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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박하재홍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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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9-08 11:45 조회 5,4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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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일 밤에는 랩
스무 살 적엔 무얼 하며 지내셨나요?
춤도 추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고, 읽고 싶던 책도 많이 읽었어요. 당시엔 대중음악 평론을 싣는 잡지가 많았는데 저도 음악 잡지 같은 걸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 음치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땐 노래를 부르거나 랩을 하기보다는 몸을 열심히 움직였어요.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신나게 지냈어요. 하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고 학교를 그만뒀어요. 제가 살고자 하는 방식대로라면 대학 교육이 필요 없었거든요. 물론 대학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어요. 스스로 어떤 걸 좋아해서 재미있게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괜찮아요. 하지만 ‘내가 여기 왜 왔지, 뭐가 필요하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새로운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어요.
 
‘아름다운 가게’ 1호점에서 근무하셨다고 책에 쓰셨는데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주경야랩’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25살이었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랩을 하는 거 말예요. 그때 마침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람을 뽑았어요. 당시에 지금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그만 비영리 사회적 기업을 시작했는데 제가 거기 면접을 봤어요. 일부러 면접 서류에 학력을 안 쓰고 고양이랑 찍은 사진을 넣고 잡지처럼 꾸몄어요. ‘궁금하면 나를 부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력서를 보냈는데 면접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저는 젊은 날에는 적절한 ‘스웨그(swag)’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걸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의도로 이력서를 자유롭게 만들었는데 그 방식이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공연 때 군대 시절에 함께한 선임병에게 “랩 잘 들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되게 감동적이었죠. (웃음) 무언가를 뛰어나게 잘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보여 주면 좋은 작품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랩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제가 열심히 랩을 써서 공연을 하면 누군가는 저를 찾아와서 랩이 좋다거나 훌륭하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저는 믿음을 가졌어요. ‘잘하든 못하든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하는 믿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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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으로 리듬 살리고 일상을 살리고
『랩으로 인문학 하기』를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음악을 좋아하는 십대들이 랩과 힙합을 삶의 재산으로 만들기를 바라요. 젊은 시절에 잠깐 좋아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기를 원하거든요. ‘왕년에 내가 이런 거 좋아했어.’ 하는 게 아니라 십대 시절에 좋아했던 랩과 힙합이 오랫동안 그 사람 인생에서 재산이 되고 즐거움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어요.

잠깐 좋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랩과 힙합을 누가 잘하고 못하는 걸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음악이 탄생한 사연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게 곧 재산이 되니까요. 그 사람이 유명한 래퍼가 되거나 음악적인 것에 정진하지 않더라도 랩과 힙합에 스민 사연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 삶에 도움이 되고, 힙합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책에서 ‘낭독의 두드림’ 활동은 낭독과 랩의 곱하기라고 하셨는데, 교실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 때 잘 보면 우리들 말투에 리듬감이 굉장히 많아요. 우리말 속에는 원초적인 리듬이 있거든요. 그런데 글을 읽거나 책을 읽을 때는 리듬감이 많이 사라지죠. 언어에 든 재미있는 리듬감을 잘 활용하자는 게 ‘낭독의 두드림’이에요. 랩은 언어의 리듬감을 최대화시켜 놓은 거거든요. 우리가 언어의 리듬감을 즐긴다면 훨씬 재미있게 말하기나 글쓰기를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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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요?
친구한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쓸 때, 친구 이름으로 세 줄짜리 라임을 만들어서 생일 카드를 써 봐도 좋아요. 이때 이런 말 많이 쓰지 않아요? 채원아, 생일 축하해, 우리 앞으로 친했으면 좋겠고, 꽃길만 걸어, 이런 것만 쓰게 되는데 라임을 쓰면 ‘채원, 채워, 채원, 태워.’ 이렇게 해볼 수 있는 거죠.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한 채원, 네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또 오늘 하루를 채워, 겉으론 얌전하지만 속으론 너의 열정을 태워, 너의 생일을 축하해! 이렇게 쓰면 세 줄짜리지만 작품이 될 수 있어요. 언어의 리듬감을 살리면 짧은 글이 누군가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해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선생님께 부탁해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국어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콘’의 <취향저격>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 노래의 반주를 틀어 놓고 국어책을 읽으면 뭐든 어울릴 거예요. 제가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서 학교에서 방송해 볼 수 있게끔 할 거예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랩처럼 써서 하루에 한 명이 30초씩 방송해 보는 거죠. 약간의 검열은 있을 수 있겠지만요.
 
‘학교를 불태워 버려라, 학교를 없애자!’ 이렇게요?
표현도 중요하지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해요. (웃음) 무조건 ‘학교를 없애버려!’라는 것보다는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학교가 바뀌어야 돼!’라는 식으로 표현하면 설득력이 더 생길 거예요. 하지만 우선 심한 말이라도 서로 얘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서로 대화가 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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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꾸준히 나만의 힙합 하기
랩을 하는 마음가짐을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면요?
힙합은 디스보다 피스! 디스를 하는 래퍼들은 자신이 하는 랩에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신중하게 해야 해요. 그리고 디스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흐름이 피스로 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예술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디스라는 것은 힙합에서도 간간이 일어나는 사건일 뿐이지, 디스를 하기 위해서 랩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신의 랩에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멜로디를 잘 못 타요. 음치이다 보니까 음악적인 표현에 한계가 생겨요.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개성이 생겨나 보완이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랩을 좀 더 음악적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35살 때 랩이 많이 좋아졌는데, 제주도에 가서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친구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난 덕분이에요. 나이가 들면 유연하게 바뀌는 게 어렵지만 그럼에도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열심히 극복해 보려고 해요.
 
자신의 음정이 불안정한 걸 느끼면 즐기기 힘들 것 같은데 음악을 계속해 오신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발전이 더딘 사람이에요. 하지만 ‘내가 아주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걸 인식하면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자라요.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굉장히 우울해져요. 최근 급부상 중인 래퍼 ‘넉살’도 랩을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느지막이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일찍 자리 잡은 사람보다 오래 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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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메이킹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해요. 그리고 그 랩이 얼마나 음악과 어울리는지가 중요해요. 저는 다른 래퍼들이 건드리지 않는 구체적인 주제를 쓰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찬사를 담은 <PUSH OFF>를 음원으로 냈어요. 제가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데, 그걸로 해외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 곡을 썼어요. 지금 쓰고 있는 랩은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에게 피해 입은 마을에 사는 팜티오 할머니에 대한 것이에요. 팜티오 할머니는 한국군에게 큰 피해를 입었지만 한국 사람들이 오면 반갑게 맞아 주시거든요. 전달하고 싶은 주제라는 확신이 들면 곧바로 가사를 쓰곤 해요.
 
가사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면서 불행해지는 걸 경계해요. 다른 사람보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럴 때 저는 십대의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음악을 듣는 게 마냥 행복했거든요. 그리고 몸을 움직여요. 일주일에 한 번씩 스케이트보드를 타는데 그때마다 나쁜 기분이 해소돼요.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문화예술교육 가이드북인 『10대처럼 들어라』도 쓰셨는데 이 책을 가장 권하고픈 이가 있다면요?
“옛날 음악이 좋았어.”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께 권하고 싶어요. (웃음) 잘 살펴보면 지금 나오는 음악 중에서도 좋은 음악이 많아요. 최근 나온 방탄소년단의 <4시>라는 곡은 방탄소년단 멤버가 직접 썼는데 웬만한 시보다 더 잘 썼더라고요. 제가 그 노래를 들으면서 코사인 사인으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EBS 교육방송을 봤어요. 방송만으로는 원리를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좋은 곡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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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십대와 마주하며 성장하고
책을 쓰고 나서 생활이 달라지진 않았나요?
강의를 하는 게 직업이 됐어요. 저는 예술적인 일로 돈을 버는 것보다 노동을 해서 버는 돈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해서 꼭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주경야랩’을 했던 거고요.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물건을 팔고 매장 관리를 하고 짐 정리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이후 강의를 하면서 십대들을 자주 만났는데, 청소년들이 무엇에 감동을 받는지 잘 알게 됐어요.
십대들을 만나면서 겪은 변화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실은 저도 강의하기 전에는 ‘요즘 애들은’ ‘요즘 랩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옛날엔 힙합이 안 그랬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십대들과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니까, 십대들을 감동 시키는 것들이 예전에 저를 감동시켰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제는 ‘요즘 애들’이라는말을 안 하게 됐어요.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제게 있어 큰 변화예요.
지금 십대들의 감동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와, 이 사람 랩 기술적으로 잘해!’ 이런 것들에 십대들은 혹해요. 그런데 거기에 그 사람의 메시지도 멋지면 더 큰 감동을 느껴요. 그리고 어른들보다 십대들이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요. 제가 종종 동물 복지 강의도 하거든요. 동물들이 가진 사연을 이야기했을 때 중학생들이 감동을 잘 받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또한 십대들은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걸 좋아해요. 거기에 인간적인 것이 결합되었을 때 어른들보다 훨씬 깊이 감동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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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 아닌 삶으로 같이 즐겨, 힙합!
가장 좋아하는 랩이나 래퍼가 있다면요?

서태지가 은인이에요. 서태지가 없었다면 국내에 랩이 굉장히 늦게 나왔을 거예요. 그럼 제가 나이가 들어버렸을 테니 못 받아들였을 거고요. 서태지는 국내에서 랩과 힙합이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창조하게 한 원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90년대 후반에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가 생겼고, 그 가치를 증명한 사람이 ‘가리온’인데 제가 무척 존경하는 래퍼예요. 요새 ‘비와이’라는 래퍼도 좋더라고요. 거친 욕을 하지 않아도 힙합적으로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 아닐까 해요. 여성 래퍼 ‘슬릭’의 곡도 즐겨 듣는데 늘 응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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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힙합을 직업적으로 혹은 젊은 시절의 혈기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요. 또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라요. 최근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디자인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일고 있어요. 최근에 한 뉴스를 보니, 어떻게 하면 동물들이 도축을 당할 때 끝까지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에 대한 고민은 제가 쓴 동물복지 안내서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에서도 이어져요.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는 가치가 보편적으로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저는 25살부터 달마다 기부를 해 오고 있어요. 가치 있는 일을 해서 돈을 넉넉히 벌어 제가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더불어 성인들이 한 달에 최소 만 원 이상은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기부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액수가 적어도 괜찮으니 비영리 영역에 꾸준히 기부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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