던져 본다.

해보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다. ‘독서치료’는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도서관 행사’는 도서관과 책에 관심을 가질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로 꾸리고 싶다. ‘신문활용수업’은 도서관 활용 수업과 연계해서 시도해 보고 싶다. ‘아침독서’는 반별로 아침자습시간 도서관을 활용하여 시도해 보고 싶다. ‘문예지도’는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꾸리고 싶다. 하지만, 이건 핑계가 아니다. 종례를 마치고 교실 청소검사를 끝내고 간단한 상담을 한 후에 도서관 청소를 점검한다. 실은 점검이랄 것도 없고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8교시 신문활용반 수업을 진행하려면 도서관 청소당번 아이들을 몰아내듯이 보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있어 도서관은 내 욕심만 넘쳐 버둥거리는 부담스러운 존재, 그 이상은 아닌 것만 같다.



도서관, 나만의 길을 찾다
역설적이게도 욕심을 내서 마구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할 때마다 남는 건 핑계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잘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도서관에만 매달려 학급 일이나 교재연구에 소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 학기가 지나서야 마음의 짐을 덜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하나씩. 그렇게 하나씩 더해가자. 그럼 기존의 것은 익숙해지고 새로운 하나는 활력소가 되겠지?





도서도우미, 체험학습을 떠나다
도서도우미 22명을 대상으로 도서도우미 동아리를 꾸리기로 했다. 물론 예산 지원을 위한 계획서 공모가 학년 초라 바쁘기도 하고 설마 계획서가 채택될까 하는 노파심에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덜컥 지원이 내려오고 나니 그때서야 일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활동을 해야 하는 건 아이들인데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은 흔쾌히 이해를 해 주었고 그렇게 3회에 걸친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1회 체험학습은 인근에 있는 도서관 및 문학관에서 진행되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동편이 여의치 않아 2학년 12명의 아이들이 택시에 나눠 타서 이동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도서관과 문학관 이동 거리도 제법 되어 본의 아니게 조별 이동이 되었는데 긴밀함이 부족한 체험이 되어 버렸다. 비까지 내린 덕분에(?) 길지 않은 체험시간에도 불구하고 해산할 때 즈음 아이들은 비에 젖은 낙엽이 되어 버렸다. 이동 수단이 아쉬운 체험학습이었다.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방과후학교가 개강하기 전에 체험학습을 진행해야했다. 방학이 되니 아이들은 더욱 시간을 내기 힘들어 겨우 체험학습일을 정했는데 태풍 소식이 들리는 바람에 부랴부랴 일정을 당겨 진행하게 되었다.
서울 곳곳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KTX 동반석을 활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KTX 김천·구미역으로 이동하는 차편이 도저히 기차 시간과 맞지 않아 또 다시 택시를 동원하게 되었다. 국립 중앙도서관과 광화문 교보문고를 거쳐 캠퍼스를 느끼게 할 겸 연세대와 이화여대를 방문했는데 아이들은 연세대 내에 있는 윤동주 전시실이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윤동주 전시실의 규모에 대해 익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을 거둘 수 없었나보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부랴부랴 3회 체험학습 일정을 잡았다. 유난히 행사가 많은 가을이라 경황이 없던 터에 급작스런 여행에 대한 기대로 괜히 설레었다. 이육사 문학관까지는 무려 4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비도 많이 오는 데다 길도 험해서 아이들은 속이 좋질 않다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름의 악몽이 떠오르는 찰나였다. 비가 내려 문학의 길 산책은 불가능해서 별도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다고 하시기에 문학관 안내는 30분 정도만 받고 도산서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터라 굶주린 데다 비까지 내려 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도산서원은 이육사 문학관에서 안내받은 바가 있기에 홍보자료로 설명을 대신하고 주변 경관을 함께 둘러보다 되돌아 나왔다. 단체 관광객들이 해설사 분의 설명을 듣는 모습을 보고 질 높은 체험학습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후에, 찜닭 명물거리에서 먹은 찜닭 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아이들의 체험후기를 보고 그저 웃음 지었다.



솔내음 가득한 ‘솔향도서관’에 놀러 오세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부랴부랴 도서관 행사를 계획해 본다. 선생님들께서 미리 연구해두신 각종 자료들. 좋다. 좋다. 좋다…… 그런데 너무 많다. 미리 준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탐나는 행사들이 너무 많다. 이럴 땐 ‘내년이 있으니까’라며 죄책감을 슬쩍 밀어내 본다. 내 마음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도서실 이용자가 5배는 증가한 것 같다. 도서관 행사 주간 동안 도서실이 북적인다. 대출자에게는 사탕을 하나씩 나눠줬다. 어느 책에 나오는 구절인지 맞혀 응모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 그리고 자신이 추천하는 책 쪽지를 담은 독서나무도 만들고 독서책갈피도 만들었다. 아주 많이 북적거리는 와중에도 도서도우미들의 도움으로 나름 원만하게 행사가 진행되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만큼 내년에 도서관을 다시 맡게 된다면 도서관 행사만큼은 욕심 부려 제대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틈새에서 탐색하다
작가초청, 독서토론 등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그런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내가 가진 기반이 너무나도 빈약했다. 애초에 예산의 대부분은 3회에 걸친 체험학습에 사용하기로 하고, 언어영역 기출문제 비문학 영역이나 경북논술교실의 자료를 활용하여 요약해오면 개별 첨삭하는 활동을 3학년 도서도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의외로 익숙하게 해결해 내는 아이들을 보며 내년에는 5명 정도로 구성하여 논술동아리를 꾸리리라 마음먹었다. 아쉽게도 22명은 논술동아리를 꾸리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다.



다시 시작하기
당장 “내년에 다시 도서관 업무를 맡고 싶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나란 존재는 망각의 동물이니까, 체험 도중 지친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에게 좌충우돌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거라는 무모한 기대감에 다시 체험학습을 기획할지도 모르겠다. 두서없는 도서관 행사를 진행하며 동분서주할지도 모르겠다. 아침독서니 도서관 운영이니 세부 계획은커녕 목표조차 불분명하게 또 한 해를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저 사서선생님이 계시는 도서관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또 다시 아등바등 거릴지도 모르겠다. 서툴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을 한 해에 하나씩. 사서선생님이 도서관의 안방마님으로 오시기 전까지는 부족하게나마 그렇게 도서관을 끝까지 붙들고 표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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