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나는 바람이다』김남중 동화작가와의 만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2-30 15:13 조회 9,548회 댓글 0건

본문

김남중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가까이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라도 타야 할 것 같고, 멀리는 낯선 나라로 떠나야 할 것만 같다. 주로 산과 들을 누비며 동화를 써 온 그가 이번에는 바다 너머를 향해 길고 긴 항해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세계를 무대로 한 장기 기획으로, 조선시대 하멜 일행을 따라 주인공 해풍이가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겪는 이야기다. 『나는 바람이다』의 기획부터 김남중 작가의 동화에 대한 생각까지 들어보았다.
인터뷰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정리 김주희 기자
 

자유로운 바람처럼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
김혜원
국내에서는 『나는 바람이다』와 같이 장기 계획을 세우고 직접 취재를 다녀와서 쓰는 동화 기획이 없었어요. 그래서 2권까지 나왔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기다리고 있었고 3권, 4권 나왔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11권까지 계획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나는 바람이다』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남중 처음 이 작품이 이렇게 커지리란 생각을 못 했습니다. 시작은 바다 이야기였어요. 우리나라는 사방이 막혀 있잖아요. 좁은 국토 때문에 우리의 상상력마저 작아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문학에 바다 이야기가 빈약한 편이고 그렇다고 대륙을 향해 뻗어 나가는 내용도 드물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해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국제 범선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범선 코리아나호를 알게 됐어요. 그 배를 타고 나가사키에 갔다가 하멜을 발견한 거예요. 1666년에 하멜이 여수를 탈출해서 간 곳이 나가사키인데 거기서 하멜의 존재감은 뜻밖에도 미약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하멜이 유럽에 최초로 조선을 알린 존재고 기념관도 여러 군데 있는데, 일본에서는 그냥 일본을 거쳐 간 수많은 외국인 중 한 명인 거예요. 물론 일본에 취조 기록 같은 것은 남아있지만 우리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하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에서 세계로 시선을 넓히는 이야기로 『나는 바람이다』 1, 2권을 구상한 다음 취재를 하러 나가사키에 다시 다녀왔어요.
김혜원 3권부터는 이야기가 갑자기 확장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도한 건가요?
김남중 처음 계획은 1, 2권까지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2권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일본을 떠나는 주인공 해풍이의 설렘이 저에게도 느껴진 거죠. 함께 다른 세상을 보고 싶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오래 망설였어요. 처음 시도해 보는 큰 규모의 작품이라 취재나 자료조사, 집필 기간이 상당해서 대충 계산해도 5~6년 정도는 매달려야 할 것 같았어요. 정말 떠날까 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지금 아니면 영영 못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할 수 있는 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삼십대 후반에 건강 때문에 3~4년 정도를 꼼짝 못한 때가 있었거든요. 일단 떠나자고 스스로를 설득했죠.
김혜원 앞으로 『나는 바람이다』의 출간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김남중 지금은 11권으로 기획을 했습니다만, 한 권 정도가 더 욕심이 나긴해요. 출판사에서 들으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웃음) 계획된 11권 외에 30년 뒤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이 이야기를 11권 후반부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 중이에요.
김혜원 지금 『나는 바람이다』가 4권까지 출간됐습니다. 지금까지 집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김남중 한 사람의 의지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불쑥 생겨요. 이 작품에는 17세기 중반 국제해상무역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의 모습이 담기는데요. 네덜란드가 아시아 항로를 장악해 전 세계의 부가 집중되어 우뚝 섰지만 곧 치고 올라올 영국도 만만치 않게 세력을 키우고 있고, 태평양과 카리브해 쪽은 스페인 세력이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현재 바타비아 편 2부 3, 4권이 출간되었고 암스테르담 편 3부 7권까지는 원고가 끝났는데 4부의 배경이 멕시코예요. 멕시코는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인데 제가 취재를 하려고 계획해 놓은 동선이 특히 안 좋아요. 지난 1월에 취재를 가려고 항공, 숙박 예약을 다 끝냈는데 현지 코디네이터가 치안 사정을 이유로 연기해 달라고 했어요. 작년에 대학생 수십 명이 살해당한 게레로 주가 마지막 취재 지역이거든요.
김혜원 보통 혼자 취재하러 다니나요?
김남중 일본에서는 코디네이터 자원봉사를 해 준 분이 있었어요. 너무 고마워서 제가 작품에 기무라 히데토라는 이름을 넣었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서 현지 코디네이터를 소개받았는데 일정이 어긋나서 취재가 끝난 다음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이메일로 추가 확인을 했어요. 네덜란드에서는 혼자 다니는데 문제가 없었고요.
김혜원 그럼 공부도 많이 하겠네요.
김남중 일단은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각 자료들을 보다 보면 그 안에 희미한 궤적 같은 게 보여요. 역사 논문이 아니고 역사를 근거로 한 문학이잖아요. 그 궤적들을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거죠.
김혜원 책 제목은 보통 작가님이 정하나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김남중 내용을 압축하고 거기에 상상력까지 부여하는 게 제목의 역할인데 그런 점에서 ‘바람’이란 단어는 빼놓을 수 없었어요. 대양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바람처럼 크게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여서 ‘나는 바람이다』’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김혜원 처음엔 하멜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일화들은 무엇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나요?
김남중 바타비아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인도양 횡단과 대서양 종단 항해기, 동인도 회사의 코리아 원정대를 막으려는 해풍이의 노력과 『하멜 표류기』의 출간이 주된 내용이 됩니다. 카리브해의 노예무역과 해풍이의 태평양 횡단기도 이어질 거예요.
 
02.JPG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는 책들
김혜원 작가님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기찻길 옆 동네』에서 이리역 폭발사건이나 광주민주항쟁 같은 사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의도한 건가요?
김남중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에 어린이 행복지수가 압도적으로 꼴찌예요. 어린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동화가 문학적인 역할 외에 그 부분도 충분히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원 동화에서 다루기엔 소재 자체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김남중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시행착오로 낭비하기엔 너무 아까워요. 읽어야 알 수 있고, 알아야 볼 수 있고, 보여야 행복을 향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혜원 너무 막연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쓰고 싶나요?
김남중 첫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넘었는데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작가로서의 지향점이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에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컸고 동화를 쓸 때도 역사나 자연뿐만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어요. 그런데 이제 사십 대가 되니, 공간감의 확대를 추가하고 싶어요.
김혜원 우주도 괜찮지 않을까요? 위의 공간으로요. (웃음)
김남중 그러고 보니 SF는 생각을 별로 안 해 봤네요. (웃음) 그런데 저는 지리적 공간감을 확장하는 게 좋아요. 통일만 되면 부산에서 기차 타고 파리나 런던까지 갈 수도 있는데 이렇게 좁은 데서 복작거리며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견뎌 내는 것도 너무 안으로만 고정된 시선에 익숙해져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더 행복한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옛날 부모 같아요.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하면 ‘우리보다 못사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가 공부를 좀 못하면 ‘너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하며 기준이 자기 편의대로 바뀌는 거죠. 지금 우리가 강요당하는 게 그런 거잖아요. 편집된 통계로 국민들을 눈속임하고
툭하면 OECD 기준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꼭 적용해야 할 OECD 기준들은 다 가려 놓고 언급도 하지 않죠. 우리 눈이 정말 넓어지면 더 이상 속지않는 선택을 해서 우리 삶이 변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내보내야 하고 경험하게 해야죠. 직접 가면 좋지만 안 되면 책으로라도요.
김혜원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다양한 동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배치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남중 동물은 생태계에서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바로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판단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워낙 좁아서 동물과 공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적어요. 그런 생각이 나온 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동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물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김혜원 그런데 등장하는 동물들이 대부분 슬프게 다뤄집니다.
김남중 현실이니까요. 꿈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김혜원 작가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열두세 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대부분이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남중 그 또래 남자 아이들이 편해요. 남자아이들이 반응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재미있어요.
김혜원 보통 어릴 적 일은 많이들 잊어버리는데, 작가님은 그때를 무척 디테일하게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김남중 남자아이들과 제가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안 해요. 지금 저도 뭔가 모험을 하려고 하면 두근거리고 밤에 못 자기도 하거든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남자들은 커도 애라고요. (웃음)
김혜원 앞으로 그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동화를 쓰실 계획은 없나요?
김남중 모험하고 도전하는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제가 이야기를 펼쳐나가기에는 남자아이가 수월해요. 언젠가는 매력적인 여자주인공의 모험 이야기도 쓸 수 있겠죠.
김혜원 작가님께서 추구하는 어린이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김남중 부딪히면 멍들 걸 알지만, 결국은 점점 커지는 구름 같은 유혹에 등 돌리지 못하고 결국은 뛰어드는 그런 어린이, 주눅들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 계산 못하는 어린이요.
김혜원 엄마들이 싫어하는 상이네요. (웃음)
김남중 소통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것이 어린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존재에 공감하는 그런 어린이들이요.
김혜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남중 제 자신이 늙은 어린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다양한 주제로 새로운 시도를 해온 작가
김혜원
예전에만 해도 동화작가는 그렇게 각광받는 건 아니었을 것 같은데 동화작가가 된 이유가 있나요?
김남중 어릴 적 행복하게 읽었던 동화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자라면서 가장 행복했던 문화 체험이 제게는 동화 읽기였어요. 『빨강머리 앤』과 『초원의 집』 시리즈, 『15소년 표류기』이런 책들을 좋아했어요.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대학 과제로 우연찮게 글을 쓰다 보니 동화 쪽이 체질에 좀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못 쓰지만 그래도 쓰다보면 행복해서 한 발짝씩 나갈 수 있었어요. 혼자만의 행복한 글쓰기가 가능한 장르였죠.
김혜원 행복한 일을 빨리 찾은 셈이네요.
김남중 그렇죠. 우연하게 시작한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어릴 적 추억들이 마음속에 잘 마른 장작이 되어 불씨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혜원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나 『붕어낚시 삼총사』와 같은 작품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활동적인 편인가요? 어렸을 때도 활동적인 아이였나요?
김남중 딱히 공부 스트레스가 없어서 낮에는 밖에서 뛰놀고, 밤에는 책 펴고 뒹굴며 자랐어요.
김혜원 졸업하자마자 전업 작가가 된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궁금해요.
김남중 신발 회사에도 다녔고, 영어학원에서 강사를 한 적도 있고, 휴대폰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중간에 백수로 지낸 적도 있고요.
김혜원 동화작가가 되기까지 지난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김남중 한쪽에서는 을이면서 다른 쪽에서는 갑이 되어 본 기억은 동화로 세상을 그려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깊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알게 된 경험도 좋았고요. 전혀 다른 존재 사이에서 관계를 찾아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주려면 작가의 시야가 넓어야 하니까요.
김혜원 작가님의 말씀처럼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의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동화들을 써 왔는데요, 작가님만 의 소재를 찾는 방법이 있나요?
김남중 처음에는 어떤 것을 써야 될지 잘 안 보였어요. 그게 상당한 스트레스였죠. 눈에 힘을 주면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작가라는 것을 자각하고 세상을 보게 되면서 이야깃거리들이 스스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힘을 빼고 무심코 다녀도 덜컥하고 걸리는 부분들이 늘어났죠. 그래서 구상노트 늘어나는 속도가 작품을 써내는 속도보다 빨라졌는데, 이건 즐거운 고민이에요.
김혜원 요새 이야깃거리로 관심을 갖는 소재는 무엇인가요?
김남중 일단은 확장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쓰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진심을 다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언젠가는 바뀐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인의 헌신과 희생을 알고 감사할 때 이 사회가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일종의 노예근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퇴행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김혜원 아이들한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에는 어려운 소재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김남중 그걸 해야 하는 게 동화 작가의 역할이죠. 새로운 고민 같지만 지금껏 매달렸던 주제에 대한 변주, 다른 방향의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은 사실 변하지 않았거든요. 그것을 계속 한 방향으로만 이야기하면 작가도 지치고 독자도 작품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을 받겠죠.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기찻길 옆동네』를 또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한 게 『연이동 원령전』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광주’를 또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김혜원 다른 동화도 많이 읽으세요? 동화작가들은 보통 다른 작가의 동화는 잘 안 읽기도 하더라고요.
김남중 점점 행복한 독자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한두 달 정도 틀어박혀서 예전에 제가 행복하게 읽었던 동화들을 쭉 늘어놓고 계속 읽고 싶어요.
김혜원 그걸 소재로 책을 내는 건 어떨까요? (웃음)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같은 책을요. (웃음)
김남중 그러게요. 저는 『나의 빨강머리 앤』 정도로할까요? (웃음)
김혜원 작가님은 요즘 아이들한테 어떤 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김남중 저는 애들한테 바람을 좀 넣고 싶어요.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3월의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창밖 들판처럼 아이들을 충동질하는 동화가 필요하고 그런 동화를 썼으면 좋겠어요.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이잖아요. 아이들이 실제로 여행하고 즐겁게 고생하며 세상과 사람을 알아갈 수 있다면, 책을 나중에 읽거나 또는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행 대신 독서를 하는 건데 우리는 아이들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양계장의 닭들처럼 달걀만이라도 만들어 내는 삶을 아이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거죠. 양계장의 자물쇠를 모두 열고 아이들을 밖으로 날아가게 하고 싶어요.
김혜원 나중에 신문에 나는 거 아니에요? 김남중 작가의 무슨 책을 읽고 단체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쳐나왔다고. (웃음)
김남중 그런 동화가 있었으면 좋겠고, 더 바란다면 그런 동화를 제가 썼으면 좋겠어요. 『나는 바람이다』가 앞으로 열한 권이 될 텐데, 길어서 지레 포기하는 책이 아니라 재미있는데 충분히 길기까지 해서 밤새 읽을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혜원 동화작가 김남중에게 동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남중 답이 단번에 나와야지 멋있는데… (웃음) 『나는 바람이다』를 쓰며 저는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어요. 여행을 안전하고 즐겁게 끝내고 싶지만 누구도 그걸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어요. 설사 여행을 마친다 해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 위대한 항해가처럼 갈채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세계를 한 바퀴 겨우 돌아 만신창이가 된 배로 돌아왔는데 금도, 향료도 없어서 외면 받을 수도 있죠. 그럴 수 있다고 미리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요. 어쨌든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끝까지 갈 겁니다. 그렇게 보면 제게 동화는 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한번 출항한 이상 끝까지 함께 가야 하는 배.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항로여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항해의 파트너죠. 어떨 땐 바람이 불어 주기도 하고 어떨 땐 무풍지대에 갇히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길게 보면, 바다는 항상 어
디론가 흘러가고 있어요.
김혜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남중 우선은 올해를 잘 마치는 게 작은 목표예요. 7월 말에 여수에서 독도까지 보름 정도 항해를 할 예정이에요. 또 다른 바다 이야기를 위한 취재인데 구룡포, 삼척, 울릉, 독도를 샅샅이 돌아볼 생각입니다. 10월에는 한 달 동안 멕시코와 쿠바에 취재하러 가고요. 2016년에는 『나는 바람이다』를 마칠 생각이에요. 2017년에 또 다른 큰 계획이 있는데 그건 비밀입니다. 다녀와서 작품으로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03.JPG
 
김남중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고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바람처럼 달렸다』로 제1회 창원 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강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묵직한 작품으로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새롭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17세기 조선 시대로 눈을 돌려 지금껏 어린이 독자들이 만나기 힘들었던 역동적이고도 드넓은 바다 세상를 그린 ‘나는 바람이다’ 연작 시리즈로 색다른 도전을 진행 중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연이동 원령전』, 『미소의 여왕』, 『불량한 자전거 여행』, 『살아 있었니』, 『새나라의 어린이』, 『공포의 맛』 등이 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