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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사랑이 훅!』진형민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1+02월호> 19-01-18 10:27
조회 :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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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교사에서 동화작가가 되기까지
꼬맹이 시절에 무얼 하며 지내셨나요?
저는 서울 북쪽의 우이동에서 태어났어요. 저희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은 곳이고 저도 결혼하기 전까지 붙박이처럼 내내 그 동네에서 살았어요. 저는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고 그저 자분자분 친구들과 놀면서 자랐어요. 그러다가 제가 6학년이던 즈음 동네에 도서관이 생겼는데, 그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면서 책을 봤어요. 당시엔 어린이책을 많이 구비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어른들이 읽는 소설들을 많이 빌려 봤어요. 좀 더 어렸을 적엔 책 팔러 다니는 아저씨들이 집집마다 꽂아 놓던 전집 같은 것을 꺼내어 읽곤 했어요.
 
대학 다니실 때 연극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온통 연극한 기억밖에 없어요. (웃음) 저희 연극반은 그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창작해서 극을 올리는 극단이었어요. 저는 연기하는 것보다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편을 더 좋아해서 극을 쓰거나 연출을 하곤 했어요.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이 졸업 후 동문 극단을 만들었어요. 요즘도 몇 년에 한 번씩 모여서 그 극단 이름으로 상연을 해요.

오래 전에 어린이 서점에서 일하셨는데 아이들과 수업도 하셨나요?
지금은 파주에 있지만 예전에는 일산에 자리했던 어린이 서점 ‘동화나라’에서 아이들과 연극 수업 같은 걸 했는데, 저희 아이들도 그 공간을 아지트 삼아 놀곤 했어요. 그땐 우리나라 어린이문학 시장이 막 형성되던 때라서 서점에서 어린이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2004년에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어린이 서점에서 지내는 것도 즐거웠지만 더 전면적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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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에서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나요?
당시 저희 학교에선 한 교사가 전체 학년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게 각 교과 내용을 다 만들어서 수업하는 방식을 시도했어요. 저는 국어과 수업의 교안을 만들어 가며 수업했고요. 교과서를 쓰지 않았기에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문학적 텍스트는 아동문학 분야에서 많이 활용했어요. 적당한 것이 없다 싶으면 제가 직접 써서 수업에 활용하기도 했어요. (웃음) 그때 쓴 글들이 나름 습작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 무렵 1년 정도 쉬면서 딸들과 아시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다시 학교 현장으로 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작품을 써 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때 쓴 『기호 3번 안석뽕』이 출판사 공모전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를 전업으로 삼게 됐어요.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계속 교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님의 궤적을 보면 늘 가까이에 아이들이 자리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들과 아동문학을 늘 가까이해서인지 동화를 쓰게 된 것도 자연스러웠던것 같아요. 저는 ‘동화를 제대로 써 볼까?’ 하는 생각에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 학교에서 6개월 동안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당시 국내외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루이스 새커와 로버트 코마이어의 작품이 좋아서 번역된 작품들을 모두 찾아서 읽었어요. 그들의 책들을 읽으면서 저도 이런 작품을 쓰면 좋겠다 싶었죠.
 
열두 살 아이들의 달콤 살벌한 우정과 연애
『사랑이 훅!』을 쓰게 된 계기는요?
사실 제가 그동안 썼던 책들은 대체로 공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기호 3번 안석뽕』에서는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 『소리 질러,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운동장 사용 권리 문제를 다뤘거든요. 제가 책을 내고 난 뒤 학교에 강의를 가곤 했는데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를 읽은 아이들에게는 자본주의 구조에 대해 에둘러서 이야기를 들려 줬어요. 절대 돈으로 바꿔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하기도 했고요. 강의를 끝내고 난 뒤 아이들에게 질문할 시간을 줘요. 그럼 아이들은 남녀 주인공들의 사적인 관계에 대해 어디까지 진도가 나간 건지 물어 봐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사귀는지 안 사귀는지 왜 또렷하게 결론을 내지 않느냐면서 책임을 지라는 거예요. (웃음) 아이들이 사랑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이 많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았어요. 언젠간 그런 이야기를 한번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겨울 내내 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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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훅’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훅’이란 어떤 일들이 급작스럽게 다가온다는 걸 묘사하는 부사이기도 하고, 권투의 타격 기술이기도 해요. 책에 나오는 박담과 김호태가 같이 권투를 배우는데, 사실 저희 막내딸도 한동안 권투를 배우러 다녔거든요. 아이가 ‘훅훅’ 소리를 내면서 타격 연습에 열중하는 걸 봤어요. 스스로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아이가 즐거워 보였어요. 저 말을 언젠가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마침 이 책을 쓰면서 ‘훅’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었어요.
호태를 좋아하는 담이와 지은이 두 여자아이의 우정을 묘사한 대목이 각별하게 다가와요.
저는 책에 나오는 여섯 아이 가운데 세 여자아이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썼어요. 미디어에서는 여자들 간의 우정이 사랑에 의해 훼손되는 걸 흔하게 보여 주잖아요. 남녀에 따라 우정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리 없는데 말예요. 그리고 저는 사랑은 특별하고 사적이고 내밀한 느낌이지만, 우정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 주는 울타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한 선생님께서 “사랑은 커지면 점점 은밀한 곳으로 찾아들지만, 우정은 커지면 다 같이 함께 광장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우정의 울타리가 굳건한 아이들이 내밀하게 사랑하는 풍경을 책을 통해 그려 보고 싶었어요.
종수와 사귀고 이별하는 연애의 전 과정을 겪은 선정이의 경험은 실제 아이들 경험을 참고하셨나요?
저는 주변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고르게 조합해서 캐릭터로 만들어요. 책에서 선정이가 종수와 연애하고 성적이 떨어지자 선정이의 엄마가 “왜 안 하던 짓을 하니?”라고 질문하는 대목이 나와요. 이때 선정이는 안 하던 짓을 함으로써 자신이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들을 얻어요. 대개 아이들은 늘 엄마의 기준에 맞춰 어린 시절을 살 수밖에 없지만, 사람들마다 ‘부모의 제한 선’을 넘어서게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어쩌면 선정이는 그 첫 순간을 마주한 것일 수도 있어요. ‘나는 엄마의 말보다 나 자신을 더 믿어 볼래.’라는 마음을 먹은 것이 선정이에겐 가장 귀한 배움이 아닐까 싶어요.
 
 
 
 
찬찬히 삶의 기술을 다지는 풍경을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간 할머니의 고구마 밭, ‘토빵 모임’이라는 장소에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세 여자아이들이 토요일마다 가지는 ‘토빵 모임’처럼, 저는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기들 에너지를 토대 삼아서 무언가를 해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려고 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고 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해 보면서 성장하길 바라거든요. 아이들이 사는 데 정말 힘이 되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제 책을 읽고 자기 주변의 조건과 환경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의 연애를 우려하는 어른들에게 작은 조언을 하신다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쓰는 감정이 별로 없어요. 가장 높이 솟았다가 가장 깊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진폭이 큰 감정이지요. 아이들이 이 감정을 느끼는 일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식으로 얕게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부 말고도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갖춰야 할 삶의 기술들이 많아요. 그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경험들 중 사랑은 큰 감정이에요. 아이들이 겪는 사사로운 많은 일들이 당장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결국 아이가 자기 삶의 기술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거예요.
 
아이들이 사랑을 경험하는 일이 삶의 기술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네요.
아이들은 동물적으로 배우는 게 많아요. 자기의 사회성을 고양시키는 그 많은 경험들이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이 사회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거예요. 부모들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아이들의 삶을 재구성한다면, 아이들의 삶은 얇고 좁아질 수밖에 없어요. 간섭과 억압은 아이들의 삶을 제한하는 지름길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가장 약한 모습으로 부모 없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부모들이 온전히 자기를 놓아보도록 아이들을 놔두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아이들에게 사랑이 찾아온다면, 아이들이 그것을 충분히 향유하고 그 안에서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지켜봐 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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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용기를 다지길
초등학교 강의를 통해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요즘에 학교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어요. 교과서를 대신해 어린이문학 관련 책으로 수업을 하고, 작가를 초대해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해요. 이런 강의를 하러 제가 학교에 가는 거거든요. 제가 대안학교에서 수업했던 것처럼 깊이 있게 아이들과 수업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통로가 학교 현장이라서 정말 재미있어요.
뿌듯했던 순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강의를 다니다 보면 어떤 녀석들은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해요. 한 아이가 끝까지 다 읽은 책은 제 책이 처음이라고 말해준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4∼5학년 정도가 되면 그림책에서 텍스트로 이뤄진 책 위주로 읽게 되는데 이를 잘 넘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책에서 영 재미를 찾지 못했던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권을 읽은 경험을 쌓으면 다음에 책을 읽을 때에 힘이 될 것 같아요.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해졌으면 바람이 있다면요?
저는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러저러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싶은 모습들을 계속 보여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잘 노는 게 최고!’라는 걸 말로 이야기하지 않고, 정말 잘 노는 아이들을 책을 통해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레 ‘와, 이거 정말 재밌겠다!’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건강하게 사랑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면 ‘맞아,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 멋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예요. 멋지면 따라하고 싶잖아요.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옳은 것인지를 알게 되고요. 그런 것들이 아이들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면 좋겠어요.
한창 연애 중이거나 연애를 앞둔 어린이들에게 응원 한마디를 날려 주세요!
책 속 종수가 선정이에게 “너 그만 만날래.”라고 말하는 순간이 어쩌면 선정이에겐 정말 바닥을 치는 순간일 수 있어요. 그래도 저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어떤 일이 실패로 끝나거나, 자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상황과 마주했을 때 아이들에게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온전히 위로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괜찮다고 얘기해줄 수 있으면 자신이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데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계속 이야기해요. “나는 훨씬 더 바닥인 적 많았어.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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