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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동네책방 이야기] 서울 망원동 책방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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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1-24 14:10 조회 11,0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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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삐까뻔쩍한 번화가의 거대 서점이라면 지나쳤겠지만, 어느 시장 근처에 있는 듯 없는 듯 자그마한 책방이라서 발길이 향했다. 문을 연 지 이제 세 달 정도 된 작은 책방 ‘만일’. 일상적 거리, 작은 공간의 제약을 메우는 건 ‘만일(if)’로 시작하는 기발한 상상이 아닐까 싶어서 다가갔다. 이승주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이 품고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만일’은 어떤 대상의 가치를 가늠하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만일 세상에 책이 없다면? 만일 ‘만일’이 없다면? 이어지는 이야기에 이 엉뚱한 질문에 대한 똑똑한 답변이 숨어 있다.
 
시 간 화~일 13:00~20:30, 월요일 쉼
주 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399-46
(희우정로 16길 46)
전 화 070-4143-7928
서정원 기자
 
만일...
만일, 동네마다 책방이 있다면
만일, 우리의 밥상, 일터, 소비, 사회가 변한다면
만일,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면
 
‘만일’이라는 단어에는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나요. 또 책의 세계, 문학의 세계 자체가 상상의 세계 즉, 만일의 세계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이장욱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의 시 중 「만일의 세계」에서 출발해 생각을 이어 나갔어요.
 
만일, 시장 옆 책방 아닌 듯 책방인 이유
책방 문을 연 것은 지난 8월이지만, 이곳에 온 지 1년이 되어 가요. 그 전에 이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했어요. 서울에서 흔치 않은, 시장이 있는 동네여서 마음이 갔죠. 작업실도 어딘가 문화적인 활동을 하는 공간이 될 것이기에,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니까 ‘책방을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죠.
이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하며 독서 세미나, 책 공유하기 등의 활동을 했는데, 동네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망원동에 아직 문화 공간들이 많지 않은데, 젊은이들이 모여서 도대체 무슨 작당 모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어요. 더 많은 이들과 책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다 보니 작업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책방이 된 것이죠.
 

 
주인장의 길 위에 놓인‘만일’의 의미
잡지, 공연예술축제 등에서 일을 했었어요. 사실 꼭 기자가 되어야지, 기획자가 되어야지 하는 특정한 목표는 없었고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늘 뭔가를 편집하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매개체가 자연스레 책방이 된 것이죠. 소위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일하면서 ‘문화가 있는 곳에 문화가 없고, 예술이 있는 곳에 예술이 없다.’는 회의가 들어서회사를 그만뒀어요.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봤어요. 해 오던 일,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려면 다시 회사에 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할 줄 아는 게 책 주변에 있는 것뿐이었고,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사나 망연자실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텍스트’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이 책과 만나는 시간이 그 어떤 문화 축제보다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안 것이죠. 백수 생활을 하면서 계속 책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어요.
 
꿈꾸는 서가, 남다른 책 읽기를 권함
만일에서는 1인 혹은 작은 출판사의 책, 대형 서점에서 숨어 있는 책, 국내에 번역이 덜 된 해외 작가의 책을 ‘주로’ 다루려고 해요. 그렇다고 주류 출판사, 유명작가의 좋은 책을 멀리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각각 60:40의 비율로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뚜렷한 성격을 지닌 좋은 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의 책이나, 대형 서점에서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책들이 전면에 자리한 곳이 ‘만일’이었으면 좋겠어요.
크게 만일의 환경, 사회, 문학으로 나뉘어 있고, 이안에서 다시 먹거리, 일터, 노동, 작가별 등 소주제로 분류해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인문사회서적, 만화, 잡지, 소설 등을 함께 배치하기도 해요. 독서를 연결, 확장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예요. 작은 책방이기에 없는 책이 많지만 특정 작가, 특정 주제의 책은 모두 구비해 ‘만일’에 가면 이런 책은 다 있구나, 하고 독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서가를 꾸리고 싶어요.
 
‘주민과 함께’, 새로운 일상 가능성
두 달 간 많은 주민들을 만났어요. 동네에 홍대 문화권에 대해 잘 알고 경험하고 있는 젊은 분들이 많아요. 이들은 망원동 특유의 인간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동네에 대한 애정이 커요. 현재는 이들이 단골손님들인데, 책방에서 새로운 형태의 삶의 방식을 같이 발견하고 나누고 확장하고 싶어 해요. 책방이 이러한 생각의 출발이 되는 역할을 했으면 해요. 가족 단위나 어린이 손님도 종종 있어요. 책방의 성격상 어린이를 위한 책의 비중을 크게 늘릴 수는 없지만 프로그램, 워크숍 등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하려고 해요. 어린이들이 책방에서 노는 것을 보면서,‘먼 훗날 우리 동네에 이런 책방이 있었어, 이런 책을 봤지.’라고 기억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면서, 책방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거창한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방의 존재를 통해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해요.
 
 
‘만일’함께한다면, 책과 함께 소리 없이 강한 목소리로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꿈꾸는데… 이런 표현은 참으로 거창하고 민망한 표현이라 쓰고 싶지 않아요. ‘만일’의 지향점은 운동처럼 보이지 않는 운동이에요. 강렬한 메시지를 유연하게 전달하고 싶어요.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책방의 존재와 그 안의 책들 그 자체로 조용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
 
책방 ‘만일’이 추천하는 책
※만일의 환경, 사회, 문학 서가에서 골랐습니다.
 

<환경>
<Capricious Issue no. 13 Water>
'Protest', 'Boundari', 'Masculine' 등 사회, 정치, 환경 이슈에 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는 현대사진 작가,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잡지
 
<문학>
『페소아와 페소아들』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김한민 옮김┃워크룸프레스┃2014
페소아는 자신이 아닌 ‘이명(異名)’의 저자들을 발명하고 완전히 다른 개인이 쓰는 것과 같은 소설, 희곡, 정치평론 등의 다양한 산문들을 발표했다. 페소아의 이 극단적인 실험을 접할 수 있다. 페소아가 썼으나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작가들의 산문이 실려 있다.
 
<사회>
<우리는 서울에 산다–친구에게> 6699press 편집부 엮음┃6699press┃2013
‘긴 호흡을 가진 좋은 글들’을 담는 출판물을 만들고자 하는 독립출판사 6699press의 책.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청소년들이 친구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탈북청소년들과 일러스트레이터, 뮤지션 등의 아티스트들이 4개월 간 협력 작업해 만들었다.
 
『지성인의 결혼』 한넬로레 슐라퍼 지음┃김선형 옮김┃문예중앙┃2012
기존의 결혼 제도에 회의를 품고 합리적인 결혼 양식을 찾고자 했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지성인’ 커플들의 ‘결혼 실험‛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예시를 통해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함께 살기를 상상해 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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