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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글 읽기 사람 읽기] 고정원 ‘나우학교’ 교사, 『책으로 말 걸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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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5-17 22:15 조회 7,0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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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배움 하나를 더했다. 책과 아이들, 좋아하기에 일상이고 꿈이라지만, 그 진심은 말 너머에 있다. 그리고 그 실천은 말보다 앞선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그리고 한 삶의 주체로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한다는 것, 무언가를 온전히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좋아서 하는 것의 참 멋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정원 기자
 
친구처럼, 이야기 나누기
 
책을 통해 선생님이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건 알고 있는데요. 선생님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이랑 아이들을 만나는 일, 이 두 가지를 벗어난 적은 없어요. 특히 빈민 지역 아이들이나 학교 부적응 아이들은 꾸준히 만나 왔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방 교사로 자원봉사를 했고, 잠깐 논술학원이나 독서지도 학원에도 있었고, 책을 제대로 보려고 인터넷 서점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복지실에서 근무하다가 학교밖지원센터에도 있었죠. 그렇게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위탁형대안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한 군데에 오래 있진 않았지만 한 아이를 오래 만난 적은 있어요. 장소를 바꿔서요. 이렇게 움직이면 아이들을 쭉 만날 수 있으니까요.
 
주로 학교 밖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해 온 동기가 있나요?
아이들에 대한 궁금함이요. 늘 만나는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자원봉사할 때도 초등학생 가르치다가 이 아이들이 중학교 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고, 학교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통해 만난 아이들도 궁금했어요.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며 옮겨 다녔죠.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랑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요. 아이들은 일상에서 만나고 싶은데 제가 현장에 있지 않으면 그렇게 만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계속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거예요.

아이들을 책으로 만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아이들을 만날 때, 함께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가 책인데,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책이어서 책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는 거예요.
 
선생님은 책을 편하게 여기고 익숙할지 모르지만, 학생들 특히 빈민 지역 학생들이나 학교 부적응 아이들은 책을 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낯설수도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없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책 속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요. 처음엔 설마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겠어 싶은데, 어느순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게 돼요.
 
아이들과 이야기 위주의 책으로 대화하시는 건가요?
제가 할 이야기가 있는 책으로 해요. (웃음) 제가 재미있게 좋게 읽었던 책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책 관련해 관심 가질 만한 것도 알려 주죠. 가령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이 나왔던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는 것처럼이요.
 
책 자체에 이야기 요소가 적더라도 선생님만의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문제없겠네요?
아이들과 있으면,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겨요. 아이들이 멍하게 앉아 있으면 다가가서 그거 아냐고 하면서 말 걸고, 책 보다가 옆에 아이가 있으면 “이것 좀 봐봐.” 하면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나요?
저는 형제가 없어요. 엄마에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어요.
 
외딸이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렇죠? 저에 관해 가장 신기한 게 형제가 없다는 것과 시집간 거예요. (웃음)
 
이야기를 잘 해 주는 것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거군요?
엄마가 피아노 전공하셨는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 친구나 지인들이 음악회 티켓을 많이 줘서 음악회에 자주 갔어요. 음악회에 가면 엄마가 이야기를 해 주곤 했어요. 얼마나 지겨울지 아니까요. 그 음악이 생긴 이야기, 음악가들의 이야기 등을 해 주셨는데 저는 그때가 정말 좋았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근데 나중에 예전에 듣던 음악을 듣는데, 엄마의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워낙 책을 좋아하셔서 저도 책을 좋아하게 된 거같아요.
 
사서선생님이 되어, 책으로 말 걸기

아이들에게 꾸준히 책으로 말 걸려면, 책을 많이 알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평소 책도 많이 읽고, 신간도 꾸준히 살펴보겠네요?
책은 한 달에 못해도 스무 권 정도 읽고요, 신간 나오는 건 거의 다 살펴보려고 해요. 워낙 궁금증이 많아서요.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지금 있는 학교에서는 제가 책을 사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사요. 예산이 많지는 않지만 보고 싶은 책은 다 사는 편이에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좋아하는 작가나 출판사의 책은 눈여겨봐요. 그리고 신문을 비롯해 책 추천해 주는 매체도 꼼꼼하게 참고하고,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기도 하죠.
 
아이들마다 독서력이 많이 차이나지는 않나요?
하향평준화되서 괜찮아요.
 
주로 어떤 책을 함께 읽고,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나요?
사람 소개시켜 주듯이 책을 소개해요. “이 책은 말이야~” 하면서 설명을 해 줘요.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저는 그 주제에 관련된 책을 얼른 찾아서 보여 줘요. 그 책을 펼쳐 보이며 이야기를 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같이 읽나요?
책의 앞부분을 어느 정도 얘기해 주고 나서, “그럼 너 여기서부터 읽을래?”라고 하면서 읽기를 권해요. 그럼 아이들이 읽고 나서 얘기해 줘요. 그렇게 아이들이 책을 읽고 얘기를 해 주고 나면, 보고 싶어하는 책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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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그림책도 있던데, 여기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하나요?
제 수업시간은 늘 그림책으로 시작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진짜 열심히 들어요.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하면서요. (웃음) 처음에는 팝업북을 보여줬는데 아이들이 완전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때 『인어공주』를 보여줬는데, 아이들끼리 “잉어공주 아니었어? 잉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잉어다.”라고 하면서 웃었어요. (웃음) 나중에는 아이들과 팝업북도 함께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하더라고요.
 
계속 책을 읽어 오고 살펴봤을 텐데요, 요즘 나오는 청소년 책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보기 나름일 것 같은데, 요즘 책들은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거 같아요. 특정 분야가 잘 되면 그쪽만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주제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저는 적합하지 않은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책과 만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적합하지 않은 책은 없다고 봐요.
 
결국 함께 읽기가 중요하다는 거군요?
네. 같이 읽고, 그것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돼요.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는 선생님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요?
조금 편한 아이들과 먼저 함께 읽어 보는 게 좋아요. 실험을 한번 해 보는 거죠. 그리고 그 내용을 잘 정리해 보는 거예요. 만약 정말 어렵고, 용기가 안 나면 선생님 책상 책꽂이 앞에 책 몇 권 꽃아 두는 것도 좋아요. 제가 중학교에 있을 때 그렇게 해봤는데, 효과가 있었어요. 아이들이 교무실에 오면 선생님한테 혼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럼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데, 선생님 책꽂이에 시선을 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나중에 보면 그 아이는 그 책을 찾아보고요. 그렇게사방에다가 책을 노출시키는 거예요. 저희 학교의 경우, 화장실에 읽을거리를 축소복사해서 붙여놔요. 그러고 나중에 제가 그 책을 읽어 주면 아이들이 화장실에 있던 거 아니냐고 얘기해요. 안 볼 수가 없어요. 화장실은 심심하니까요. 더군다나 우리 학교 아이들은 똥을 많이 싸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어요. (웃음)
 
교육자로서, 아이들의 오늘내일을 생각

선생님으로서 영향을 받거나,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나요?
많은 사람한테서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몰라서 책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중 『모래밭 아이들』의 하이타니 겐지로와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의 야누슈 코르착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이 두 사람이 저한테 아이들을 만날 때 잘 흔들리도록, 이렇게 흔들려도 된다고 해 준 거 같아요. 그리고 제 엄마요. 엄마가 롤모델이었던 거 같아요. 예전에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을 했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오면 그냥 피아노를 쳐 줬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죠. 그렇게 피아노를 치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목욕탕 같은 데 가서도 아이들이 놀면 같이 놀아주곤 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참 좋았어요.
 
최근에 학교 폭력, 왕따 등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이들이 지금 전쟁 상황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요. 전쟁 상황에서 인성을 얘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른들이 전쟁터를 만들어 놓고, 여기저기 폭탄이 터지고 있는데 인성을 기르라고 하는 건 아닌 거죠. 저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같이 폭탄을 피해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폭탄이 하루 이틀 펑펑 터지는게 아닌데, 이 전쟁 상황에서 “왕따시키지 마라.”, “폭력 쓰지 마라.”라고 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폭탄이라는 건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인가요?
그렇죠. 아이들이 안전지대 안에 있어야 탐험도 하고 탐구도 할 거 아니에요. 안전하지 않은데 무슨 탐험을 하고 탐구를 하겠어요? 더군다나 학교 부적응 아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는 그 상황이 훨씬 심각한 거잖아요. 일단 아이들을 안전하게 만들어 줘야죠. 그런 다음에 탐색도 해 보고, 너 자신도 좀 보라고 하면서 같이 견뎌 줘야하는 거죠.
 
교육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방임과 규제 사이 적정선을 긋기가 애매한데요, 선생님은 어떤 기준으로 아이들을 대하는지요?
지난해에는 학교 밖으로 나올 이유가 있는 아이들, 대하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했는데, 거의 방임에 가깝게 대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일 년을 지내 놓고 보니 진심이다 통하긴 했어요. 저는 그냥 ‘내가 재밌게 사는 걸 아이한테 보여 주면 돼지.’라는 마음으로 대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부모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 아이들이 하는 얘기가 다 비슷해요. ‘당신들이나 좀 잘 살아보라 그러지.’라는 거예요. 자기 삶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너 좀 제대로 해봐라.’라고 했을 때 그게 들릴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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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서 그런 모습들을 많이 발견했나 보네요.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인상 쓰고 자기를 바라보는 거잖아요.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늘 인상 쓴다고 하더라고요. 만약에 선생님들의 삶이 행복하고 교사로서 정말 즐겁다면, 그렇게 인상쓰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아이들을 아예 열어 놓고 대한 건가요?
규정은 필요하고, 어느 정도 규제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꼼꼼히 체크하면서 생활 관리를 하고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데, 제가 잔소리를 잘 못해요. 몇 번씩 해야 하는데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면 해야죠. 저도 노력하려고요.
 
아무래도 각각의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야겠네요?
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잘 보고 있어야 해요. 저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교 안에 좀 더 전문가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서도 그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보조원이 아니라 정말 전문가로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이 학교에 충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일부 선생님들이 어딘가에서 상담 수업을 듣고 와서 학교에서 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실패해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 얘기 들어 보면 다 비슷해요. “그거 학교에서 해봤어요. 안 했으면 좋겠어요.”라고요. 선생님들은 상담 분야에서 비전문가니까, 제대로 안되는 게 당연해요. 그런 건 전문가가 맡아야 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뒷받침되면 좋겠어요.
 
멘토로 늘 아이들과 함께하기

학교에서 있을 때는 어땠나요?
학교 안에는 상담실 같은 교육복지실이 있어요. 아이들이 오가면서 들러요. 저는 교육복지사업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서 만든 것이다 보니까,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고 했죠. 근데 학교 안에 있는 공간이다 보니, 그곳이 궁금한 아이들, 발랄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여긴 뭐예요?’ 하고 먼저 들어와요. 저는 그 아이들과 재밌게 지냈어요. 그런 아이들이 있으니, 그 공간에 오가는 아이들에 대한 낙인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중2병’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중학생 아이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런 아이들과 책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접근했는지요?
아이들이 그 시기에 얼마나 힘들겠어요. 자신도 자신을 모르니까요. 그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저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거나 어려워하는 부분들에 관한 책을 보여줬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성에 관심이 있으면 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바닥까지 쳐 보게 하는 거예요. 당장 여성 센터에 데리고 가고, 성교육 책도 계속 보여 주는 거죠. 제가 얼마 전에 예전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함께했던 비행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어요. 벌써 스물세 살이 되었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들에게 그때 그렇게 나빴는데 어떻게 이렇게 훌륭해졌냐 했더니, 그 아이들이 “선생님이 사고 칠 시간을 안 줬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매일 와서 무언가 하자고 했다고 해요. 저도 잘 몰랐어요.
 
계속 노력해도 잘 안 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일단 좀 멀어져요. 세상은 넓고 아이들은 많다고 생각하죠. 그렇다고 놓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애가 다가올 때도 있어요.
 
문제가 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처음 접하는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잘 모를수 있을 듯해요.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제가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갈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그럴 경우 제가 선생님에게 물어봐요. “선생님은 그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느낌이 드세요? 무서운가요? 못됐다고 생각하나요?” 선생님들이 그렇다고 하면, 저는 다가가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티가 나거든요. 아이들은 그거 진짜 귀신같이 알거든요. 조급해하면 안 돼요. 그러면 아이도 멀리 도망가요.
 
그런 선입관은 없는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선생님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선생님들은 자기가 잘 알고 잘하는 방법으로 다가가는 게 좋아요. 저는 아이들과 만나서 책 읽고 노는 거 좋아하니까 그렇게 한 거예요. 그런데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 만나서 차라리 직면하게 하고 펑펑 울게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어요.
 
적합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자신이 무엇으로 잘 만날 수 있나 살펴보고, 일단 부담이 없는 아이들과 한번 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몇 번 해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좀 보완해서 다시 하면 될 거예요.
 
선생님도 계속 그렇게 부족한 걸 채우며, 아이들 곁에서 함께하는 거겠죠.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요?
제가 있는 곳이 ‘나우학교’예요. 아이들도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우리 올해만, 아니 올해도 아니에요. 오늘만 좀 잘 살아보자, 잘 되면 내일도 좀 해 보고, 더 잘 되면 일주일 정도 잘 살아보고요. 그렇게 아이들이랑 좋은 기억들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그런 좋은 기억들을 쌓고 있으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좀 더 힘내서 살게될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만난, 예전에 가르쳤던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누며 웃었어요. 그 아이들은 그런 게 힘이 돼서 고등학교를 견딜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이거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이들과 재밌게 지금 시간들을 잘 보내 주면…
 
고정원
책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 평생 책과 아이들을 만날 꿈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시절 빈민활동을 갔다가 만남을 시작으로, 학교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 교육복지특별지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좋아하는 아이들과 책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 만남을 좀 더 잘 이어가고자 독서지도학 공부를 했다. 또 책이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평생 만나고 싶어서 문헌정보학 공부도 했다. 지금은 공교육에서 살짝 비켜 있는 위탁형대안학교의 고등과정 길잡이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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