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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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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7:34 조회 7,6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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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을 한번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
정승희
선생님께서는 1996년 동시가 당선되고 2000년 MBC 창작동화대상에 장편동화 『나의 비밀 일기장』이 당선되어 동화를 쓰기 시작하셨잖아요. 동시로 등단을하셨는데 동화를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는지요? 문선이 저는 대기업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는데, 아는 연극평론가께서 아동극을 한 번 써보라고 권했던 것이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되었어요. 아동극을 하면서 아동문학이 참 재미있고 저와 적성이 맞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해 신춘문예에 동시를 투고했던 것이 운이 따라주고 당선이 되었어요. 동시로 상을 받았기 때문에 동시로 굳어질 수 있으니 원래쓰고 싶다던 동화를 쓰라고 선배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일 하는 것을 접고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아동물을 거의 다 읽었어요. 그랬더니 아동문학의 그림이 대충 그려지더라고요.

그리고 아동은 아동에게 맞는 문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노력을 했죠.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 같은 유혹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책을 쓸 때에는 아이들이 책을 한 번 잡으면 놀이처럼 끝까지 손에 잡고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정승희 혹시 인생이,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찾는 책은 있으세요? 특별히 마음을 품어주는 고향 같은 그런 책은 없으신지요? 저는 지치고 힘들 때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집어 들거든요. 더 힘들어지기도 하죠.(웃음)

문선이 저는 저랑 상관없는 장르의 책을 읽어요. 자연과 학류나 경제에 관련된 책, 시집, 심지어 역학 책도 봐요. 여러 가지 다양하게 읽는 편이지요. 사실 글보다는 정말 힘들 때 자연을 찾습니다. 자연 속에 파묻혀 뒹굴다보면 다 잊을 수 있거든요. 싱그러운 초록 잎새의 나무도 보고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봐요. 일상에서 묻어나는 피곤함이나 저를 괴롭혔던 어떤 문제들을 하늘이나 바다나 나무들이 다 빨아가 버리는 것 같거든요.



작가 내면에 숨겨진 제2의 존재들
정승희
어렸을 때 힘들거나 슬펐던 기억은 없으셨는지요? 어렸을 때의 기억을 여쭤보는 이유는 내면의 숨겨진 아이 때문이에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문제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 특히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일 텐데요. 글을 쓰게 하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 작가마다 다 다르잖아요. 일반문학에서는 예를 들면 ‘전쟁’ ‘현대인의 고독’ ‘부조리’ ‘오해’‘기억’ ‘상처’ 등 다양하다고 말하는데요. 동화작가들은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 별로 못 봤어요. 자기 내면의 깊은 상처나 외로움이나 결핍 등을 드러내기 보다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계기로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동화 쓰는 것이 즐거웠다, 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렇다면 ‘동화작가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이 오르한 파묵인데요.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제 2의 존재와 그 존재가 만들어낸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하여 발견하는 것’이라고요. 우리 동화작가들은 내면의 숨겨진 제 2의 존재가 아이들일 텐데, 현실의 아이 말고 작가 내면에는 어떤 아이가 숨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문선이 어렸을 때 특별히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자상하시고 가정적이셔서 잘 챙겨,주시는 편이셨어요. 어렸을 때 인상 깊었던 게 하나 있어요. 제 고향이 서울이에요. 아버지 친구 분 중에 농장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거기 자주 데려가 주셨지요. 그런데 어느 날 담쟁이가 예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고 ‘우리 집 빨간 2층집을 담쟁이가 감쌌으면 좋겠어’라고 말했어요. 아버지가 그냥 씩 웃기만 하셨는데 그 다음 해 봄에 집 담장에 담쟁이가 올라오는 거예요. 아버지의 선물이었던 거죠.
정승희 아버님께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군요. 선생님께서는 그 울타리에서 예쁘게 성장하신 것 같아요.

문선이 저는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큰 상처 없이 무난하게 자란 아이는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사회를 보고 소외 받는 사람들도 많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문학작품 속에서 작가가 아이들에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마주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내 삶 말고 다른 삶을 견주어 보고 그 사람은 어떤 식으로 사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고 특히 아동같은 경우는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보거든요. 결국 작품 속에서 간접 경험을 하는 거죠. 내가 학대 받지 않고 자랐을 때는 학대 받는 것 자체도 모를 수 있잖아요. 문학작품은 결국 작가가 그런 여러 면들을 반추해보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아동물일 때는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현실성을 담되 어떻게 풀어내서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직면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느냐, 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취재와 인터뷰, 모니터링을 통한 철저한 준비
정승희
작품세계가 변모해온 궤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작가는 내면의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건설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말이죠.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이라고 하는 제 2의 존재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볼 때 선생님 작품의 소재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작품을 보면 재혼 가정의 가족문제, 학교 내의 따돌림 문제, 탈북 문제, 환경문제, 아동학대, 미래사회의 인간성에 대한 것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 출간일이 곧 작품의 시기를 나누는 잣대는 아니겠지만 출간일 순으로 하자면 첫 작품이 『나의 비밀일기장』을 시작으로 2007년 『마두의 말 씨앗』까지 나와 있는데요. 시기별로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셨는지, 초기작품과 중기작품 그리고 현재 구상 중인 작품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문선이 제가 국내 아동문학작품을 거의 다 읽고 ‘왜 이런게 아동물에 없지?’ 하는 물음표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작가가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 소외 받는 계층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여러 가지 모양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동물에서 거의 안 다룬 테마들을 다뤘어요. 그래서 취재기간이 오래 걸려요. 탈북문제 같은 경우는 거의 4년 이상 걸렸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얻지는 못하잖아요.

정승희 맞아요.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기는 하지만 다시 내 것으로 만들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문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리얼리티를 살려서 현실감 있게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기때문이죠. 그리고 제 일이 아니니까 감정이입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글로 쓰려면 그것들을 객관화하는데 또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하다보면 글을 집필하고 취재하는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게 되죠.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구성하고 글이 출간될 쯤 되면 제가 쓰려고 했던 것들이 이슈화가 되더라고요.

아동학대나 생명공학이나 환경문제 그런 것들을 저는 미리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지금도 SF는 몇 편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쓸 거고. SF도 뉴웨이브, 사이버 펑크 등의 발전 단계가 있거든요. 우리나라 아동물에는 그것들을 다 적용해서 쓰기가 사실은 힘들어요. SF는 마니아층이 읽어도 어려워요. 일반 독자들에게 SF가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이 많아 재미있게 읽혀지지가 않거든요. 저는 자연과학이나 인문이 잘 결부가 되었을 때 오히려 사회가 바람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SF가 굉장히 훌륭한 문학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문학에서는 소외받고 폄하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하게 읽기를 바라죠.

어떤 글을 어떤 도구에 담을 것인가?
정승희
SF를 특별히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문선이 선호는 아니에요. 저는 즐겁게 글 쓰고 싶어요. 제
고정 독자들도 즐겁게 책을 읽기를 바라죠. 제 작품들이 한 번은 리얼리즘 계열 현실동화, 한 번은 판타지. 이렇게 같이 가요. 『벌레 구멍 속으로』, 『제키의 지구여행』,『지엠오 아이』, 『마두의 말 씨앗』 이런 것들은 환상이랑 결부된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것들은 아동학대, 탈북 이런 것들은 현실동화로 간 것뿐이지 같이 가고 있어요. 저는 하나만 하고 싶지 않거든요. 나중에는 추리역사 동화 같은 것들도 쓰고 싶어요.

정승희 『지엠오 아이』나 『제키의 지구여행』 같은 작품들 은 SF(공상)동화잖아요. 『벌레구멍 속으로』란 작품도시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열쇠인 웜홀(worm hole)-우주에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이루는 수많은 구멍-을 모티브로 하셨고요. 이런 작품을 쓰실 때 미래사회의 구체적 묘사와 용어들이 생생한데, 어떻게 미리 구상하고 준비하는지 궁금합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적 측면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 『지엠오 아이』는 영화<A.I.>가 떠오르기도 하던데요. SF동화들은 아무래도 상호텍스트성이 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문선이 그렇죠. 제가 그 작품을 쓸 때에 <A.I.>는 보지 않은 상태였어요. SF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어떤 글을 어떤 도구에 담았을 때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론이 밑바탕이 되어야 상상도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예술 쪽에도 조예가 깊었잖아요.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현실의 산재된 문제들을 미래 공간에 가지고 가서 새롭게 조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엠오 문제 같은 것도 현실의 문제잖아요. 『지엠오 아이』에서의 미래사회는 오늘의 우리가 이루어 놓은 사회로 초점을 맞추었지요.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상업적 논리로 어떤 제동도 걸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 사회, 또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너무 미온적이지 않은가를 말하고 싶었어요. 유럽에서는 제재를 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FTA할 때에도 우리 쪽에서는 한 마디도 안 해요. 정말 답답한 건 광우병 문제도 지금 현실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요. 너무 무책임한 말이라는 거죠. 미래에는 분명히 문제가 되죠. 작가는 사회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되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지엠오 아이』 같은 동화를 읽은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에 가게 된다면 다르게 결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정승희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집권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건 정말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죠.

뒷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기다려주기’
정승희
『지엠오 아이』에서 저는 이 문장이 참 좋았는데요. 135쪽에 “저 집이나 학교 데려다 줄 때”, “저랑 인사하고 나서 제 뒷모습 조금만 봐 주시면 안 돼요? 제가 돌아볼 때 할아버지 등만 보이면 맥 빠지거든요.” 라고 나무가 정회장에게 말합니다. 이 말이 참 가슴을 울리는 말이었어요. 저는 이 말이 핵심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든, 동화를 쓰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든, 무엇을 하든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거든요. 앞모습을 볼 때는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눈앞에서 사람이 가고 난 뒤에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똑바로 바라보고 기다려주기’를 해야 되거든요.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바라보고 기다려주기’를 하지 못해 생기는 거라 말하면 약간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바로 보아주고 기다릴 줄 모르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모든 폐단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개발이윤에 눈이 멀어서 유전자 조작하고, 무슨무슨 몰입교육으로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4대강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마구파헤치고 시장논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씁쓸했어요.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나무에게 하게 하셨는지요?

문선이 네. 제 생각을 바로 읽어주는 독자 분을 만나면 그 또한 반갑지요. 시대가 아무리 급변하고 과학기술이 상상을 초월하게 발전해도 결국 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지탱하는 힘은 인간애 인간미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에서는 나무와 정회장의 관계지만 어떤 관계에서든 서로 상대의 뒷모습을 조금만 봐줄 수 있는 심적 여유와 관심, 사랑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의미부여를 해 쓴 글이었어요. 전 사람들과 헤어질 때 그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봐주는 편인데 가끔 그럴 때 뒤돌아봐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땐 참 행복하지요.

소통이나 교감 부족은, 아이가 불행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불씨
정승희
2007년에는 제주도 구전신화 ‘원천강 본풀이’의 내용을 화소로 하여 『마두의 말 씨앗』을 쓰셨는데요. 뼈살이 꽃, 살살이 꽃, 피살이 꽃, 숨살이 꽃, 혼살이 꽃 등의 바리데기 신화의 화소도 있는 것 같고요.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옛이야기나 신화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셨는데 그 전 작품들과는 출발점도 다르고 문체도 약간 변화가 있어 보입니다. 잘 놀아주는 아빠, 부자아빠, 뭐든 오냐 아빠를 원하는 아이들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데요. 현실의 아빠들 참 힘들잖아요. 아이들과 아빠 혹은 어른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선이 요즘은 좋은 아빠가 참 많아졌지요. 하지만 그래도여전히 외로운 아이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어른이 되어 겪는 어떤 갈등들이 더 크게 다가와 사람을 주저앉게 만드는 것은 대개 어린 시절에 경험한 어떤 상처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라서 그 상처가 더 치명적인 것이지요.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거나 소외된 어린 시절의 꼬마 즉 나의 어린 시절의 그런 내가 나를 어른이 된 현실에서도 남편과 친구와 이웃과 소통하지 못하게 가둬두게 됩니다.

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빠와의 소통이나 교감 부족은 아이를 불행한 어른으로 살게 하는 불씨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건 그 아빠마저도 나중에 철저히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고요. 일 때문에 바쁘고 이런 저런 이유 어쩜 어른이라면 이해될 수도 있고 타협이 될 수도 있지만 어른보다 경험이 적은 우리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어요. 가족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요. 결국 그 상처를 안겨준 아빠 역시 노년에는 똑같이 가족으로부터 외면되어지는 불행이 답습되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아빠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당신의 가족한테 좀 소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싶었어요. 오히려 아이들한테보다…….
정승희 일반성인문학과는 다르게 동화작가들은 ‘어린이’와 ‘문학’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텐데, 아동문학에서 문학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문선이 모든 좋은 문학 작품은 작품성과 흥미가 있어야 하지만 특히 아동물만큼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을 때 비로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좋은 글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작품성만 좋은 글은 성인물인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지만 어린 친구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어느 한 쪽만 이루었다면 그건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어른 아이 경계가 없이 읽힐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뿐만이 아니라, 평론가들도 아이들 반응 살펴야
문선이
비평 중에 독자 반응 비평이라고 있잖아요. 아동물에는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평론가들이 비평할 때 아동의 눈높이에서 안 썼다고 비평하거든요. 하지만 평론가들도 독자반응 비평을 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저는 일 년에 몇 차례 인터넷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책 읽은 뒤 반응을 직설적으로 알 수 있는 한 두 줄의 반응을 살펴요. 한두 번 인터넷 같은데 들어가서 아이들이 써놓은 반응을 살펴요. 엄마들이 책을 정말 안 읽는 아이인데 책을 놓지 않고 읽더라, 라는 글을 보면 도움이 되요.

정승희 아동문학평론가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분들도 어른이란 말이죠.
문선이 맞아요. 어른의 잣대에서 보는 게 있어요. 저는 책을 내기 전에 제가 쓴 동화를 복사하거나 제본해서 아이들에게 글로만 읽혀보기도 해요. 책을 잘 읽는 아이,잘 못 읽는 아이, 아니면 구분 없이 한 반에 설문지를 돌리기도 하죠. 그렇게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면 아이들의 반응을 금방 알 수 있어요.

정승희 평론가분들도 독자 반응에 대한 끊임없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작가들만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가, 비평가들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문선이 그 말 했다가 저 깨졌어요.(웃음) 어쨌든 새로운 작가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아동문학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가자, 라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싶어요.

아직도 자신을 빗대어 초기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라고 말하는 그. 죽기 전에 쓴 작품이 대표작이길 바라는 그.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자기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기에 욕심 부릴 필요 없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작가.
그는 등단할 때 세 가지 약속을 했단다. 첫째, 돈을 목표로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둘째, 청탁을 받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즐겁게 글을 쓰려면 쓰고 싶을 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셋째, 기존에 나온 책보다 질이 현격하게 계속 떨어진다고 느낄때 과감하게 절필하고 문학 애호가로 남자. 인생의 먼 미래까지 준비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믿음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그에게서 따뜻한 긍정의 기운이 퍼진다. 손수 만들어온 노란색, 연두색 과자에서 봄의 향기가 느껴진다.



문선이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아버지」가 당선되었고, 『지엠오 아이』로 창비 제9회 좋은 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가끔 산과 바다를 찾고 공연도 즐겨 보고 재래시장에도 자주 간다. 거기다 글까지 쓰고 책도 낼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제키의 지구 여행』 『양파의 왕따 일기』, 『엄마의 마지막 선물』, 『벌레 구멍 속으로』, 『딱친구 강만기』,『마두의 말 씨앗』등이 있다.

정승희 「기다려, 엄마」로 새벗문학상을, 마로니에 전국 여성백일장에서 「우리 동네 복덕방」으로 우수상을, 「우리는 섬에서 살아」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취미이고, 길 잃어버리기가 특기이다. 길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아주 잘 보인다. 지은 책으로는 『공주의 배냇저고리』(공저), 『알다가도 모를 일』, 『손을 들면 흥이요, 발을 들면 멋이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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