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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김재홍 그림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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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1 17:00 조회 15,053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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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보면 만지고 싶은 그림이 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거나,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그림. 있는 그대로 담은 듯하지만 어떤 그리움을 닮은 그림. 꾸준히 자연과 사람을 그려 온 김재홍 작가의 그림은 가만히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림에 숨어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남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최선옥 시흥 서해초 사서

사진・정리 서정원 기자

마음을 담은 그리기, 마음에 닿은 그림
염광미
『동강의 아이들』의 그림들을 보면 언젠가 내가 갔던 곳이라는 느낌을 갖게 돼요. 작가님이 그리실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 경험이라든가 추억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그리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신가요?
김재홍 아무래도 제가 본 적이 없는 풍경을 그릴 수는 없겠죠. 대개 다른 분들도 자기가 봤던 기억을 살려서 표현할 거라 생각해요. 동강을 그리기 위해 동강에 거의 백 번 정도 간 것 같아요. 『동강의 아이들』의 작업을 위해서 간게 아니라 1999년도에 동강을 주제로 한 전시가 있었거든요, 그 전시를 위해 한 일 년간 동강을 헤매고 다녔어요.
염광미 전시를 한 다음에 『동강의 아이들』을 쓰신 건가요? 보통은 글을 먼저 쓴 다음에 그림을 그릴 것 같은데,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엮으신 건가요?
김재홍 이 경우는 조금 달랐어요. 그림 속에 숨은 그림들, 예를 들면 광부 아버지 모습이라든가, 엄마 모습이라든가 이런 그림들을 먼저 생각하고 난 다음에 스토리를 연결했다고 볼 수도 있죠.
최선옥 선생님의 그림을 보면 그리움 같은 정서작가가 묻어나고,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김재홍 그러한 감정을 늘 가슴 속에 갖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도 그런 감정들이 담기고, 글을 쓴다고 쓴 것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염광미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대부분 그리운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리운 대상이 따로 있으신 거예요?
김재홍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어릴 때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편이 아니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늘 깔려 있긴 하죠. 제 그림이 밝은 편은 아니죠. 그런 것도 좀 탈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고양이 학교』를 그리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죠.
남정미 정말 『고양이 학교』의 그림은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김재홍 『고양이 학교』는 신나게 그렸어요.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고 탈출구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남정미 작가님의 작품에 외로운 분위기가 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좋을 때 읽으면 느낌이 잘 안 오고, 아이들 없이 조용할 때 혼자 천천히 읽어야 느낌이 와요. 그림책 작업을 하실 때, 가만히 쳐다보고 생각하고 하시면서 굉장히 오래 작업하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김재홍 물론 그렇죠. 그런데 그림을 오랫동안 그리지는 않아요. 한 권 그리는데 보통 2개월 정도 걸려요. 보통 일 년, 이 년 걸리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끈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손이 빠르기도 해요.
남정미 『통영동이』도 2개월 정도 걸리신 건가요?
김재홍 그건 조금 더 걸렸어요. 흙을 가지고 만드느라고요.
염광미 재료에 흙이 들어갔나요?
김재홍 흙을 판에 개어서 평평하게 편 후 접착시켜 만든 바탕 위에 그림을 그렸죠.
염광미 그렇게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김재홍 민요라는 것이 이 땅에 쭉 젖어 있는 것이니까, 민요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의 바탕을 흙으로 하려고 했죠.

오롯이 그림 그리는 삶
최선옥
그림이 인생을 바꿨다고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나요?
김재홍 딱히 없었던 거 같아요. 어려서부터 늘 그림 속에 있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남들은 진로가 계속 변하고 어떤 계기가 있어 바뀌곤 하는데, 저는 처음부터 오로지 화가였어요.
최선옥 그림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김재홍 이억배, 정윤정, 정승각, 권윤덕 등 그림책을 하면서 출판 문화운동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 나갔던 친구들이 일고여덟 명 정도 있었어요. 그중 이억배 작가가 내게 그림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죠.
최선옥 그 권유로 『동강의 아이들』이 나온 건가요?
김재홍 그렇죠. 처음에 무작정 만들어보자 해서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거죠.
최선옥 다른 작가님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기존에 있던 그림책하고 다른,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할까요? 그림책 안에 진짜 그림이 온 거예요. 그게 참 충격이었던 거 같아요. 처음 작가님 책을 봤을 때.
김재홍 처음 그릴 때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을 일반 그림책처럼 만화 같이 할까 하다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경이 굉장히 사실적인데 인물이 그렇게 되면 좀 균형이 안 맞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평소에 하던 대로 했죠.
최선옥 그 당시에 화가가 그림책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슈였던 것 같아요.
김재홍 많지는 않았나 봐요. 사실 일러스트 하는 사람들도 화가죠. 그런데 내가 보니까 나는 그림책에서는 완전히 아마추어더라고요. 오랫동안 해 온 친구들은 대단해요. 초지일관 그쪽으로만 몇 십 년 가까이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저렇게 하니까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싶더라고요.
남정미 작가님은 지금도 그림책하고 일반 작품하고 같이 작업하시지 않으시나요?
김재홍 네 같이 하긴 하는데, 최근 이 년간 못했어요. 그림책, 동화책 삽화도 많이 그리고 책도 읽고 하다 보니까요.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현실을 그리다
염광미
어떤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나요?
김재홍 아무래도 『동강의 아이들』이… 사실 모든 작품이 다 나름대로 애착이 가요.
최선옥 최근에 만난 한 작가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본인의 답은 항상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김재홍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최근 출판된 『로드킬,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 그릴 때 정말 치열하게 그려서 애착이 많이 가요.
남정미 로드킬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작품을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김재홍 예전부터 이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워낙 심각하니까요. 이 책은 주제가 무거워서 처음부터 안 팔릴 것을 각오하고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한번 스쳐 봐주기만 해도 고맙겠다 싶었죠. 해야 될 필요가 있고 해보고 싶어서 한 거죠. 분단문제, 역사문제도 다루고 싶어서 이와 관련된 주제도 앞으로 작업할 거예요. 소위 안 팔릴 만한 책은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남정미
즐겨 보진 않겠지만, 이런 특별한 주제들은 그래도 관심을 많이 가질 거예요.
김재홍 그렇게 해주면 고맙죠. 그러면 보람도 있고, 용기도 생기고요.
염광미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되잖아요. 경각심도 느낄 수 있어야 되고요.
김재홍 지금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해요. 제가 낚시를 좋아해서 지방을 많이 다니고, 촬영 나가고, 스케치도 다니고 하는데, 도로에서 죽은 동물들을 한두 번은 꼭 봐요. 차들은 너무 빠르게 달리고, 우리나라 도로 구조도 잘못되어 있어요. 그리고 도로가 과다하게 생기는 것 같아요. 도로들이 산허리들을 다 끊어 가면서 흉물스럽게 계속 생겨나 산들을 다 잘라놓으니까 동물들이 이동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사고도 많이 생기는 거죠.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최선옥 후세에 우리가 바보였다는 것에 대해 비판받을 것 같아요.
염광미 아이들이 잘 알 수 있게 잘 안 팔리더라도 이런 그림책이 꾸준히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최선옥 『로드킬,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는 작가님이 먼저 제안하신 건가요?
김재홍 제가 주제를 정해서 출판사에 만들 의향이 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주제를 어느 출판사가 만들려고 하겠어요? 잘됐다 싶었죠.
남정미 전국의 많은 도서관에 들어갈 거예요. 일단 어른들이 읽어서 좋잖아요.
김재홍 저는 그림책이 꼭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것이 좋은 것이죠.
최선옥 그런 인식이 넓게 퍼져야 되는데 아직도 그림책 하면 글자 익히는 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김재홍 그래서 글 없는 그림책은 잘 안 팔리지요.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까지는 학습효과가 없으면 엄마들이 선택을 안 하니까요.

그림 작가의 꾸준함

염광미
작가님 작품을 보면 알 거 같은데요, 좋아하는 색이 따로 있으시죠?
김재홍 저는 딱히 뭐가 있다고는 생각이 안 드는데, 사람들이 초록색, 연두색 계통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옛날부터 에메랄드그린을 많이 쓰긴 했어요. 어려서도 그림 그릴 때 에메랄드그린을 굉장히 좋아하곤 했죠.
최선옥 작가님의 그림이 매우 사실적인데 세밀화 그려달라는 요청은 안 들어오나요?
김재홍 제 그림이 사실적이긴 하지만 세밀화는 아니에요. 세밀화는 정말로 안 보이는 데까지 세세하게 그려내는데, 그런 건 못하겠더라고요.
최선옥 작업하실 때 CG도 사용하시나요?
김재홍 아니요. 다 직접 그려요.
최선옥 저는 컴퓨터를 활용하실 줄 알았어요.
김재홍 제가 거의 컴맹 수준이에요.
최선옥 보통 작업은 언제 하세요? 시간을 정해놓고 하시나요?
김재홍 작업실에 10시 정도에 와요. 그리고 밤에 12시 정도에 집으로 가요. 이렇게 하니까 그림책 하나를 빨리 끝내는 거예요.
최선옥 집중력이 좋으신가 봐요. 남정미 집중력도 좋지만, 준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김재홍 네. 사람들이 준비성이 많다고 해요.
최선옥 그럼 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세요? 김재홍 필요할 때 가기도 하고, 평소에 모아놓은 자료들을 활용하기도 하죠. 쓱 스쳐지나가다가 나중에 필요할 것 같으면, 보관해 놓고 나중에
꺼내서 써요.
염광미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실 예정이신지요? 김재홍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역사 관련된 작품을 만들 계획이에요. 염광미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신 게 있으신가요?
김재홍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굉장히 어려웠던 시대를 다루려고 해요. 일제강점기부터 6.25 바로 직전까지요.
염광미 기대됩니다. 전시회는 또 안 하시나요?
김재홍 이번에 역사 관련된 작품을 하게 되면, 그걸로 전시도 같이 하려고 해요. 조금 큰 그림으로 한 장면씩 전시할 거예요. 이 작업은 몇 년 잡고서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면 제 작품들이 몇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염광미 상설전시요?
김재홍 저는 안 가봤는데, 거기 가보면 늘 있다고 하더라고요.
최선옥 확실히 작품의 실물을 볼 때 와 닿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김재홍 맞아요. 책으로 보는 것하고, 실제 그림을 보는 것은 많이 달라요. 실제 그림을 보게 되면 보다 푹 빠져 들게 되죠. 그래서 크게 그리려고도 해요. 그림이 작으면 그림과 관객 사이의 거리가 생기는데, 사람들이 큰 그림과 마주하
면 거기에 푹 파묻히게 되죠.
염광미 전시회에서도, 책으로도 작가님의 작품을 더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그림 많이 그려주
세요.





김재홍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생각을 꾸준히 펼쳐 왔다. 2004년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로 ‘에스파스앙팡상’을, 2006년 『고양이 학교』로 ‘앵코뤼티블상’을, 2007년 『영이의 비닐우산』으로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동강의 아이들』, 『숲 속에서』, 『영이의 비닐우산』, 『쌀뱅이를 아시나요』, 『고양이 학교』 등많 은 책의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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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뜨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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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뜨락 그림책 목록 제 1호 - 동강의 아이들
5월... 도서관 어린이 독서회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이 그리신 책들을 읽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기사도 같이 잘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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