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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김홍모 만화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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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4-12 12:12 조회 8,59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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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가 쓰윽 올라가 있거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그의 만화를 보면. 아무리 차가운 이야기를 하고 답답한 상황을 그려도, 따듯하다. 이 만화가 도대체 정체가 뭘까?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믿고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김홍모 만화가. 그의 작품과 만화에 대한 생각을 듣고 왔다.
 
인터뷰 김주희 기자
 
위로가 되어 주는 만화책들
 
『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과 사람’ 시리즈를 만드는 ‘곰곰 기획팀’에 지인이 있는데, 소개할 직업 목록 중에 만화가도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해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가가 궁금하고, 꿈이 만화가인 아이들에게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제 이야기와 잘 버무려서 해 주고 싶었어요. 저도 어릴 적부터 꿈이 만화가이기도 했고, 만화 덕분에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으니까요. 그리고 ‘일과 사람’시리즈는 어른들도 보니까, 만화가와 만화에 대한 편협한 이미지를 상쇄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만화 제작 과정부터 만화가가 하는 일, 학습만화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다 담았죠.
 
『소년탐구생활』, 『두근두근 탐험대』, 『구두 발자국』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을 꾸준히 출간하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소년탐구생활』은 제 자전적인 만화면서, 제가 처음으로 출간한 어린이 만화죠. 그 뒤로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두근두근 탐험대』의 연재 요청이 들어왔고, 그 이후로 어린이 만화를 계속 그리고 있어요. 어린이 만화를 작업하게 되면 학교나 어린이들이 많은 장소로 취재를 나가요. 그러면 지금 어린이들의 현실이 저 어릴 때와 환경은 다르지만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어릴 때부터 학원 몇 곳씩 다니면서 공부하고, 부모들도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만 사주고, 성적에 따라 평가하고요. 아이들의 삶이 되게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희 때는 깍두기 문화가 있어서, 뭘 잘 못하고 부족해도 깍두기라고 다 보듬어 주고 같이 놀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끼리도 경쟁해야 하니까, 마음 편히 위로받을 곳이 없더라고요. 이럴 때 만화를 읽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저도 그랬죠. 어릴 적에는 집이 가난해서 돈 때문에 학교에서 당한 수모가 많았어요. 돈 안 가져 왔다고 선생님께 따귀 맞는 건 예삿일이었죠. 아마 제 또래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 텐데, 엄청 맞고 다녔어요. 매 맞으러 다니는 건지, 공부하러 가는 건지 헷갈릴만큼이라 학교 가는 게 공포였죠. 그때마다 만화가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 만화 이외에도 『항쟁군 평행우주』, 『내가 살던 용산』, 『섬과 섬을 잇다』 등 다양한 작업을 하셨어요. 작가님이 추구하는 작품 방향이 궁금해요.
저는 관심사가 다양해서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이어 올 수 있었고요. 어찌 보면 제 책은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명확한 방향은 있어요. 약자의 편에서 진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펴내는 어린이 만화, 그림책, SF 등 모든 작업에 리얼리즘에 대한 가치가 녹아 있어요. 연령대와 소재별로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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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그림책의 일러스트, 그림책, 만화책 그리고 용산참사와 강정마을에 대한 책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 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내가 살던 용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에게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저도 그분들도 약자죠. 같은 약자가 무지막지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무척 분노해서 현장에도 갔어요. 근데 몇 개월이 지나니까, 저도 잊고 있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떻게 하면 계속 기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화책을 기획했어요. 참사의 사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왜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기로 했어요. 『내가 살던 용산』을 작업하면서 돌아가신 분들 얘기를 해야 하니까 많이 아팠어요. 그릴 때도 마음이 힘들었죠. 유가족 분들이 책을 보고 자신들 이야기를 이렇게 깊이 있게 다뤄 준 매체는 없었다고 되게 고마워했어요. 『내가 살던 용산』을 작업하면서 작가들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죠.

작가님의 그림은 참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수묵 때문인 것 같아요. 수묵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요?
수묵은 느낌이 따뜻하고 자연스러워요. 고등학생 때부터 수묵화를 그려와서 익숙한 것도 있고요. 수묵이 제 정서감과 잘 맞아서 자주 사용하죠. 전통기법이라서 그런지 뭔가 친근한 것도 있고요. 그렇다고 만화를 그릴 때, 수묵만 쓰지는 않아요. 컴퓨터로도 작업할 때도 있고, 재료를 다양하게 쓰는 편이에요. 『두근두근 탐험대』의 경우 다섯 권 모두 재료가 달라요. 하지만 수작업만이 갖고 있는 정서감이 있어요. 아무리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달해도 수작업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수묵화 같은 경우에는 화선지와 붓과 먹의 반응이 있거든요. 미세한 반응에서 오는 따뜻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묵화 표현을 하면 인위적이고 차가워요. 저는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수작업으로 많이 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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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탐험대』(전5권)
김홍모 지음|보리|200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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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던 용산』
김홍모 외 지음|보리|2010
 
 작품 속 캐릭터들의 표정과 행동이 재밌어요. 그런 표정들은 어떻게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제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장난꾸러기거든요. (웃음) 표정이나 행동은 거울 보면서 연구하는 것도 있고, 사람들을 볼 때 표정이나 몸짓을 습관처럼 관찰하기도 해요. 이런 요소들이 인물에 반영되는 거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수염 난 태권 브이요. 제가 시사만화를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어요. 어린이들은 힘세고 크고 강한 것을 동경하는데요, 제겐 로봇 태권 브이가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바라는 것들을 많이 투영했죠. 『두근두근 탐험대』에 등장하는 다섯 명 아이들 중 동동이, 수우, 깍두기도 저의 모습을 많이 투영해서 애착이 가요. 저의 장난꾸러기 같은 면은 동동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면은 깍두기, 내가 받았던 상처들은 수우에게 투영했죠.

만화를 오랫동안 연재하다 보면 캐릭터가 헷갈리지 않나요?
그런 건 없어요. 처음에 시놉시스를 쓸 때 캐릭터 설정을 다 하고 그린 다음 벽에 붙여 놔요. 그래야 캐릭터가 헷갈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연재를 하면 작업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처음 그림이랑 마지막 그림이 조금 달라지기도 하죠. (웃음)

혹시 『두근두근 탐험대』인가요?
(웃음) 맞아요. 2년 동안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연재했는데 1권과 마지막 5권을 비교했을 때 아이들 생김새가 조금 달라요. 눈도 더 커졌어요. (웃음) 처음에는 5, 6학년처럼 보였는데 5권에서는 3, 4학년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애들이 환상의 세계로 가서 얼굴이 더 좋아져서 그런 거다, 동심이 생겨서 그런 거라고 말합니다. (웃음)
 
우리에게 만화가 필요한 이유
 
요즘 어린이를 위한 만화는 학습만화가 대부분입니다. 학습만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엄밀히 따지면 학습만화는 만화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만화의 본질은 문학예술이에요. 왜냐하면 이야기를 텍스트와 그림으로 전달하는 거니까요. 이야기 예술인 거죠. 사람들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안 봐요. 그런데 발로 그렸다고 해도 이야기가 재밌으면 다 보잖아요. 만화에서 그림이 존재하는 이유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함이에요. 이야기 즉, 문학적인 요소가 핵심인 거죠. 어린이 만화도 본질에 있어서는 어린이 문학인 거죠.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학습만화의 핵심은 학습에 있어요. 학습만화는 학습적인 요소를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서 잘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많이 읽히고 싶다면, 어린이 만화도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밌고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저는 학습만화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학습 위주라 아쉬운 부분은 있죠. (웃음) 서점에 가면 학습만화가 무척 많은데, 제 책 같은 창작 어린이 만화는 매대 조차 없어요. 서가 구석에 간신히 있죠. 게다가 학교도서관에 없는 곳도 꽤 많아요.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는 무슨 기준으로 책을 평가하고 판단해서 고르는지 궁금해요. 아이에게 만화 좀 그만 읽어, 만화만 보냐고 말하는 어른들은 실제로 만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요.

아직도 많은 어른들이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듯해요. 그렇다면 작가님은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만화는 무엇인가요?
재밌는 것? (웃음) 만화의 필요성은 예술의 필요성과 근본이 같아요. 예술은 인간을 위해서 생겨났고,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죠. 만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만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로받고, 감동하죠. 인간의 삶에 보탬이 되는 거죠. 흔히 지금을 상상력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이 만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죠. 만화는 상상력이 풍부한 세계니까요. 그런데 어른들은 만화를 많이 보는 아이가 정작 풍부한 상상력으로 낯선 행동을 하면 만화만 봐서 골 때리는 짓하는 거라고 뭐라 하죠. (웃음)
 
아이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재밌는 창작 만화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어린이 창작 만화 잡지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언제 즈음 그 잡지를 볼 수 있을까요?
시중에는 어린이 창작 만화가 많지 않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만화 또한 크게 보면 문학이니까, 좋은 어린이 창작 만화를 많이 읽힌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좋은 문학을 많이 접하게 해 주는 것과 같아요. 아이들이, 읽기 싫은 책은 억지로 읽지만 만화책은 스스로 읽잖아요. 그래서 <보물섬> 같은 잡지를 부활시키면 어린이 만화가 활성화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어린이 창작 만화 잡지를 기획했어요. 작가들도 섭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실무를 맡아 줄 만한 몇몇 출판사와도 얘기를 해 봤는데, 벽에 부딪쳤죠. 대부분 기획은 긍정적으로 여기지만, 수익에서 발이 묶이는 거죠. 성공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서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주변에서 정부 지원받아서 진행해 보라고도 권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부 지원을 받으면 제가 팀도 꾸리고 기획 편집을 모두 해야 하는데, 저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거지 기획・편집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출판사를 통해서 전문 기획편집자에게 맡기
고 싶었던 거죠.
 
제주도로 내려 오기 전에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오픈작업실과 만화방이 합쳐진 ‘뜬금없이 만화방’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보통 아이가 재밌으면 어른이 재미없고, 어른이 재밌으면 아이가 재미없는 공간이 많아요. 그런데 만화를 같이 보면 모두가 공감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만화는 연령을 뛰어넘는 힘이 있거든요. ‘뜬금없이 만화방’을 만든 자리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쌈지’가 작가를 지원해 주는 레지던스 공간이었어요. 원래 카페였기 때문에 단순히 작업실로만 쓰기엔 공간이 무척 좋았어요. 그래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재밌는 일을 고민하다가 만화방으로 만들고 오픈 작업실로 사용하자는 뜬금없는 생각으로 공간을 만들어서 ‘뜬금없이 만화방’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옛날 만화와 그래픽 노블 같은 평소에 보기 힘든 문학적인 만화도 갖다 놓았죠. 주변 작가들도 소식을 듣더니 만화책을 많이 기부해 줬어요. 물론 학습만화는 안 갖다 놨어요. (웃음) 만화방에 오셨던 몇몇 분들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꿈꾸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경상북도에서 오셨는데, 헤이리에 펜션을 잡고 가족이 함께 며칠 동안 만화방에 오가면서 만화책을 읽더라고요. (웃음) 제가 꿈꾼 공간이 이런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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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
김홍모|사계절출판사|2014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만화가

만화가가 되기까지 힘든 일은 없었나요?
가장 힘들었던 건 가난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예술고등학교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저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학교 다니면서 힘들었죠. 그래서 대학교 다닐 때는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을 모았고요. 저는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할지 고민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했죠.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오래 하고, 미술운동단체에도 있다가 서른두 살 즈음에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렸어요. 만화를 그리기 전에 NGO 활동가로 살 것인가, 만화가로 살 것인가의 기로에 서기도 했죠. 만화가를 하기로 결심하고 미술운동단체에서 동료들과 그림을 그리면서 만화가 준비를 했어요. 서른두 살이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 내가 하면서 가장 재밌고, 가장 보람된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요즘은 대학에 만화학과도 많고, 기성 작가의 어시스트로 들어가는 등 만화가가 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만화가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만화가가 되느냐 못 되느냐를 결정하는 건 그림을 잘 그리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면 어찌됐든 해요. 그런데 하고 싶은 얘기가 없으면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어려워요. 학벌, 유학 등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할 얘기가 없으면 못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면 어찌 됐든 방법은 찾게 되어 있어요. 만화가로서 제일 두려운 것은 내가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질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내 심장이 뜨거워지지 않을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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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제게 연봉이 얼마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돈이야 제가 잘하면 알아서 벌리는 거고, 죽을 때까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만화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가 만든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사람들이 즐겁게 보는 게, 항상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재밌어요. 고되긴 하지만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만화가를 하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일할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워낙 간섭하는 걸 안 좋아해서 그럴지도 몰라도. (웃음)
 딸이 만화가가 되고 싶어 한다면 허락하실 건가요?
자기가 하고 싶다면 하는 거죠. 하지만 ‘녹록지 않아, 쉽지 않아.’ ‘만화,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겠어요. (웃음) 만화는 한 면에 칸도 여럿인데, 각 칸마다 연출하고 캐릭터의 생명력도 넣어야 해요. 어려워요. 저도 하면 할수록 만화가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웃음) 딸아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잘 그려요. 우리 동네에서는 저보다 더 유명하죠. 지금 8살인데, 7살 때부터 사람들 캐리커쳐를 그리고 소소하게 전시회도 가졌어요. 딸아이에게 그림은 놀이예요. 친구랑 같이 그림 그리면서 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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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탐구생활』
김홍모 지음|길찾기|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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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쟁군 평행우주』(전2권)
김홍모 지음|청년사|2007
 
그 정도면 천재 아닌 가요? 그림을 가르쳐 주신 건 아니죠?
아이들에게 그림과 재료를 주고 놀 수 있게 해 주면 다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주변에서는 천재 아니냐고 하죠. 피카소가 모든 어린이들은 아티스트라고 말했어요.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솔직한 감정들이 무척 근사해요. 그런데 어른들은 무엇을 얘기하고, 무엇을 솔직하게 표현했느냐보다는 흔히 말해 잘 그렸나 못 그렸나, 똑같이 그렸냐만 봐요. 흔히 말하는 잘 그린다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못 그린다는 평가를 계속 받아야 해요. 한 사생대회에서 어떤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의 그림을 봤는데,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진솔하게 재밌게 그렸더라고요. 저는 그 아이 그림에 반했는데, 선생님이 오시더니 그 아이를 혼내면서 그 그림에 뭔가로 찍찍 그었어요. 그 아이는 표정이 바뀌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 그렇게 트라우마가 생기는 거예요. 예술은 놀이의 영역에 가까워요. 잘 그리려고 하지 말아야 해요. 그러면 얼마든지 근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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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내년에는 지금 마무리 중인 책들이 꾸준히 출간될 거예요. 많이 사 보세요. (웃음) 어린이 만화로는 <웅진 생각쟁이>에 2년간 연재했던 『내 친구 마로』가 나올 예정이고, 우리 동네에 대한 그림책도 출간될 거예요. 일반 만화로는 5년 동안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 못 끝낸 제 대학시절 이야기와 해녀항쟁에 대한 만화도 준비 중이에요. 간첩에 대한 만화도 출간될 예정이에요. 사람들이 종북이라고 말하는 단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들이 있어요. 전교조, 천주교, 빨치산 이렇게 불린 분들이 실제로 어떤 분들인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책이 나올 거예요. 여러 작가들하고 같이 작업을 하고 있어서 올해 초에 출간될 것 같아요.

만화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있는 힘껏 놀아. 있는 힘껏. (웃음) 제가 추천하는 어린이 창작 만화의 대부분이 8, 90년대 어린이 만화예요. 요즘은 대부분 학습만화만 보니까, 어린이 창작 만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하고요. 그걸 연재할 수 있는 매체도 마땅한 게 없고. 지금 나와 있는 어린이 창작 만화라도 많이들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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