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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그냥 노닐며 웃기를 - 동화작가 강정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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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09:44 조회 10,0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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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동화작가의 길을 걷게 되신 건가요?
어린 시절 꿈이 좀 늦게 생각난 거죠. 초등학교 때 꿈이 동화작가였는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잊고 있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내가 뭐가 되고 싶었더라? 아! 동화 작가!” 뭐 이런 식. 하지만 대학 졸업하고 생각난 게 천만 다행이에요. 만약 안 그랬다면 대학 때 문학을 공부했겠지요? 만약그랬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저 공부 되게 싫어하거든요. 문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오히려 글을 쓰는 게 훨씬 신나는 일이 됐어요.

신작 『슬플 땐 매운 떡볶이』의 인물과 사건이 생생합니다. 혹시 작가님의 경험이 바탕이 됐나요?
네, 제가 다 실제로 겪은 이야기들이에요. 초등학생 시절에는 오로지 친구들과 함께 매일매일 새로운 놀이를 궁리하느라 엄청 바빴어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야기 때문에 밤새 친구랑 이불뒤집어쓰고 속닥거리기 일쑤였고, 틈만 나면 모험을 떠난답시고 여기저기 낯선 곳을 기웃거리느라 몸이 쉴 틈이 없었죠. 어린이들이 바빠야 할 일은 ‘재미나게 노는 일’뿐이라고 생각해요. 노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어떤 아이들은 몸으로 놀길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책이랑 노는 걸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조용히 생각하며 놀길 좋아하겠지요. 노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스스로 궁리해서 좋아하는 걸 찾아냈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신나고 즐겁겠어요. 누구라도 제발 어린이들의 그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그 시간이 얼마나 존중되어야 하는지 어른이 되고나니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슬플 땐 매운 떡볶이』의 두 소녀는 명랑하고 에피소드들은 유쾌하지만, 한 소녀는 엄마가 없고, 한 소녀는 다리가 불편합니다. 이렇게 설정한 의도가 있나요?
사람은 모두가 불완전하잖아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적어도 제가 만난 사람들은 그렇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거고,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거죠. 엄마가 없다는 것,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은 ‘불완전’을 상징해요.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되던가요? 산하와 솔희는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요. 모두가 불완전한 게 당연하니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거죠.

『슬플 땐 매운 떡볶이』에서 나타난 두 소녀의 우정은 훗날 두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고, 지금의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요?
거창한 의미랄 게 있나요, 그저 즐거움이죠. 서로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고, 위로 받고, 이 모든 게 즐
거움입니다. 친구는 즐거움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즐거움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대표작 하면 『건방진 도도군』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어요. 보셨다면 어떠셨는지요?
뮤지컬 <도도>는 동화 『건방진 도도군』과 많이 달라요. 물론 도도가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는 거의 같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르지요. 뮤지컬 <도도>는 아동극이 아니에요. 오히려 성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래서 품고 있는 이야기도 묵직합니다. 소스는 같아도 만드는 사람이 다르니,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화책 『건방진 도도군』은 늘 같은 모습이겠지만, 뮤지컬 <도도>는 매년 진화할 거예요. 기대가 큽니다.



『초록눈 코끼리』는 다른 작품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요. 이 작품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코끼리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가끔씩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를 보고 오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문득 “저 덩치 큰 코끼리는 어쩌다가 우리에 갇히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때 찾아 읽었던 책이 『동물원의 탄생』입니다. 매우 충격적인 책이었어요. 새끼 코끼리를 잡기 위해 온 가족을 몰살 하는 장면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했죠. 그래서 마치 의무인 것처럼 『초록눈 코끼리』를 집필하게 되었어요.

동시집 『섭섭한 젓가락』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과 자주 소통하시는 편인가요?
제겐 사촌 동생이 참 많아요. 5살 꼬마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아기 아빠까지 연령대가 무척 다양하죠. 명절 때만 되면 그 다양한 연령층과 노느라 정신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상황은 제게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제 머리 어디엔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그것이 저의 크나큰 단점이기도 하지만, 글 쓸 때만은 장점이 됩니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어떻게 찾으시나요?
제가 겪는 모든 것,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씨앗입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골똘히 생각하며 보내요. 누워서, 앉아서, 걸으면서, 뛰면서,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밥 먹으면서 늘 생각을 해요. 생각을 한다는 건 주인공들이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뛰놀 수 있게 두는 것이지요. 그러면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 제가 그랬듯이 새로운 놀이를,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기막히게 재미난 일이 벌어지는 바로 그 순간을 확 낚아
채요. 한번 낚아챈 건 절대 놓치지 않아요. 그 순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 동화를 쓸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달라진 게 있나요?
요령이 생겼어요. 요령이 안 생기길 바랐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요령 있게 쓰면 매끈한 글은 될 수 있겠지만 재미는 덜하죠. 그래서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뻔뻔한 글쓰기연습을 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동화란 무엇인가요? 동화에 무엇을 담고 싶으신가요?
동화는 재미난 이야기지요. 저는 그저 좀 더 재미난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할 뿐이고요. 제가 쓴 글이 감히 아이들의 삶에 큰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래도 아주 만약에 내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수많은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면 부디 좋은 역할을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요?
위화 좋아합니다. 오쿠다 히데오도 좋아하고요. 닮고 싶을 정도로 멋진 이야기꾼들이에요.

책의 작가소개에 “빈둥거리며 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라고 하셨는데, 주로 무얼 하며 노시는지요?
말 그대로 빈둥거려요. 소파에 축 늘어져 있기도 하고, 방바닥에서 뒹굴뒹굴 굴러다니기도 하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요. 집 근처 공원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음악 들으면서 한참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해요. 친구들을 좋아해서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것도 좋아해요.

그림책에서 동시, 저학년·고학년 동화까지 작품의 폭이 넓으신데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아주 뻔뻔한 이야기요. 뻔뻔한 거짓말에 뻔뻔하게 웃기고, 뻔뻔하게 신나고, 뻔뻔하게 슬픈…… 하지만 밉지 않아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 감동적인 이야기. 사실 저는 늘 이런 이야기를 쓰고싶지만 그게 영 쉽지 않아서 여태 다음으로만 미루고 있답니다.

강정연 200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누렁이, 자살하다」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제18회 계몽아동문학상과 2005년 안데르센 그림자상을 받았으며, 『건방진 도도군』으로 2007년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건방진 도도군』, 『심술쟁이 버럭 영감』,『재미나면 안 잡어먹지』, 『정마로의 정말 억울한 사연』,『초록눈 코끼리』, 『바빠 가족』,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 『콩닥콩닥 짝 바꾸는 날』, 『만복마을 장똑새』, 『꼬마 다람쥐 두리』, 동시집 『섭섭한 젓가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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