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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눈물 흘려라 맘껏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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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5:12 조회 6,57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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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의 눈물
허브 중에 ‘유칼립투스’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다 한다. 대부분의 허브는 그 자체에서 향이 나는데, 이 친구는 잎을 찢어야 향이 난다고 한다. 허브는 기름주머니가 터져야 향이 나는데 다른 허브와는 달리 ‘유칼립투스’는 기름주머니가 잎의 세포 조직 안에 있기 때문에 찢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향이 난다고 한다. 아픔이 있어야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고 한다.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다. 두렵고 불편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방어기제라 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신경증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성숙하게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방어기제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 더 평화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사실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경험의 강을 건너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충분히 아팠고, 넉넉하게 울었기에 세상을 평안하게 살아가면서 은은한 향내를 품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고통과 함께 맘껏 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한 걸음만 뒤에서 바라봐 주세요
어느 날 상담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새로 함께 근무하게 된 젊은 남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상담실로 뛰어들어왔다. 키가 크고 잘 생긴 그 친구는 ‘선생님!’ 하고 외치더니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벽을 향해 머리를 들이받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서 울다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기도 하였다.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당황하면서 그 친구에게 휴지도 갖다 주고, 물도 떠다 주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지금 물 주지 마세요. 체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마세요. 그냥 혼자 울게 놔두세요.”
선생님은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그래도 뭔가 그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몸짓으로 서 계셨다. 선생님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부탁 하나 할게요. 지금 이 친구 담임선생님께 가서 이 친구가 상담실에서 울고 있어서 오늘 아침 학급 조회에는 못 들어갈 것 같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그리고 그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보고 오세요.”
학생은 계속 울고 있었고 젊은 선생님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셨다. 잠시 후에 선생님은 돌아오셨고 학생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나는 상담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친구를 일으켜서 푹신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여기저기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서 ‘조금 더 쉬어라’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의자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멍하니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뭘 하시던가요?”
“의외로 당황하지 않고 그냥 편안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에게 엑티브로 쪽지를 보내더라구요. 제가 궁금해서 여쭤보니까 그날 그 반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에게 ‘오늘 우리 반 친구 누구, 레드 코드 발령입니다. 수업에 들어가실 때 한 걸음만 뒤에서 바라봐 주세요.’ 내용으로 보내는 쪽지라고 하더라구요. 가만히 학교 상담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니 참 좋은 시스템인 것 같더군요.”

나는 선생님을 향해 빙그레 웃고 난 후 이번엔 학생에게 물었다.
“상대가 누구냐?”
학생은 ‘엄마요’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너의 엄마에게 너 학교에 잘 왔다고 전화해도 괜찮겠니?’라고 물어보았다. 학생의 허락을 받은 뒤 나는 학생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상담실장입니다. 아드님 학교 잘 왔습니다. 예. 걱정이 많으셨겠네요. 학교에 있는 동안 저희들이 잘 돌보겠으니 다른 일 일어날까봐 걱정 마시구요. 아! 아니에요, 어머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 말씀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 친구에게 직접 들어볼게요. 에이, 죄송하기는 뭐가 죄송해요. 어머니도 아침 식사 거르지 마시구요.”

다 울고 난 친구가 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에 나에게 들려준 사연은 이런 것이었다. 중간고사 성적이 무척 많이 떨어졌고, 어머니는 그 이유가 여자 친구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어머니 말씀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 친구는 여자 친구와 헤어질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첫사랑이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그래도 헤어져야 할 것 같아서 이별을 통보해야 하는데, 차마 만나서 그 이야기를 할 용기가 없어서 휴대폰 문자로 이야기하기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결심을 한 날 아침, 어머니가 휴대폰을 압수해버렸다고 한다.

휴대폰으로 계속 여학생과 문자를 하는 것을 본 어머니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별 통고를 할 수단을 엄마에게 빼앗겨버린 이 친구는 엄마와 티격태격하다가 화가 났고 급기야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욕설을 엄마에게 쏟아부어버린 것이다. 상담실로 뛰어든 이유는 바로 그 ‘욕설’이었다. 엄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상담실에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 감정이 올라와서 운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상담실에 오기 전까지 울음을 참고 또 참은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공부해보겠다고 학교에 힘겹게 등교한 것이다.

나는 그 후에 다섯 차례 그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였고, 두 모자는 화해와 더불어 새롭게 깊은 만남을 갖게 되어 내 마음까지 훈훈해졌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상담 사례와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장면을 이야기하려고 여기까지 이야기를 끌고 온 것이다.

우는 아이와 함께 걸어가 주세요
“선생님, 정말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상황 파악을 잘하십니까?”
젊은 남선생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나도 웃음을 지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제가 선생님 나이 때는 휴지를 주고, 물을 떠다 줄 생각도 못했어요. 선생님은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상담교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요, 선생님. 혹시 오늘 상황 보고 슬프지 않으셨나요? 전 많이 슬펐습니다. 학교란 공간이 참 넓은 곳이잖아요.

그런데요, 학교는 학생들에게 울 자리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어요. 선생님, 우는 아이와 울음을 참는 아이, 어느 친구가 더 슬프세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쉽게 울지 못해요. 슬퍼도 억울해도 울지 못해요. 그냥 울고 싶은 것인데, 해결해달라는 거 아닌데, 옳고 그름 판단해달라는 거 아닌데, 그냥 울고 싶고 화내고 싶은 것을 교사들이 받아주질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울음을 참으면서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울음은 가슴에서 완전히 없어질까요? 그 울음이 씨앗으로 남았다가 어떤 괴물로 자라날까요? 저는요, 그래서 울 자리 하나 만들고 싶어서 학생들에게 말했어요. 꼭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답답할 때 상담실 와서 마음껏 울고 가라. 괜찮다. 울다 지치면 조금 쉬었다 가라.

그것도 상담받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선생님께서 보신 것처럼 담임선생님께는 아이에게 쉴 마음의 여유를 주는 작업을 부탁드리고, 각 교과 담당 선생님께는 그 친구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쉴 시간을 주셔달라고 부탁을 드린 거예요. 학교는 달려 나가고 높이 올라가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기다리는 법도 익힐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아직 우리 세대가 그런 생각들을 현실로 옮기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선생님, 선생님처럼 젊은 분이 앞으로 상담의 길을 걸어가시려면 말이에요. 좀 더 학생들이 울 자리 많이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앞에서 끌고 가지 마시고 반 걸음 정도만 뒤에서 우는 아이와 함께 걸어가 주세요. 그러다가 그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뒤돌아봤을 때 지금 선생님의 미소를 보여주세요. 그게 상담이에요.”

선인장의 눈물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이 있다. 선인장은 메마른 사막을 살아내기 위해서 잎 대신에 가시가 있다. 가늘고 날카롭고 뾰쪽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선인장. 그런데 선인장의 껍질을 벗겨보면 그 안에는 많은 수분이 있다. 그것은 눈물이다.
나는 그 선인장을 바라보면서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떠올린다. 하나의 교실에 돼지 삼사십 마리를 한꺼번에 집어넣고 열두 시간 이상 살게 하면 그 돼지들의 성격은 어떻게 될까? 아니 생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은, 저 이팔청춘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지내고 나면 삶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어른들은 가르친다. 과연 그것은 절대적으로 맞는 말일까? 학생들이 모를까? 안다. 알기 때문에 사방을 향하여 가시를 세우고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고슴도치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학생들의 마음에는 눈물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서, 외로워서, 사랑받고 싶어서…, 해결해달라거나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표현…. 눈물, 그것을 다 뿜어내서 청소년들의 마음밭에 평안함과 세상과 미래에 기대감이 가득 채워지는 시간과 만나길 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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