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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보이나요, 아이들 마음속 돌덩이? - 교사 이호철이 응어리진 아이들 가슴에서 끌어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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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7 23:03 조회 7,24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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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보리)는 현직 교사가 아동 학대 실상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부부 갈등과 집안 걱정, 아이들의 자존심과 성性 등 모두 여덟 가지 주제로 나눠 아이들의 상처를 보여준다. 아주 뚜렷하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이 책이 충격적인 것은 아이들이 직접 고백하고 증언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어떤 전문가가 아이들 자신보다 그들의 문제를 잘 알까. 아이들의 목소리는 날것이어서 부모가 아이를 상처 입히는 상황과 그로 인한 아이의 절망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낯설고, 아프다.

지은이가 아이들과 함께 내 마음을 꾸밈없는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교육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기에 이 귀한 글들이 모였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글, 부모들을 울컥하고 뜨금거리게 하는 글. 픽션이라면 좋으련만, 아니다. 이 책을 “모든 부모가 다 읽어야 하는 까닭은 이 책 속에서 내 아이도 다른 아이 목소리를 빌려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아이에게 어떻게 무슨 짓을 저질러 왔고, 어른으로서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나 무의식중에 보인 행동이 아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윤구병).” 아이들 목소리를 듣자. 거기 모든 답이 있으니.

이 책은 2001년에 나온 『학대받는 아이들』의 고침판이다. 십년 만에 고침판을 낸 까닭과 새롭게 고치고 더한 내용은 무엇인지?
아이들의 삶은 어른의 삶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른들의 삶이 힘겨우면 아이들의 삶도 힘겨워지게 마련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우리 삶은 녹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학대받는 아이 또한 끊임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글로 확인해 봐도 실제로 그렇고요. 고침판에서는 요즘 현실과 거리가 있는 특별한 경우는 빼어버리고 새로운 내용을 보충해 넣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더욱 심해지고 있는 시험경쟁교육으로 힘겨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그 부분을 한 꼭지 더 넣었지요.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남다른 이유라도 있는가?
나는 지금껏 글쓰기 지도에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날마다 아이들의 글을 여러 편 읽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글 속에는 아이들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거기에서 종종 학대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잘 모르고 있지요. 아이들은 부모 품안에서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지 어른으로 하여금 삶이 짓밟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부모들이 그런 아이들의 글을 보았다 해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더욱 학대하기도 하지요. 나는 감추고 있는 아이들의 그런 내면을 더 많이 캐내어 이 세상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부모들이 잘못을 깨달을 것이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멀쩡한 부모들이 저지르는 아동 학대가 대부분이라는 것, 신체 학대보다 정서 학대가 훨씬 더 늘고 있는 현실, 아동 학대의 테두리가 무척 넓다는 사실… 이 책은 새삼스러운 놀라움이고 배움이었다.
아무리 행복한 가정이라 해도 언제나 평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평범한 가정이야 더하겠지요. 평탄하지 못할 때마다 그 화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지 못할 때도 많지요. 그럴 때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학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정서 학대가 더 많습니다. 신체 학대는 노출되어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경우 지탄의 대상이 되니까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정서 학대가 많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정서 학대는 아이를 위하는 말과 행위로 포장되기도 하지요.

“많은 부모들이 ‘나는 우리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를 학대하면서도 학대하는지 모른다.” 대체 왜들 모르는 것일까?
부모들은 아이에게 하는 어떤 말과 행위라도 당연히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말과 행위가 아닌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기합리화하기도 하고요. 또 아이는 부모가 하는 어떤 말이나 행동이라도 당연히 늘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대받을 때는 안 좋은 감정을 가지지만 이내 부모니까 자신을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학대하는 부모나 학대받는 아이는 학대에 대해 무감각해지거나 의식이 둔해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 겁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줘 그 충격이 더 크다. “이렇게라도 푸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는 한 아이의 말이 목에 걸린다. 아이들에게도 독자들에게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표현의 길이 막히면 큰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어른들 앞에 하고 싶은 표현(표출)을 마음껏 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의 좋지 않는 면을 드러내었다가는 불이익 당할 것이 번하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부모 마음에 들도록 겉꾸밈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일이 많답니다. 그렇게 해서 맺힌 마음이 쌓이고 쌓이면 엉뚱한 곳으로 터져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글로 쓰게 해서라도 맺힌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상처가 있는 아이는 이렇게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부모들(어른들)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그 사실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지요.

수많은 아이들의 다양한 글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컸겠다. 어떻게 아이들이 자기가 입은 상처를 이토록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었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궁금하다.
부끄러운 모습까지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다양한 아이들의 글을 모으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많은 글을 모으자면 한마디로 아이와 교사와의 믿음 관계가 두터워야 합니다. 누구라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더욱 ‘완전히 믿어도 되겠구나’ 싶어야 자신의 모든 속내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내어 놓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꼭꼭 숨겨놓고 있지요. 그게 아이들의 심리입니다. 아이들이 교사를 믿도록 하려면 진실로 아이들 편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어떤 말이나 행위도 나무라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때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생활하기도 해야 하지요.

“도대체 집안이 이러니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아이들이 집안 걱정으로 이토록 상처받는 줄 몰랐다.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어른들이 ‘아이들도 알 건 다 안다’는 것을 몰라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꼴인데….
아이들도 집안의 어려운 문제나 걱정을 늘 보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이 뭐 그런 것까지 알겠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집안에 어려운 문제나 걱정이 있으면 그 화가 아이 자신에게 미치게 되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고, 상처를 안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 상황을 잘 모르면 오히려 실제보다 더 크게 걱정하고 더 크게 상처받을 수 있지요. 그러니까 가정의 어떤 어려운 문제나 걱정이라도 숨길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바르게 알려주고 이해시켜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의 걱정을 덜어주고 상처도 덜 받게 합니다.

“내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아이들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잘못했다고 아이들 앞에서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책에 나온 그대로 묻자. 어른 체면이 중요한가, 아이 자존심이 중요한가?
어른(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발뺌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니, 오히려 잘못을 아이에게 덮어씌우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어른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어른을 더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어른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바로 아이를 온전한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준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걸 잘 압니다. 선생인 나도 흔히 아이들에게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그걸 지적하거나 내 스스로 잘못을 찾았으면 발뺌하지 않고 잘못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내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부모들이 앞장서 “내 아이가 경쟁에 조금이라도 뒤질세라 더욱 다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우문인지 난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부모들 제정신 차리게 할 뾰족한 수는 없을까?
경쟁이란 뭡니까? 서로 앞서거나 이기려고 다투는 것입니다.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것이지요.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까? 이런 걸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시켜서 참된 삶을 깔아뭉개서야 되겠습니까? 아이들은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시켜서 장점을 살려 제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열심히 가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쟁, 그것도 단순 지식 평가하는 시험으로 줄을 세워 잘하느니 못하느니 해서 때로는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지 않습니까. 부모라도 제정신 차리고 거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더욱 큰일이지요. 그런 부모들이 제정신 차리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책을 낸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부모나 교사가 더욱 고통받는 아이들의 신음소리를 들어야지요. 부모가 제정신 못 차리면 아이들은 더 이상 안심하고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이제는 학교마저 아이들 삶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교육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다.”는 대목이 아리다. 이른바 ‘일제고사’ 등 시험 점수로 줄 세우는 경쟁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폐해는 어느 정도인가?
학교가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을 마음껏 할 수 없게 되는 건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여러 가지 올가미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 보는 게 내 생각입니다. 가장 큰 올가미는 나라의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사 자신의 똑바로 선 의식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제고사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그런 것 가운데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시험경쟁교육은 작게는 사교육비 문제로부터 인간성교육의 부재, 창의성교육의 부재를 낳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한 해 200명이 훨씬 넘는다는데 그 까닭은 경쟁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초등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학원 다니기(32%), 그 다음이 학업 성적 걱정(29%)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뜻은 미루어 알겠다. 아이들도 자식 노릇, 학생 노릇 하기 힘들지만 어른들도 부모 노릇, 교사 노릇 하기 힘들다. 어른들에게 충고와 격려의 한마디 부탁한다.
아이들만 힘 드는 것이 아니지요. 부모나 교사도 힘이 듭니다. 경쟁교육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해도 그 올가미에 묶여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닦달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한시라도 빨리 거기에서 벗어나야 아이들을 빨리 구할 수 있습니다. 의식이 바로 서고 의지만 굳다면 부모는 가정에서, 교사는 교실에서 그나마 조금은 덜 휩쓸릴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아이들이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해오고 있다. 무엇 때문에 아이들에게 쓰기와 그리기를 가르치는 데 그렇게 열심인가?
내가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 교육을 열심히 하는 건 그림 그리기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 글쓰기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앞에서 자기표현의 길이 막히면 끝내는 큰 병이 들고 만다고 했지요? 그래서 자기표현을 마음껏 하게 하고, 자연의 모습이나 사람의 삶 모습을 글로 쓰면서 참되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좀 더 넓게 말하면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의 한 방편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서 하는 것입니다.
연용호 기자

이호철 지금까지 30년 넘게 농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삶을 가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오랫동안 해오며,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 『살아 있는 교실』 『살아 있는 글쓰기』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같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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