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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서의 오늘]책으로 몸짓으로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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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1-18 10:43 조회 2,9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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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놀아 보자, 책으로!
가는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곳에서 워크숍을 한다는 홍보물을 보내왔다. 나는 워크숍 홍보물을 보다가 엉뚱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일, 작업을 의미하는 ‘Work’ 대신 놀이, 게임을 의미하는 ‘Play’를 붙여, 책으로 노는 ‘플레이숍’을 해 보면 어떨까! 책상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세운 계획은 이러했다.
1. 여러 그림책을 읽고, 그중에서 우리가 몸으로 표현할 이야기 하나를 뽑는다.
2. 책 속의 글로 대본을 함께 만든다.
3. 만들어진 대본으로 리딩을 하고,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맡는다.
4. 발성, 발음 훈련과 함께 안무를 배운다.
5. 작품을 연습하여 아이들 앞에서 공연한다.

먼저, 동화 구연 동아리인 ‘반짝반짝여우별’ 회원들과 독서동아리 ‘다다다새싹’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고, ‘저주받은 몸치’라서 잘 못할 것 같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도 들렸다. 반응이 이 정도이면 충분히 시작해도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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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움직이고, 이야기하며 읽기
우리 도서관은 프로그램실이 없기에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공간을 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서관이 자리한
건물의 3층 강당은 이미 연말까지 행사로 가득하여, 빌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기획으로 들떠 있던
나는 급하게 이웃 기관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도서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관의 공간을 4주 동안 쓸
수 있게 되었다.
첫 수업 시간. 그렇게 소란스러운 시간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옆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길래 이렇게 시끄럽냐며,
전화 벨소리가 안 들린다고 항의 방문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크게 웃고, 움직이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몸으로 표현할 책을 고르기 위해 아마 10권도 넘는 책을 읽었을 것이다. 어떤 책은 동극으로 표현하기에 갈등이 없는 스토리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또 다른 책은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비슷비슷하다고 하여 제외되었다. 많은 논의 끝에 마침내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존 셰스카)와 『엄마의 하나 둘 셋』(서지현), 이 2권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우리는 결국 억울한 늑대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이야기, 풍부한 캐릭터, 반전이 있는 스토리가 선택에 한몫했다.
각자가 책을 끝까지 읽은 후, 돌아가며 한 페이지씩 몇 번을 소리 내어 읽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혼자서 읽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들어왔다. 우리는 늑대 울프가 설탕을 얻으러 돼지 집에 갔다가 억울하게 오해받은 대목 등에서 처음에는 웃다가, 점차 울프에게 동화되어 갔다. 그리고 언론의 책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대본을 만들고 동극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간이 우리가 가져갈 것이 가장 많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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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배우처럼 할 수 있다
예쁜 송혜교와 멋진 박보검이 나오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방송국에서 배우들이 모여 방송 대본을 읽는 장면으로 예고편을 만들어 내보낸 적 있다. 그 예고편은 어떤 예고편보다 인상적이었고,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했다.
우리의 리딩 시간은 그 드라마의 예고편보다 몇 배나 더 흥미진진하고 멋졌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랬다. 사람들이 한 번씩 읽어 갈 때마다 대사들은 입체감을 더해 갔고, 마지막 리딩을 할 때는 앉아있는데도 무대 위의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리딩을 끝내고 각자 자신이 맡고 싶은 배역을 2개씩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인기가 많은 배역을 정할 때는 희망하는 참가자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조율해 갔다. 마침내 10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에 맞는 배역이 정해졌다. 이 활동은 우리도 멋진 주연이 되고 훌륭한 조연이 되어 하나의 책을 온몸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던 사람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만들어가는 작품은 스케일이나 내용 면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것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바로 “할 수 있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늑대의 오해가 풀려, 동물 모두가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낸다는 결론을 만들어내고는,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누군가가 노래와 율동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후 열렬한 호응과 지지를 얻어 우리의 작품은 음악과 춤이 있는 해피엔딩으로 거듭났다. 정말 뮤지컬이 된 것이다.
몸책플레이숍을 시작하고 몇 주 동안 우리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잠시 책 읽기를 쉬는 중간중간에, 심심찮게 대사를 읊조리고 춤을 연습하는 ‘무대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도서관에 매일 오시는 할아버지들은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겨? 모두가 얼빠진 사람처럼 히죽거리며 손발을 흔들어대던데.”
 
 
함께 만든 공연은 도서관에서
부끄럽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몸책플레이숍을 했으니, 우리는 함께 만든 작품을 무대에 세워 보기로 했다. 우선 도서관에서 열리는 ‘금요책반상회’에서 제일 먼저 선을 보이기로 했다. 이 무대는 두려울 것이 없다. 서로가 매일 마주하다시피 보는 사람들인 만큼, 대사나 동작을 틀려도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큰 박수로 응원을 해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 다음, 처음 계획대로 우리의 아이들 앞에서 공연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읽은 책을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소문을 듣고서 이웃 작은도서관에서 우리를 초대했다. 조금 떨리지만,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멋진 내용이 있고 생생한 캐릭터가 있는, 우리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참, 우리 도서관의 지구인수어합창단이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수어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11월에는 안산시 사랑의 수어제에서 대상을 탔다. 곧 이 합창단과도 공연을 기획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수어뮤지컬을 한다니! 오늘도 두근두근, 도서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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