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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순천신흥중 동아리 '북적북적', 황왕용 선생님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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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5-24 17:30 조회 4,9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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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수요일, 느지막한 오후에 도착한 도서관. 한곳에 모여 신나게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에 눈길이 머문다. “북적북적 친구들이에요?” “맞아요! ” “근데 왕용 샘은 아직 안 오셨대요~” “야! 오고 계신다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 사이사이, 같이 이야기 나누고 웃다 보니 문이 열린다. “샘이다! ” 웃는 선생님 품 안에는 먹을거리가 한 꾸러미.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 맞추고 선생님도 자리에 앉으신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을 키워드 삼아 자신이 경험한 일을 솔직하게 쓰는 ‘감정 글쓰기’ 이야기를 담은 『괜찮아, 나도 그래』를 낸 뒤 중3이 된 아이들과 올해 다른 학교로 발령 받은 선생님이 만난 자리.방송반 스피커도 비바람도 소란하지만 왠지 콧잔등이 빨갛게 물들어 자꾸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같이 만든 책 이야기 슬슬 해 볼까요?” “좋아요~~”
 
 
학교 밖에서도 읽고 먹고 놀아요
북적북적 동아리는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김민찬 선생님께서 2학년 때 도서부를 직접 모집해 보자고 말씀하셔서 오고 가며 친구들 붙잡고 “할래?” 그러면서 모였어요.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보이는 애들마다 붙잡고물어보다 보니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고 도서부 친구들이 모여 북적북적 동아리 활동을하게 되었어요.
최예슬 저희는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동화책 읽고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선생님께서 어떤 글감이 떠오르셨는지 그걸로 “글을 써 보자!”라고 말씀하셨어요. 거기에서 감정 키워드 수업이 출발했고, 서로 글감을 추천받으면서 활동이 이어지다가 책을 쓰게 되었어요.
책을 내게 되었을 때 설레었을 것 같아요!
박아현 제 또래 친구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거니까 좋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제가 책을 많이 읽은 게 아니어서 부담이 컸거든요. 그런데 책을 다 만들고 나니 엄청 뿌듯했어요!
김은서 맞아요.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제가 고급스러운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웃음)
황왕용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한테 읽어 준 이현주 시인의 시 「책이란 모름지기」에는 “아내의 요리책은 곧장 밥상으로 올라가 콩나물밥이나 동태찜으로 태어난다. 책이란 모름지기 나처럼 읽지 말고 아내처럼 읽을 일이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손발로 읽을 일이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책을 낸 건 도서부가 함께한 수많은 활동 중 한 가지예요. ‘세상이 학교’라는 느낌으로 학교 밖에서도 많이 만나고 많이 먹고 여행도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글감을 같이 정하기도 했다면서요?
박아현 그림책을 함께 읽은 다음에 모둠끼리 그 책에서 어떤 글감을 감정 키워드로 뽑으면 좋을지 의논했어요. 그 다음에는 각 모둠에서 낸 여러 감정 키워드 중 한 가지를 뽑아서 후보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감정 키워드를 뽑아 글쓰기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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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키워드 삼아 글을 쓸 때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황왕용
그래서 웬만하면 제 감정을 아이들에게 먼저 털어놓으면서 시작했어요. 신흥중학교를 떠나기 전에 예슬이가 제게 문자를 보냈었어요. 저더러 ‘울보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앞에서 먼저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제가 많이 울었거든요. 제가 먼저 진솔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강지우 에이∼ 아닌데요. 왕용 샘 별명은 ‘신흥중 깜찍이’인데요∼ (웃음)
황왕용 아이들도 글을 쓰면서 같이 글썽글썽해지거나 웃기도 했지요.
 
 
 
내 감정과 마주하고 위로받는 글쓰기
감정 글쓰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황왕용 4월에 첫 수업을 했을 텐데, 그게 딱 1년 전 일이네요. 처음엔 그냥 수업을 했어요.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글쓰기 교육 책을 중점적으로 참고했고요. 책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어른의 글쓰기를 흉내 내게 한다는 맥락의 글이 나와요. 일상 이야기 혹은 오늘 하루 친구와 만났던 일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인데, ‘있어 보이는’ 글쓰기 혹은 어른들의 글쓰기를 흉내 내게 하는 글쓰기 교육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본 뒤에 아이들이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을 감정 키워드와 연결해 보면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첫 키워드를 ‘하루가 길다’로 정했어요. 수업 전에 제가 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니까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함께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겼던 점들이 있다면요?
황왕용
아이들에게 무리한 글쓰기 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글쓰기가 바탕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키워드 100개를 수첩에 써 놓은 뒤 한참을 솎아내서 10개를 선정했어요. 제가 먼저 그 감정에 다가갈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하느라 수첩 한 권을 다 썼지요. 『괜찮아, 나도 그래』에는 아이들과 함께 읽은 그림책이 10권가량 소개되어 있어요. 선생님들이라면 그 책들을 읽어 주신 뒤에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맡기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감정 키워드를 추출하게 해서, 거기서 그냥 느꼈던 것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주세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같이 정리해서 써볼 수 있게 해도 좋아요. 아,
그리고 우리는 한 번도 컴퓨터로 글을 쓴 적이 없어요!
 
김민찬 맞아요! 책 작업할 때 손으로 쓴 글을 여름방학에 학교 나와서 타이핑했어요.
황왕용 저는 글쓰기 활동을 할 때 백지를 한 장씩 줬어요. 매 시간마다 아이들이 빈 종이와 마주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리고 아이들 문장에 대고 “이건 틀려. 이건 맞아.” 그런 말들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한 달에 책을 두세 권씩 읽고 난 뒤에 글을 써서 <네이버 밴드>에 올리게 했어요. 그렇게 글을 다 걷고 난 다음에 제가 따로 편집했지요. 책에는 ‘∼의 독서카드’로 실렸는데 아이들이 쓴 카드를 화장실에 게시했어요. 지영이 독서 카드도 책에 많이 실렸는데, 그치?
윤지영 네. 누가 화장실에 붙은 제 독서카드를 봤다고 했어요. (웃음) 책에도 실려서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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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와 감정 글쓰기의 차이점이 궁금해요.
황왕용
이 글쓰기의 전제는 ‘나로 하여금 누군가 위로받을 수 있다’예요. 일기는 나로 하여금 내가 위로받는 거잖아요. 그런데 감정 글쓰기는 공유됨으로써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위로받고, 내가 위로받을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거거든요.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줬어요. 책에도 썼
지만, 그런 건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 되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요. 아이들이 제 말을 조금은 이해했기에 함께 쓰지 않았나 싶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산과 장윤아 학생이 삽화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황왕용
두 아이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두 아이에게 “삽화 같이 그려 볼래?” 했더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삽화를 그릴 수 있을 만한 글들을 키워드별로 3∼4개씩 뽑아서 아이들에게 줬어요. 유의미하게 그릴 수 있는 것들만 그려서 달라고 했더니, 40장가량 그려서 주더라고요. 그중에서 12장이 실렸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들도 궁금해요.
김소윤
저는 맨 처음 수업이었던 ‘하루가 길다’ 키워드로 글을 쓴 활동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하루가 길다’에 대해 쓰기 위해 처음으로 진짜 솔직한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엄청 힘들었어요. 제가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살아오는 동안 제일 지치고 삶에 찌들어 있을 때 썼던 글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최예슬 저는 동화책 읽고 글감 뽑아냈던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동화책은 아기들만 읽는 거라고 단정 짓고 무시했는데 감정 글쓰기를 하다 보니 동화책도 읽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이 책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희처럼 동화책에서부터 출발해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과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윤지영 저는 20년 후에도 친구로 남을 사람에게 쓰는 편지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친언니에게 편지를 썼거든요. 언니랑 저는 한 살 차이인데, 저희가 자매인 줄 모르는 사람들은 저희를 친구로 알 정도로 둘이 친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언니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에 갔는데, 언니가 없을 때 느낀 허전함을 썼던 게 가장 기억 에 많아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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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다독이다 보면 마음의 키가 자라요
책에는 다 담지 못한 추억이 된 활동들이 있다면요?
최예슬
김혜원 작가의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라는 책을 함께 읽은 적이 있어요.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터뷰를 모은 책인데, 읽고 난 뒤에 친구들끼리 모둠별로 나눠서 순천에 계시는 할머니들을 찾아뵀어요. “쌀을 사가면 좋겠다” “미역국도 끓어드리면 좋겠다!” 하면서 할머니들을 찾아가 같이 이야기 나누고, 돌아와서는 책과 경
험을 바탕으로 다시 토론했어요. 그때 장을 보고 할머니한테 생필품을 가져다드리는 일이 너무 뿌듯했어요. 먼저 할머니 댁에 다녀간 선배들은 할머니들이 자기 이름을 쓰실 수 있도록 한글을 가르쳐 드렸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부러웠어요. 저한테는 올해 한 활동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일 기억에 남아요.
김민찬 저는 도서부끼리 갔던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실은 제가 1학년 때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황왕용 선생님이 오셔서 “도서부 한번 해 보자!”라고 제안하셔서 거절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거거든요. (웃음) 2학년 올라와서도 도서부에서 저 혼자 남자고, 아는 사람이 없어서 위축되었는데 같이 여행 다녀와서 선배들이랑 더 친해졌어요.
 
 
같이 글을 쓰면서 겪은 일상의 작은 변화가 있다면요?
김소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책을 읽고 감동받거나 눈물 흘릴 때가 있잖아요. 저는 감정 글쓰기 수업을 하기 전에는 제가 읽은 책의 구절들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곤 했어요.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제가 쓴 구절이나 말들을 보면서 힘을 얻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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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읽고 위로를 받는 데에서 나아가 자기 자신이 쓴 문장과 마주한 거네요.
김소윤
맞아요. 제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직접 쓰면서 진심으로 위로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강지우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제가 겪은 힘든 경험들을 다시 겪게 되었을 때 마음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어요. 힘든 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제가 겪은 일에 대해 쓴 글을 되새겨 봤거든요. 이걸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읽고 되새기면서 ‘아, 이게 별게 아닐 수도 있구나. 별거라면 또 별거겠지.’ 하면서 마음을 내려
놓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최예슬 저도 글을 쓰면서 제가 가졌던 상처가 많이 치유된 것 같아요. 예전에도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게 힘들었는데, 감정 글쓰기를 하니 망설이는 마음이 들지 않고 바로 써지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제 상처를 부지런히 다독였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들려주세요.
윤지영 ‘나만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위로받고 자존감도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강지우 저도요. 저는 이 책의 키워드가 ‘공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친구 관계가 좋지 않다면, 친구에게 너무 의지하기보다는, 마음을 훌훌 털고 두루뭉술하게 잘 지내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커서도 연락하게 되는 친구가 생길 수도 있고 새로운 친구가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왕용 샘께도 한마디 해 주세요!
아이들
얘들아, 빨리 울어. (웃음)
최예슬 선생님, 다른 학교 가서도 적응 잘하시고 연락 절대 끊지 마시고요. 저희들이 나중에 커서 동창회 같은 거 할 때 도서부끼리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황왕용 알겠어∼ 제가 신흥중학교를 졸업했거든요. 20년 정도 선배예요. 똑바로 하란 말이야∼ (웃음)
윤지영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선생님이랑 별로 말을 안했는데, 왕용 선생님하고는 친했던 것 같아요. 저한테 여러 가지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요.
김소윤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특별한 활동들을 많이 해서 작년이 되게 좋았어요. 앞으로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강지우 저는 그동안 만난 선생님들 중에서 본받고 싶은 선생님들이 딱 세 명 계시는데, 그중에 한 분이 왕용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덕분에 학교생활이 진짜 진짜 행복했어요.
김민찬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요…
아이들 야, 너 왜 울어? 대박. 김민찬 운대요!
김민찬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을 못하겠어요. 그냥 되게 좋았어요.
황윤하 저도요. 이런 경험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색다른 추억을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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