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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인물탐구-학교도서관 스태프 열전]성인이 된 첫 번째 도서관 스태프, 임보통
<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04월호> 20-05-25 14:24
조회 :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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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첫 번째 도서관 스태프, 임보통
지금은 스물세 살이 된 나의 첫 번째 친구를 ‘임보통’이라고 부르겠다. 임보통은 중학교에 다닐 때 특징이랄 것이 1도 기억에 나지 않는 학생이었다. 친구 관계도 고만고만 문제가 없었고, 가족 관계도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임보통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애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임보통은 나의 영향을 받고 사서가 되겠다고 덜컥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다른 도서부원들처럼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는 문자 한 통 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는 임보통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새삼 의아해했다.


임보통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매년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동창생들을 여럿 호출하여 나를 만나러 도서관으로 왔다. 처음엔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찾아오면 크게 할 말이 없고, 귀찮거나 힘들었다. 심지어 뭐라도 사 먹여 보내야 하다 보니 돈도 많이 들었다. 어느 시점부터 아이들과 먹은 떡볶이 값은 어쩌다 먹는 스테이크 값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나도 돈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우리는 떡볶이를 주문하는 것만으로 신이 났고, 손가락만 한 떡볶이를 입에 넣을 때마다 손꼽을 만한 추억이 떠올라 서로 얘기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모인 스승의 날에는 밤 9시까지 학교도서관에서 뒹굴며 웃다가 울다가 꼭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떨었다.


평면적일 뻔했던 임보통의 입체적인 이야기
졸업생들이 오면 일상에 활기가 생겨나고 사서 하는 맛이 났다. 8년차 사서일 때 나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문화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함께할 외부 활동가로 내가 제안을 받았다. 점점 학교도서관 안에서의 삶이 익숙한 반복으로 느껴질 즈음이었다. 서점이 없는 동네에 서점을 만들고, 술집거리 일색인 마을에 책거리를 만들어 ‘책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임보통의 활약은 빛을 발했다.


임보통은 마을 책 축제에서 청년팀 팀장을 맡았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에게 연락해 모교 도서관에 찾아오던 것처럼 책 축제 활동팀에게 소식을 알리고, 축제 취지에 맞는 의견을 모으는 일이었다. 전에는 몰랐는데 임보통은 정성껏 참여했고 실수가 적었다. 제법 문헌정보학과스러운 꼼꼼함이라고 생각했다. 임보통이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한 노력들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임보통은 청년팀장이 되기 위해 멘트를 써서 100번씩 연습하고, 녹음까지 해서 들어보는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덜덜 떨면서 통화를 마쳤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임보통은 그간 떡볶이 배달 주문 전화를 할 때조차 울렁증을 보였었다. 오래 알았다고 그 사람을 다 아는 건 아닌가 보다. 누군가 마을 책 축제를 마친 후의 성과를 물어본다면, 나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임보통의 통화 울렁증 극복’이라고 말하겠다. 축제란 남 보기에 좋은 행사가 아니라 준비한 사람이 진정 변화할 수 있는 시간임을 임보통에게 배운 것이다.


우리의 우정을 이어가는 법-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기: 좋아하는 일을 일관되게 하는 사람들

책 축제를 성황리에 끝냈다는 자부심으로 임보통과 나는 금세 모임을 만들었다. 2주마다가진 독서모임이 그것인데, 이모임에서는 멤버들이 맛있게 먹고 운동하기를 좋아해서 주로 활동적인 책들로 골랐다. 그리고 책을 읽은 감동을 그대로 실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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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많은 보통이들도 보통이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 중입니다
너무 큰 얘기는 남의 사연처럼 말할 때가 있다. 임보통도 책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책 축제가 끝나고도 1년이나 지났을 때 임보통이 대인관계를 어려워했던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지 모르지만 임보통은 초등학교 때 심한 소외의 경험이 있었다. 일부 못돼먹은(더 심하게 쓸 뻔 했는데 지면이라 참는다) 급우들이 툭하면 임보통을 화장실로 불러내서 집단적으로 비난하고 겁을 줬다고 한다. 어린이 임보통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적인 사과와 회피였고 그 세뇌란 무시무시한 거라 정말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사람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그렇게 쪼그라든 자존감은 중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여서 그토록 주눅든 채로 지낸 것이다. 청소년 임보통이 남에게 부탁을 잘 못하고 사소한 갈등에도 사과부터 해온 원인은 어른이 되어서야 고백되었다.


사실 학교든 직장이든 사람 사는 곳에는 못돼먹은 사람 또한 있기 마련이다. 학교도서관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울면서 털어놓는 이야기의 절반도 대인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속 얘기를 꺼내는 학생들에게는 책 처방 외에도 적절한 조언이 필요한데, 일단 나는 “뻔뻔해도 된다.”라고 말해 준다. 임보통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뻔뻔함을 가져도 된다. 그 정도 표현을 해줘야 그 여린 아이들이 약간의 당당함을 획득하는 것을 봐 왔다. 그러고 난 다음 나는 그 아이들을 격하게 아끼고 예뻐해 준다. 아이들은 사랑받는다는 느낌 덕분에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기애를 얻곤 했다.


임보통의 고백을 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날 때마다 “우리 임보통이 예쁘다, 잘했어, 우쭈주∼”라고 말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마냥 쑥스러워하던 임보통이 점점 자신이 참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젠 나를 만나러 오면 스스로 “예쁜, 임보통이 왔어요^^”라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이 방법은 친구들에게도 통했는지, 학과 동기들도 임보통을 밝고 자신감 넘치는 존재라고 평한다고 했다.(단, 원래부터 뻔뻔한 학생이 말까지 뻔뻔하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건 아님을 밝힌다.)


사실 나 역시 임보통처럼 학창시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넌 특별해, 넌 우리 반에서 꼭 필요해.”라고 말해 주었다면 초라하다고 생각한 학창시절이 내 인생에서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우리는 아직 더 많은 것들을 극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우리가 함께 읽어야 할 책과 나눌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임보통과는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만나서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가 함께 읽고 느낌을 공유한 책들이 아
마 임보통과 나를 치유해 준 처방전이 아니었을까. 모여 사는 사람들에게 감염이 피할 수 없는 전제라면, 나는 임보통 같은 사람의 정에 감염되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밑줄 긋는 책들만이 우리를 청정하게 위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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