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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다다다 다른 별 학교┘ 윤진현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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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1-06 14:28 조회 4,42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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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많던 아이에서 장난꾸러기 어른으로
 
작가님께서는 꼬맹이 시절에 무얼 하며 노셨나요?
저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었어요. 굉장히 작은 아이였어요. 그래서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어요. “걱정하지 마라, 넌 늦게 트일 거다.”라고 말예요. 어렸을 때 제가 제일 많이 하던 행동이 장독이 있는 옥상 위에 올라가는 거였어요. 거기에서 내가 왜 존재하는지 질문하거나 배가 하늘에 떠다닐 것 같다는 식의 엉뚱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커서 같이 그림책 작업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나는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어. 그리고 내가 쓸모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어.”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자기도 어렸을 때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서야 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자라온 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하셨는데,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요?
원래 꿈은 만화가였어요. 순정 만화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만화는 클라이맥스도 있어야 하고 사건들도 많이 넣어야 하잖아요. 제가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그림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아이들을 되게 좋아해요. 제 적성을 고민할 때도 ‘유치원 선생님 할까?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 작업을 하자고 마음먹고 그림책을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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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내 마음을 보여 줄까?』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는데, 준비 과정이 꽤 길었다고 들었어요.
저는 어린 시절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어른들이 들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진 감정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운 행동 같았어요. 그런데 몸도 마음도 마음껏 표현해야 건강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 봤어요.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내 마음을 보여 줄까?』예요. 책에 여러 ‘감정’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표현했는데, 저는 감정이 조절이 안 되는, 하고 싶은 것을 다하는 친구라고 생각 했거든요. 그렇게 감정을 의인화하다가, 감정을 주제로 하루 생활에 접목해 작업하게 되었는데 이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했어요.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어떤 활동들을 하셨어요?
지인의 소개로 유치원에 가게 됐는데, 저는 거기서 그림 안 그리고 아이들이랑 놀다가 혼났어요. 아이들을 드로잉하고 관찰하러 오셨으면서 왜 얘들이랑 노시냐고 유치원 선생님이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려면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어요. 그 유치원에 잠시 있으면서 아이들의 행동들을 지켜봤고, 거기서 아이들의 성격이나 행동을 발견해 가면서 책 작업하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종종 수업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책 작업이 작가님께 어떤 자양분이 되나요?
작은 도서관에서 강의를 했던 적이 있는데, 저는 소수 인원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재밌더라고요. 아이들 반응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나이를 먹다 보면 동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잖아요. 아이들 책을 그리는 사람이 아이들을 모른다면, 최대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네 안에 있는 예술성에서 그림책을 시작해야지, 왜 아이들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만드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아요. 저도 그림책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좀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제 책을 본 아이들에게서 “맞아! 나 이렇지!”라는 식의 즐거운 재잘거림 같은 공감을 얻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려고 해요. 그리고 아이들과 친구 같이 지내고 싶어요. 나이 많은 장난꾸러기 친구요.
 
저마다 다른 별에 사는 아이들을 그리고
 
『다다다 다른 별 학교』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애초에 생각한 이야기는 한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다른 게 많은 자신을 외계인으로 여겨 자신의 진짜 엄마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길을 떠나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자기만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 다른 별에서 온 거라는 걸 알게 돼요. 그 이야기에서 책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게 어떤 면에서는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그런 자신의 콤플렉스가 내 탓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별에서 태어난 거라고, 그건 못난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저도 어릴 적부터 ‘땅콩’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거든요. 땅콩이면 땅콩만의 좋은 점이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너는 본래 그렇게 태어났고, ‘왜 나는 이렇게 모자라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그건 그냥 다른 것뿐이야.”라고 전하고픈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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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네가 ‘틀린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으셨군요.
맞아요. 그리고 더 어린아이일수록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넌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대부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런 부분들을 자격지심처럼 느끼곤 하잖아요. ‘나는 왜 이럴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고요. 저는 모든 아이들이 더 떳떳하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에 ‘작아도 별’, ‘생각대로 별’ 등 여러 별에서 온 아이들이 나오는데, 장마다 재료를 다르게 쓰신 이유는요?
교실에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자기가 온 별들을 소개하는데, 저마다 다른 별에서 왔기에 별마다 특징을 정해서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안에 있는 것조차도,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수채화, 아크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거나 판화 작업을 통해 그림을 표현하기도 했지요. 어떤 장에선 여러 방식을 섞어 활용하기도 했고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기도 했어요.
 
동심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기억을 담아
 
아이들의 성격으로 표현한 별은 저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수업하다 보면 그런 아이들이 있어요. “얼굴은 살색으로 칠해야죠! 얼굴을 왜 주황색으로 칠해요?” 그렇게 저를 가르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어른들은 버릇없다고 하겠지만, 그 아이는 자기가 반듯반듯 배운 상식을 이야기해 주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해 질문하는 거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그렇구나. 정식으로 반듯반듯 사는 아이들도 있구나.’ 하고 느끼고 ‘반듯반듯 별’ 그림으로 아이를 표현했어요. ‘뭐든지 별’의 아이는 제 조카 모습을 본떠 그린 거예요. 제 조카가 이 책을 보다가 자기가 없다고 책을 던져 버리더라고요. (웃음) 다시 펼쳐 보니까 자기 이야기가 있다고 해주었어요. 실제로도 조카랑 어린 시절부터 함께 놀고 시간을 많이 지새웠고요. ‘물음표 별’의 아이는 바로 저예요. 제가 어릴 때 버릇이 하나 있었거든요. 생일날이 되면 엄마한테 “엄마, 내일이 무슨 날이죠?” 하고 물어봤어요. 답을 이미 알고 있지만, 재차 확인하고 싶었던 거죠. 저는 이런 질문들을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질문을 계속했기에 지금까지 무언가를 만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의문점이 없으면 생각에 꼬리를 무는 지점이 없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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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별’에 나오는 아이가 인상적인데,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나요?
네. 그림 그리는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가 한 명 있었어요. 내가 안 보이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거예요. 수업 시간이라 뭘 하거나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뒷자리에 가만히 있었어요. 말을 걸어도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런 아이도 있구나’ 싶었죠. 대개 아이들은 활발한 편인데, 그런 아이를 보면서 저 아이는 자기가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싶었어요.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눠 보셨나요?
그 아이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열다섯 명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수업이었는데, 그 아이만 신경 쓸 수는 없었거든요. 다만, ‘저 아이도 자기 존재를 찾고 싶지 않을까? 스스로의 존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별과 그 별을 표현한 방식은요?
‘두근두근 별’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걱정을 많이 하면서 살았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도 계속 걱정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신중하고 꼼꼼한 편이어서 ‘두근두근 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아요. (웃음) 그림 작업은 콜라주 방식으로 했는데, 다양한 종이들을 오려 붙여 여러 질감을 냈어요. 만화를 그릴 때 쓰는 스크린 톤을 활용하기도 했고요.
 
읽고 느끼며 어린이들이 즐거워하길
 
『다다다 다른 별 학교』를 100배 재밌게 읽는 법을 한 가지 알려 주세요!
아이들이 “친구들은 이런 별에서 왔구나.”라고 느끼고, “내 별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가지고 읽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반면에 어떤 것이 자신에게 주어졌을 때는 그 안에서만 찾으려 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어렸을 때 곰돌이 이미지를 한 장 보았다면, ‘모든 곰돌이가 다 그렇게 생겼겠구나.’ 생각하기 마련인 것처럼 말예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별에서 온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친구들에게도 친절히 알려주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별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차기작 계획은요?
이향안 작가님과 협업해서 그림책을 작업하고 있어요. ‘마법 시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계획 중인 창작 작업은 ‘괴물 빵’이라는 주제가 담긴 책 이야기예요. 애들이 괴물빵을 만드는 내용인데, 저희 조카랑 같이 작업한 적 있어요. 조카가 괴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어느날 조카가 요리책에 나오는 “설탕을 몇 그램 넣어라.” 이런 레시피를 저한테 읽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접목해서 다른 아이들도 엄마랑 같이 자기만의 ‘괴물 빵’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볼까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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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가장 안기고 싶은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어른이 돼서도 평생 소장하고 싶은 책을 안겨 주고 싶어요. “이 책은 내가 끝까지 읽고, 우리 아이에게도 읽어 줘야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두고두고 간직하고픈 책을 만들려고 해요.

그러려면 어떤 가치를 책에 넣어야 할까요? 그 책의 레시피가 궁금해요!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제가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정하는 거예요. 그림책을 하면 할수록 제가 만드는 책의 독자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른들도 같이 읽는 그림책도 있지만, 저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을 정확히 표현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 겪은 힘든 점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동시에 함께 공감하고 싶어요. 이따금 “작가님은 어렸을 때 고민했던 것을 책으로 내셨는데, 그럼 어렸을 때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얻으셨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그럼 저는 “아직도 해답을 구하지 못했어요!”라고 대답해요.
저는 계속 고민 중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고민을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하면 훨씬 덜 고민이 되겠지요. 저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쓸 뿐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이 제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나름의 방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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