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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지구별 사서의 오늘] 도서관에서 최고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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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9-10 14:39 조회 3,4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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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콘서트가 열리던 날
 
길 가는 누구라도 노랫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도서관에 올 수 있는 날이 있었다. 날은 내가 도서관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 중 하나로 기억한다.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 날이었다. ‘착한밴드 이든’이 고정순 작가의 『최고 멋진 날』을 노래로 만들어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을 다니며 여는 북 콘서트의 기회를 운 좋게 잡은 것이었다. 그날 우리 도서관으로 내려오는 계단 저 멀리부터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서관 앞에서 장기를 두시던 할아버지도, 친구들과 원곡동을 놀러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낯설어하지 않고 자연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림책이 전해 주는 이야기에 함께 웃고, 함께 눈물지으면서 우리들 마음속에 공통으로 질문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기르시던 토끼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건넨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 반응이 놀라웠다. 한글 읽기가 서툴러서 엄마 손에 끌려나오다시피 해서 도서관에 오던 지수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최고 멋진 날』을 그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엄마 왜 안 와』와 『슈퍼고양이』를 희망 도서로 신청한 것이다. 그림책 콘서트를 하는 날, 토깽이가 하늘나라로 가는 부분에서 울음을 터뜨린 다희는 아직도 그 토깽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책을 쓴 작가를 꼭 만나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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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눴다
 
올해 6월, 드디어 그 분을 만났다. 우리가 알아야 할 동물원의 동물들 이야기를 가지고 고정순 작가가 우리 도서관에 오신 것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그림책 콘서트에서 먼저 만난 『최고 멋진 날』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귀중한 손님이 집에 오시는 것처럼 가슴 떨려 했다. 한두 명씩 작가의 책을 빌리러 오고,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동아리 모임 때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미리 나누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작가와의 만남 일주일 전, 우리는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과 『안녕하다』를 읽고 도서관에 모였다. 회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을 읽고서 든 생각을 우리에게 말했다.

“그림책 속 동물들의 표정이 꼭 우리 표정 같았어요.”

평소 내색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결혼이주민으로 힘들었던 삶의 과정들도 자연스럽게 내비쳐졌다. 그림책에 밝은 내용만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신은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은 밝은 글만 읽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러나 작가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앞에 선 고정순 작가는 함박 웃는 얼굴로 자신이 아팠던 이야기, 가난해서 꿈을 꾸기도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정말 돈을 벌기 위해 동물원에서 일했던 때의 경험이 녹아들어 이번 새 책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의 고됨이 꼭 이주민이어서 비롯됐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산다는 것 자체가 주어진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그 속에서 행복의 보석을 찾는 것이라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날,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 책과 작가를 만나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만나면 더 깊어지는 이야기와 마음
 
도서관에서 만난 인연은 같이 그림책을 만드는 일로 이어졌다. 작년에 독서동아리 회원인 율리아가 멋진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우리 동아리 회원 스무 명 모두가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해 줬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사를 읽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율리아의 결혼식이 세계의 어느 왕비 결혼식보다 더욱 멋지게 느껴졌는데, 이 경험을 가지고 동아리 사람들과 논의하여 그림책 하나를 내어 보기로 했다. 여기에 멋진 일 하나 더! 고정순 작가가 우리의 그림책에 그림을 그려 주기로 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삶이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되는 멋진 일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낼 수 있다.
2018년 1월,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우리 도서관의 토요미스터리북클럽 회원의 가방에는 『네팔은 여전히 아름답다』라는 책이 한 권씩 들어 있었다. 3일간 트레킹을 끝내고 우리는 이 책을 쓴 아샤를 포카라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책 내용을 몽땅 읽고 온 우리는 처음 만나는 작가가 마치 오래 전 알고 있던 친구처럼 느껴졌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아샤가 어떻게 네팔을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또한 네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갔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작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네팔의 아름다운 풍경과 착한 사람들의 미소만이 마음에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가에 꽂힌 그 책을 볼 때마다 그녀가 조용히 들려주던 네팔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자를 만난다는 건 책과 함께 저자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가져오는 것이 틀림없다. 저자와의 만남은 도서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멋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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