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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느티나무 도서관 박영숙 관장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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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2-30 00:08 조회 11,6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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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관장은 청년 같다. 옆에 있으면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질 만큼. 걸어온 길 또한 힘이 넘치고 자유분방하다. 분류기호를 몰라도 책을 제자리에 꽂을 수 있도록 만든 띠라벨, 잠재이용자를 찾아가는 책수레 서비스, 장서개발워크숍, 예비사서학교, 도서관학교, 지자체 및 단체의 도서관 설립 운영, 해외 교육 등 소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쉬지 않고 달려 왔다.
박영숙 관장이 최근 자신의 도서관 인생 15년을 책 두 권에 담아 출간했다. 한 권은 『꿈 꿀 권리』로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로 도서관 운영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막연하게 책이 있는 공간을 꿈꾸다가, 도서관을 만나 몰두해 온 지난 15년을 돌아보며, 박영숙 관장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 길미숙 용인 포곡초 사서 윤남미 용인 초당중 사서
이아영 용인 서천초 사서 임재연 용인 산양초 사서
사진・정리 김주희 기자
 
느티나무에서 ‘느티나무 도서관’이 되다
길미숙
이번에 출간한 『꿈꿀 권리』와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에 담긴 지난 15년동안의 활동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박영숙 원래는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방을 했었는데,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반적인 복지 대상자들이었어요. 공부방을 하다 보니 기존의 복지 서비스는 부담스러운 배려와 돌봄이 따르는 일방적인 관계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이보다는 다양한 환경,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새로운 공간을 생각하면서 꿈꾼 공간의 조건은 책이 있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당시, 제가 희망하는 공간에 가장 가까운 형태는 ‘사립 문고’였습니다. 그래서 사립 문고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유네스코 공공도서관 선언을 읽게 되었는데, 제가 찾던 이상적인 공간이 ‘도서관’임을 알게 되었죠. 그 선언을 통해 ‘느티나무’라는 이름만 달고 시작했던 공간이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느티나무 도서관’을 시작하게 된 거죠.
임재연 느티나무 도서관은 국내에는 흔하지 않은 사립 공공도서관입니다. 사립 공공도서관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영숙 사립 도서관은 지역이나 교육청 등 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 도서관과는 달리, 개인 혹은 단체의 기부금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도서관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저희가 자처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느티나무 도서관은 ‘도서관 계의 실험실’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웃음) 끊임없이 뭔가를 모색하고 시도해 왔기 때문이겠죠.
윤남미 느티나무 도서관에서는 잠재 이용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조선족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맞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서관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박영숙 첫 번째는 ‘공공성’입니다. 도서관은 공공성을 실현하는 사회적 장치이자 마지막 보루입니다. 따라서 어떤 차별도 없이 배우고 알 권리를 존중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적 자유’입니다. 가르치려 들면 상대가 방어하게 되고 결국엔 부딪히고 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나 경쟁이 없으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지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커뮤니티’입니다.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사람을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만들어 주고 있죠.
 

 
도서관은 사람이 만든다
이아영
요즘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등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동네에 작은도서관도 많이 생기고 공공도서관도 늘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은데, 이런 과정에서 비전문적인 자원 활동가와 비정규직 사서들이 많이 양산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영숙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죠. 뿌리가 튼튼해야 잘 자라는 법인데, 집을 지을 때 기초도 안 닦고 위에 기둥만 꽂으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가까이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관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수를 늘린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책을 빌릴 수 있는 문화센터나 사랑방정도로만 여길거예요.
도서관과 사서의 전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책을 수서하고 DLS프로그램을 잘 아는 것?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새로 나온 책을 보고 도서관 이용자 중 누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인지를 떠올리는 것이 전문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런 전문성은 사서양성기관에서 키워질 수 있을까요? 전문성은 현장에서 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하죠. 도서관의 수를 늘리기에 앞서 전문 인력의 근무 환경과 재교육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질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윤남미 들리는 말로는 느티나무 도서관은 자원 활동가가 되는 것도 어려워서 족보까지 돌아다닌다고 하던데요. 도서관 인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영숙 이용자는 사서와 자원 활동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다 같은 전문가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책임이 필요합니다. 자원 활동가를 뽑는데 너무 깐깐하게 군다고 여길지 몰라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족보는 아마 인터뷰 때문일 겁니다. 처음에 자원 활동을 하겠다고 온 아이들이 의지도 없이 가만히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도서관의 취지와 도서관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꼈죠. 인터뷰라고는 했지만, 결국엔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인터뷰하고 떨어진 것처럼 보였을 테고, 그러다 보니 너무 깐깐하게 군다는 항의도 있었죠.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길미숙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박영숙 공공성과 지적 자유가 도서관의 기본 가치라고 해도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분명 도서관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지만 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서가 왜 필요해? 당번 정해서 두 시간씩 지키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의 가치를 사회적인 언어로 담아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감동을 받은 경험을 갖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눈물겨운 감동이 아니라 필요했던 도움을 받거나 도서관에 있으면서 몇 시간 빈둥거리니까 좋았다는 등의 소소한 경험도 좋습니다. 자기 삶에 도서관이 갖는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고요.
도서관이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용자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몰입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도서관은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사서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같이 만들고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가 중요해요. 이런 분위기가 쌓이다 보면 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질 것입니다.
 
도서관의 아이들을 대하는 특별한 방법
길미숙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책이 좋아서 오기도 하지만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갈 곳이 없어서 오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는 습관적인 자해를 한 적 있거나, 폭력적인 아이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꿈꿀 권리』에서는 소위 사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분류되는 아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만의 노하우를 알려 주세요.
박영숙 한번은 회의 중에 아이가 뛰어 들어오더니 “또 그었어, 또!” 그러는 거예요. 누군가 또 손목을 그었다는 거죠. 그래서 “그래? 그럼 밴드 갖다 줘.” 그러니까 아이가 황당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빨간약도 갖다 줘.”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하던 일을 했어요. 그 후로 아이들이 저보고 못됐다고 말하곤 했죠. 담담하게 대할 때, 아이도 담담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요란스럽게 당황하지 않는데서 아이들이 마음을 놓기도 해요.
이런 담담함이 통할 때가 있고, 알아줄 때 통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담담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저희 도서관 사서들이 그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도 답도 없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예요.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있으니까, 선생님들의 감을 믿어야 해요. 물론 감이 틀릴 수도 있고, 자기 발등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맞추면 자리 깔아야지요. (웃음)
느티나무 도서관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집에 엄마가 계시니?”, “아빠도 같이 사니?”라는 질문을 받아요. 아이들은 그 질문들이 참 이상했대요. 보통은 “아버지는 뭐하시니?”라고 묻는데,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물으니까요. 나중에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그래서 더 마음을 놓고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어디서나 문제아, 보호 대상, 특별 관심그룹이었는데, 느티나무 도서관에 오면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니까요. 담담하다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너무 규격화되어 있습니다. 조금만 문제가 있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서 크게 반응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당사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쉬쉬하고 뒤에서 속닥이죠. 오히려 그런 행동이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윤남미 저희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규제가 없으니 문턱이 낮아지고 이용률은 높아졌지만, 옆 도서관에서는 저희 아이들에게 도서관 이용교육 좀 시키라고 성화예요. 자유와 규제는 어디까지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박영숙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면 굉장히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지켜 온 원칙 중 하나가 “안 돼”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에요. 규제하면 스스로 몰입하는 시간이 생길 가능성도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방관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책을 펼친 순간만큼은 자유롭고 자발적인 긍정의 기운을 누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서의 고민 나누기
윤남미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에서 ‘장서개발워크숍’이 기억에 남습니다.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수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박영숙 ‘장서개발워크숍’은 사서들이 모여서 각자 맡은 서가를 살피고 서가에 꽂아두기가 고민되는 책을 골라 쌓아 놓고 한 권씩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가족입니다』라는 그림책은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사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책이 아이들에게 읽는다면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은 이를 천형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지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서는 도서관이라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방향이 분명한 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런 논의를 반복하면서 책을 결정하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 혼자서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워크숍 하듯이 여러 측면에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책을 입체적으로 고를 수 있게 돼요.
느티나무 도서관은 수서팀과 열람팀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분야별로 나뉜 층으로 팀을 꾸려 수서와 열람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만나 어떤 책으로 장서를 구성할지 의견을 묻고 고민합니다. 또한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책임감을 갖고 신문의 새 책 소개를 보거나 출판경향 등을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는 거죠.
임재연 사서에게 수서는 업무의 기본입니다만, 학교도서관은 사서 혼자서 도서관을 관리하기때문에 다른 사람과 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매년 운영 예산의 3%를 도서 구입비로 사용하는 지침이 있어서 매번 어떤 책을 사야할지 고민하게 돼요. 도서관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지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영숙 인도에서 ‘도서관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문헌정보학자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중 다섯 번째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라는 말처럼 도서관은 몇 개의 매뉴얼이나 모델로 규격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고를 때도 고정된 지침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기준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덧붙이고 덜어내고 바꿔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학용 책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책을 도서관에 두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서 고민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선 자리에서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하여
이아영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잠재 이용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습니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의 연계 사업은 없더라고요. 저희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면 학교도서관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계획은 없나요?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잘 안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제 둘째 아이도 초등학교 6년 중 2년은 거의 안 다니다시피 했어요. 제가 좀 비학교적이라서 일까요? (모두 웃음)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관 종부터 다릅니다. 저는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각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봐요. 물론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같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도서관과 대화를 하려고 애쓰지 않는 이유는 제가 학교도서관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이 될까봐 우려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교수학습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역할이 잘 수행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교과교사부터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고요.
임재연 학교도서관에서 맡은 업무조차 제대로 해내기도 어려운데요. 요즘은 지역 주민에게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영숙 현실적으로 어렵죠. 한 명의 사서가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다 하기도 벅찬데, 충원도 안 하고 지역에 개방해서 공공도서관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마을의 중심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요. 외국영화를 봐도 주민들이 학교에 모여서 회의도 하잖아요. 하지만 도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도서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는 말은 겉으로 보면 아름다워 보일지 모르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인 것입니다.
윤남미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에서 이제 숨고르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시점에서 도서관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영숙 전문 인력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를 보면 도서관의 수는 늘었는데 한 도서관 당 사서의 수는 줄었습니다. 저희가 교육에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는 것도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도서관이 살아야 하고, 도서관이 살려면 사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과제는 사서를 늘리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단순히 밥그릇을 챙기려는 집단 이기주의 정도로 볼 거예요. 제가 아무리 사람들에게 “저 사서 아니에요, 야매예요.”라고 얘기해도 소용없는 것 처럼요. (모두 웃음) 도서관계의 이해집단처럼 보일 뿐인 거죠. 제가 책을 쓴 이유도 도서관의 역할과 활동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런 게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비전문가만으로 활동하죠?”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예요.
임재연 앞으로 도서관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박영숙 저희 이용자 말로는 신기하게도 근처 다른 공공도서관에 가면 순식간에 민원인의 자세가 된다고 해요. 출입구에 있는 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이상하게 불만거리가 하나씩 떠오른대요.
도서관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가 되어 권리를 주장하는 민원인같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수동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사유할 줄 아는 ‘시민’이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은 공공성의 공간입니다. 도서관에 와서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구현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아영 문헌정보학과 신입생들이 입학하면서 『꿈꿀 권리』와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를 읽으면 앞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권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시나요?
박영숙 최근 서울시 지자체에서 도서관을 3~4개 정도 새로 건립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 일을 맡은 팀장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책을 전부 읽고는 “큰일 날 뻔했다, 혈세로 하는 일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그르칠 뻔 했다.”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래서 그 후로 도서관을 만들려면, 이론상으로만 계획해서 만들 것이 아니라 사서로서 체험해 보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아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달받고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제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재연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계획 중이신가요?
박영숙 지금 하고 있는 도서관 운동을 열심히 해야죠. 2012년부터 중국 연변에 있는 조선족 학교에 도서실을 만드는 사업을 거들고 있어요. 이곳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하는 분들을 만나고, 그 분들을 위한 연수를 준비해 주기도 하고, 연변의 도서관 주체들의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도록 거들려고 합니다.
아웃사이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제가 전공자도 아니니까 신뢰도가 떨어지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동료들이 사서자격증을 따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보니,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요.
도서관이 지금처럼 관심을 많이 받을 때가 아니라, 초반에 시작했기 때문에 활동에 비해 성과가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더 바쁘기는 했지만, 더 힘이 나기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이제는 정말 벽에 부딪힌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업으로 미루어 봐서는 15년간 현장에서 부딪혀도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의 답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박영숙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2000년 느티나무도서관, 2003년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설립하고 공공성 확장과 도서관문화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현장의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5년간(2003~2007) 느티나무도서관학교를 진행했고, 사립 작은도서관지원사업을 실시했다(2007~2013).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도서관과함께책읽기사업을 주관했고(2011~2012), 2011년부터 예비사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성과 지적 자유라는 도서관의 가치가 더 적극적으로 구현되도록 민관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여러 지자체와 단체의 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힘을 보태 왔으며,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2011~2013), 성북문화재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알마,2006), 『꿈꿀 권리』(알마, 2014),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알마, 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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