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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각 나누기] 길에서 나 자신을 만나다–로드스꼴라 3인의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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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30 04:42 조회 8,5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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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road)’과 ‘학교(schola)’의 합성어인 로드스꼴라(http://roadschola.haja.net)는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학교다. 오래 전부터 여행과 학교, 놀이와 배움의 경계를 넘나들고 지역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창의적인 배움의 틀을 꿈꾸던 사람들이 모이면서 2009년부터 본격적인 여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고 온 세 명의 친구들에게 여행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리 홍주리 기자

로드스꼴라는?
‘길 위의 학교’라는 이름에 맞게 여행 속에서 얻은 결과물을 통해 또 다른 이들에게 여행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를 키우는 곳이다. 교육과정은 총 4학기이며, 15~21세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로드스꼴라에서는 교사들을 길별(길잡이 별), 학생들을 떠별(길 떠나는 별)이라 부른다.


최근 다녀온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은 언제였나요?
가재
지난 5월 초등학생 고학년 열두 명을 데리고 가평 캠핑여행을 다녀왔어요. 제가 총 진행을 맡았는데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어요. 무엇보다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높은 바위에 앉아서 내려다보는데 참 예뻤어요. 다들 티 없이 해맑게 노는 거죠. 경반분교 캠핑장이라는 곳인데 바로 옆으로 맑은 계곡이 흘러요. 어릴 때 외할머니를 따라 대성리 계곡에 갔던 게 생각이 났어요. 제가 로드스꼴라 마지막 과정인 인턴을 하면서 맡고 있는 주업무가 주말학교 초등학생 인솔이거든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제 어릴 적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어요.
냐래 로드스꼴라에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떠났던 베트남 라오스 여행이에요. 40일 동안 하루하루가 꿈결같이 행복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하고 박물관도 가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힘들어 죽겠는데 테스트까지 받습니다. 공정무역과 세계화, 베트남 전쟁.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뻑뻑해지는 주제를 가지고 떠났던 작업여행이었어요.
그런데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척 즐거웠습니다. 노트 2권을 꽉 채웠던 필기내용은 한국에서 의자에 앉아 억지로 집어넣었던 교과서 공부와는 다르더군요.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하는 도중 여러 번 만났습니다. 나는 분명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강하게 직감하는 순간들을요. 럼동의 밤하늘로 비상하던 황홀한 불꽃들, 흔들리는 침대버스, 바뜨엉늪 수상가옥의 짙은 황혼, 내가 탄 뚝뚝이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던 10살 소녀 씨…. ‘돌아보니 그리웠던 순간들’이 아닌, ‘지금이 그리운 순간들’을 조우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겠지요. 한국에 돌아오기 싫었던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참 많은 걸 담고 돌아왔습니다.
이응 올해 4월 9일부터 9박 10일 동안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 도보여행이요. 떠나기 전, 첫 장기여행이고 워낙 체력이 약해 걱정이 앞섰어요. 망설이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중간에 힘들어서 울고 싶었던 적도, 포기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죠. 그래도 결국 제 두 발로 빠짐없이 발자취를 남기고 왔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게다가 체력도 좋아진 것 같아 그 동안의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여행이에요.


첫 번째 질문과 반대로 가장 힘들고, 후회스러웠던 여행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그 여행에서 얻은 수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재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건 남미에서였어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은 해발 5,000미터가 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막 예쁜 호수 보고 거대한 사막지형 보겠다고 지프차타고 이동하고 내리고 설명 듣는데 빨리 끝났으면 했어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밤에는 고산증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기도 했고.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참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여행 이야기는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세상의모든길들)라는 책으로도 만날 수 있는데, 두 달 동안 남미대륙 여기저기 다니느라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책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굉장히 깊숙하게 경험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냐래 첫 번째는 마냥 즐겁고, 두 번째는 무지 힘들고, 세 번째는 이제야 조금 감 잡기 시작하는. 바로 로드스꼴라의 여행입니다. 작년 2학기 때 ‘조선족의 이주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떠났던 중국여행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죠.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팀원들과 길별들과는 삐걱거리고 몸은 마음을 안 따라줘서, 결국 제대로 된 결과물은 하나도 내지 못했고 내가 대체 여행은 왜 간 건지, 2학기동안 뭘 했는지도 찾지 못했어요.
여행을 가면 일 분 일 초가 늘 즐겁고 가슴 떨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여행은 일 분 일 초가 왜 이리 더디게 흐르고 고되던지. 혼자서 방황하며 ‘하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 싫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1학기 태백여행보다 한 단계 밑으로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여행 마지막 날 저는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한 단계 올라가려고 노력했었고, 그게 쉽지 않아 끙끙댔죠. ‘여행이란 결국 무엇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나를 만나는 일이다.’ 2012년의 중국여행은 나에게 이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여행이었어요.



이응
마을 프로젝트라고 로드스꼴라 5기가 세 팀으로 나눠져 각기 다른 마을에서 20일 동안 생활했던 거요. 모두에게 예쁨 받고 싶은 탓에 나보단 다른 떠별들에게 맞춰주고 잘 보이려 노력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여행이거든요. 그렇지만 얻은 것도 많은 여행이기도 해요. 여행 끝날 무렵 오픈 테이블(모두가 모여 앉아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 서운했던 일이나 아쉬웠던 점, 좋았던 점을 말하죠)에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고 제게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사람들도 얻고, 지금은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여행은 다음 여행을 할 때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줄 밑거름이 될 거고 또 힘들었던 만큼 같이 지내면서 재밌었던 순간도 많았던 여행이니까요. 여러모로 힘들었고 얻은 것도 많은 만큼 여행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여행이기도 하죠.




로드스꼴라를 통해 배운 ‘여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재
여행은 ‘커지는 것’이다? 로드스꼴라를 다니면서 제 머리 속에는 여러 도시들의 지도가 생겼어요. 청산도, 호놀룰루, 라파스, 꼬로이꼬, 쿠스코, 리마, 이과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서울 밖에 모르던 내가 이제 여기저기에 거처를 마련했달까요. 지금 다시 거기에 떨어져도 길을 찾아 갈 수 있어요.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요. 옛날엔 외국인들에게 말 거는 게 무서워서 숙소에만 지냈는데 이제 나가서 웬만한 건 물어서 갈 수 있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여행은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냐래 호텔 침대에서 일어나 엉망으로 엉킨 시트를 보고, 호텔 아주머니를 생각하며 다시 개켜놓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응 만남. 로드스꼴라를 통해 갔던 여행에선 지역을 만나고, 역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만나고, 몰랐던 나 자신을 만나니까 로드스꼴라에서 배운 여행은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착한’ 여행과 ‘나쁜’ 여행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재
나쁜 여행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착한 여행도 없죠. 떠별들끼리 남미 여행을 마치고 ‘공정한 여행은 진짜 있나’ 하고 엄청 자기비판했어요.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거대 체인 호텔보다는 지역의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다국적 회사의 초콜릿보다 공정무역 상품을 사먹자는 원칙들도 여행 중에선 어쩔 수 없이 어겨야 할 때가 생기는 거죠.
쇼핑여행을 무작정 나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사촌누나를 따라갔던 일본과 싱가포르 여행에서는 진짜 쇼핑만 했거든요. 쇼핑몰을 돌고, 명품샵에서 옷이랑 가방 사고, 햄버거 먹고, 현지인 착취하는 1성급 호텔에서 자보고…. 저는 따라만 다니면서 이런 게 무슨 여행이냐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끔씩 그런 여행도 다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여행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분명 필요한 것 같아요.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하고, 물을 아껴 쓰고, 쓸데없는 전기사용을 막는 등 작은 실천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냐래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예의인 베트남에서, 내가 덥다고 짧은 바지를 선택하는 여행은 현지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는 것. 뒷사람을 위해 샤워실 하수구의 머리카락을 청소하는 것부터 신발을 예쁘게 정리하는 것. 나의 선택 후 일어날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여행이 착한 여행과 나쁜 여행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이응 ‘착한’과 ‘나쁜’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착한’ 여행과 ‘나쁜’ 여행을 구분 짓는 기준은 제가 여행간 곳에 피해를 끼치느냐, 끼치지 않느냐에 따라 나뉘어져요. 예를 들어 여행지에 쓰레기나 일회용품을 버리고 오는 여행은 ‘나쁜’ 여행에 속하겠죠. 그 반대는 ‘착한’ 여행에 속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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