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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싸우는 소년』오문세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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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7-05 11:06 조회 6,7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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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애 현천고 사서교사
          김윤서 1학년
          김유진 서우림 2학년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왕따를 당하는 친구와 마주하면 우린 무얼 해야 할까요?” 소설 속 궁금증을 풀어 놓는 아이들에게 작가가 대뜸 던지는 질문. 아이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쭈뼛쭈뼛 고민하던 아이들, 곧장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 놓기 시작한다. 질문에 질문이 더해지고 다양한 생각들이 한데 모인다. 선생님과 제자, 독자와 작가,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차츰차츰 허물어지고 이따금 번지는 천진한 웃음소리들. 오문세 작가를 만났다.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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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전진한 소설가의 꿈
김유진 어떻게 소설을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오문세 제가 거짓말을 참 잘해요. 재미없는 영화를 봤어도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그 영화를 되게 재밌게 이야기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러 가고 다음날 제게 항의하러 와요. 그때 ‘내가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재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아버지는 제게 “맨날 그렇게 이야기할 거면, 차라리 소설을 써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순간 제게 광명이 나타났어요. 누구나 잘하는 것 하나쯤은 있잖아요. ‘내가 잘하는 것이 이거구나.’라고 깨닫게 된 때가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일 거라고 믿게 만든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현애 작가를 하겠다고 하셨을 때 부모님께서 지지해 주셨어요?
 
오문세 어렸을 때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부모님께서 만화 그리는 것을 싫어하셔서 “만화를 포기하는 대신 소설 쓸게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승낙하셨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조금씩 천천히 소설에 대해 알아갔던 것 같아요.
 
서우림 학창시절부터 습작을 하셨어요?
 
오문세 중학교 때부터 소설을 썼어요. 스토리가 감동적이던 ‘영웅전설’이라는 RPG 게임을 즐겨 했기 때문이에요.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면 소설이 나오곤 했는데, 그 소설들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나도 이런 것을 한번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PC통신을 통해 처음 글을 올렸을 때,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들었던
욕의 곱절로 욕을 먹었어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욕한다는 것도 신기했고요. 지금도 제 글이 출력되어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해요.
 
김유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기도 하셨나요?
 
오문세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학원 강사도 해 보고 회사도 다녀 봤는데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아버지께 “일 년만 생활비를 대 주시면 다 갚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글쓰기에 집중했어요. 다 큰 자녀가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참 부끄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글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한다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운 좋게 등단을 했고 부모님께 생활비도 다 갚았어요. (웃음)
 
김유진 저도 작가님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은데, 원래 하고 싶었던 글쓰기에 소홀해질 것 같아 고민이 들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할까요?
 
오문세 쉽지는 않지만, 각오가 되어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칠 수 있어요. 등단한다고 해도 5년 이내로 사라질 확률이 높아요. 이를 극복하고 남은 사람들이 계속 꿈을 이뤄나가는 것이죠.
김윤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글을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오문세 ‘뻥’을 잘 치면 돼요. (웃음)
서우림 어떻게 해야 ‘뻥’을 잘 칠까요?
오문세 거짓말하는 것을 습관화하세요. (웃음)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기술이에요. 짐을 무너지지 않게 쌓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기술을 연마해야죠.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비결’은 딱히 없어요. 기술이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하면 돼요.
 
김윤서 지금까지 작가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오문세 예전에 한 학생이 제 소설을 읽고 장문의 메일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답장을 쓰던 순간
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현애 정말요? 메일을 보냈던 아이가 바로 유진이에요!
오문세 진짜요? 소설가가 꿈이라고 써서 보냈었던 학생이 맞나요? 제가 꿈에 제동을 걸었던 건 아닌지…
 
김유진 (웃음) 작가님께서 마지막 대목에 ‘건투를 빈다’고 하셨잖아요.
 
오문세 다행이에요. (웃음)

 『싸우는 소년』과 마주한 아이들의 삶
서우림 『싸우는 소년』에서 주인공 이름이 맨 처음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요.
 
오문세 어떤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잖아요. 한쪽 입장을 듣고 비난하다가도 상황이 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바뀌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대로 비난하곤 해요. 그런 현상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에 『싸우는 소년』에서 반전은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소설 앞부분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죠.
 
이현애 소설에 인물의 이름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문세 저는 소설을 쓸 때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름을 안 적는 편이에요. 『싸우는 소년』에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만 전작인 『그치지 않는 비』에서는 이름이 안 나와요. 우리는 어떤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눌 때 “여자가, 남자가, 나쁜 놈이, 착한 놈이”와 같은 수식을 달고 의견을 나누지만 “토마스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잖아요. 이름은 기억에 남지 않아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읽었을 때,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인물 그 자체인 거지, 인물 이름이 남는 것 같지는 않아요.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굳이 쓰고 싶지 않았어요. 이름은 선입견을 갖게 만들어요. ‘김팔봉’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웃음부터 나오잖아요. 이게 선입견이에요.
 
김윤서 소설 속에 나오는 담임선생님이 주인공 친구인 서찬희를 방관한 게 잘못이라면, 그들은 무엇을 했어야 할까요?
오문세 저는 오히려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만약에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보거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봤을 때, 각자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유진 저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제가 나서서 무조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저도 저의 평범한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저랑 조금이라도 연루되어 있는 사람이고,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이라면,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나까지 걔를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
 
서우림 저는 최소한 그 친구가 혼자 있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가끔 챙겨 주면서 ‘누군가 옆에 있다.’,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아요.
 
오문세 친구를 챙겨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겠네요. 그 사소한 도움이 그 친구한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세상이 착하게 사는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서우림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문세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서우림 복을 받는 것도 있지만, 착하게 사는 것은 그냥 내가 착하게 사는 것이지, 손해를 본다거나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문세 그럼 나쁘게 사는 사람들은 결국 벌을 받을까요?
서우림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의 행동이 밝혀진다면 벌을 받고, 끝까지 숨겨진다면 벌을 받지 않을 것 같아요.
오문세 그렇군요. ‘발밑에 깔린 개’라는 뜻을 가진 ‘언더 독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어요. 투기장에서 싸우는 두 마리의 개 중 발밑에 깔린 개가 지게 되면 사람들은 발밑에 깔린 개를 응원하게 돼요. 이게 ‘언더 독 효과’예요. 어느 쪽이 도덕적으로 더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어요. 우리는 너무 쉽게 ‘약한 것은 착하다’, ‘강한 것은 나쁘다’라고 생
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김유진 그럼 ‘착하다’는 ‘약하다’와 상관이 없을까요?
 
오문세 착하게 사는 사람이 손해를 볼지 안 볼지는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착하게 살고 싶고 친구를 돕고 싶다면 강해져야죠. 『싸우는 소년』이 그런 이야기예요. 주인공이 나쁜 애는 아니지만, 너무 약해서 어쩌다 보니 나쁜 행동을 하게 되죠. 양아영 역시 본인도 왕따를 당하는 입장이어서 서찬희를 못 도와주잖아요. 자기가 강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제 나름의 결론을 내리자면, 선생님이나 윗사람들이 강함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강한 친구가 약한 친구한테 어떻게 하면 강하게 될 수 있는지를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요. 소설 속 주인공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 주는 주관장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죠.
김유진 그럼 강해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문세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뭔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거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에요. 내가 그 상황을 통제하고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 힘이 있고, 나서서 행동했을 때 크게 다치지 않을 경우에는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나서야 되는 상황에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겪는데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갈구하지 않는다면 비겁한 거고, 현실에 안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 친구들을 도웁시다. 만 원씩 기부하세요.”라고 했을 때, “돈이 없어서 미안해요.”라고 하는 건 괜찮아요. 한 달 용돈이 만 원인데, 만 원을 다 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안주해서 만 원의 여력조차 없는 사람으로 쭉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겁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현애 학교만 살펴봐도 힘센 아이들이 있고, 이것을 그냥 방관하고 숨죽여 갈등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런 상황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아요.
 
오문세 그런 무덤덤해지는 모습이 비겁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학년 신입생 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 못 나섰을 경우에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3학년 마지막 학기에 똑같은 상황을 봤음에도 더 이상 가슴이 뛰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면 비겁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현애 저는 아이들의 그런 상황과 마주하면 가슴이 아프고 슬퍼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오문세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강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약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일선에서 교육하시는 선생님들이 그런 것을 파악하시려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께서 죄책감을 너무 많이 느끼시지 않기를 바라요.
김윤서 『싸우는 소년』을 읽다 보면 욕이 유독 많이 나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문세 청소년 소설은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 장르이기 때문에 ‘교육적이어야 한다.’ ‘청소년 수준에 맞춰야 한다.’와 같이 이상한 선입견들이 많아요. 저는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지는 않아요. 제가 쓰고 싶던 이야기를 썼던 것이고, 단지 그 무대가 학교였을 뿐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는 어른들만 나오는 청소년 소설을 쓰는 일이에요.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욕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라는 질문도 청소년 소설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 같아요.
 
 
담담히 기운을 북돋는 문장을
이현애 요즘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해요.
 
오문세 먹고 사는 게 바빠서요. (웃음)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 『논어』를 읽었는데 『맹자』, 『순자』를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이 무엇을 읽는지 궁금해서 교과서인 『법과 정치』를 구입해서 읽기도 했어요. 제가 새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들이 정치를 하는 내용이라서 살펴보고 있어요.
 
김윤서 글을 쓸 때, 꼭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 있나요?
오문세 저는 읽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쓰는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거짓으로 글을 썼다면, 읽는 사람은 제가 거짓으로 글을 썼다는 것을 다 알아요. 아이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 아이들은 굉장히 똑똑해요. 어떤 재미없는 영화를 봤을 때, 재미없다고 말을 전해 주는 것은 설명할 수 없을 뿐이지 영화의 결함을 알고 있어서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어요. 누군가 그 부분을 잘 해설해 주었을 때는 공감할 수 있는 거고요.
 
이현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강함’을 힘, 돈, 권력과 같이 힘이 세고 부를 많이 가진 것으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오문세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저마다 쓰는 말의 의미가 달라요.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최대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해요. 약한 사람이 착하게 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손해도 많이 볼 것같고요. 저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이 말은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서우림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오문세 젊은 사람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을 살펴보면 “너는 잘 모른다.” “말해줘도 이해 못한다.”라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들도 잘 몰라요. 제가 만났던 청소년들은 제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들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들이에요. 부모님들이 청소년들을 한 인간으로서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내가 보호해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불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곤 해요. 청소년 스스로도 “부모님이 받아 주겠지.”라고 생각해서 갈등을 빚어요. 어른과 청소년은 동등해요. 그러니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데 있어 늘 자신감을 가지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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