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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안은영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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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26 22:45 조회 11,46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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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 작가는 입체적인 표현과 꼼꼼한 묘사가 눈에 띄는 생태그림책 전문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형식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그림책을 잘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과 끝까지 하고 말겠다는 집요함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안은영 작가를 만났다.
인터뷰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전혜진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사진・정리 김주희 기자                      
 
꿈의 시작, 그림책에 눈을 뜨다
전혜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노래하는 병』을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흔히 접했던 그림책과는 달라 신선했어요.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은영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노래하는 병』은 저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소에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병으로 이것저것 만들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나는 주스야. 아니, 주스를 담은 병이야”라는 문장이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이 문장이 단초가 되어 그 자리에서 더미북을 뚝딱 만들었죠. 출간된 책은 더미북*과 거의 흡사하게 나왔고요.                      
                                                      *더미북(dummy book) 그림책이 완성됐을 경우 느낌을 파악하기 위한 견본.
김혜진 글을 쓰는 사람들도 화살처럼 문장이 올 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잡았을 때 하나의 작품이 나오고요.이런 경험은 어렸을 적부터 쌓아온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합니다.
안은영 ‘호기심이 많아서 답이 나올 때까지 노력했던 아이’라고나 할까요? (웃음) 관심이 생기면 싫증날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열망은 어릴 때부터 있었어요.초등학생 때 전국미술대회에 참가했다가 상을 받아서 신문에 실린 적이 있어요. 어린 마음에 신문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나한테 재능이라는 게 있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학원도 다닐 수 없었어요. 그래도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미술시간만큼은 빛이 나는 아이였어요. 훗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혼자서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힘은 어린 시절에 생긴 저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김혜진 잘했다고 인정받은 경험이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장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하게 되고요. 대학에서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으셨다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안은영 대학은 유아교육학과로 진학했어요.재학 중에 유아교육학과 학생들끼리 취미로 유화를 그리는 미술반이 있었습니다. 근데 유화를 하려면 재료비가 좀 비쌌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빵 공장에서 코피 쏟아가면서 일한 돈으로 유화물감이 가지런히 들어있는 화구박스를 샀죠. 그때 제가 얼마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유화로 하는 순수미술보다는 디자인과 학생들이 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더 눈에 들어왔어요. 아마도 어릴 때 본 전래 동화나 도감의 영향과 학과 특성상 유아 대상 책을 접할 기회도 많아 익숙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로 그쪽 관련 서적들과 그림책들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하루 계획표를 만들어 벽에 붙이고 매일 그림을 그렸어요.
김혜진 비싼 대학 등록금 다 내고 졸업까지 했는데, 다 커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니까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안은영 왜 반대가 없었겠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만 해도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딸이었죠. 어릴 때부터 머리끈 하나 먼저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 커서 미술을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인생이 뒤집어졌어요. 집에 기댈 처지는 아니었으니 스스로 길을 찾아야했습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면서 문화센터에서부터 미대생인 친구의 동생에게까지 단기로 그림을 배우기도 하면서 혼자서 줄기차게 그림을 그렸지요. 그렇게 쌓인 그림을 들고 유아교육 관련 잡지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입사해 2년 동안 근무를 했어요. 좀 더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으로 퇴사를 했고 다시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해서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을 받고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내가 뭘 믿고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20대의 삶은 길고 힘들었습니다. 앞은 안 보이는데 하고는 싶고 그렇다고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 도대체 왜 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할까라는 회의감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29살이 되었을 때는 그림을 그만두고 웹 디자인을 배워볼까,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6개월 과정 ‘일러스트레이션 학교’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수강했습니다.
전혜진 일러스트레이션 학교는 어땠나요?
안은영 지금은 ‘HILLS’라고 불리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교’인데요. 그림책 만드는 걸 배울 수 있는 곳이었어요.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 자기 전에도 보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도 보고 연애하듯이 좋아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글까지 쓰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6개월 과정 동안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그림책 더미북을 만들고 나니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림책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작가적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그림책 더미북을 꾸준히 만들어 출판사에 돌아다녀 보았지만 계약이 쉽게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1년 넘게 더미북과 원화샘플 작업만 계속 했지요. 힘든 마음을 다스리려고 찾아갔던 자연 속에서 우연히 나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나비를 소재로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쯤 되는 형태의 더미북을 만들게 되었는데 마침 돌베개어린이에서 자연생태그림책 작가를 찾고 있었어요. 이때부터 돌베개어린이와 인연이 닿아 6년 동안 생태그림책을 함께 만들었어요.

   
 
그림책 작가가 되다
김혜진 생태그림책은 직접 그리고 써야 해서 굉장히 섬세한 관찰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집요한’ 성격이라고 하셨는데, (웃음) 도움이 많이 됐으리라고 봐요. 돌베개어린이에서 첫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 졌나요?
안은영 그 당시 돌베개어린이에는 저와 같은 신인 작가들이 많아서 같이 스터디도 하고, 편집자와 같이 취재도 다니면서 신 나게 일했습니다. 생태그림책은 취재가 중요해요. 그래서 본격적인 취재를 하면서 네발나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지만 네발나비과의 나비들은 두 다리가 퇴화돼서 다리가 네 개만 보여요. 이름 그대로 네발나비인거죠. 흔히 볼 수 있는 나비였는데, 이름도 몰랐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어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죠. 그때 취재한다며 들과 산으로 다니면서 그 지역 아이들과 사귀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갈 때마다 그림책 싸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빌려 주기 도 하고 같이 읽기도 했습니다. 일 때문이긴 했지만 취재와 관련된 재밌는 추억이 꽤 많습니다.
김혜진 아마 첫 책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발나비』, 『멋진 사냥꾼 잠자리』, 『찾았다! 갯벌친구들』, 『도둑게야 어디 가니?』 모두가 손으로 직접 그리다가 거의 3년 만에 『꼼짝 마 호진아, 나 애벌레야!』라는 책으로 작업방식을 바꿨습니다. 어떤 계기라도 있나요?
안은영 『네발나비』 다음 책이 『멋진 사냥꾼 잠자리』였습니다. 잠자리는 나비와 완전히 달랐어요. 북한산 습지로 취재를 갔는데 육식곤충이라서 그런지 잠자리들이 무척 공격적이었어요. 이때부터 잠자리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날 때의 속도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재료도 수채물감에서 아크릴과슈로 바꾸고 그림도 전보다 더 과감해졌어요.『도둑게야 어디 가니?』를 끝내니 권태기가 찾아왔습니다. 6년 동안 4권을 냈는데 지치더라고요. 하지만 애벌레를 만나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어요. 처음 생태그림책을 할 때처럼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왔고 의욕도 샘솟았지요. 취재를 다니면서 잡은 애벌레를 작업실에서 키우면서 관찰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작업실이 남산과 가까웠는데, 아침 일찍 남산에 올라서 애벌레 먹일 잎사귀를 뜯어와요. 그리고 애벌레가 눈 변의 색과 갯수, 크기까지 기록하고 관찰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애벌레들은 저를 싫어했겠지만 (웃음) 저는 식솔들을 챙기는 기쁨을 느꼈지요. 작업이 신이 나니 자연스럽게 독자도 그런 마음으로 책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그래서 애벌레 그림도 사실적이고 섬세한 것보다 생물이 가지고 있는 인상을 중심으로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꼼짝 마 호진아,나 애벌레야!』는 클로즈업된 생물 하나하나를 보여 주는 방식이어서 좀 더 자유롭게 여러 가지 요소를 넣어 화면을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우개를 파서 도장을 찍어 애벌레 무늬를 내고, 종이를 구겨서 물감을 묻혀도 보고, 한지를 물들여서 걸어놓고 말린다고 난로 옆에 놨다가 쭈글쭈글 울기도 하고, 제 머리카락도 붙여보면서 신 나게 작업했습니다. 비록 작업실은 쓰레기장이 되었지만요.(웃음)
 

『네발나비』 안은영|길벗어린이|2003
『멋진 사냥꾼 잠자리』 안은영|길벗어린이|2005
『찾았다! 갯벌 친구들』 안은영|길벗어린이|2007
『도둑게야 어디 가니?』 안은영|길벗어린이|2008
『꼼짝 마 호진아, 나 애벌레야!』 안은영|웅진주니어|2011
『꿈』 김병하 외|보림|2012

자신만의 색을 만들다
김혜진 바뀐 작업 방식이 반영된 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안은영 제가 재밌게 작업했던 만큼 읽는 사람들도 재밌어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림이 편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그 전에는 답답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초창기에는 “왜이렇게 깔끔을 떠냐, 색이 늘 희미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주변에서 그림을 못 그렸다고 말할까봐 조심조심 그렸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꼼짝 마 호진아, 나 애벌레야!』를 작업하면서 대상과 똑같이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과 달리 힘을 빼고 슥슥 그린 그림인데도, 대상과 똑같지 않은 데도, 사람들이 전보다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하길래, 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졌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묘한 해방감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남들이 봤을 때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김혜진 저는 그 전 책들에 비해서 세련되게 바뀐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생태그림책은 픽션만 있는 그림책과 작업방식이 어떻게 다른가요?
안은영 사람도 세련되게 바뀌었어요. (웃음) 생태전문가가 아닌 그림책 작가가 혼자서 생태그림책을 만들게 되면, 내가 알아낸 사실과 기존에 알았던 사실, 그리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방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관찰일기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로 자연에 나가서 취재를 통한 관찰을 하지만 성장의 과정을 알아낸다거나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하려면 직접 길러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곤충들과 함께 살면서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경이로운 모습부터 사마귀 몸에서 연가시가 나오는 경악할 모습까지 직접 두 눈으로 보았죠. 한 번은 공룡인형 배에 사마귀가 알을 낳았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오기 전에 사마귀가 부화돼서 작업실 곳곳에 돌아다녔죠. 사마귀 새끼는 정교한 세공품처럼 예뻐요. 육식곤충은 먹이 주는 게 참 힘든데 작업실 바퀴벌레 덕분에 쉽게 해결했습니다. 모두 사마귀 차지가 되었죠. 기르는 과정에서 재미난 이야기가 많지만 여기까지 할게요. (웃음)
『노래하는 병』 『가방에 뭐가 있을까』
안은영|사계절|2013
 
김혜진 생태그림책 전문 작가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전문적인 길을 잘 걷고 있었는데, 『가방에 뭐가 있을까』와 『노래하는 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안은영 원래는 픽션을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해 온 논픽션 작업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 다른 이야기도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죠. 그래서 틈틈이 픽션으로 더미북을 만들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여러 작가와 함께 『꿈』을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생각한 작품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가 한 가지에 몰입하는 스타일이어서 양쪽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양쪽에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 쪽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곳에서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셈이죠. 다른 작가들과 『꿈』을 만들면서 폭발적으로 기획이 쏟아져 나왔어요. 완성도는 두 번째 문제이고, 아이디어는 많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죠. 그때 기다리던 때가 지금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서 여름 내내 픽션 더미북 7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중, 『노래하는 병』과 『가방에 뭐가 있을까』가 출판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혜진 『노래하는 병』을 통해 독자들에게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안은영 이 책은 보이는 그대로 빈 병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고, 거기에 사람의 인생을 투영해 풀어낼 수도 있어요. 우리는 무엇인가 되고 싶어 하지만 제 뜻과는 다르게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되거나,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 없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았던 행운을 얻게 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도 되잖아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믿고 인정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걸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그림에서도 본질은 바뀌지 않고 그것이 놓여 있는 상황에 따라서 변화되는 병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려고 병의 크기를 모두 똑같이 했어요. 그림에선 시각적인 경쾌함을 주려고 했는데 질감이 없는 종이를 쓰고 단색으로만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
김혜진 여러 작품을 작업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안은영 저는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라 항상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에 쏟을 힘이 있다면 다음 책에 쏟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의 나는 그것밖에 못했던 사람이니까요. 만약 아쉬운 마음이 드는 책을 절판하고 수정해서 다시 출간한다고 해도 더 나아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은 어느 한 부분 고친다고 해서 전체의 완성도가 같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출간된 모습이 가장 완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혜진 『노래하는 병』과 『가방에 뭐가 있을까』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그림책 작가가 됐습니다. 게다가 그림책 작가로서 자신만의 색도 있고요. 꿈꾸던 작가의 길로 잘 가고 계신 건가요?
안은영 공동작업까지 합하면 지금 작업하는 것이 열 번째 책입니다. 예전에 주변에서 농담처럼 열 권만 책을 내면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목표를 열 권으로 잡고 누가 인정을 하든 말든 옳다고 생각하는 책을 만들며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열 권이라는 고지가 눈앞에 있는데 여전히 먹고사는 것은 문제고, 제가 원하는 것만큼 작품을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할 수준이 안 되어 있습니다. 저의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못 따라가니까 “10년 넘게 너는 뭐했니?”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특히 한 것만큼 인정을 못 받는 것 같고, 계속 뭔가를 하고는 있지만 발전하고 있는 건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권태와 회의도 들어서 요즘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작년에 출간한 책들의 반응이 좋아서 올해도 기대하게 되면서 헛된 욕심이 생겨나더군요. 그래서 다시 정신을 번쩍 차렸어요. ‘오래 살자. 오래 살면서 많이 내면 되는 구나. 길게 보자’라고요.
김혜진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가는 어떤 모습인가요?
안은영 『노래하는 병』에 쓰레기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출판사에서는 빼자고 했지만 저는 꼭 넣고 싶었어요. ‘쓰레기’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그건 쓰레기도 한때는 빛을 발하는 무엇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쓰레기’란 말이 물건을 넘어 사람에게까지 사용되는 게 걱정스러워요. 마음의 눈을 뜨고 남이 가진, 자신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을 품고 주위를 둘러보는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작가는 그 시선이 머무는 곳을 ‘찾았다’ 하고 외치는 사람이 아닐까요?
전혜진 그럼 다음 작품은 언제 즈음 볼 수 있을까요?
안은영 지금 길벗어린이에서 지렁이 생태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에도 흙과 지렁이의 느낌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입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6월부터 작업실에 들어가서 3~4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원화 작업을 할 건데 올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생태그림책을 꾸준히 만들면서 생각이 참신한 픽션 그림책도 작업할 계획이에요.
전혜진 앞으로 어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안은영 요즘 너무 우울해서 ‘그림책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하 수상한데 이렇게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하나?’, ‘이 나라에서 살아야해?’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제 작업에 대한 것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그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에 자주 보는 책은 이억배 선생님의 『5대 가족』인데요. 이런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생각했습니다.‘나는 과연 그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며칠 전에도 찾아뵙고 왔어요. 삶의 태도나 작업하는 마음을 보면 예전과 변함이 없으십니다. 저도 이억배 선생님처럼 그림책으로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은영
오랫동안 자연에서 만난 생물들의 삶을 책으로 만들어 오면서, 또 다른 이야기 주머니가 생겼어요. 『노래하는 병』과『가방에 뭐가 있을까』는 그 이야기 주머니에서 나온 보물들입니다. 그동안 『네발나비』, 『멋진 사냥꾼 잠자리』, 『찾았다! 갯벌 친구들』, 『도둑게야 어디 가니?』, 『꼼짝 마 호진아, 나 애벌레야!』, 『꼼짝 마 호진아, 곤충사냥꾼이다!』, 『꿈』들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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