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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과학과 사람을 잇다_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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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1-13 11:46 조회 9,52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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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관장은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고, 박물관 안내도 한다. 이유는 사람들에게 과학이 쉽고 재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관장을 만났다.
 
인터뷰
이수민
서울 풍문여고 생물교사
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정리・사진
김주희
기자
 
과학도 책도 삶도 일단 재미!
이수종
관장님의 저서인 ‘스토리 사이언스’ 시리즈 중 최근에 출간한 『삼국지 사이언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정모 지금은 과학과 문화를 접목시킨 책이 흔하지만 ‘스토리 사이언스’ 시리즈를 기획한 2002년에만 하더라도 그런 기획이 새로운 트렌드였어요. 기존에는 대부분 과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거기에 문화를 갖다 붙이는 식이었죠. 저는 방향을 다르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문화의 흐름을 먼저 정리하고 거기에 과학을 갖다 붙이는 것이죠. 설명하자면 그리스로마 신화는 순서대로 가고 거기에 관련된 과학을 소개하는 거예요. 그러면 과학은 체계가 없을 수 있지만 이야기가 훨씬 재밌거든요.
이수종 올해 출간된 책들 중에 『삼국지 사이언스』와 『과학하고 앉아있네 1』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셨습니다. 계기가 있나요?
이정모 저는 책 쓰는 노동을 즐기는 편입니다. 뭐든지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재밌잖아요. 책 쓰는 것도 그렇더라고요. 또 혼자 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잖아요. 그렇다고 억지로 공저자를 찾아다니지는 않고요,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나 같이 하자고 오는 사람 또는 출판사에서 소개해 준 사람과 같이 일합니다. 같이 책을 쓰면서 갈등을 겪은 적은 없어요. 앞으로도 가능하면 공저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이수종 어린이 청소년이 읽기에 좋은 과학책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정모 뭐든지 재미있어야 최고라고 생각해요. 내용만 보고 가장 좋은 과학책을 꼽는다면, 대학에서 교재로 쓰는 책들이에요. 많은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거죠. 아무리 좋은 내용이 실려 있어도 읽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교회에서 설교를 잘하는 목사님과 잘 못하는 목사님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잘하는 목사님은 셋째까지만 간단하게 말하고 끝내요. 그럼 설교가 끝나도 다 기억하죠. 그런데 설교를 잘 못하는 목사님은 열 가지를 나열해요. 끝나면 기억이 안 나죠. 과학책도 마찬가지예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몇 개만 던져 주고, 과학적인 전문용어는 최소화해서 과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민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한 분야에만 관심을 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장님의 이름이 적힌 번역, 공저, 감수한 책들을 보면 그 범위가 다양해서 놀라웠어요. 어쩜 그렇게 과학의 여러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잘 알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모 원래 무식하면 용감해지죠. 전문 분야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제가 여러 분야의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전문가가 보기에 좀 어처구니없고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걸 당당하게 쓰는 뻔뻔함이 있기 때문이겠죠. 전 작가라면 그런 뻔뻔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분야의 동료들이 아니라 일반 독자 들의 눈만 보면 되요.
이수종 관장님은 하시는 일이 많더라고요. 책도 쓰고, 자연사박물관 관장도 하고, 강연도 하고 그렇게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이정모 저는 딱 두 가지를 안 해요. 텔레비전을 거의 안 보고, 잠도 네 시간 정도로 최소한으로 자요. TV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만 봐요. 주로 개그 프로그램을 봅니다. 그마저도 항상 시작하는 시간을 놓쳐서 30분밖에 못 봐요. 우리 식구들도 텔레비전을 별로 안 좋아해요. 일주일에 드라마 하나 챙겨 보는 정도고, 책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술자리는 피하지 않습니다. 술자리도 좋은 공부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죠. (웃음)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다
이수민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으신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합니다.
이정모 저는 장남이에요. 어릴 때부터 책임감이 넘치는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죠. 단 한 번도 담치기를 해 본 적이 없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흔히 말하는 ‘불량’ 식품을 사 먹어 본 적도 없어요. 제가 살던 곳은 여천이었고 60리 떨어진 여수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어느 날 답답하다고 느껴서 아버지에게 서울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달 후 정말로 서울로 보내 주시더라고요.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해 3월 31일이었어요. 그 다음날부터 서울 유학생이 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우리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신 거예요. 초등학생이 갑자기 서울에 와서 살아야 했던 거죠. 다행히도 항상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잘 살았어요.
이수민 대학에서 생화학 공부를 하셨어요. 계기가 있나요?
이정모 제가 고등학생일 때 다녔던 교회 지하에 수배 중인 운동권 형 누나들이 살고 있었어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물어보면서 친해졌죠.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문화를 바로 세우려면 농업을 해야 되겠더라고요. 재수를 했는데, 성적이 잘 나왔어요. 고민이 되더군요. 형 누나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당연히 서울대 농대를 가야 되겠다 생각하다가도 화학을 좋아하니까 서울대 화학교육과에 끌리는 거예요. 그러던 중에 저희 외할머니가 예수님이 세운 학교에 가야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웃음) 그래서 서울대가 아니라 연세대의 학과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연세대에는 농대가 없어요. 대신 생화학과가 눈에 띄더라고요. 입학원서를 쓰면서 선생님이 연세대에 생화학과가 있는데, 원예학과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생화학과의 ‘생’, ‘화’가 각각 ‘살아있을 생’과 ‘꽃 화’라고 생각한 거예요. (웃음)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눈치를 못 챘어요. 바이오 케미스트리라고 적힌 하얀 가운을 입고 있어도 모른 거예요. (웃음) 그 당시만 해도 생화학이 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수종 생각했던 학과가 아니라서 방황하진 않았나요?
이정모 처음에는 생화학과가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졸업할 수 있을 만큼만 형식적으로 공부했어요. 그래서 2학년 때는 경제학과 수업을 듣고, 3학년 때는 철학과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철학은 학부로는 안 될 것 같고, 적어도 박사까지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보통 대학원에서 타 학과 출신은 한 명 정도만 뽑더군요. 그래서 신학과 공부를 했죠. 신학과에서도 적응은 잘했어요. 그런데 대학원 원서 쓰는 순간에 생화학이라고 썼어요. 4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데면데면했는데도 대학원에서는 왠지 생화학을 공부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당연히 떨어졌고, 6개월 동안 공부해서 생화학과 대학원을 갔어요.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이수종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생화학을 전공하셨는데요, 독일에서는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연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정모 곤충과 식물도 대화를 해요. 화학적으로요. 흔히 알고 있는 페로몬이 주된 수단이죠. 주제가 맘에 들어서 유학 가서 시작했는데 별 성과는 없었어요. 다만 곤충하고 식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사람끼리는 못하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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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그러면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일은 유학 가서 처음 시작한 건가요?
이정모 아뇨. 그 전에도 과학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일을 좋아했어요. 저희 어머니에게 제가 본 것, 연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굉장히 재미있어 하셨어요. 그리고 신문에 과학과 관련된 독자투고를 하면 채택도 잘 되었고요. 그러다가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만들어 낸 말인 줄 알고 과학 전문가와 대중을 연결시켜 주는 사람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수종 칼럼도 꾸준히 써 오시고,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신데요, 글쓰기 훈련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정모 독일에서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근데 인쇄소 사장 부부가 신문을 냈어요. 신문은 격주로 발행되는 교포를 위한 한국어 신문이었어요. 이 신문을 두 유학생 부부가 맡았어요. 우리 부부 말고 다른 부부의 남편은 통역을 했고, 부인은 디자인을 배우는 사람이었어요. 통역하는 사람과 제가 기사를 쓰고, 제 아내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이니까 교정교열을 보고요. 두 명이 쓰고 한 명이 글 보고, 한 명이 디자인을 했는데, 그게 격주 간격으로 16면을 채우려면 어마어마하게 써내야 되는 거예요. 일단 잘 쓰지 않아도 양이 중요했어요. 양으로 마감을 해야 되는 거였죠. (웃음) 그때 글쓰기 연습을 많이 했죠.
이수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신 건가요?
이정모 제가 살던 독일 본에는 아주 훌륭한 자연사박물관이 있었는데, 거기가 제 딸의 놀이터였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자연사박물관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 해인 2003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개관하더군요. 그때부터 1년에 네 번씩 놀러 갔어요. 그곳이 제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던 공간이었는데, 어느 날 관장을 공모한다고 하더군요. 그 공고를 본 순간, 이건 나를 위한 자리다 싶어서 바로 지원했죠.
이수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면, 털보 관장님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수염은 박물관과 관장님의 상징이 되었는데요. (웃음) 실례가 안 된다면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이정모 수염은 기르는 게 아니라 깎지 않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 바짝 밀어요. 그런데 2~3일만지나면 무성해져요. 사람들은 내가 털 깎은 모습을 잘 보지 못하고요. 털을 바짝 깎고 나가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대학생처럼 젊게 보이거든요. (웃음) 예전에는 매일 깎았었는데 독일에서 공부할 때, 우리 교수님과 실험실 식구들이 모두 수염을 길렀어요. 아내가 잠깐 한국에 가 있는 사이에 나도 길렀더니 사람들이 다 좋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털 깎는 횟수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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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과학과 만나는 방법
이수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하는 과학 강의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요. 관장님의 책은 입말체로 쉽게 써 주시는데, 강의는 수준이 아주 높더라고요. 그렇게 기획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정모 저는 세상이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성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스스로 원하든 그렇지 않든 과학과 접할 기회가 많은데 정작 과학에 관심이 많은 성인들에게는 그 기회가 없죠. 그런 분들은 과학 지식의 깊이도 깊어서 굳이 쉽게 할 필요가 없어요. 대학원에서 쓰는 슬라이드를 그냥 쓰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짱짱한 강사들을 다 모셨냐고 물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강의 청탁을 하는데 거절한 분이 4년 동안 한 분밖에 안 계세요. 다들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시죠.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이수종 학교 과학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정모 저는 과학교육이 선생님과 서로 질문을 던지면서, 조금씩 개념을 다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7차 교육과정 교과서가 이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교과서하고 실제 교육이 따로 돌아간다는 거죠. 교과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해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해요. 그런데 평가를 하고, 순위를 매겨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루어지기 어렵죠. 오히려 학교에서 교과서대로 수업을 하는 게 우스꽝스러워져버린 거죠.
이수종 내년부터는 자유학기제가 시작됩니다.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정모 저희가 자유학기제 관련해서 한 학교를 맡아 한 학기에 세 번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학교는 아직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자연사박물관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신과람)’이라는 서울・경기 지역의 과학교사들에 의해 조직된 모임에서 하고 있어요. 신과람에서 7~8명의 교사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한 달에 한 번씩 오셔서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대부분 관람 프로그램이에요.
프로그램보다 선생님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네요. 어떤 선생님은 미리 답사도 하고, 저희와 충분히 이야기를 한 뒤에 학습지를 따로 만들어 오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박물관을 둘러볼 때도 학예사에게 부탁해서 안내도 받아요.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제가 인터뷰할 수 있는 자리도 준비하시고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복잡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시간만 된다면 거절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선생님들은 30~40명 정도 학생들과 와서 학생들에게 2시간 정도 자유롭게 구경하고 놀 수 있게 시간을 줘요. 여기까진 괜찮은데, 가장 안 좋은 건 저희의 홈페이지에 있는 학습지를 다운받아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풀게 하는 경우죠. 굳이 박물관에 와서 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들을 하고, 정해진 답만 찾게 하는 거죠. 가장 좋은 건 첫 번째 선생님이에요. 자연사박물관의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고, 같이 호흡하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자유학기제에 앞서 다방면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어린이 도슨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학교에서도 단체로 참여할 수 있나요?
이정모 어린이 도슨트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박물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박물관에 있는 생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교육도 받을 수 있어요. 아이들 옆에 담당자가 꼭 있어서 하나하나 알려 줘요.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편지를 보내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인터뷰를 해서 몇 명만 활동하도록 하죠. 공개적으로 그리고 대대적으로 운영하려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지원을 받거나 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교육할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수종 제가 호주 멜버른에 있는 동물원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 파견을 나온 교사가 있더라고요. 아이들을 데리고 안내하고 여러 가지 교육활동을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도 학습연구년제 교사들이 자연사박물관에 파견을 나와서 연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정모 맞아요, 교사들이 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이수민 자연사박물관 같은 박물관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반드시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하는 것인지,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정모 얼마 전에 저희 박물관에서 7~8년간 어린이 도슨트로 활동했던 친구가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사학과에 입학했어요. 그 애를 열심히 키웠던 학예사는 굉장히 아까워했어요. 정말 뛰어난 지질학자이나 생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특정 공부를 했다고 해서 꼭 그것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는 지금 하는 일이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분도 있어요. 그런데 해양 관련 연구소에 있다가 이곳에 자리가 나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도 관장이 되기 전에는 다른 일도 했고요. 오랫동안 공부했다고 굳이 하나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모든 일은 점과 점, 선과 선으로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수민 오늘 관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자신과 굉장히 잘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정모 박물관에서 관장으로 최대 5년까지 있을 수 있는데요, 저는 내년 9월 말이면 5년이 됩니다. 그 이후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저도 자연사박물관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머물 생각도 있지만, 더 좋은 사람이 이 자리에 오는 것도 좋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직업은 자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과학관을 이용한 비형식 교육들도 해 보고 싶어요.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과학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자연사박물관과 과학관을 시민들이 실제로 과학을 하는 공작소로 만들고 싶어요.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전문가들이 옆에서 가르쳐 주기도 하고, 같이 고민도 하는 거죠. 아마 첫 결과물들은 99프로 실패할 겁니다. 원래 과학은 실패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실패한 결과물은 실험의 목적, 어떤 원리에 의해서 어떻게 했는지, 그 결과 등 설명을 적어서 전시하고, 이걸 본 관람객들이 의견을 보탤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요. 처음엔 관람객으로 왔지만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넓혀나가면서 관람객 스스로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고요. 실패를 공개하다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부차적인 이익이 발생하도록 하는 거죠.
지금까지 과학은 결과 위주로 전달되고, 과학과 대중들이 소통하는 방법은 책과 강연으로 한정되어 있었죠. 하지만 이런 방법을 취한다면 프로세스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겠죠. 적은 인원이 오더라도 진짜 과학자와 대중들이 같이 작업하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이수종 실현된다면 꼭 가보고 싶을 만큼 흥미롭네요. 앞으로 관장님의 활동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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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 대학교 화학과에서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으며,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제이크의 뼈 박물관』, 『인간 이력서』, 『모두를 위한 물리학』, 『과학 시간에 함께 읽는 에너지 교과서』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삼국지 사이언스』(공저), 『과학하고 앉아있네 1』(공저), 『해리포터 사이언스』(공저) 등이 있다. 2015년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과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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