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이남석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3-16 21:32 조회 9,820회 댓글 0건

본문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 계획이 아니라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춘기 아이들은 얼마나 더 고민이 많을까. 친구 관계, 우정 등에 대한 청소년들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책, 『우리 친구 맞아?』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인 이남석 작가는 진로, 학교폭력, 사랑, 시간, 권태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는 소재들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 오고 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책을 읽은 청소년들에게는 만나고 싶은 작가로 통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그 복잡 미묘한 마음을 아주 잘 아는, 이남석 작가가 여중생들과 만나서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친구 관계뿐만아니라 연애 그리고 학교폭력에 관한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김윤하 경민여중 3학년 김지은 경민여중 3학년 박주영 경민여중 2학년 사진・정리 김주희 기자
 
15.jpg
 
너와 나는 친구 사이?
박주영 『우리 친구 맞아?』는 작가가 중학생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남석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밑줄을 긋고 메모해 가면서 닳도록 읽었어. 내 삶의 전환점이 된 책이었지. 몇십 년 후에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에 신영복 선생님께서 사인을 해 주셨는데, “우리는 오래 만난 사이입니다.” 라는 짧은 글을 써 주셨어. 이 문장에서부터 독자가 작가의 글을 읽은 것만으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어.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았지. 관계란 나와 신영복 선생님 사이에 공통점이 많거나 함께한 시간이 길어야 형성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신영복 선생님과의 ‘차이’를 계속 인정함으로써 절묘하게 ‘사이’를 지킬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내가 얻은 깨달음, 차이에서 출발하여 함께하는 사이가 되고 서로 둘도 없는 관계를 맺어 행복해지는 길을 너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 책에 담았어.
박주영 『우리 친구 맞아?』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도형이 같은 사기꾼 말고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남석 인간관계는 자석과 같아. 나와 똑같은 애들은 나중에는 밀어낼 거고, 다른 극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붙으려 할 거야. 자기가 남들과 구별되는 특성을 갖게 되면, 그 특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어. 특성은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어. 상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이 있지. 물론 사회적으로 그것을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있겠지만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잘 몰라. 그래서 조폭끼리도 그 안에서 착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좋은 사람과 사귀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자신이 속한 그룹이 싫으면 본인 스스로 다른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 거지.
김윤하 『우리 친구 맞아?』에서 “‘우리’ 속에서도 ‘나’와 ‘너’의 경계가 명확하고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각자 요청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분명한 관계’”를 ‘건강한 관계’라며 이를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이남석 자신만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야 해. 독립성은 두 가지 특징이 있어. 하나는 차별적이라는 거야.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상대방으로서 자유가 있고, 나는 나로서 자유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섞거나 혹은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박주영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친한 모습을 볼 때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은 왜 생기는 것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남석 보통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친구를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나의’ 누구로 보았기 때문이야. 이런 마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봐. 내가 누구의 소유물이 된다는 것이 기분 나쁠 수 있잖아. 그리고 만약 상대방이 인기가 없어도 친구할 수 있는지,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 지금 이 순간은 특정 친구를 굉장히 좋아해도, 그 마음이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어. 그러니까 자신만의 매력을 더 쌓아서 다시 승부를 보는 게 어떨까? 그럴 가치가 있는 친구라면 말이지. 현재의 나, 미래의 나 모두 ‘나’야. 지금은 다른 친구에게 양보해야 할 수 있지만 미래의 나는 다른 누구보다 그 친구와 잘 지낼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봐야지. 순간의 기분 때문에 지금 당장 토라지고 화내면 관계가 깨질 거야. 친구는 잠깐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함께하는 거야. 한시적으로 좋아했다가 정리하는 것을 반복하면 친구가 남지 않을 거야.
김윤하 『우리 친구 맞아?』에서 차이와 사이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차이를 인정하려고 노력해도 잘되지 않고, 또 친구는 제가 노력한 만큼 차이를 인정해 주지 않아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말처럼 함께하는 사이가 되고, 서로 둘도 없는 관계를 맺어 행복해지는 길을 가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남석 친구들이 자신의 차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노력해도 안 된다면 나의 차이를 인정해 줄 사람을 기다려 보는 게 어떨까? 정약용의 호는 사암이야. 기다리는 암자라는 뜻이지.세도정치 시대는 똑똑하면 죽는 시대였어. 그는 동시대 사람과 소통하기보다 뒤에서 글을 썼어. 왜냐고? 책을 통해 뜻을 나누는 친구를 만나려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정리한 거야. 친구는 외로움을 덜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와 교류하는 사람이야. 내가 무언가를 말했을 때 호응해 주고 박수쳐 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 어떡해? 지금 너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도 그 차이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무작정 그런 사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해야 해. 예전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더 성장해 있어야지, 안 그러면 나조차도 내 모습이 싫어질 거야.

 
17.jpg
 
  
연애는 너무 어려워요
박주영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에는 평소에 궁금했지만, 어른들에게 물어보기 어려웠던 질문을 많이 담았더라고요. 질문은 어떻게 골랐나요?
이남석 내 딸들도 너희 또래야. 성과 사랑에 한창 관심이 많을 때지. 그래서 실제로 아이들이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은 우리 딸들과 가출청소년 쉼터 아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
김윤하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남석 그 당시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는데, 낙태 경험이 있었어. 그래서 자기는 교사가 꿈이래. 자신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학 때마다 학생들에게 사랑교육을 시켜주고 싶다는 거야. 나도 제대로 된 성과 사랑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요즘 청소년들도 성교육은 받아 봤어도 사랑교육은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그 당시 출간된 책을 보니, 주로 피임법이나 위생 관리에 가까운 내용이 많았어. 그래서 사랑에 대해 성찰하거나 청소년기의 복잡 미묘한 순간에 읽을 만한 심리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출판 수입은 교사가 되고 싶다던 쉼터 친구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데 썼어. 이 쉼터 친구가 교사가 되면, 학생들에게 사랑에 대해 교육하게 될 테고 이는 장기적으로 선순환이 될 테니까.
박주영 이성의 경우 사랑인지 우정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에서 「사랑과 우정은 다른가요?」를 읽으면 될 텐데요. 동성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자신의 성정체성이 동성인지 이성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이남석 생각보다 ‘BL(Boy Love)’, ‘GL(Girl Love)’과 같은 동성애 소설을 읽고 동성애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해. 일종의 동경심까지 있어서 어떤 아이들은 동성연애를 더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마냥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것도 일종의 시행착오인 셈이니까. 다만 싫은데도 확인하려고 억지로 사귀거나 이미 확인했는데 상대방이 문제인 것 같다면서 다시 시도할 필요는 없어. 무작정 거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정체성이 의심된다면 일단 사귀어 보라고 말하고 싶어. 그렇다고 단번에 자신은 동성애자라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 좋아. 십대는 호르몬이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성정체성이 안정적으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한두 달이 아니라 이십대 초반까지 두고 봐야 해.
김지은 어른들은 연애는 나중에 해도 되니 공부부터 하라고만 해요. 청소년기의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남석 너 연애 많이 하는구나? (웃음)
김지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연애 하고 싶어요. (웃음)
이남석 어떤 연애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 지금의 모습에 머물며 사랑하는 것과 미래를 위해 성장시키면서 사랑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지. 현재의 모습에서 사랑을 느꼈으니 이대로 살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야. 약 자체가 아니라 약을 남용하는 게 나쁜 것처럼 연애도 마찬가지야. 너희 또래의 친구들은 ‘~에로의 자유’가 아니라 ‘~로부터 자유’를 위해 연애를 하기도 해. 내가 어떤 인간이 되고자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기 싫으니까 ‘~로부터의 자유’로 연애를 시작하는 거지. 그러면 실패해. 왜? 탈출구로써 연애를 시작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향했던 곳이 아니거든. 성장하는 연애와 풀어 버리는 연애가 따로 있어. 너희들은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이유로 대부분 풀어버리는 연애를 많이 해. 그런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이 만류하는 거야. 따라서 연애에 신중해질 필요는 있지.
박주영 『우리 친구 맞아?』에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연애에 있어서도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을까요?
이남석 먼저 『우리 친구 맞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라는 말은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사실은 너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 다양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해. 연애도 마찬가지로 마음가짐이 중요해.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이런 노래 가사도 있잖아. 내 마음이 달라지면 매일이 다르게 느껴질 테니까 매일 똑같은 홍차를 마실 수 있어. 내 마음이 달라지면 매일 다를테니까 맨날 걔를 만날 수 있어.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다양하게 사랑하고 관계 맺을 수 있어.
김지은 연애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있는데요. 정상적이지 않은 건가요?
이남석 삶의 조건에 사랑이 있을 때 사랑을 고민해야 해. 만약 자기 주변에 사는 곳이 궁금하다면 지리학 공부를 하고,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면 역사 공부해야 하는 거야. 조건이 없는데 억지로 공부해도 소용없어. 아직 때가 아닌 거지. 연애에 관심이 없다면그 친구는 나름대로 다른 것에 대해 고민할 게 더 많아서 그런 거야. 자기가 완성이 안 됐으니까. 자기가 누군지를 알아야 거기에 맞는 누군가를 구하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억지로 연애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자기가 직면한 고민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은 생각이야.
 
학교폭력, 견뎌 내는 방법이 있나요?
김윤하 『주먹을 꼭 써야 할까?』는 학교폭력을 치료할 때 많이들 활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입장을 잘 알 수 있나요?
이남석 나는 6살 때부터 학교를 다녔어. 천재가 아니고서야 한글을 몰랐겠지. 그래서 2년 지나니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반에 들어갔어. 특수반에 서 나는 정상아였고, 정상반 아이들이 보기에 나는 특수아였어. 기본적으로 발육부터 2년이나 차이가 나니까 남자애들과 싸워도 상대가 안 됐어. 어느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지. 그러다가 중학생 때부터 키가 자라면서 싸우는 데 유리해졌지. 그때부터 싸우는 것을 분석해서 방정식 풀듯이 계획적으로 싸웠어. 복수한 거야. 이젠 가해자가 된 거지.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다들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서 상대가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조신하게 방관자가 되었지. 이 책은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모두의 입장이 되어 봤던 나의 경험이 녹아들었기 때문에 학교폭력 관계자들이 감정이입하기 수월했을 거야.
김지은 왕따도 하나의 폭력인데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남석 어른들은 가해자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하고, 방관자 각성시키면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해. 비현실적인 말이야. 가해자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피해자는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만 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뎌 낸 승리자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 그 예로 누구는 자신의 아픔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여성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 왕따든 은따든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소외당하는 애들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면 피해자 놀이를 하게 되어 있어. ‘피해 받았어’, ‘바보 같아’에서 끝나. 자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서 반항했는지를 계속 상기해야 해. 내가 열 명에게 왕따 당했어, 그런데 노력해서 지금은 아홉 명으로 줄였어. 그러면 성공인거야. 객관적으로 보면 여전히 왕따 당하는 애지만, 그건 남들이 하는 얘기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가야 해. 쉽냐고? 쉽지 않지. 주관적 싸움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자신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지름길이 될 거야. 그런데 보통은 자신을 구해 줄 특별한 멘토를 기다리곤 해. 그러다가 평생 못 만나면? 안 좋은 일을 당하면 당할수록 자아가 더 강해져야 해.
 
『사랑을 물어 봐도 되나요?』(사계절출판사, 2009)
자아 놀이 공원』(사계절출판사, 2010)
19.jpg18.jpg
 
20.jpg21.jpg
『주먹을 꼭 써야 할까?』(사계절출판사, 2011)
『우리 친구 맞아?』(창비, 2014)
 
작가님이 궁금해요
김지은
공부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작가님은 어렸을 적에 열등생이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박사학위도 있고 책도 내십니다. 공부란 무엇이 라고 생각하세요?
이남석 아무리 키가 크고 싸움을 잘하게 되었어도 여자애들이 기억하는 나는 정신박약아라서 나와 사귀면 영구, 맹구 같은 애랑 사귀는 거야. (모두 웃음) 아무도 안 사귀어 주니까 해외로 눈을 돌리고 독일, 캐나다, 영국 여자애들과 펜팔을 시작했어.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까 사전 찾아가면서 편지 썼어. 그런데 공부 잘하는 애가 나를 보고 비웃었어. 그때 여자에 대한 마음을 무시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시험부터는 내가 1등하겠다고 했어. 그런데 그 친구가 공부하는 방법을 따라 하면 1등을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나는 객관식에 드러난 답과 대입해서 답일 수 있는 것을 역으로 추리해서 찾았지. 모의고사에서 1등을 했어. 그런데 성적이 잘 나와도 행복하지 않았어. 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주먹으로 복수한 거랑 똑같은 거거든. 남을 이기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공부한 거였어. 진짜 공부를 한 것은 34살 때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하기로 결심한 그때부터 진짜 공부를 했지. 내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 진짜 공부야.
김지은 작가, 연구원, 컨설턴트,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 힘들지 않나요?
이남석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여러 개 하면 짜증이 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결합해서 하면 굉장히 행복해. 바빠서 힘든 것은 있지만 행복해.
박주영 작가님은 작품 활동 외에도 강연도 활발하게 하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남석 결론 전달보다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책의 주제를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알려면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해. 그걸 느끼게 하려고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는 거야. 내 강연을 듣는 친구들은 모두 책을 읽고 와야 해. 책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강연 시간에는 행동 과제를 내주지. 예를 들어 주제가 사랑이라면 너희들이 생각하는 사랑을 표현한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고 사랑인 이유와 사랑이 아닌 이유를 이야기하는 거야. 나는 사랑이 무엇이다, 라고 말하지 않아. 너희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듣고 검토해 줄 뿐이야. 너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너희들이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출판과 강연을 병행하는 거야.
김지은 청소년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남석 행동과제를 통해서 스스로 변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야. 강연이 아니야. 마음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변화행동연구소 소속의 박사 6명과 함께해. 몇 년 전에 <쉿! 욕 없는 교실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2주 동안 했었어. 이때 행동과제 딱 두 개로 한 학교에서 욕을 없애는 데 걸린 시간은 2주였어. KBS다큐멘터리도 있으니까 시간 나면 찾아봐. 나의 섹시한 하늘색 반바지도 볼 수 있어. (모두 웃음) 이때의 프로그램을 확장해서 두 달 간 운영할 거야. 각 지역교육청과 연계해서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해. 그래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줄이면 생각해 보겠다고 해. 하지만 예산을 줄이면 기획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 나는 강연과 출판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 그런데도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청소년들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일단은 울산광역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변하게 될 거야. 어떻게 변하냐고? 알려주면 당연히 안하겠지? 영화랑 똑같아. 다음에 걔 죽어 랑 똑같은 거야. 신청 받으니까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면 돈 내고 와라. (모두 웃음)
김윤하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남석 선택하는 힘에 대한 책이 출간될 거야. 사람들이 그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결정 장애라고 아예 선택조자 못해. 선택이 힘든 이유, 선택하기 힘든 이유를 알아도 선택이 힘든 이유, 그거 다 필요 없이 실행하는 방법들을 담았어.
김윤하 도전하고 싶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큽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서 였을까요?
이남석 완벽한 세팅이 되어 있어야 나도 완벽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완벽주의야. 지금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못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이유 하나만으로 행동하는 거야. 너희가 타고 있는 현실이라는 배가 이 상황인 건 너희 책임이 아닌데, 이 배에서 탈출하는 것은 너희 책임이야. 수학 공부 어떻게 해요? 이런 질문하는 것 자체가 공부할 마음이 없다는 거야. 수학 공부를 하려는 의지보다 쉽게 가려는 마음이 더 큰 거지. 내 책의 주인공들은 다 실수해. 그럼 실수했으니까 탈락일까? 아니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어. 그게 키워드야.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실수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이왕이면 일찍 실수하라는 거지. 내 이야기도 틀릴 수 있어. 그러니까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하라는 거야. 초등학생 때 뭐가 되기로 결정 했어, 그대로 살아, 그게 현명한 거니? 이게 현명한 일이 되려면 중학교 때의 나보다 초등학교 때의 내가 더 똑똑하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해. 그래서 나는 『자아 놀이 공원』처럼 자아 그대로 그때그때 놀아. 나의 모습을 다 받아들이고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지. 그때그때 가능한 것으로 움직여. 이번에도 실수했네, 그럼 다음에 이 부분을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기가 왜 실패했는지 알아야겠지.
김윤하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청소년은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제약이 많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이남석 1인칭으로 책 읽기와 영화 보는 방법을 추천할게. 예를 들어 『주먹을 꼭 써야 할까?』를 1인칭으로 읽는다면 어떨까? 종훈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읽어야 해.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간접체험을 하게 되는 거야. 그러면 용기 얻고 길이 보여. 그렇지 않고 이런 택견 사범이 어디 있고, 수정이처럼 착한 애가 어디 있어라고 읽으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절대 바뀌지 않아. 성장의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야 해.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자라면 문제가 생겨. 객관적으로 남들의 눈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외로울 거야. 진심으로 울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의미 없을 거야. 그러니까 까짓것 재수하면 어떻고 실패하면 어때.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스스로 답을 찾으며 자라면 좋겠다.
 
이남석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융합 과학인 인터랙션사이언스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지과학회 간사, 한림대학교 및 서강대학교 심리학 강사,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초빙 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심리변화행동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긍정 심리학과 행동 심리학의 실제적 적용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과학・경영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자문 위원, 번역가, 지식소설가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했다. 최근에는 삶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 집필과 교육 프로젝트 기획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따분해』 『자아 놀이 공원』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주먹을 꼭 써야할까?』 『무삭제 심리학』 『뭘 해도 괜찮아』 등이 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