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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자격증 버리고 짱돌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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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4:06 조회 6,5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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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제로, 사서교사 없는 나라, 우리나라 슬픈 나라“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대한민국 전체를 분노의 도가니로 만든 공지영소설 『도가니』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대한민국 학교도서관의 현실을 떠올렸다. 2011년 9월 16일,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전국의 예비 사서교사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발표된 내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에서 사서교사 임용인원은 단 1명이었다(1명의 선발인원 또한 증원이 아닌 타지역 전출에 따른 결원보충이다). 2011년 임용인원은 0명이었다. 2년 동안 대한민국 전체에서 단 1명의 사서교사를 선발하는 임용고사, 가히 ‘대통령 선발시험’이라고 할 만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핵심요소가 독서교육임을 인정하고, 학교도서관이 독서교육의 중심임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2003년부터 시작된 ‘제1차 학교도서관활성화사업’의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의 중요한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가동의하는 진실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에게 당연한 진실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의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지식정보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서교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인 것이다. 우리 학교도서관인은 스스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비정규직 사서의 땀과 눈물로 먹고사는 학교도서관
학교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는 교사다. 학교에는 당연히 교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학교도서관 설치율이 98.4%로 11,000개 이상의 학교도서관이 설치되어 있으나, 사서교사는 724명이 임용되어 겨우 6.6%의 학교에서만 사서교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10,000 개 이상의 학교도서관에는 비정규직 사서가 근무하거나, 아예 전문인력 없이 학부모자원봉사자와 도서부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통한 학교교육은 아이들에게 문제해결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그리고 탐구력을 길러준다.”,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의 중심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000개의 학교도서관에 겨우 724명의 사서교사만 근무하고 있다면 나머지 학교도서관의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은 어떻게 외형적으로나마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비정규직 사서들의 땀과 눈물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사서교사가 단 724명임에 비해,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사서의 수는 4,426명(2010년 기준)이나 된다. 사서교사의 여섯 배나 된다. 지난 10년간 학교도서관은 이들 비정규직 사서의 땀과 눈물을 영양분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 들이 ‘사서선생님’으로 호칭하는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의 대부분은 사서교사가 아닌 비정규직 사서들이다. 이들 비정규직 사서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사서교사’, ‘회계직 사서’, ‘계약직 사서’, ‘사서보조’, ‘사서’, ‘학교도서관 담당인력’, ‘보조인력’ 등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실체는 사서자격증을 가진 ‘비정규직’일 뿐이다. 최후의 자존심으로 우리들은 스스로 비정규직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회계직 사서’, ‘사서’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사서e마을’의 게시판을 보면 ‘225일 계약직 또는 275일 계약직’의 의미를 묻는 질문과 ‘방학 중 근무 또는 휴무’의 급여 지급에 대한 질문을 무수히 볼 수 있다. 이런 신분의 한계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학교장과 담당교사는 도서관에 적합하지 않은 골프 또는 인테리어 관련 도서를 구입목록에 포함하는가 하면, 학생들을 위해 사서가 선정한 도서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빼버린다. 사서가 도서관을 활용한 행사를 하려고 하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거절하거나, 아예 ‘대출반납’과 ‘청소’만 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해도 눈치 빠른 아이들은 교사가 아님을 알고서 무시하는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낮은 급여와 비정규직 사서라는 불안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에 대한 사랑과 올바른 도서관문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학교도서관을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켜왔다. 학교도서관이 성장하고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면 사서교사가 배치되고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자격증을 갖춘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힘든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무자격자를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독서지도사’, ‘퇴직교원’, ‘학부모도우미’를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으로 명시하고 채용하라는 공문이 일선 학교에 보내지고 있다. 비정규직 사서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땀과 눈물로 만든 학교도서관이 이제는 ‘무자격자’에게 넘겨지는 상황까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과 교장선생만 모르는 학교도서관의 허상
2011년 대한민국 학교도서관의 실상은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도서대여점’에 불과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3년 ‘학교도서관활성화사업’ 이후 3,000억원 이상을 학교도서관에 지원하였으며, 이를 통해 학교도서관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밝고 쾌적한 조명과 최신 디자인의 서가와 책상이 학교도서관을 장식하고 있다. 서가에는 새로 구입한 책들이 학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일부 학교도서관으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사서교사로 대표되는 전문인력들이 학교도서관을 담당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학교도서관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도서관의 변화된 모습을 다음과 같이 수치로 홍보하고 있다.

• 학교도서관 설치율: 2002년 80.4% ⇒ 2010년 98.4% (18.0%↑)
• 학생 1인당 장서수: 2002년 5.5권 ⇒ 2010년 16.4권 (10.9권↑)
• 이용자수: 2002년 1일 평균 75명 ⇒ 2009년 121명 (46명↑)

그러나 학교도서관의 이런 변화는 외형적 부분으로 한정되어 있다. 대출이 증가하고 도서관 이용이 증가하는 양적인 발전만 있을 뿐 교육적 역할 수행이라는 질적인 발전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서교사의 배치를 외면하고 비정규직 사서를 양산한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의 문제는 학교도서관의 내적 붕괴로 구체화되고 있다. 아래는 학교도서관 담당교사와 학부모도우미 들이 경험한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 우리 학교도서관은 게임방이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와서 게임 다운받아서 하고 간다. 책도 많지 않고, 정보를 제공해줄 사서도 없다.
▶ 수서목록에 문제가 많다.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검토하는 회의도 없다. 골프 관련 책이나 영업자들이 추천한 전집류가 들어와 있다.
▶ 리모델링한 후 서가가 너무 높아져서 책을 뽑아 볼 수도 없다. 창문 위부터 천정까지 서가를 만든 것이다. 사서가 있어서 서가의 위치나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 학부모도우미로 가서 사서와 함께 도서관 청소를 했는데, 교장선생님이 와서 사서가 할 일을 학부모에게 시켰다고 학부모 앞에서 야단을 쳤다. 다음해 계약조건에 ‘청소는 사서가 한다’는 조건을 달겠다고 했다. 사소한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불안한 환경에서 사서가 제대로 역할을 하겠는가?
▶ 우리 학교는 사서가 없고 도서관담당교사만 있다. 신임교사가 담당이 되었는데 오자마자 책 100종을 구입해야 하는데, 목록을 어떻게 선정할지 당황하며 내게 부탁했다. 학교에서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 아이들이 도서관에 거의 오지 않는다. 너무 좁아서 도서관 수업도 불가능하고, 일에 지친 사서가 아이들을 환대하지 않는다. 사서는 아이들이 책 찾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 학부모도우미들이 사서와 의논해 책 읽어주는 시간을 만들고, 좋은 책을 검토해 수서목록도 만들고 노력하여 아이들이 가고 싶은 도서관이 되도록 힘썼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학부모들이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 학기 초 업무분장을 하게 되면 학교도서관 담당업무는 기피업무 0순위다.
▶ 독서행사를 기안해서 제출했더니 담당교사가 대출반납과 청소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 수업과 학생지도를 위해 도서관을 개방하기 힘들어 교장선생님에게 보고했다. 그냥 시간 될 때만 열어두면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학교도서관의 이런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2008년 도서관연차보고서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학교도서관의 기능 활용이 아닌, 학교도서관 시설만을 활용한 경향이 있어 본질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 2011년 학교도서관 시행계획에서도 “학교도서관 이용자, 이용시간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학교도서관의 이용서비스의 질 및 양이 모두 미흡”하고, “학교도서관에 대한 체계적 이용교육과 이용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스스로 학교도서관의 변화가 외형적 변화에 그치고 있으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의무배치하라!
학교도서관은 도서대여점이 아니다. 우리 학교도서관인들은 전문직으로서 학교교육에 종사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된다면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정원이 부족해 올해는 TO가 없지만 앞으로는 많아지겠지.”, 이런 기대를 하며 열악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을 위해 헌신해왔다. 10년의 노력을 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2년 연속 사서교사 TO 0명, 계속되는 비정규직의 불안한 신분, 100만원 남짓한 최소한의 급여, 그리고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당국의 냉대이다. 이런 현실에 낙담한 후배들은 차라리 사서교사 자격증을 반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학교도서관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사서교사 배치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학교도서관운동네트워크 등이 힘을 모아 거의 해마다 사서교사 배치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한다. 또한 예비사서교사모임을 비롯한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서교사 임용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학교도서관포럼에서 사서교사 배치를 위한 토론회 개최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서교사들의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성과들이 언론에 보도되어 사서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많은 시민단체들이 사서교사 배치에 동조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으며, 2008년 안민석 국회의원실에서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경기도의회에서는 학교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의 통과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도서관의 내실 있는 발전, 그리고 교육적 기능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요소가 사서교사 의무배치다. 학교도서관인, 그리고 도서관인 모두가 ‘사서교사 의무배치’를 최우선 명제로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치열해져야 한다. 그리고 집중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진실을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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