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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부모 명예사서]아이들을 품고, 함께 성장하다 ― 신대림초 학부모 명예교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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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1 23:08 조회 7,5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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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누는 마음, 변하는 아이들
똑똑… 도서실 문을 열며 들어오는 작은 아이. 얼굴도 제대로 들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그 자리에 서 있던 아이. 그렇게 그 아이와 만났다. 멘토와 멘티로. 억지로 손을 이끌었더니 책상 밑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의자에 앉은 나는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책상 밑으로 내리고 아이랑 얘기하는 그런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아이랑 헤어졌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아이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책을 읽어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랑 친하게 되는 게 우선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 막막한 첫 만남을 뒤로 하고 관심도 없이 산만하게 다른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해 보는 거야! 잘 할 수 있어!”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 이후로 기적처럼 변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읽는 책도 한 권에서 두 권으로 늘었고, 지금은 너무 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겨우 달래서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글자도 잘 모르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려운 글자도 척척 읽어서 나를 놀라게 한다. 두껍고 글자가 많은 책을 골라와 읽어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솔직히 난감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듣는 아이의 눈을 보며 읽어준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짧은 시간의 책 읽기였지만 관심을 주고 마음을 나누니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를 보며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비록 그림 많고 글자 적은 책이었지만 서툰 목소리로 아이가 직접 책을 읽어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어주는 그 모습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책이랑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 아이의 삶 속에서 어느 한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기쁨이고 보답인 것 같다. 아이들은 변한다. 단단한 벽처럼 보이지만 경계하는 맘을 두드리며 마음을 주고 사랑을 주면 언제든지 다정하고 반갑게 달려와 안기는 그런 아이들로 말이다.



명예교사 어머니들의 보람 독서 줄탁 멘토링 활동
내가 처음 학부모 명예교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딸아이가 신대림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5년 전이다. 아이 친구 엄마의 권유도 있었고, 평소 책을 좋아하며 즐겨 읽던 터라 지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한 책을 정리하는 활동만 했었다. 지금은 멘토링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활동이었다.

서울 서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의 독서 줄탁 멘토링 연수 과정을 통해서 이론적으로 조금 인지한 것뿐, 관련된 지식 없이 시작했다. 내 아이에게 책 읽어 주듯이 책만 읽어 주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했던 멘토링이 그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활동이 되었다. 해마다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내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그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딸아이는 도서실에 가서 책 읽는 것을 즐거워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학교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다독왕이 되었다.



우리 신대림초등학교에는 학부모 명예교사 활동이 많다. 평상시는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한 책을 정리해주는 도서실 봉사를 하고, 새 책이 들어올 때는 사서 선생님을 도와 책 라벨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 해마다 열리는 도서바자회를 통해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고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검소함을 알려주는 알뜰바자회의 헌책 판매도 하고 있고, 여러 작가들과 책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발견하는 도서축제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그리고 사서 선생님과 지역전문가 복지사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연계해서 활동하는 ‘독서 줄탁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멘토 어머니와 멘티 아이가 1:1 관계가 되어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다. 책을 읽고 독후 활동도 하고, 정기적인 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이 활동을 하게 되면 KACE 서남협회에서 하는 입문과정, 심화과정으로 나눈 두 번의 독서 줄탁 연수를 이수할 수 있다. 그 외의 독서 줄탁에 관한 여러 가지 교육들을 받는다. 이론적인 것과 함께 북아트 만들기, 캐리커처 그리기, 에니어그램을 통한 자기 발견 과정 등, 그밖에도 여러 가지 교육을 해마다 다르게 받는다. 그런 교육들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 기쁘다.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배움의 과정이 즐겁다. 함께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는 다른 명예교사 어머니들도 함께 느끼는 즐거움이다. 이런 모든 과정들을 지나는 동안, 책 읽기를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도서실, 멘토가 되다
학부모 명예교사는 순수한 자원봉사이다. 그러기에 내가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된다. 그래야 온전히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모두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듯이 그렇게 내 아이와 함께 다른 아이들도 가슴에 품고 잘 자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 멘토링을 받는 아이들은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내 아이가 책이랑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서 내가 더 큰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고 말이다.
오늘도 나는 신대림 도서실로 간다.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예쁜 눈을 반짝이며 오늘은 어떤 책으로 여행을 하게 될까 기대하고 있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또 언제나 사랑으로 멘티 아이들을 품어주는 신대림 독서 줄탁 명예교사 어머니들은 함께 봉사하는 동료며 친구며 또한 나의 멘토들이다. 그 멘토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도서실 활동을 할 수 있는 학부모 명예교사를 아직도 하고 있다. 커다란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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