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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글 읽기 사람 읽기]전미경 ‘일과 사람’ 시리즈 기획・편집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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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26 22:29 조회 8,3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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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가져야 하는 직업일 뿐일까? 2010년부터 출간한 ‘일과 사람’시리즈가 총 20권으로 완간됐다. 이 시리즈는 우리의 바로 옆에 있음직한 옆집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우리 부모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가치를 담은 초등학생을 위한 인문교양 그림책이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만든 편집기획집단 ‘곰곰’의 전미경 실장에게 완간되기까지 기획편집 과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리 김주희 기자
 
‘일과 사람’ 시리즈(전20권)
이혜란 외 지음|사계절출판사2010–2014
이 시리즈의 기획 취지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일을 어린이에게 알려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차츰 기획을 발전시키면서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과 마을로 확장한 거죠. 아이들이 날마다 만나고 스치는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보여 주고자 했어요.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서로 돕고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과 가족, 이웃, 마을, 도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 주고 싶었어요. 어린이들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일이든 하찮은 일은 없다는 걸 저절로 알게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출간되고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짜장면 더 주세요!』와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를 가장 먼저 선보였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힘이 많이 났어요. 이 책들은 글자로 존재하던 기획을 책으로 구현한 첫 책이거든요. 작가랑 편집자 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때론 갈등도 빚며 만들어 냈어요. 결국 시리즈의 틀을 잡는 책이 되었고, 이혜란 정소영 두 작가랑 편집자들은 친구가 되었죠. 독자들이 쓴 리뷰를 꼼꼼히 읽는데,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걸 독자들이 알아주는구나 싶어서 참 고마웠어요. 아이의 아빠가 하는 일을 다루어 달라는 요청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는다는 얘기가 가장 기쁩니다.
 
다른 책과 구분되는 이 시리즈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 시리즈가 직업 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은 ‘사람’에 관한 책이에요. 일하는 사람이요. 그래서 일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저런 일을 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했고요. 아마 독자들이 이 시리즈에 공감한 것도 책에서 사람들을 만나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만들어 가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취재에 힘을 많이 쏟았어요. 발로 뛰어서 만든 책이죠. 일하는 공간, 도구,과정을 바로 곁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쓰고 그리는 것이나, 실제 인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려면 취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들이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만나서 관찰하고 소통하고 이해하고 공감한 것이 책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 조미란, 『 출동! 마을은 내가 지킨다』, 2012
 

 
 
시리즈를 통해 총 스무 가지의 직업군이 소개됐는데요. 이 직업들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일, 어린이들이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 이렇게 세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그 안에서 먹고 입고 자고 배우고 나누고 소통하고 즐기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는 데 필요한 일들로 나누었습니다.
 
책마다 실제 모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상은 어떻게 뽑고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일을 선택한 것과 같은 원칙에 따랐어요. 최대한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로 하는 거죠. 종합병원 의사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 비싼 옷을 만드는 이름 높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엄마나 언니가 조금은 멋지게 차려입고 싶을 때 사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동대문시장 디자이너, 소극장에서 볼 수 있는 창작 뮤지컬, 작은 규모로 젖소를 깨끗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키우는 목장, 멋진 특공대가 아니라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지구대 순찰경찰, 대형 어선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장만할 수 있는 정도의 고깃배를 모는 어부를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기사도 뒤지고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찾은 취재원이 대부분이고요, 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연구소 같은 데서 소개해 주시기도 했어요. 고맙게도 저희는 취재원 복이 많았습니다. 미리 세워 놓은 ‘조건’에 맞추어 취재원을 찾았는데, 막상 취재원을 만나니 ‘마음’이 더 맞는 사람들이었죠.
 
취재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직업도 있었나요?
특수학교 선생님 하면 희생과 헌신을 떠올렸어요.고되고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애써 일하시는 분들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분들은 제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했어요.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건 교사로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힘든 일이기도 하겠지요. 질문에 꼭 들어맞는 답은 아니지만, 국회의원과 경찰, 기자의 이미지 때문에 고민이 있긴 했어요. 이미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잘못하고 있는 게 많기도 하고요. 어린이들한테 거짓말하는 책을 만들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그래서 국회의원은, 경찰은, 기자는 ‘본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 주기로 했어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면,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잖아요. 실제로 일선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기도 하고요. 다행히 좋은 취재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어요.
 
다루고 싶었지만 무산됐던 이야기가 있었나요?
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집 짓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사실은 둘 다 오랫동안 취재하기도 했는데, 작가들 개인 사정으로 못하게 됐어요. 그런 곳들은 취재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작가와 새로 취재하기가 어려워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참 아쉬워요. 취재를 열심히 도와주신 취재원들께도 정말 죄송하고요.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생기면 어렵죠. 『노야네 목장은 맨날 바빠』의 취재 끝 무렵에 구제역이 돌았어요. 저희가 취재한 지역에는 구제역이 돌지는 않았지만, 외지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신발이나 자동차 바퀴로 전염될 염려가 있어서 작가가 목장에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몇 달 동안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죠. 죄 없는 소나 돼지가 생매장을 당할 때여서 가슴이 무척 아팠어요. 또 취재가 워낙 길다 보니 중간에 소방관과 경찰관 제복이 바뀌어서 작가들이 취재를 다시 하거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했지요.
 
취재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아찔했던 때는 『영차영차 그물을 올려라』 관련 내용을 취재할 때였어요. 도루묵 철에 배를 타고 취재를 하기로 했는데, 날씨 변동 때문에 도루묵 잡는 시기가 일찍 끝나게 된 거예요. 어부 아저씨께서 마지막 출항 전날 급히 알려 주셔서 작가랑 편집자들이 모든 일 작파하고 동해바다로 달려가서 간신히 취재할 수 있었죠. 안 그랬으면 작업이 일 년 뒤로 늦추어지거나 다른 물고기로 바꾸어야 했을 거예요.
어부 아저씨를 만나서 이야기 들을 때 참 숙연했던 적이 있어요. 어느 겨울 새벽에 바다에 나갔다가 날씨 예보에 없던 풍랑을 만났대요. 배가 오도 가도 못하는데 눈보라까지 치니 엄청나게 추웠대요. 춥고 배고프니 라면을 끓였는데, 너무 추워서 물이 끓지도 않고 파도가 쳐서 바닷물이 냄비로 들어오기 도 했대요. 익지도 않은 라면을 드셨다는 말씀하시면서 눈에 살짝 물기가 어리는 걸 봤어요. 시쳇말로 ‘이게 사는 건가’ 싶으셨나 보더라고요. 밥상 위에 올라온 생선을 귀하게 여기고 먹어야겠구나 생각했죠.
재미있었던 건, 이분께 농담 삼아 서해 꽃게보다 동해 홍게가 더 맛있냐고 물었거든요. “당연히 홍게가 더 맛있지요!” 하고 큰소리치시더니, 홍게 철이 되었을 때 저희 사무실로 홍게 한 상자를 보내 주셨어요. 저희가 크게 신세지고 있는 처지에 얻어먹기까지 하니 민망했지만, 홍게는 정말 맛있더군요.
가장 마음에 남는 건 『나는 농부란다』의 취재원이었던 할머니예요. 이윤엽 작가의 이웃 할머니인데, 책을 드린 날 밤 늦도록 그 댁에 불이 꺼지지 않더래요. 다음 날 아침에 할머니가 찾아오셔서는 책을 밤새 읽었노라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고맙다고 인사하더래요. 평생을 농사짓고 사신 당신들 이야기가 실린 책을 처음 보신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제가 더 뭉클하고 고맙고 미안하더라고요.
 
‘일과 사람’시리즈가 완간되고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우선 ‘우리 마을 신문 만들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모둠을 구성해서 직접 이웃을 만나 취재하고 신문으로 꾸려 보는 거예요. 작가들이 취재원을 취재하면서 책을 완성했던 것처럼, 어린이들도 실제로 이웃을 만나고 신문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밖에도 선생님들로부터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과 사람 수업 사례’를 모집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교과 지도에도 ‘일과 사람’ 시리즈가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서로 공유해 보자는 취지예요.
20권이 출간된 뒤, 대표 그림들을 액자로 만들어서 초등학교에서 그림 전시를 하고 있어요. 강렬한 그림 한 장이 주는 인상으로, 작품을 만나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도서관에서 ‘일과 사람’ 작가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는 시간도 꾸려 보려고 해요.
 
이러한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는 결국 적극적인 책 읽기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깊게 깨닫게 되리라 생각해요. 꼭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책을 혼자 읽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바라요. 책 속 주인공과 같은 일을 하는 이웃을 보면 말도 걸어보면 좋겠고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책인 만큼 이 시리즈를 시발점으로 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눠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과 사람’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되었으면 하는지요?
‘일과 사람’ 시리즈를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직업적 지식을 알려 주기보다 세상에 대한 건강한 시선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독자가 ‘일과 사람’ 시리즈를 통해 이 사회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여러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 세워졌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면 좋겠어요. 무심히 지나쳤던 평범한 일도 주의 깊게 바라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하고요. 한 권 한 권 읽어 가면서 이웃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일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20권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하고 더 넓게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정소영, 『나는 우리 마을 주치의』, 2012                            ©이광익,  『나무야 새야 함께 살자 』,2013                        ©선현경, 『내가 만든 옷 어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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