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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이명석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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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6-28 15:18 조회 4,8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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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든 시골이든 친구야 노~올자
머리를 기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목이 긴 걸 커버하려고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랑 같이 설악산 여행을 갔는데 전날 누나가 파마하라고 해서 머리가 뽀글뽀글했어요.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열심히 폈는데 비가 와서 다시 뽀글뽀글해졌어요. 그때 ‘마이콜’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이후로 파마 곱슬기가 있는 긴 머리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기르게 됐어요. 길게 기르니까 편하더라고요. 미장원 안 가도 되니까요.
 
꼬맹이였을 적에 무얼 하고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시골 읍의 시장 근처에 살았는데 친구들끼리 모여 낙동강변에서 놀았어요. 누구네 포목점, 철물점 가서도 놀았죠. 저희 집은 옷 가게를 해서 메리야스 상자가 많았어요. 그걸로 딱지 접고 인형놀이하고 포목점에선 천을 잘라 놀았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도시인 대구로 이사를 갔어요. 중학생 때부턴 책 읽는 걸 좋아했고요. 지금 청소년들이 학교랑 학원만 오가는 것에 비하면 시골과 도시 생활을 고르게 겪은 거죠.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혼자 차를 타고 다니는 일들이 많아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고요.
도시에서 노는 것과 시골에서 노는 건 많이 다른가요?
시골은 공터도 많고 논밭도 있고 계곡도 있어요. 특별히 노는 공간은 아니지만 아이들끼리 가서 놀면 노는 공간이 돼요. 요즘 아이들이 볼 때는 놀 공간이 없을 거예요. 만화방이나 오락방도 없었으니까요. 독일에서 놀이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의 도시에 있는 놀이터를 ‘동물 우리’ 같다고 해요. 아이들을 그 안에서 놀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가둬 두는 것 같다고요.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우레탄을 깔아놓고 말예요.
 
그럼 좋은 놀이터란 무엇일까요?
좋은 놀이터는 일상생활 공간에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복도식 아파트에 산다면 복도에 나와서 놀고, 딱지치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놀이 환경이에요. 그러다 누구네 집에 창고가 있다고 하면 거기 가서 놀고요. 지금은 공사장이 예전보다 위험해졌지만 옛날에는 친구들이랑 파이프나 하수관 같은 데 가서 놀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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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유연하게 잘 살기 위한 공부!
『논다는 것』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논다는 것』은 ‘생각 교과서 열린 교실 시리즈’ 중 하나예요.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분이 청소년용 책을 출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관점들을 풀어내다가 농담 삼아 “내가 잘 쓰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노는 거다. 노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줄 수 있지.”라고 말했는데 출판사에서 그럼 논다는 것에 대해 써보라고 해서 쓰게 됐어요. 대학 졸업하고 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어른들이 못 노는 방식으로 살았다고 느꼈는데, 저는 여행도 하고 춤도 추면서 놀았거든요. 이런 내용들을 생각나는 대로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썼어요.
 
책을 내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강의 요청을 많이 받아 전국의 학교를 두루 돌아다녔어요. 여러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는 게 저와 잘 맞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저는 전공이 철학인 까닭도 있지만 근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청소년기에 생각하게 되는 근본적인 고민이랄지, 세상에 대한 이해에 대해 청소년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문득 책을 하나 더 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자연스레 『이야기한다는 것』을 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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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친구’와 ‘시간’만 있으면 돼요. 청소년들이 잘 못 노는 건 노는 게 규격화돼서 그래요.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고 PC방에 가서 컴퓨터하고, 스마트폰으로 SNS 하거나 게임만 하잖아요. TV를 틀면 <무한도전>, <런닝맨>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결국 남이 노는 걸 보면서 노는 걸 느끼는 거예요.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놀이를 찾는 것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심해지면 누구든지 놀 궁리를 하게 돼요. 그런 이야기하잖아요. “너는 놀 때는 왜 그렇게 머리가 반짝반짝 돌아가니? 공부할 때는 안 그러는데.” 그런 아이들이 창의력이 많아요.
 
노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바뀔까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데, 세상이 바뀌어야 노는 아이들이 좀 많아질 거예요. 여러분의 미래에서는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학습 체계를 가지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 왕 이름 같은 게 궁금하면 검색창에 입력해 보면 되는데, 그걸 외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분명 미래 세상에서는 많은 것이 변할 텐데,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초적인 능력을 갖춰야 해요. 그런 능력을 키우려면 놀아야 해요. 놀이하는 아이들은 세상에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고, 좀 힘든 상황이 생기더라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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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해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모험소설 같아요. 책을 구성하실 때 염두에 두신 점이 있나요?
저는 책마다 문체를 다양하게 쓰는 편이에요. 이건 이야기에 대한 거니까 진짜 이야기처럼 풀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책 뒤쪽에 살펴보면 ‘이야기의 다섯 가지 비결’이라는 엄지-주인공, 검지-배경, 중지-문제 등과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 그런 걸 적용하면서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의 탄생부터 개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어요. 저도 쓰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러버덕 캐릭터로 사건을 풀어보는 등 재밌는 구성들이 눈에 띄는데 그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칭찬해 줘서 고마워요. (웃음) 저는 평소에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해요. 생각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요. 가능하면 자유롭게 풀어나가요. 그러다 수습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독자들에게 떠넘기기도 하고요. 책을 살펴보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지식도 넣어야 하고, 정보도 전달해야 하거든요. 저는 이런 종류의 글을 많이 썼기에 적당히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어요. 이야기를 많이 퍼뜨려 놓고, 순서대로 다시 맞추면서 표현했던 것 같아요. 다른 글을 쓸 때도 다른 문체를 쓰거나 다른 형식으로 쓰려고 노력해요. 그래야만 작가로서의 독창성이 생겨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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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를 바꾸는 연습은 어떻게 단련할 수 있나요?
이야기를 많이 해보면 어떨까요? 그 전에 제일 중요한 건 다양한 글을 많이 읽는 거예요. 온갖 잡다한 글을 많이 읽고 그 글의 방식으로 써 봐요.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처럼 써 보는 거예요. 친구랑 편지를 쓰는 것처럼 트위터에도 써보면 패러디가 되기도 해요. 쓰다 보면 문체라는 게 생각을 지배하게 돼요. 그러니 어떨 때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소설처럼 글을 써 보세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문집이나 교지를 만들 때 친구들과 이벤트 같은 걸 다양하게 해 보세요. 그러면 다양한 자아가 생기고 독자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여러분의 글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기쁨이’도 있고 ‘슬픔이’도 있잖아요. 여러 요소 중에 자기한테 조금 더 강하게 와 닿는 요소가 있을 거예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기쁨이를 되게 싫어하더라고요. 교회 언니 같다고요. (웃음) 하지만 기쁨이가 아니었다면 주인공이 난관을 돌파할 계기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이처럼 마치 스스로 그 안에 있는 주인공처럼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에요.
 
‘노는 게 너무 좋아 삼촌’, ‘이야기 참 재밌네 삼촌’ 등 스스로를 삼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저한테는 ‘삼촌론’이라는 지론이 있어요.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가면 아이들이 절 반기곤 해요. “아빠, 여자가 수염 났어!” 그러기도 하고요.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는 늘 자기를 강제하는 사람이잖아요. 그에 비하면 삼촌은 조금 여유로운 느낌이에요. 최근 50세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생애 미혼율이 10%를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중의 한 명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로 볼 수도 있고, 이런 사람들과 지역 사회에 있는 청소년들이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애들이랑 잘 지내보고 싶고 아이들이 재밌게 노는 걸 보고 싶어요.
그럼 아이가 자라서 ‘잘 놀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은 ‘세상에 노는 아이들이 많아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은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퇴근하고 동네에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웃으면서 깔깔 뛰노는 걸 보면 행복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애들 다 학원 가 있고, 한 아이가 넘어지려고 해서 잡아주려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애가 자신을 범죄인 취급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아닐까요? 그래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옆에서 다른 이들이 구경이라도 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해요. 사람은 남이 노는 걸 보면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삼촌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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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 재미 만점 만화도 좋아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만화, 쾌락의 급소 찾기』 등 만화에 관한 책도 두루 내셨는데 만화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부모님께서 제가 어릴 때 <어깨동무>라는 잡지를 구독시켜 주셨어요. 그 잡지를 보면서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대학교에 가서는 만화를 그려보거나 스토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지에 만화를 게재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졸업하고서 만화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미생>의 윤태호 작가나 <밤을 건넌 선비>의 조주희 작가 등의 만화가들과 같이 활동했어요. 저는 그 사람들 작품을 보고 만화에 대한 꿈을 접었어요. 대신에 좋은 창작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글을 쓰는 데에 재주가 있어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전업 작가의 출발점을 열어 준 게 바로 만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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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매력이란 무엇인가요?
글과 그림이라는, 시각과 생각을 전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결합시켰다는 데 매력이 있어요. “가장 뛰어난 화가와 가장 뛰어난 소설가가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이 만화다.”라고 여겼고요. 그러다 만화의 진짜 매력은 만화가 가진 자유분방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소재,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표현한 게 만화거든요. 만화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관심 있어 하는 걸 풀어내요. 그렇게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뭔가를 이뤄낸다는 게 만화의 큰 장점이에요.
 
 
나를 위한 무언가를 힘껏 만들어 가자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섭렵하는 열정이 대단하신데 그 비결이 뭐예요?
저는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시작하면 가슴이 쿵쾅거려요. 연애를 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돌아가면서 바뀌어요. 그런데 한번 결정을 하면 깊이 있고, 제대로 사랑하자고 생각해요. 최소 몇 년 동안은 그걸 열심히 파면서 남들이 전할 수 없는 것들까지 찾아서 독자에게 전하는 일을 해요. 그렇기에 무엇이든 애정이 생기면 깊게 파려고 노력해요.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그 전에 청소년들의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좀 심심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훈련들을 못 하고 있는 게 아쉬워요. 청소년들의 경우 프로젝트 중심으로 무언가를 해 보는
경험을 쌓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공부를 재미없게 생각하는 건 시험이 끝나면 성적이 나오고, 그 이후에도 또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해서 이룬 어떤 결과물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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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들을 해 보면 좋을까요?
따분한 발표 말고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고 자기도 유쾌하게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아요. 학교 축제를 할 때 댄스동아리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보여 주는 것처럼요. 그런 과정 중에 팀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해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결정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한 삶의 방식이에요. 과정을 즐기길 바라요. 애정을 가지고 처음과 끝이 있는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사람은 보상을 받아요. 어른이든 아이든 그런 걸 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차기작이 궁금해요
가칭 ‘모두의 생각카드’라는 걸 만들고 있어요. 우리가 세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을 하잖아요. 욕실에 필요한 것, 당장 업무에 필요해서 살펴봐야 하는 것, 귀중품을 분류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카테고리’라고 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생각법들을 보드게임 카드처럼 카드로 만드는 중이에요. 어떤 일이 안 풀릴 때는 카드를 뒤적이면서 ‘이 방법을 써볼까?’ 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이미 해본 것들을 체크하고, 큰 문제들은 분류 상자에 넣어 보고 ‘yes or no’로 비교해 보는 것도 있어요.
오옷 기대할게요!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엔 삼척에 다녀왔어요. 삼척 읍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원덕이라는 곳이 있는데, 중학교 전교생이 서른아홉 명이었어요. 시골 학교라 인원이 적더라고요. 강의를 하기 앞서 댄스 동아리가 축하 공연도 하고 플루트도 연주했는데 흥미로웠어요. 제가 청소년 책을 내지 않았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식의 삶이 저한테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도시에 살면서 계속 여행 좀 다니고, 집에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잖아요.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인데 재미있어요.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처럼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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