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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만난작가] 만화가 조주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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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0 11:07 조회 15,68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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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남의 공통분모는 국어교사 그리고 만화를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만화를 즐겨 보는 교사가 만화를 즐겨 그리는 교사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다. 만화 『키친』의 조주희 작가는 (지금은 휴직 중이지만) 현직 교사이자 만화가다.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개의 삶 사이에 그려진 밑그림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정   리  서정원 기자


교사가 먼저? 만화가가 먼저?

박혜경
원래 만화가가 되고 싶으셨나요?
조주희 계속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왕지윤 공모전 당선이 2001년이었는데, 부임한 해에 된 건가요?
조주희 아니요. 학교에는 99년도에 부임했고, 2~3년 있다가 됐어요. 전 그림을 잘 못 그렸어요. 공모전에 당선되었을 때 독자들의 항의도 빗발쳤어요. 어떻게 이렇게 못 그리는 사람이 됐냐면서요. 전에 언더만화 웹진 <화끈>이 있었어요. 일종의 동인지 같은 거죠. 저는 거기서 자족적인 만화를 했었어요. 거기서는 자기 스타일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 스타일 그대로 쭉 가는 거예요. 그것도 좋긴 한데 저는 잘하지 못하는 편이기도 했고, 거기서 만족하면서 있기에는 약간 아쉬웠던 거예요. 제 스스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훈련하고 싶어서 처음 공모전에 참가했죠. 우연히 제 작품을 좋게 봐줘서 당선이 됐는데 말이 많았죠.



박혜경 <교육희망>의 「조선생의 땡땡이 만화」나 『어깨동무』의 「교문 안 이야기」를 보면 명랑만화체인데요, 『키친』은 그래도 약간 사실적이에요. 지향하는 작품 스타일이 있나요?
조주희 웹진 <화끈>에 있을 때는 명랑 톤이었다가 점점 극화로 가고, 순정만화처럼 그리기도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만화가 장편 극화체라서 계속 훈련을 했죠. 계속 연습하고 하다보니까 『키친』에 이르렀던 거예요. 단편 연재도 하고, 계속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박혜경 『키친』이 음식에 대한 만화잖아요. 평소 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나요?
조주희 그게 오해예요. 제가 요리를 너무 못해서 한이 쌓여서 요리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뭐 배우기 전에 책부터 보는 사람이요. 바둑 두기 전에 바둑책 보고, 골프 치기 전에 골프책 보는… 저는 요리하기 전에 요리책을 보면서 ‘오, 이거 재밌네.’ 했어요. 그러다가 이걸 만화로 그려보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왕지윤 만화를 그릴 때 읽을 대상을 염두에 두시는지요?
조주희 예. 『키친』 같은 경우는 20~30대 여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렸어요. 사실은 거의 제 만족적인 거였어요.
왕지윤 사실 『키친』의 에피소드들은 아이들의 정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주희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키친』을 하면서 제 어렸을 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왕지윤 선생님의 만화를 보면, 가족만화 같은 느낌이 약간 묻어나서, 다음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선생님의 아이들이나 지인들이 사생활이 노출 되는 것에 대해 염려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없으신가요?
조주희 고민 많았어요. 어렸을 때 이야기를 대놓고 한번 해볼까 이런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왜냐면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들 얘기를 하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그래서 지인 이야기는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것만 하고, 정말 상처가 될 수 있는 건 아예 바꿔 버렸어요.


지금은 스토리 작가

왕지윤
혼자 작업하시는 편이신가요?
조주희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어시스트나 문하생을 한 번도 둔 적이 없고 처음부터 다 제가 했어요. 지방에 옮겨 다니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왕지윤 최근에 『밤을 걷는 선비』를 작업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림은 안 그리시고, 글만 쓰시더라고요. 어떻게 이 작업을 하시게 되셨나요?
조주희 출판사 팀장님, 저, 그림 작가 한승희 씨 이렇게 셋이서 만든 공동 작품이에요. 출판사 팀장님이 저희를 묶어주셨죠. 원래 스토리 쓰시는 분이 계셨는데, 못하시게 되고 작가를 구하던 중에 제게 기회가 온 거죠. 영화나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스토리를 써달라고 했는데, 어려운 일이라 엄청 고민했어요. 기획단계도 길었어요.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승희 작가님 그림이 고전 쪽으로 화려한 편이라서 사극이 좋을 것 같았죠.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극적인 전개여야 되고, 어느 제작사가 보더라도 콘셉트가 좋아 관심가질 만할 걸 생각해 봤어요. 뱀파이어물은 현대 배경은 많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건 없지 않을까 싶었고, 책쾌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보였어요. 책쾌를 연구하신 교수님이 계신데 작품에 대해서 기획하는 시기에 그분 책이 막 나와서 책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었죠. 그래서 조합을 시도했어요.
왕지윤 『밤을 걷는 선비』는 몇 권까지 내는 걸로 계획된 게 있나요?
조주희 15권 정도 될 것 같아요. 스토리상으로는 지금 5권까지 나왔어요. 여름까지 다 쓰려고요. 그림 작가 분은 아마 내년까지 하셔야 될 거예요. 더 걸릴 수도 있어요.
왕지윤 작업을 하시다 보면 출판사 편집장이랑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없나요?
조주희 그런 거 없어요. 저는 무조건 바꿉니다. 장편을 처음 하는 거라 아직 노하우가 없어요. 스토리 쭉 써놓고 달리기 하듯이 하면 안 되고, 완급 조절을 잘 해야 하더라고요. 재미없으면 계속 바꿨어요. 바꾸면서 1년 반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이제 누가 봐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수준까지 온 게 지금이에요. 저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말해달라고 해요. 여긴 내 영역이니 건들지 마 이런 게 없어요. 재미없다면 맞춰야죠.
박혜경 스토리를 쓸 때는 소설처럼 쓰시나요?
조주희 아니요. 만화 스케치 하듯이 해요. 동작이나 표정을 자세하지 않은 밑그림 상태로 그려요. 제가 못 생긴 얼굴로 그리면 그림 작가가 예쁜 얼굴로 바꿔줘요. 그분이 워낙에 잘 그리시는 분이라서 제가 그분 등에 업혀서 하고 있습니다. (웃음)


교사의 일상에 만화가를 포개다

박혜경
<교육희망>에 「조선생의 땡땡이 만화」 연재하시잖아요.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전혀 같은 분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어깨동무』의 그림을 보고 알았어요.
왕지윤 굉장히 오랫동안 연재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조주희 조금 있으면 200회라고 하더라고요. 책으로 묶어 준다고 하더라고요.
왕지윤 「조선생의 땡땡이 만화」나 『어깨동무』는 같은 교사가 봐도 공감 가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만화를 보면 ‘교육계가 그렇지, 현실이 이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뭔가 착잡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예술영화를 본 느낌이 들었어요.
박혜경 저는 두 만화를 보면서 뭔가 저희랑 비슷하게 좀 잘 못하고 모르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봤어요. 가르치려고 하는 만화가 아니라 같이 고민하려고 하는 만화라서 공감이 많이 갔어요.
조주희 저도 아는 게 많지 않아서요.
박혜경 『어깨동무』에서도 <교육희망>에서도 학교 묘사할 때 보면, 이건 선생님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생님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궁금해요.
조주희 학교생활이 만화와 비슷해요. 잘하지 못해서 제가 맡는 반은 점점 엉망이 되어 갔어요. 카리스마가 없어서, 아이들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어요.
왕지윤 1년이 지나면 복직을 하셔야 한다고 하셨는데, 가정생활과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들잖아요. 그렇게 되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조주희 실은 정말 고민이 많이 돼요. 만화만 그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직도 해야 할 것 같고. 지금은 그냥 만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어요.
박혜경 혹시 학생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조주희 학생 만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었는데, 교직에 있을 때는 역시 그 불편함이 있잖아요.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박혜경 『어깨동무』에 나오는 학생의 에피소드도 좀 있잖아요. 학교에서의 경험들이 반영된 게 아닌가요?
조주희 사실 그 책에 나온 학교 이야기는 제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아요.
박혜경 그러면 교단일기 같은 걸 그려보고 싶은 생각은 해 보신 적 없나요?
조주희 네.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근데 실시간으로는 못 쓸 것 같아요. 어제 있었던 일을 오늘 만화로 만드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묵혀 놓았던 걸 좀 가공해서 나중에 쓸 수 있진 않을까 싶어요. 제가 교사로 돌아가고 싶어서 복직을 하고 싶은 건지,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복직을 하고 싶은 건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웃음)



지속 가능한 만화가의 삶

왕지윤
어떤 책에서 원래는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이 많다고 고백한 내용을 봤는데요, 교직 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얘기도 많이 해야 되잖아요. 어떠셨나요?
조주희 섞여 있는 것 같아요. 교직 생활할 때는 외향적으로 하는 편이고, 그림 그릴 때는 사람들을 안 만나고 조용히 있어요. 지금 6년째 휴직 중인데, 거의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요. 아이 돌보는 거랑 일밖에 없어요. 익숙해지니까 괜찮아요.
박혜경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만화 그릴 시간을 갖는 게 힘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조주희 희한한 게 아이 낳기 전에는 만화도 절박하지 않았어요. 물론 잘 그리면 좋겠지만 구태여 힘을 내려 하지 않는 상태가 꽤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까 내 인생이 끝이구나 이런 느낌이 확 드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절박하게 그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지금 만화를 그리지 않으면 영원히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든 거죠.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만화책 하나 제대로 나온 게 없었어요. 연재하는 것도 없고, 그냥 띄엄띄엄 끊이지 않고 했지만,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뭔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직을 하고 『키친』을 그리기 시작했죠.
왕지윤 앞으로도 요리만화는 계속 그리실 건가요?
조주희 이제 요리만화는 양심상 못하겠습니다. 요리를 못하니까요. (웃음)
왕지윤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조주희 꽤 넓은 카페에서 일해요. 오래 앉아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진짜 넓은 카페의 구석자리에서 일해요. 다른 사람들은 모여 앉아 수다 떨고 있는데, 혼자 구석자리에 앉아서 ‘나는 이렇게 재밌는데, 아무도 모를 거야’ 하면서 즐겁게 작업을 해요. 옆에서는 고생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일할 때가 좋아요.
박혜경 만화가들은 대체로 자유직업이니까 생활이 좀 불규칙하지 않나요?
조주희 저는 절대 밤을 새지 않아요. 대신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일해요. 아이들 때문에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밥도 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왕지윤 요즘은 만화를 소장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고, 또 웹툰의 경우 신인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수익이 불안정해서 어렵다고 하는데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조주희 물론 돈을 많이 주면 부담이 없긴 해요. 근데 저는 거기에 대한 불만은 없는 게 저는 딱 그 정도 수준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역시 고민하게 만드는 건 시스템 자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지금 종이책 만화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웹툰으로 넘어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또 지금은 저 혼자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도와주는 사람을 쓰긴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느 정도 생계가 유지되는 만화를 하려면 거기에 부합하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도 해요.
왕지윤 계속 고민이 되시겠어요. 오늘 이야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만화 기대하겠습니다.


조주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전공. 서울 목일중학교 국어 교사(현재 휴직 중). 2001년 서울문화사 ‘윙크 신인공모전’ 신인상 수상으로 데뷔.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여행만화 ‘세계 유람쥐’ 연재. 만화잡지 <팝툰>에 ‘시간 여행보고서’, ‘오로의 카페’ 연재. 윙크에 ‘키친’ 연재. 지은 책으로 『독서클럽 1~3』글 완결, 『키친1~7』글・그림 완결, 『밤을 걷는 선비 1, 2』 글 미완결, 『어깨동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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