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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 『책상 잘 쓰는 법』 이고은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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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6-14 17:54 조회 3,5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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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처럼 관찰하는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
오래 전에 회사생활을 하셨는데, 갑자기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요?
저는 부모님께 미술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한 적은 없어요. 입시미술 같은 건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가 포항의 한동대에 진학했는데, 거긴 2학년 때 가고 싶은 과를 정할 수 있어요. 저는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교양 과목으로 드로잉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제가 그린 걸 보시더니 이것도 그림이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교수님 덕에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이후엔 편집디자인 회사에 들어갔지만, 일하면서 내가 이런 걸 하려고 디자인을 선택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서 일하는 선배들을 보니 그 일을 계속하기 싫더라고요. 그렇게 디자인은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하다가 기회가 생겨서 영국에 가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시작했어요.

 
오래 전에 회사생활을 하셨는데, 갑자기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요?
저는 부모님께 미술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한 적은 없어요. 입시미술 같은 건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가 포항의 한동대에 진학했는데, 거긴 2학년 때 가고 싶은 과를 정할 수 있어요. 저는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교양 과목으로 드로잉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제가 그린 걸 보시더니 이것도 그림이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교수님 덕에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이후엔 편집디자인 회사에 들어갔지만, 일하면서 내가 이런 걸 하려고 디자인을 선택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서 일하는 선배들을 보니 그 일을 계속하기 싫더라고요. 그렇게 디자인은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하다가 기회가 생겨서 영국에 가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방인으로 그림을 공부하면서 얻은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유학을 간 학교는 미술의 기술적인 영역보단 자신이 그린 그림의 콘셉트를 어떻게 정하게 됐는지, 이 그림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지 등의 질문과 대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었어요. 전공 이름이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이었는데, 그 안에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 과목이 있었어요. 수업시간마다 그런 주제로 토론을 하더라고요. 거기서는 자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철학 이야기를 같이 했어요. 저는 ‘나도 내 세계를 만들어야겠구나.’, ‘정말 잘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표현한다는 뜻이 담겨 있잖아요. 제 그림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말하고 자 하는 게 분명해야 해요. 그걸 잘할 수 있도록 계속 훈련했던 것 같아요.
 
졸업 후 작품을 발표하거나 전시도 하셨나요?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 일본 친구들과 <먼데이 모닝 세즈>라는 독립잡지를 만들었어요. 졸업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월요일이 되면 출근하는데 예술학과를 졸업한 저나 제 친구들은 다 직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엔 월요일 아침에 어딘가 가는 척하고 싶었어요. 저와 친구들은 월요일 아침에 런던의 어느 서점 카페에 모여서 주제를 하나 정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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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들을 복사하고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잡지로 만들어서 독립서점들에 팔았고요. 각 호마다 주제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그 달의 주제가 ‘face(얼굴)’이면 네 명이서 돌아가면서 얼굴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이었어요. 영국을 떠나기 전엔 갤러리를 빌려 잡지에 실었던 그림들을 전시했어요. 그러면서 한국이든 영국이든 출판사 여러 곳에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닥치는 대로 작업했어요. 초창기 월간 <GRAPHIC>에도 제 그림이 실린 적 있어요. 그 잡지를 보고 많은 분들이 연락하셔서 출판사를 통해 일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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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요?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인 이혜정 작가가 호박꽃 출판사 대표님과 도감 작업을 준비하고 있던 무렵이었어요. 그 대표님은 도감 전문가셨는데, 보리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출판사를 새로이 만드셨어요. 대표님은 매일 자연도감만 만들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의 삶에 대한 도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런 작업을 같이 하기 위해 두 분이 만나고 있던 자리에 저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다가 “너도 한번 해 볼래?” 제안하셔서 저도 책 작업을 시
작했어요. 여러 주제를 후보로 놓고 고민하다가 ‘머리카락’이란 주제로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를 만들게 됐어요.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를 보면 교문 앞에서 어린이 155명의 머리 모양을 일일이 통계하신 대목이 나오는데 인상적이었어요.
그 책은 ‘비효율의 끝’을 달리면서 작업한 책이에요. (웃음)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를 준비하면서 저는 오타쿠가 되기로 했거든요. 친구들이 “너 뭐해?” 그러면 “잠복 중이야.” 그랬어요. 이땐 어린이책이 뭔지도 잘 모르니 연구를 해야겠다 싶어서 아이들이 하교할 때 학교 앞을 여러 번 찾아갔어요. 영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니, 책 작업 초반에 한국의 동네가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무국의 풍경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건물 안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습관과 물건들이 새롭게 보였고요.
특히 미용실이 재밌어서 머리카락으로 주제를 정했고, 실제로 미용실에 찾아가서 어린이들과 인터뷰도 하고 미용실 원장님들께 거절도 많이 당했어요. 그땐 사람들을 보면 머리카락만 보이더라고요. 남대문시장, 시청 앞 직장인들, 학교 앞 카페에 앉은 뽀글머리 아줌마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다양한 흰 머리카락 그러데이션 등을 볼 수 있는 곳을 수시로 잠복(?)했어요. 자세히 보니 대머리도 가르마가 다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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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그리며 어린이와 함께한 ‘책상 탐구생활’
『책상 잘 쓰는 법』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사계절출판사의 ‘일과 사람’ 시리즈를 기획했던 전미경 편집자께서 ‘자신만만 생활책’을 기획한다며 같이 작업하자고 하셔서 책을 만들게 됐어요.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제 삶을 가꿀 수 있는 스킬을 알려주는 책들로 『안전, 나를 잘 지키는 법』, 『옷 잘 입는 법』 등으로 이뤄져 있어요. 저는 책상의 조형적인 모양이 마음에 들었고, 흥미를 느껴 작업을 시작했는데,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육아에 집중하느라 출간까지 달팽이 같은 속도로 작업했거든요. 하지만 편집자께서 늘 격려해 주시고 잘 기다려 주셔서 지금도 감사드려요. 처음 작업할 때는 책상에 관한 책들을 찾아봤는데, 거의 독서법이나 정리법을 다룬 책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런 쪽으로 자료도 모으고 공부했지만 굳이 그런 책을 한 권 더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나는 책상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생각하니, 그리고 쓰고자 하는 게 정리되더라고요.
 
 
책에 어떤 것들을 주요하게 담고자 했나요?
초기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았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부장은 책상에 발을 올리고 자는데, 대리는 책상에 엎드려서 잔다’ 등 책상에 관한 깨알 정보를 수집했는데, 독자를 고려하여 어린이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했어요. 어린이들이 자신이 쓰는 책과 문구 등을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책의 첫 번째 방향이었어요. 책상과 문구들을 주어진 사용법으로만 쓰지 않고 새로운 사용법을 발견해서 쓰도록 이끌고, 자발적으로 물건의 주인이 되어 물건을 소중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두 번째 방향이었고요. 그러면서 호기심, 상상, 즐거움 등을 느끼게 하는 게 책의 세 번째 방향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책도 제 전작과 비슷한 포인트를 가진 것 같아요. 머리카락과 책상을 통해서, 작은 것에서 나 자신과 주변, 세상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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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준이, 현빈 등 아이들이 나오는 장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실제로 책상을 어떻게 쓰는지 참고하셨나요?
책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저와 주변 사람들의 아이들 이름이에요. 예서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현빈이는 중학생이 됐어요. 아기 전용 책상에 앉아 있는 준이는 제 아이예요. 현빈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지우개가 무엇인지 엄마의 카톡을 통해 물어보기도 했고, 현빈이가 책상에 앉은 모습을 사진으로 받기도 했어요. 책의 목차가 책상, 책, 연필, 지우개, 공책, 종이,문구로 이뤄져 있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어떤 문구를 사용하는지 질문하곤 했어요. 책에 담긴 ‘책상에서 노는 방법’은 실제로 예서 집에서 해본 방법이에요. 바닥에 책상의 필기도구를 다 늘어놓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같이 해 봤어요. ‘어린이 책장 정리법’의 책장 그림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이뤄진 예서의 책장을 보고 그린 거예요.
 

 
사전 찾는 법, 지우개 가루 정리법 등 실용적이고 재밌는 사용법들이 많은데 이 중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소개하고픈 방법을 꼽는다면요?
실은 6월에 한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저는 학교에서 ‘책상에서 노는 방법’을 해보려고 해요. 함께할 어린이들은 5~6학년인데, 체육관에서 모둠별로 앉게 하고 사전에 자기 필통을 가져오라고 할 생각이에요. 아이들에게 필통에서 물건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고 그걸 가지고 무언가를 상상해서 만드는 활동을 하도록 할 거예요. 이 방법을 추천해요. 종이 한 장으로 공책 만들기도 ‘강추’해요. A4 용지를 점선 모양으로 접었다 펴서 가운데를 잘라 공책을 만드는 방법인데, 그 책으로 어린이들이 자기만의 버전이 담긴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학교에선 ‘우리 반의 ○○○는 이렇게 책상을 쓴다!’ 하고 발표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어린이마다 책상 쓰는 방법이 제각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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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을 관찰하는 마음으로,
어린이들 마음에 나무가 자라나길

문구점을 자세히 관찰하여 표현하신 그림이 눈에 띄는데, 어디서 그리신 건가요?

본문 중간쯤에 나오는 그림인데, 정말 옛날 문구점에 들러 관찰하고 표현한 그림이에요이태원, 녹사평역 근처에 있던 곳이었는데, 문구점 사장님께 제가 이런 책 작업을 하는 중인데 사진 찍어도 되냐고 여쭤 보니 찍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찍은 뒤 문구점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표현해 봤어요. 주변 친구들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요새는 대부분 ‘다이소’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이젠 옛 문구점들을 드물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풍경들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어린이책은 무엇인가요?
머리카락이나 책상을 주제로 한 그림책처럼, 저는 한 가지 주제를 통해 어린이들이 주변을 관찰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낯설고 재밌게 바라보게 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오래전부터 ‘서울’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있어요. 전통, 기억, 군중, 미래 등 여러 가치들이 꿈틀대는 서울이란 도시에서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그려 보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워크북 형식의 책도 만들고 싶고요. 지금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 용기에 대한 멋진 글을 쓰신 작가와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지난주에는 책상에 앉아서 숲을 그리려고 하는데, 제가 계속 매력이 없는 뻔한 나무들만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케치북을 들고 도서관에 가보니 나무 도감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나무들이 참 많구나 싶어서 한 장 한 장 흥미롭게 찾아가며 나뭇잎 스케치를 했어요. 나중엔 나뭇잎을 너무 많이 찾아봐서 제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도감에서 봤던 나뭇잎들이 정거장에서 진짜로 날아다니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책에서 본 것들의 바스락거리는 질감들을 오래 느껴 보려고요. 저는 그렇게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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