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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정은숙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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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7-20 13:05 조회 11,0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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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기 추락사건』 그리고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제목만 보고서는, 범죄 스릴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건은 부수적인 것일 뿐, 방황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정은숙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을까? 정은숙 작가를 만났다.
 
인터뷰
박수진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배영태 용인 삼계고 국어교사
 
정리 김주희 기자
 
장소
책방 만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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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
배영태 작가님께선 어린이문학을 쓰다가 청소년소설을 두 권 내셨어요. 청소년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은숙 출판사에서 권유하기도 했고요. 제 아이가 겪는 사춘기 증상들도 눈여겨보다 보니, 내 아이가 어떤 친구들을 사귀는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렇게 친구들 각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서 그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청소년소설을 쓰게 됐어요. 실제로 『정범기 추락사건』의 범기는 제 아이 친구이기도 해요. 실제로는 양궁이 아니라 펜싱을 했던 아이인데, 이 아이의 복잡한 이야기를 듣고 각색해서 소설로 쓰게 됐죠.
박수진 그럼 작품의 소재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는 편인가요?
정은숙 주변에서 얻는 게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대상이 아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든 결국엔 인간이 가진 문제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문제도 어른들이 겪는 경쟁, 서열, 배척 등의 기본적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사이에도 갈등이 있고 질투가 있고 사건도 있잖아요. 다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뿐이죠. 그래서 성인의 문제를 청소년에 맞춰 바꾸기도 해요.
박수진 최근에 출간된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실제 모델이 있나요?
정은숙 제가 『정범기 추락사건』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내고,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문학동아리를 하고 있다는 학생들에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부당함도 알리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이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동아리로 인정해 주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만들기 전에는 문학동아리도 없었대요. 지금은 해체됐는데, 그 아이들 동아리 이름이 ‘정글북’이었어요. 인상적이어서 아이들에게 나중에 그 동아리를 소재로 소설을 써도 되겠냐고 묻고 허락을 받았죠. 그리고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에서 동아리 아이들 6명 중 소정이도 실제로 제 딸의 친구가 모델이에요. 그렇게 평소에 세밀하게 관찰하고 각 장면들을 캡처하듯이 기억에 담아 뒀다가 나중에 작품에 반영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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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기 추락사건』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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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사계절출판사, 2014
 
 
 

배영태 『정범기 추락사건』과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은 추리 형식의 서사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추리 형식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정은숙 원래 미스터리를 굉장히 좋아해요.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잖아요. 제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선물 받은 책도 ‘셜록 홈즈’ 시리즈였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셜록 홈즈 같은 경우는 1800년대에 나온캐릭터인데 지금까지도 많이들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도 미스터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작품에 추리 요소를 넣었죠. 그렇다고 범인을 잡기 위해 쫓고 쫓기는 걸 원하진 않아요. 저 사람은 어떨까라는 호기심도 따지고 보면 미스터리잖아요. 이런 아주 사소한 미스터리를 넣고 싶은 것이지 크게 부각시키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청소년소설 두 권 모두 제목에 ‘사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합니다. 특히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은 출판사에서 기존 제목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을 줘서 제목을 바꿔 출간했어요.
배영태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을 읽으면서 ‘세월호 사고’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염두에 두고 쓰신 것인지요.
정은숙 책을 쓴 건 사고가 있기 훨씬 전이에요. 2012년도에 써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출간 일정이 미뤄진 거예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성당에 걸린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봤어요. 이게 정말 내가 쓰고자 하는 얘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면서, 그 순간 신문에 실린 이야기는 진실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히 일어난 일이니까 사실이겠죠. 그런데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알 뿐이잖아요. 그 속에 담겨진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에서는 아이들 전부 개인적인 잘못은 있을지라도, 각자의 진실을 찾는 내용들을 담고 싶었어요. 근데 본인이 적극적으로 진실을 알린다는 건 사실 큰 용기거든요. 그리고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고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도 연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영태 앞으로 청소년소설로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정은숙 저는 이야기가 찾아온다고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야기가 떠오르면 바로 쓰는 편이죠. 그런데 얼마 전에 관심이 가는 일은 있었어요. 우연히 장애인 복지재단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전맹은 아니지만 맹학교를 나오신 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맹학교 아이들이 주인공인 책을 써 줄 수 없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왜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책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유가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정보의 80%를 눈으로 보잖아요. 그래서 누가 왔을 때는 “누가 왔다.”라고 짧게 쓸 수 있는데, 보이지 않으면 발자국 소리가 어떻게 들려서 누구인 것 같다고 표현을 해야 돼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줄로 끝날 수 있는 문장이 열 줄 열다섯 줄로 길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야기를 팍팍 치고 나가질 못하니까 힘이 빠질 것 같더라고요. 제가 그분에게 능력이 닿으면 써 보겠다고 말하고, 출판사 편집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맹학교 수학선생님 인터뷰도 연결 시켜 줄 수 있다고 했어요. 수학은 사실 기호면서 논리잖아요. 예를 들어서 1/2을 어떻게 가르칠지 수업 방식이 궁금해서 만나 뵙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이야기로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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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여학생에서 호기심 많은 작가로
배영태
작가님은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은숙 제가 고등학생 때는 야간자율학습도 있었고, 0교시 수업이 있어서 아침 7시 20분에 수업을 시작했어요. 저는 너무 비인간적이란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 시작한다는 말을 하면, 모두가 일제히 같은 책을 펴고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으로 바라봐요. 저는 무섭기도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는데, 제 의견을 지지해 주셨어요. 그리고 검정고시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그런데 학원은 아침 7시부터 수업이 시작한대요. 학교는 집에서 가깝기라도 하니까 차라리 학교가 다닐만하겠더라고요. (웃음) 사실 학교를 자퇴한다는 것은 엄청난 결정인데, 부모님이 제 뜻을 인정해 주니까 남들도 한다는데 견뎌 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부모님이 저에 대한 기대가 분명히 없진 않았을 텐데, 졸업만 해도 되고 결석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욕심을 많이 없애 주신 거죠. 그래서 편안하게 학교를 다녔어요.
배영태 지금의 작가님이 되기까지 영향을 준 선생님이 계신가요?
정은숙 고등학교 때 국어를 가르치셨던 고춘식 선생님이 계세요. 시조 시인이신데, 평소에 시를 자주 읽어 주셨어요. 그 당시에는 또 시 읽는다고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그때 생각이 문득문득 나요. 굉장히 좋은 시를 읽어 주셨던 거구나 싶기도 하고요. 좋은 영향을 참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글을 쓰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선생님 한 분이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바로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찾아뵌 적도 없는데, 책 잘 읽었다, 고맙다고 말하시더라고요.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분의 말 덕분인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제가 독특한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일 거라는 얘기를 항상 해 주셨어요. 제가 문예반이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글도 쓰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웃음) 그 말이 지금 생각하면 빈말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막연하게 제가 작가가 될 거란 상상을 항상 했어요. 그래서 대학도 당연히 국문학과를 갔고, 제가 경험을 많이 쌓아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생각을 해서 엑스트라도 하고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도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선생님 말처럼 됐죠. (웃음) 그래서 선생님이 날 이렇게 믿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문예반 친구들 모두에게 그런 얘기를 하셨더라고요. 그래도 그게 참 좋았어요. 저를 믿어 주셨다는 생각에 힘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어린 나이인데도 선생님은 나를 어른으로 대접해 준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등교 시간이 일러서 학교에 못 다니겠다고 했을 때도 “네가 뭘 알아, 왜 그렇게 하냐.”라는 말을 안 하셨던 것이고요. 좋은 환경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던 셈이죠. 이런 생각을 하면 선생님들께 참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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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 작가
 

박수진 지금까지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호기심이 참 많으신 분 같아요. (웃음)
정은숙 잡학다식이라고 해야 되나요? 이런 거 저런 거 보는 걸 좋아해요. 범죄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표창원 교수님 수업을 찾아가서 오래 듣기도 했고요. 여행을 가서도 궁금하면 일단 다가가서 물어요. 지난번에는 등대에 놀러 갔는데,위로 올라가서 관리자 분과 한참을 얘기하고 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SF 분야의 책을 한 권 읽으면 별과 우주에 관련된 책을 더 읽어 본다든지, 분야를 확장해서 책을 많이 찾아 읽곤 해요. 그러다가 이야기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재도 발견하고요.
배영태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데요. 지금 출간 예정인 책이 있나요?
정은숙 올해 왕따 문제를 다룬 청소년소설이 한 권 나와요. 제가 작년, 재작년에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맡아서 했어요. 구성원 중에 한 분이 상담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어느 날 아이가 엄마한테 “우리 학교에 왕따를 심하게 당하는 아이가 있는데, 내가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 주면 어떨까?”라고 묻더래요. 그래서 엄마는 “그러다 너까지 왕따당하면 어떡하냐, 네가 아무리 착해도 그건 하지마.”라고 말했대요. 그리고 그날 그 아이가 자살을 했대요. 사실은 이야기 속 왕따가 본인이었던 거죠. 엄마마저도 외면했다는 생각에 더 이상 희망이 없었던 거예요. 그 후로 엄마는 자기 자식을 죽였다는 생각에 자책감에 시달려서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말할 수 없이 소름이 끼쳤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사실 이미 왕따 문제를 다룬 책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저까지 쓰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건 소재의 문제보다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도 섞고, 추리 요소를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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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배영태
 
 
 
아이는 변한다, 말하는 대로, 부르는 대로
배영태 성적, 진로, 왕따 등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정범기 추락사건』에 나오는 아이들도 이런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이고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어떻게 이끌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정은숙 제가 학교를 졸업한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변한 건 거의 없어요.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졌죠. 그 경쟁에 대한 압박감을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서울대 다니는 애들도 좌절을 느끼고, 카이스트 다니는 애들도 자살을 하잖아요. 그 이유는 내가 쟤보다 못하고 못났다는 느낌 때문인데, 그건 오직 성적으로 인한 서열인거잖아요. 그래도 내 갈 길을 간다 생각해야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성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저도 부모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항상 고민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장 먼저 부모의 욕심을 줄이면 아이들이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그 다음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영태 혹시 앞으로 글쓰기 외에 하고자 하는 활동 계획도 있으신가요?
정은숙 제가 명함을 만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다른 일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는 글 쓰는 일이 좋아요. 그리고 나이가 있어서 새로운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하곤 해요.
배영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은숙 제 아이 학교에 역사를 가르치는 30대 초반의 선생님이 계셨어요. 지금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교직을 그만두셨는데요. 보통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 원서를 다 쓰면 거의 노는 분위기잖아요. 그런데 이 선생님은 그때에도 역사 수업을 하셨어요. 아무리 이 나라가 엉망이라고 해도 우리가 나름 발전을 해서 지금 이 모습인거니까,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근현대사를 아주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대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만삭인 몸으로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수업을 하시다가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 이렇게 열정적인 분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아이들한테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설령 달콤한 거짓말일 수도 있는데, 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해 준 거예요. 대부분 비슷한 말인데,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나 보고 어른이 된 모습이 기대가 된대.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될 거래.”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청소시간에 그런 얘기를 해 주셨대요. 청소를 엄청 잘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에요. 이런 말이 먹히는 걸 보면서, 요즘 애들이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애들은 애들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박수진 저도 학교에 가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그런 얘길 많이 해 줘야겠어요.
정은숙 아이들이 겉으론 시큰둥해 하면서도 다 듣고 있어요. 저도 사실은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저에게 작가가 될 거라고 말하면, 내가 무슨 작가냐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마음 한 켠에서는 ‘나는 작가가 되나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아들도 선생님이 한 말을 계속 생각하고 있잖아요. (웃음)
박수진 주변에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고요. 이런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은숙 작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해요. 누구나 유명 작가가 되진 않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작가가 꿈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요즘은 너도 나도책을 안 읽고, 인문학도 사장될 위기라고 하는데 말이죠. 일단은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학창 시절에 정말 책을 많이 읽었어요. 지금도 글을 쓰는 시간보다 책 읽는 시간이 길고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글로 쓸 만한 경험이 없다고도 말하는데, 사실 우리가 하루 동안 겪는 무수히 많은 경험들이 글이 될 수 있어요. 특히 학교에서는 매일매일 얼마나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져요. (웃음) 그래서 평소에 세밀하게만 관찰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을 조금만 객관화시키면 모든 것은 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박수진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정은숙 책은 학교 공부와 입시에 도움이 돼서 읽는 게 아니라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예요. 그러니까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겠지만요. 여력이 된다면 영화도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갔으면 좋겠고요.

정은숙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동화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면」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연작동화집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 장편동화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명탐견 오드리』, 『봉봉 초콜릿의 비밀』, 『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 등과 청소년소설집 『정범기 추락사건』과 청소년소설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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