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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신민규 시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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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5-24 15:32 조회 5,2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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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카페로 곧장 달려와 준 시인의 목소리, 듣다 보니 느릿느릿 나무늘보가 떠오르고 수줍음 많은 소년이 생각난다. 왠지 낯가림이 있을 것 같다가도 자신이 쓴 동시로 근사하게 랩을 구사하는 이 시인, 자꾸 궁금해진다.“ 꾸벅 꾸벅 꾸벅 꾸벅 신민규 뒤로 나가! 번쩍” 점심시간이 끝나고 저절로 눈이 감기는 5교시를 견디는 아이의 일상을 담은 시「 Z교시」에 시인의 이름이 숨어 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재미나는 동시를 계속 선물해 줄 것 같은 신민규 시인의 이야기에 가까이 귀를 기울어 봤다. 최문희 기자
 
 
 
어린이의 말과 마음을 닮은 시인
어린 시절에 개구쟁이였을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만화 <피구왕 통키>가 한창 인기였을 때는 친구들과 피구 하면서 지냈고요. ‘허수아비’나 ‘다방구’ 놀이처럼 아이들이 많이 하던 놀이보다 제가 직접 만든 놀이들을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내용이 나 규칙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얼음땡’ 놀이와 조금 다른 ‘도름땡’이라는 걸 했었는데,창고 주변을 돌면서 했었어요. 구덩이 같은 데에 빠지면 “여기 용암이다!” 그러면서 놀았어요.
시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 시절에 전공이 화학이었는데, 문예 창작을 복수 전공했어요. 당시 아동 문학 강의를 들었는데 수업이 재밌더라고요. 수업 과제로 글쓰기도 많이 했어요. 그 시간들을 통해서 창작을 처음 했고, 최승호 교수님을 통해 <동시마중>을 알게 됐어요.
 
<동시마중>에 투고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투고란을 복사해서 나눠 주셨어요.작품을 투고할 사람은 내보라고 하셔서 한 학기 동안 썼던 것 중에 괜찮은 작품을 골라서 보냈더니 이안 시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동시마중>에 제 작품을 실으면서 등단을 하게 되었죠.
실은 제가 대학 다닐 때 소설 창작 수업도 들었는데, 합평 시간에 텍스트를 주고받았던 학생들의 작품을 묶어 놓잖아요. 거기에 제 소설도 실렸는데 제 글은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글이었어요. 저는 무얼 써도 어린이가 쓴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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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남들은 아는 것도 많고 읽은 책도 많아서 쓰다 보면 아이들이 이해 못하는 어려운 글들이 무의식중에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제가 아는 것을 총동원해서 써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아이들의 이해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과 제 언어가 비
슷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동심이 깊기에 그런 것 같아요. 출판사 시상식에서 힙합 공연을 했다고 들었어요.
음악에도 관심이 많나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제가 본격적으로 랩을 쓰지는 않아요. 그냥 듣고, 친구들이랑 노래 부르는 정도예요. 어떻게 보면 시도 랩과 구조가 비슷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동시와 랩을 연결 지어 써 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어요. 작은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전에 이안 시인이 진행하시는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팟캐스트에 출연하면서 <넘어 선, 안될 선>이라는 노래를 짓게 되었어요. 이안 시인이 자기 시를 낭송하면서 음악을 곁들여도 좋다고 하셨는데, 저는 랩을 염두에 두고 시에 비트를 곁들여 노래로 만들어 보냈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웃음)
 
 
재밌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Z교시』의 첫 글에 나오는 ‘독서 에티켓’의 설정이 독특해요. “책에 코딱지 묻히지 마세요.”,
“읽으면서 상상을 많이 해 주세요.” 등의 글들이 재밌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편집자께서 본문 앞에 ‘작가의 말’을 써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A4 용지 절반 이상을 썼는데 도저히 마무리가 안 되는 거예요. 마감 시간이 점점 다가오던 와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인터넷을 하다가 광고에 영화 에티켓 같은 게 나온 걸 발견했는데, 저런 콘셉트로 해 보면 재밌겠다 싶었죠. 더구나 동시집은 아이들이 읽기 위한 책이잖아요. 대부분 책들에 나오는 머리말을 읽어 보면 누구누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건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어차피 아이들이 앞부분은 읽지도 않을 텐데 이왕이면 재미있게 쓰면 좋겠다 싶었어요.
 
시집에 실린 첫 번째 작품 「숨은글씨찾기」는 시에 숨은 단어를 찾는 재미가 있는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저는 동시를 쓸 때에 ‘로또 맞는다’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다가 ‘로또 맞듯이’ 문장이나 주제가 팍 떠오르면 그 순간에 쓰는 게 많은 편이에요. 그리고 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많이 떠올리고, 그 시절에 생각했던 것들을 찬찬히 돌려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숨은글씨찾기」를 보면 숨은 글씨인 기린, 이빨, 아기, 똥 등 여러 단어를 찾을 수 있는데 끝까지 못 찾으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최승호 교수님은 ‘똥’이라는 글자를 계속 못 찾으셨어요. (웃음)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기도 해서 신기했어요.
어린이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쓸 때 주의하는 점들이 있나요?
동시의 재료가 한정돼 있다고 여기고 동시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작가가 한 단어를 표현할 때에, 어린이 독자가 그 단어를 모를 수도 있으니 더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웬만한 건 다 이해했던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해서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보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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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찾아서 펼쳐 보는 책이 되길
표제작인 「Z교시」를 읽은 어린이들의 반응이 좋은데,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 보면 대개 5교시 때 졸리곤 하잖아요. 이걸 연상할 수 있는 영어 문자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Z교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ZZZ’가 잠을 자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중학교 시절,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어 놨다가 2교시쯤 선생님 안 볼 때 조금씩 먹고 점심 때 배고프면 매점 가서 군것질거리를 사
먹었어요. 그래서 「Z교시」는 제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에요. 작품을 완성했을 무렵 저는 학원에서 과학 강사로 일하고 있었어요. 학원에서 조는 아이들을 보기도 했고, 제가 졸린 적도 있거든요. (웃음) 오래 고민하다가 퇴근하고 와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를 완성했어요. 마침 제 책상에 중학교 2학년 교재가 있어서 참고했어요.
 
한 편의 랩처럼 느껴지는 「이런 신발」도 인상적인데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신발을 주인공으로 써 보자고 생각하고 쓰게 된 작품인데, 제 꼬맹이 시절을 떠올리면서 썼어요. 저희 동네에는 나이키 상설 매장이 있었는데, 신발 가격이 꽤 비쌌어요. 그런데도 저는 엄마한테 신발 사달라고 졸랐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키 에어’보다 훨씬 싸고 튼튼하면서도 예쁜 신발들이 많았어요. 그때 제가 좀 더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더 싸고 예쁜 신발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에야 들어요.
 
「이런 신발」은 직접 레코딩한 유튜브 영상도 있고, 따라 읽다 보면 구절이 입에 맴돌아 신나더라고요.
책에 실린 동시들 가운데 아이들에게 ‘강추’하는 동시가 있다면요?
일단 「숨은글씨찾기」는 어디서든 직접 숨은 단어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다 같이 펼쳐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제시한 글자들을 대각선 방향 등 여러 방법으로 찾을 수 있어요. ‘활’이라는 글자 이미지를 표현한 「활자인간」을 읽고 ‘활자인간’을 그려 보는 활동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림이 될 수 있는 글자는 또 뭐가 있을지 아이들과 찾아보고 써 봐도 좋아요. 제 시집에 실린 「울타리」를 활용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하신 분도 있더라고요. 유강희 시인이 제목을 가리고 아이들과 이 시의 제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활동을 하셨다고 했는데, 정말 다양한 제목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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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나 콜론 등 다양한 기호를 활용한 시들도 쓰셨는데,
어린이들이 동시를 어떻게 읽고 느꼈으면 하나요?
‘동시’라고 하면 일단 재미없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아이들이 부러 동시를 찾아서 보진 않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동시를 읽고 이런저런 걸로 놀 수도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한번 쓱 읽고, 쉽고 재미있게 느꼈으면 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언젠간 동시를 찾아서 읽길 바라요.
 
싱싱한 동시 세계로 놀러 와요
여러 시집들에서 동물, 자연이 나오거나 이를 의인화한 동시들을 볼 수 있는데,
시인님의 시에는 요즘 어린이들이 쓰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새로워요.
저도 어릴 때부터 동시에 풀이름이라든가 잘 모르는 식물 이름이 많이 나오면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아동문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어렵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풀이름 같은 걸 잘 모르잖아요. 누군가는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은 제가 몇 번 그런 식으로 쓰려고 했는데, 그 분야에 대해 자세히 모르니 잘 안되더라고요. 어떻게 표현하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어린이 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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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와 시를 구별 짓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저는 글을 쓴 사람이 책을 낼 때, 그걸 동시집으로 내느냐 시집으로 내느냐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해요. 즉, 카테고리 구별의 문제라고 봐요. 다만, 어떤 글에 아이들이 겪거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저는 그 글도 동시라고 생각해요.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독자가 내 자녀라고 가정하고 쓰는 거예요. 자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만한 것들은 담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알코올이라든가 암 유발 물질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 식품’처럼, 성장에 해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들 가운데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동시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 있다면요?
어린이들이 단번에 읽고, 재미있게 읽을 만한 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게임이나 스마트폰 등 우리 주변에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재밌어 할 만한 것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들이 좀 더 많아지면, 아이들이 동시가 이만큼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요. 읽으면서 아무 의미가 없어도 좋으니까, 동시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우리 동시는 다양한 시도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어른들도 동시를 읽었는데 재밌다고 느껴진다면, 더 많이 찾아보길 바라요. 시식해 보고 맛있으면 계속 먹게 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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