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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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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4:32 조회 7,68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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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박 2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것을 보았다.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은 지리산을 걷는 동안 스스로를 향해끊임없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방송을 이끌어나갔다. 낯설지 않은 그 문장,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것은 강원도의 한 학교에 발령받은 내가 지난 3년 동안 끊임없이 되새겨온 문장이었다.

2007년 3월, 그때의 나는 강원도에 와본 적도 없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지 사람(?)이었다. 학교에서는 대학을 막 졸업한 어수룩한 나를 엄청나게 환대해주셨다.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으로 교육부 지정 정책연구학교였다는 것이 한 이유였다. 물론 내가 발령 받을 무렵에는 연구학교기간은 끝나있었지만 여전히 학교의 모든 교직원이 나를 살갑게 맞아주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기간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담임선생님과 학년으로 움직이는 초등학교의 특성 때문에 나는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의~ 이름 모를 사서교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열정으로 가득 차있던 그때의 나는,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입지를 다지고자 열심히 노력해보기로 했다. 키포인트는 동아리 운영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특성상 동아리를 운영하기 힘들다. 특히 담임선생님의 허락이 없으면 학생들은 움직일 수 없었으므로 담임선생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다. 어려웠다. 사서교사가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리더십이라고는 하나, 초짜배기 교사가 감히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드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노력한 결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책누리’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선별과정을 통해 뽑힌 최정예 학생들은 20명. 도서관 정리에서부터 행사까지 학교도서관의 모든 중소대사를 그들과 함께하며 추억과 보람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내가 가장 크게 느꼈나 보다. 쉽게 지치고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하는 초등학생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학생 수는 점점 줄어 1년이 지나 졸업에 가까워지자 불과 네 명만이 남아 있었다. 단지 아이들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도서관운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사실 나는 발령받은 지 한 학기 만에 도서관 문을 닫아야 했다. 학교에서 내게 육상 감독직을 맡겼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육상 코치만 있고 담당자가 없던 차에 남자인 내가 발령을 받자 감독직을 맡겨버리신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 점심을 먹고 2시부터 4시까지 운동장에 나가있어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도서관을 반 폐관 상태로 몰고 가버렸다. 1년여 만에 육상 감독을 신규 교사에게 물려주고 도서관으로 돌아와 보니, 도서관을 변화시키려던 나의 처음 의지와는 다르게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북적대던 아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휑한 도서관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책을 한 권씩 정리하던 중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원어민 교사가 학기 중 발령받은 것이다. 학교는 갑자기 들이닥친 원어민교사와 관련된 잡다한 일들을 나에게 맡겼다. 원어민 방, 생활용품 구하기, 원어민 한글교실 등 원어민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영어수업까지 시키셨다. 오 마이 갓! 게다가 담당교사가 올 때까지 한두 달만 맡아달라던 것이 반년 동안 계속되었다. 내가 영어교사인지 사서교사인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영어수업 준비를 하고, 영어수업 준비가 끝나면 도서관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발령난 지 4년차지만 외도(?)를 한 2년을 빼면 나는 겨우 2년차 새내기 교사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학교도서관을 크게 키우겠다는 꿈도 품고 있다. 작년부터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동아리를 다시 살리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도서관과 나를 잊지 않고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다시 지원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여우같이 꾀 많고 일 잘하는 아이들이 몇 있어 일이그리 힘든지 모르겠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직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물음이다. 어쩌면 평생, 내가 추구하는 이상을 향해 갈 때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한 가지. 나는 대한민국 사서교사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노력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나는 나의 지원자이자 동료인 아이들과 마음을 모아 다시 한 걸음씩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할 언젠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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