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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함께 읽는 우리, 나란히 걷는 꿈 봉원중학교 39개 독서동아리 워크숍,‘밤새워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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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7:13 조회 8,5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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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개 동아리, 39가지 지도를 펼치다
아직은 서늘한 봄밤, 봉원중학교 한 곳에 모여든 불빛이 얕게 퍼져 나왔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빛 따라 다가서니 소리가 먼저 반긴다. 선생님이 교실을 비운 사이에나 접할 수 있는 진한 요란. 빛과 소리의 진원지는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서 들리는 튼튼한 소음도 어색하지만 도서관 구석구석을 가득 메운 돗자리와 비집고 들어앉은 아이들도 낯설기만 했다. 봉원중 ‘밤새워책읽기’는 진행 중이었다. 강당에서 백화현 선생님의 강의와 ‘2011년 독서동아리 활동 사례 발표’가 있었고,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삼삼오오 동아리별로 모여서 ‘동아리 1년 계획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임이었기에, 계획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막연히 거리를 두고 봤을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떠드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알찬 계획을 짜기 위해 의견을 나누며 밑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아리에도 경력자가 있기 마련인가 보다. 이미 계획서를 가득 채운 학생들도 있었고, 아직 시작도 못한 동아리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학생들은 대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꼼꼼하게 적는 듯하다. 반면주로 올해 시작하는 학생들은 말이 별로 없다. 고민 중이다. “솔직히 작년에는 저희가 주로 친목을 다졌어요. 1년 동안 친목을 잘 다졌으니까 올해에는 열심히 활동하려고요. 작년에는 계획만 많이 세우고 실천을 잘 못했는데, 올해에는 저희들 수준을 아니까 그 수준에 맞춰서 보다 자세하게 계획을 세웠고, 계획한 것만큼은 다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나눔누리’, 허예림, 3학년)

“작년에는 이런 활동에 대해서 잘 몰라서 안 했는데, 올해는 친구들의 권유도 있었고, 제가 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계획을 짜는 게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책이란 무엇인가’, 백경덕, 2학년)

39개 동아리는 이렇게 저마다 세운 계획을 바탕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과 후에 돌아가면서 도서관에 모여 활동을 한다. 몇몇 계획을 슬쩍 엿보니 다채롭다. 영화도 보고, 외부로 견학도 가고, 다양한 책을 읽기도 하겠다.
물론 무엇을 하든 친구와 함께. 동아리별 활동이 끝나고, 동아리별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서로의 계획들을 비교해 가며, 동아리 친구들끼리 웅성웅성,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 막연해하던 신참 동아리 학생들은 귀가번쩍. 그렇게 동아리가 동아리에게 말을 걸고 손을 내밀며 서로 도와주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든든함
성장이 한창인 학생들, 먹고, 먹고, 또 먹고, 잘 먹는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백화현, 김혜련, 이효숙세 분의 선생님이 170여 명의 학생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틈틈이 안긴다. 선생님들은 행사를 일정대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챙기느라 쉴 틈이 없다. 그렇게 아이들과 꼬박 밤을 지새워야 하는데도,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만 가득하다. 그 미소의 의미가 짐작이 간다.

지난해 3월 이러한 동아리 활동을 기획하고 동아리를 모은 백화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처음 주문한 것은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팀을 짜오라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동아리의 몫이었다.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함께 읽고, 정리하고, 발표하고… 선생님은 자리를 마련해 주고, 격려해 주고, 조언해 주는 역할뿐. 그렇게 22개였던 동아리 수가 올해 39개로 늘었다. 역시 자발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두 학급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동아리는 22개에서 39개로 늘었어요. 두 배가량 는 거죠. 학생 수도 88명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170명 정도 돼요.

작년에는 공부를 조금 하는 아이들이 모였다면, 올해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 반항기가 있는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모임을 구성해서 참여하고 있어요. 이건 엄청난 거죠. 작년에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주변의 아이들이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고, 우정을 쌓을 수가 있거든요. 자기의 상처받았던 마음을 풀어낼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아이들사이에서 퍼진 거예요. 그러니까 친구들 하는 것 보고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백화현, 교사)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지만, 이러한 활동을 꾸려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챙겨야 할 학생 수도 많거니와, 쉽게 포기하려는 학생들도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시작을 망설일 필요는 없겠다. “저도 처음에는 잘 될까 싶었어요. 놀랍죠.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여요.

가끔씩은 제가 아이들에게 자극을 받기도 해요. 소신하고 열정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똑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아이들한테는 좋고, 그게 거창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리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하더라고요. 해보니까 아이들 스스로도 잘 하는 것 같고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라는 김혜련 선생님의 말처럼. 너의 생각이 들려, 나의 생각을 읽어봐 ‘토론 한마당’ 시간이다. 동아리들이 다섯 조로 나뉘어 『꽃들에게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우리 누나』, 『행복한 청소부』 중에 한 권을 정해서 토론을 시작했다. 올해 처음 하게 돼서 그런지 처음에는 대부분 어색해했지만, 곧 활발함을 되찾았다. 토론하는 모습도 저마다 달랐다. 날 선 논쟁이 한창인 곳도 있었고, 다소 엉거주춤한 곳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토론하는 각각의 장소를 오가며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흐뭇해했다.

행사가 끝난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봤을 때 반응이 가장 좋았던 시간이 바로 ‘토론한마당’이었다. “책을 혼자 읽는 것과 다른 아이들과 같이 읽고 느낌을 나누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혼자 읽으면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끝인데, 같이 모여서 하면 생각을 한 번 더 표현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정리도 잘 되고, 다른 의견을 들으면서 내 생각도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페이스북’, 윤여은, 3학년)

“책도 안 읽었는데 토론에 참여했던 아이들과 아주 불꽃 튀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견문도 넓어지는 것 같았고, 토론의 재미도 깨달았다. 언제 이런 토론을 다시 해볼지…”(‘싱책향’, 김나윤, 3학년)많은 학생들이 토론 시간을 인상적으로 느꼈던 이유를 행사 소감문을 통해 확인한 학생들의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계기・이유’로 알 수 있었다. 소감문에 많이 쓰여 있던 단어는 ‘책’, ‘읽기(독서)’, ‘친구’, ‘함께’, ‘생각(의견)’, ‘경험’, ‘많은’, ‘다양한’ 등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책을 함께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축제는 계속 되어야
새벽 1시경 소화전의 사이렌이 울렸다. 토론 내용 발표 시간이었는데, 학생들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선생님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고, 몇몇 학생이 수위아저씨를 찾았고, 어느 틈에 소리는 사라졌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혹시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 분명 학생들은 행사 내내 들떠있었다. 특히, 모두가 함께하는 주요 일정을 마치고 가지게 된 자유시간에 학생들은 정말 뜨거웠다. 축제처럼 제대로 즐겁게 놀았다. 틈틈이 삐져나오던 수다는 커졌고, 둥글게 모여 앉아 손뼉을 치며 게임에 열중했고, 트럼프를 했고, 간혹 책을 읽기도 했고, 그 와중에 잠을 자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금지된 수다, 군것질, 게임, 밤샘… 작은 일탈이 허용된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친구들과 밤을 새며 마냥 즐거워했다. “책읽고 독서토론만 한다고 했으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자유롭게 너희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으니 오는 거죠. 학원도 빠질 수 있고, 도서관에서 간식도 주고, 학생들끼리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좋은 거죠.”라는 이효숙 선생님의 말처럼 아이들은 자유로운 휴식에 푹 빠져있는 듯 보였다. 많이 읽어 본 사람이 잘 이해하고, 밤새 놀아 본 사람이 잘 놀고, 함께 어울려 본 사람이 금방 친해진다. 학생들 함께하면서 나눈 새로운 경험들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어느 봄날 도서관의 돗자리가 안긴 작은 추억은 마음 한 곳에 깊이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남과 소통의 독서동아리는 앞으로 널리도 계속되어야 한다. 백화현 선생님의 생각처럼.

“저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의 자기 존재에 대한 뿌리가 탄탄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의 열쇠가 독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활동은 우리 학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서 여러 곳에서 이런 시도를 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활동을 하나의 운동으로 곳곳에서 시작한다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 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교육이 바뀌는 것은 아이들이 참삶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고,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되겠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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