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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인권은 누구나 어디서나 누려야 한다고요! - 인권교육 전문가·소설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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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3 23:11 조회 8,90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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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가 ‘미나’가 되더니 ‘미나리’가 되었단다. 미나리는 마음에 좋다.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이야기를 밝힌다. 숨겨진 반전처럼 낮은 자리, 불편한 걸음은 결국 우리의 모습,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은 움직인다. 그 마음 따라 눈도 귀도 손발도 움직이며 나를 우리를 바꾼다. 역시 미나리는 몸에도 좋다. 그리고 미나리는 마음이 좋다.

대학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인권에 관련된 일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91년에 대학에 입학했어요.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때 학과공부를 한 기억이 없어요.^^ 데모하는 선배들 꽁무니 쫓아다니느라 전공서적은 정작 졸업한 후 읽기 시작했죠. 대학 졸업 후엔 여성인권운동단체에서 일했습니다.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내담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고 돌이켜보면 ‘나’를 위한 공부에 가까웠어요.
 
여성인권상담소라 가정 내 폭력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그 지독한 사연들 중 어느 것도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었어요. 통념과 편견으로 찌든 악습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한다 같은. 구조 안에 놓인 개인을 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우리’를 위한 공부로 관심이 이동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복지, 인권, 평화 같은 주제에 집중하게 되었고요.

『인권은 대학가서 누리라고요?』에서도 드러나듯이 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청소년들과 많이 소통해 오신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해오고 계신지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계속 잘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하고, 아닌 아이들은 못하기 때문에 걱정합니다. 청소년들의 주된 과업이 공부라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순 없는 노릇이죠.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일하지 않잖아요. 아동청소년들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는 아동권리협약 31조에는 “아동청소년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고 예술 활동에도 참여할 권리가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청소년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죠.

인권을 주제로 청소년들과 만날 때 그들이 인권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조차도 학교 공부처럼 부담스러워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요즘 고민은 뭔지, 어디가 아픈지, 어떨 때 슬픈 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게 『인권은 대학가서 누리라고요?』에 아이들이 표현한 ‘마음그림’으로 나타난 겁니다. 놀면서 즐기고, 즐기면서 알아가는 수업을 하고 싶어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다양한 문화콘텐츠(영화, 음악, 그림)를 소재로 공감대를 넓히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시다 보면,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의 인권 현실의 흐름을 체감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요, 지난 몇 년간 청소년인권이 나아지고 있는지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처럼 청소년이 주체의 한 축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들이 언론에 자주 비춰지다보니 청소년 인권이 나아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청소년인권 ‘현장’이 나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체벌이 훈육의 수단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요. 몇 년 전 촛불집회 때 청소년들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그들은 웃고 떠들고 노래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더군요. 경찰을 보면 무턱대고 위축되는 제 또래와는 달랐어요. 경찰에게 물을 건네고, “함께 노래하자.”라고 권하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공권력은 낡은 방식으로 위협했어요. 새로움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거죠.

두려움이 지배하는 분위기는 구성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청소년들은 입시라는 무시무시한 괴물과도 싸워야 하지만 입시를 원치 않는 청소년이 있다면 그는 “대학도 못 갔다”는 타인의 시선과도 싸워야 합니다. 억압된 현실이 너무 크게 다가오면 더 나은 미래는 꿈꾸기 어렵습니다. 각각의 세대는 그 세대가 풀어야할 과업과 해결방법이 있지만 유독 청소년만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해결이쉽지 않을 거라 여깁니다. 하지만 눈높이가 다를 뿐, 청소년은 나름의 진단과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나이와 신분에 관계없이 서로의 입장과 차이, 영역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점점 나아지겠지요.

『인권은 대학가서 누리라고요?』에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답은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일이라고 밝히셨는데,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학생을 비롯해 학교의 각 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학교 가고 싶다.” 긴 방학도 슬슬 지겨워질 때쯤 선생님이 보고 싶고 친구들이 그리워서 절로 이런 말이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하던 것도 고작 초등학생 때뿐이었네요. 학교는 청소년들의 삶의 자리입니다. 학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 선생님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스스로의 인성과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입시교육에 매일 쫓길 수밖에 없는 학교현장의 한계와 선생님들의 노고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생님은 뜻 그대로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입니다.

인간을 긍휼히 여기고 귀히 보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보여주시면 학생들은 그들이 “본 것”을 “따라 하고자” 노력합니다(배운[學] 것을 익히는[習] 것이 학습이라면). “인권은 무엇이다.”라는 선언보다 존중받아본 경험이 자신 안에 녹아 타인을 존중하는 인식과 태도로 나타날 때 아무리 척박한 조건이라 해도 인간은 누구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건 “타인에 대한 공감”의 감성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나’라는 자율성이 ‘우리’라는 공감에 더해지면 자신이 처한 환경 안에서의 부조리함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집니다. 공동체를 위해서 더 바람직한 대안을 고민하기 때문이죠. 공감의 능력은 상당부분 스스로를 성찰하고 타인을 돌보는 인문학적 소양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주민발의가 있었는
데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육에 대한 신념과 가치는 저마다 다르지만 무엇이 가장 최선일까를 생각해보면 아동권리협약에서도 천명하고 있듯이 “아동과 관련된 모든 조치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이어야 하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자유권 가운데 학교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 학생인권조례입니다. 학생 존중의 정신을 담아내려고 한 거죠.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논쟁은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례가 아무리 훌륭해도 교육현장에서 바로 학생 인권이 실현되는 건 아닐 테니까요. 결국은 조례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교육의 주체들이 실전에서 부딪히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제 시행 초기 단계니까 우려 섞인 평가보다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읽어볼 만한 인권 관련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샌드라 프레드먼의 『인권의 대전환』, 조효제의 『인권의 문법』, 장은주의 『인권의 철학』, 린 헌트 『인권의 발명』,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 등이 있어요. 모두 인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이네요… (웃음) 그렇게 학구적이지만도 않고, 사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책이랄까요.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인권은 대학가서 누리라고요?』에 이어 최근 내신 책이 『엄마, 없다』 소설입니다. 다소 놀랐습니다. 책 속의 ‘작가의 말’에서는 여러 여자들이 찾아와 들려준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일기 쓰듯 열심히 써나갔다고 하셨는데요,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그 동기가 궁금합니다.
여자들 이야기인 것 같아도 실은 ‘낮은 사람들’을 향한 구애 짙은 편지에 가깝습니다. 좁고, 위험하고, 불편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데 담장이 너무 높아 담장 밖에 사람들은 담장 안쪽에 사람이 있는 줄 잊고 삽니다. 알면서도 외면하기도 하고요. 그런 그들을 향해 “여기도 사람이 있다”고 소리치는 소설입니다. 메아리는 퍼지지 않고, 담장 밖의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지만 발길을 잠시 멈추고 담장 저편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어보라고 권하는 작은 외침 같은 거죠. 벽 없는 세상은 없겠지만 벽에 균열을 낼 순 있으니까요.

『엄마, 없다』에는 입양아, 장애인, 새터민, 청소 노동자 등 사회에서의 주변인, 소외된 사람들의 지난한 현실들이 세세하게 녹아있는데요, 각각의 상황들을 형상화하기는 쉽지 않으셨을 듯합니다. 어떻게 써 나가셨는지요?
『엄마, 없다』 표지에 보면 ‘김민아 소설집’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독백에 가까웠고, 부끄러웠죠. 불특정다수에게 무척 조심스러웠고요. 아마도 더 치열하게 쓰지 못했다는 회한 때문이었나 봅니다. 쓰면서도 계속 스스로에게 ‘인간이 한 개인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 정말 가능한가?’를 묻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너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다소 비관적이지만 너를 쉽게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을 때 진정한 이해가 시작되는 건 아닐까. 다만 그의 처지를 “짐작”하고 가늠해보려 노력하는 정도가 아닐까. 자끄 데리다는 이걸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책임은 시작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고민은 아마도 이 부분에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 없다』 곳곳에 음악이 스쳐갑니다. ‘작가의 말’에서는 “새벽마다 정신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 바흐와 바로크 음악가들. 모두 고맙습니다.”라고 쓰셨고요. 평소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음악을 듣습니다. 안경처럼 착용하니까 존재감을 못 느껴요. 장르 불문하고 듣는 잡식성이고요. 지금은 다시 메탈을 듣고 있습니다. 바로크와 메탈은 차이가 없습니다. 오래 들으면 둘 다 깊숙이 침잠하게 만들죠. 묵묵히 하나만 하다가 결국은 잘할 수밖에 없게 된 뮤지션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이 만든 음악을 듣는다는 건 감사와 존경의 표현일 뿐이죠.

첫 번째 책은 청소년 인권에 관한 책이고, 작가소개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고, 작가소개에서는 인권영화 기획 일을 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책은 어떤 책이고, 작가소개는 어떻게 바뀔까요?
글쎄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당분간은 뭘 쓰기보다는 더 많은 걸 접해보고 싶어요. 세상에는 보고 싶은 영화도, 읽고 싶은 책도, 듣고 싶은 음악도 너무 많잖아요. 언제쯤이면 아쉬움 없이 이 모든 걸 누릴 만큼 누렸다 외치게 될까요. 그런 날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아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담・교육 업무를 거쳐 지금은 인권영화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인권에 대해 다룬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와 소설집 『엄마,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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