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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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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8:18 조회 8,2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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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기적』
수지 모건스턴 지음_첸 지앙 홍 그림_최윤정 옮김
바람의아이들_2010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J군1)에게
이제 약속된 다섯 번째 편지를 마지막으로 보내게 되었구나. 처음 시작도 그러했지만 마지막으로 어떤 그림책을 소개해야 할까도 내겐 커다란 고민이었다. 물론 이번의 선택도 내게 다가오는 책으로 정하게 되었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글 한 자도 쓰기가 어려운 법이기에 말이지.

오늘은 수지 모건스턴이 쓰고, 첸 지앙 홍이 그린 『내 꿈은 기적』2)을 골랐단다. 그림을 그린 첸 지앙 홍은 본디 중국인으로 커다란 붓을 사용해 수묵담채화로 그림을 그려 우리에게 더욱 다가오는 그림책이라고나 할까. 기적을 이루려는 마음이 간절해서인지 이 책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340mm×300mm이니, 펼쳐서 보면 가로가 680mm나 되어 한 반 정도의 학생에게 직접 펼쳐서 읽어주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이라 할 수 있지. 이 정도로 크니 집에 있는 서가 어디에도 보기 좋게 들여 놓을 수 없는 골치 아픈 책(?)이기도 하지. 책과 함께 꽂아 놓을 수 없고, 책들 위에 얹어 놓아야 하는 가로 눕는 책이라, 유독 내 눈에 띌 수밖에….

그러나 단지 이 그림책의 크기만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어.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기억나서였지. 요즘 젊은이들이 꾸는 꿈은 꿈이 아니라는 거야. 즉 꿈이 들어가 자리 잡을 곳에 차디찬 현실이, 알맹이 없는 스펙3)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었어.

교사 노릇하며 학교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꾸는 꿈을 들어보게 되지.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좋은 학교(?) 가서 좋은 스펙 쌓아서 대기업에 들어가 넉넉한 임금 받고 예쁜 마누라 얻어서 좋은 차도 사고 좋은 집도 사는 것이지요. 돈도 있고 시간도 나면 세계여행을 다니며 병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지요.”4) 이게 바로 우리 다음 세대의 꿈이라는 것이지. 그래서인가 이 시점에 『내 꿈은 기적』이 기적처럼 나에게 다가온 것인가 보다.

『내 꿈은 기적』에는 한 소년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이 소년에게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 이 질문에 소년은 검사, 판사, 의사, 변호사라고 아무렇게나 대답해. 소년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지. 소년은 햇볕이 따뜻하게 비쳐 드는 오늘 아침 해를 품으며 뭘 해야 할지 알게 돼. 그럼 해를 품은 소년의 꿈을 한번 들어볼래.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들의 멋진 합창을 듣고 싶다. 레모네이드 한 잔으로 아픈 사람들을 다 낫게 해 주고 싶다. 나한테 잘못한 나쁜 사람들을 다 용서하려고 노력할 거다.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해서 옳지 않은 일이 없어지게 할 거다. 빗발치는 돌멩이를 멈추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게 할 거다. 반대하는 사람은 구석에 가서 벌서라고 할 거다. (중간생략) 비밀이란 비밀은 다 알아내서 억울한 일이 없어지게 하고 싶다. 엄청 커다란 빵을 구워서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와서 나눠 먹을 수 있게 할 거다. (중간생략) 분노의 불길을 꺼 버리고 홍수의 물길을 멈출 거다. 그러니까 내가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 거냐면 신이 되고 싶은 거다. 세상을 지금보다 좀 낫게 만들기 위해서.”
이러한 꿈을 꾸고나서야 소년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러려면… 우선 책 읽는 거부터 배워야 할 거 같다.”
마지막 장면은 책에 파묻혀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소년의 뒷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지.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보아 소년이 꽤나 오래 책을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무조건 열심히 공부만 하면 꿈이 절로 찾아지는 것인 양 말해지는 우리의 현실이 있어. 이러한 현실이 “배우고서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는다면 위태롭다5)는 논어 위정편의 말을 생각나게 하네. 우리의 교육은 그저 배우게만 하고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 같기에 말이지.

이제부터 교사인 나도 꿈을 꾸어야겠다. 세상을 한층 더 낫게 만드는 이들을 키워내는, 가르침과 배움이 충만한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이제부터라도 나도 친구들과 책 읽기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6) 그럼 군 생활의 평안을 빌며 이만 펜을 놓는다.

1) J군은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제자의 이니셜이다. 98년 익산 N고에서 1학년 담임을 할 때 책 읽는 수준과 글 쓰는 솜씨가 눈에 띈 학생이었다. 학급 신문과 문집을 만들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친구가 군목 훈련 중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필자는 답장을 이 글로 대신하고 있다. 작년 군대 가기 전 필자와 함께 ‘전북 동화홀씨’ 그림책 모임에 참가하여 그림책의 세계를 맛보기도 했다. 지금은 소설가(『그녀를 찾습니다(랜덤하우스코리아, 2011)』)로, 다음과 같이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다. “전라도 한적한 시골, 평평한 땅에서 태어나 들판을 뛰놀며 자랐다. 마을 너머를 밟고 온 형들을 질투하며 그보다 더 멀리 지평선 닿은 곳까지 가리라 다짐했다. 연세대와 장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땅 끝보다 사람에게 가는 길이 더 멀다는 걸 알고는 그 길에 발을 올리기로 했다. 소설 쓰기와 목회, 둘 다 사람을 끌어안는 일이라 믿으며 우는 사람 어깨를 토닥이고 외로운 사람 종이 위로 불러와 놀고자 한다. 이야기하고 늘어놓고 떠들다보면 사람에게 가는 오솔길 하나 닦아지리라는 희망으로 쓰고 있다. 『그녀를 찾습니다』 인쇄일인 2011년 4월 20일은 작가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목으로 군 입대를 한 날이다.”
2) 원제는 ‘Je ferai des miracles’로 ‘나는 기적을 만들 거예요’라는 의미다.
3)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기기의 성능이나 사양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나 배경 같은 걸 뜻하는 말로 쓰인다. 구직자 사이에서는 학력, 학점, 자격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4) 작년 우리 반 공부 잘했던 고3 P군의 말이다. 너무나 지당한 말로 들려 우리에게 꿈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되묻게 했던 말이기도 했다.

5) (『論語』「爲政」)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6) 지금 사제동행독서모임을 전주 S고등학교 친구들과 3년째 꾸려가고 있다. 차민우, 곽규원, 신성헌, 김도연, 김준형, 조현모, 박상우, 박승빈, 신병건, 이 친구들과 토요일 오전에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어제(2012년 6월 9일)는 최재천 교수의 『인간과 동물(궁리, 2007)』, 박남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실천문학사, 2010)』를 함께 읽으며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정년 퇴임까지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독서모임을 계속 꾸려나갈 것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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